배우 이승연이 MBC 아침드라마 <주홍글씨>로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1992년 미스코리아로 데뷔해 드라마 <거미> <호텔> <첫사랑> <사랑과 야망> <내 사랑 누굴까> 등에 출연하며 연기자로서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이승연. 그는 “‘연기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감독님의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며 그동안 연기에 대한 갈증에 목말랐음을 토로했다.
3년 만에 안방극장 복귀…고통 안고 살아가는 여자
이미지 변신 <주홍글씨> 선택…기존 이미지 벗을 것
<주홍글씨>는 뜻하지 않은 운명 때문에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여자의 이야기를 담는다. 이승연이 맡은 한경서 역은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대학시절 후배의 남편이자 선배인 장재용을 사랑하게 되면서 상상 이상의 불행을 겪게 되는 인물. 그녀는 과실치사죄로 복역하는 남편 장재용을 위해 옥바라지를 하며 어렵게 살던 중 드라마 작가로 재기하게 된다.
“극 중 캐릭터가 성실하게 살면서 아이 키우는 꿋꿋한 여성상인 만큼 많은 여성분들의 공감을 살 수 있을 거예요.”
출산 후 첫 드라마
<주홍글씨>에서 드라마 작가로 출연하는 이승연은 작가의 고충을 이해하게 됐다.
“예전에는 대본이 늦으면 작가를 원망했는데, 드라마에서 경서가 원고를 독촉하는 PD에게 ‘내가 너보다 천 배 만 배 더 쓰고 싶다. 안 써지는 걸 어떡하라고!’ 라면서 속으로 꽥지르는 대사가 있는데 정말 공감이 가더라고요.”
이승연은 지난 7월23일 경기도의 한 리조트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 장면을 촬영했다. 결혼식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출산 후 몸이 불었는지 3년 만에 입은 웨딩드레스가 많이 조였어요. 역시 웨딩드레스는 너무 불편해요. 스타일 면에서 많은 부분을 포기했어요. 헐렁하고 편한 복장으로 주로 촬영하고 있어요. 따로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돼서 무척 편해요.”
<주홍글씨>는 <문희> 이후 3년 만의 작품이고, 8년 만의 주연작이라 의미가 깊다. 또 지난해 6월 첫 아이를 낳은 이후 첫 작품이다. 그는 휴식기 동안에 드라마에 대한 그리움을 강하게 느꼈다고 한다.
“출산 후 3년 정도 공백을 가지면서 드라마가 너무 하고 싶었어요. 특히 그 전에 출연한 드라마들을 보며 아쉬운 점도 많았던 만큼 연기에 대한 갈증이 컸어요.”
1992년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20년 가까이 연예계 활동을 해 온 이승연이 <주홍글씨>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이미지 변신 때문. 도시적인 이미지로 많이 출연했던 만큼 이미지 변신을 하고 싶었는데 <주홍글씨>라는 작품을 만났다.
“매 순간 최선 다할 것”
“지금까지 출연한 드라마 속 캐릭터들이 도회적이고 화려한 쪽으로 국한된 느낌이 많았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미지를 벗을 수 있을까 고민했죠. 내가 연기하는 역할이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남편 옥바라지를 하면서 열심히 사는 모습을 가진 캐릭터라서 이번 드라마를 통해 기존의 이미지를 벗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승연은 한창 전성기이던 2004년 소위 ‘위안부 누드’ 파문으로 연예계 생활에 위기를 겪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주홍글씨>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조심스러우면서도 낮은 목소리를 냈다.
“지금도 여전히 (주홍글씨를) 극복하는 중이에요. 눈에 확 띄는 극복방법은 없지만 천천히,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떼고 있어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밖에 없어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생각하기보다는 그저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면 나중에 다시 평가받겠지 하는 생각에 열심히 하고 있어요.”
이승연은 지난 2007년 2살 연하의 사업가와 결혼, 지난해 말 딸을 출산했다. 이승연은 배우뿐만 아니라 한 가정의 어머니로서의 모습도 드러낸다. 특히 남편에 대한 애정 과시는 주위의 부러움을 자아낸다.
“아이를 낳고 나니 마음에 여유가 생겼어요. 극중 다섯 살 난 아역 배우가 아이로 출연하는데, 아이를 낳고 나니 아역 배우를 보는 눈빛부터 달라지던데요. 나 자신보다 촬영장을 더 신경 쓰게 되는 것도 출산 후 변화된 점이에요. 엄마가 되면 자연스럽게 팔불출이 되는 것 같아요. 아이가 너무 예쁘지만, 그래도 일할 때는 되도록 아이 생각하지 않고 연기에 집중하려고 해요. 남편이 외조를 잘 해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