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그 후 5개월 뒷이야기

충격도 분노도 슬픔도 이젠 먼 남의 나라 일?


온 국민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던 천안함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5개월이 지났다. 오랫동안 전쟁의 기억을 잊고 평화에 젖어있던 국민들에게 천안함 침몰사고는 너무 큰 충격을 안겨줬다. 선체가 들어올려지고 실종 장병들의 시신이 하나씩 발견될 때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북한의 소행임이 확실해지면서 전쟁의 공포와 두려움이 밀려오기도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사고가 발생한 지 5개월이 지난 지금 천안함을 거론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아픈 기억이지만 잊어서는 안 되는 천안함 침몰사고…. 그 후 5개월을 돌아봤다.

보상금 때문에 유가족 울고 웃고, 법률안 개정까지…
천안함 사태 이후 강력해진 대북제재 계속 이어지나


2010년 3월26일 밤 9시22분 백령도 서남방 2.5km를 초계중이던 천안함이 엄청난 폭음과 함께 두 동강이 난 채 침몰했다. 충격적인 사고로 승조원 104명 중 58명은 구조되고 46명이 실종됐으며, 실종자 모두 전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와 군 당국은 사고 이후 3월31일, 공정한 사고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외국인 전문가까지 포함된 민·군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원인 조사에 착수했고, 5월20일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아~! 천안함이여

조사결과 결정적 증거인 북한의 어뢰 추진체를 사고해역에서 건져 올렸고, 이 어뢰 프로펠러와 선체에 흡착한 알루미늄 산화물이 동일하고 어뢰 내부에 한글로 ‘1번’ 글씨가 써 있으며 그 설계가 북한의 무기수출용자료의 어뢰설계와 일치해 천안함 침몰은 결국 북한의 소행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천안함 침몰 원인을 두고 학계에서는 묘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으며 정부는 북한의 소형 잠수함이 발사한 어뢰에 의해 비접촉 수중폭발로 천안함이 침몰한 것이 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정부는 독자적 대북 제재조치와 더불어 유엔 안보리 회부 등 국제적 공조로 북한의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 또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46인의 용사를 최고의 예우로 추모하고 그 유족들을 보살필 것을 약속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범국민적인 장엄하고 엄숙한 해군장의 장의행사와 희생자 총원 1계급 특진 및 화랑무공훈장을 추서했고, 천안함 위령탑 및 추모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매년 추모행사를 실시할 계획임을 밝혔다.

유가족에 대해서도 보상금과 조위금, 성금 등 최대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각종 지원프로그램 시행을 계획하고 있다. 정부는 천안함 사고로 목숨을 잃은 46명의 장병들을 전사자로 예우하고 1인당 5000만원의 국방부 위로성금을 전달했으며, 보상금은 계급에 따라 2억~3억6000만원까지 차등 지급된다. 유족연금 역시 월 94만8000원~255만원으로 계급별 차등 지급된다.

그런가 하면 숨진 장병들의 보상금 때문에 유족 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국민들을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사연은 고 신선준 상사의 사연이다. 천안함 침몰 사고가 발생한지 100일이 지났을 무렵, 26년간 소식이 없던 고 신 상사의 생모가 돌아온 것. 26년간 깜깜무소식이던 신 상사의 생모는 아들의 사망 보상금이 지급될 무렵 등장했고, 이미 아들의 보상금 1억원을 챙긴 상태였다.

신 상사의 부친에 따르면 신 상사의 생모는 1983년 어느 날 갑자기 자취를 감췄고, 그때부터 아내 없이 두 남매를 홀로 키웠다. 신 상사는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대학 진학 대신 군입대를 자원했고, 생모는 신 상사의 마지막 가는 길에도 나타나지 않았다.하지만 신 상사의 생모는 현행법 상 보상금을 받으려면 부양여부와 관계없이 친모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악용,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주장하며 이미 1억원을 받아냈다.

또 전체 보상금과 매달 지급되는 연금의 절반마저 요구했다.이 같은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울분을 토했고, 사회적 논란이 가시화되자 무소속 송훈석 의원은 지난 7월23일 사망한 군인에 대한 부양, 양육기여도 등을 참작해 연금급여를 차등 지급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군인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상 양육 기여도와 상관없이 사망군인의 양친에게 각각 보상금의 절반을 지급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유가족간 보상금과 연금문제 등으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이혼 증가추세에 있는 현 상황에서는 이 같은 사례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군인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것.

이와 관련 송훈석 의원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의 고귀한 희생에 대해 법의 맹점을 악이용하는 실태는 개선되어야 한다”면서 “관련법 개정을 통해 유가족들이 제대로 보상받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천안함 사태 이후 남북은 긴장과 대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미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들과 함께 강경한 대북조치를 꾀했다.

유엔안보리에서의 의장성명을 도출한 이후 한·미 양국은 외교국방장관회의(2+2회의)를 진행하고 동해에서 대규모 연합훈련을 가졌다. 또 북한군-유엔사 대령급 실무접촉이 이루어졌고, 아세안지역안보포럼도 진행했으며, 이어 미국은 새로운 대북 금융제재를 준비하고 있다. 천안함 사태 이후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는 한·미의 대북제재와 관련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정권교체까지 염두에 둔 측면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미 양국의 북한 옥죄기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응징 차원을 넘어 북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의미하는 ‘김정일 정권 교체’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 것.

보상금이 뭐길래

실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부장관은 지난달 2+2회의를 마친 뒤 대북 금융제재를 발표하면서 “북한 지도부와 자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힌 바 있고, 우리 정부 역시 미국의 대북 금융 제재에 대해 “특정 계좌에 대한 정밀타격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같이 북한 지도부를 압박하는 강도 높은 대북 제재는 북한 권력 내부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대북제재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대북정책 기조 결정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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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