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여고생 ‘출산 휴학’ 검토 논란

자퇴 대신 ‘출산 휴학’… 실현 될까?

정부가 미혼모 학생들을 위해 ‘출산 휴학 제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 미혼모의 85%가 학업을 중단하고 있다는 정부의 첫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전국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이 미혼모 학습권 보장대책으로 대안학교 지정을 검토하고 있어 ‘출산 휴학 제도’ 검토와 함께 중·고생 미혼모 대안학교도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특유의 사회적 정서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어 논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 미혼모 85%, 학업 중단·포기 상태
정부, 자퇴 대신 ‘출산 휴학 제도’ 검토
사회적 정서와 충돌 가능성… 논란 예상


학생 미혼모의 85%가 학업중단 상태라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첫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교과부는 미혼모 학생들을 위해 ‘출산 휴학 제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고등학생 김모(18·여)양은 학교를 계속 다니고 싶었지만 다른 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자퇴를 권유받았다.

퇴학을 당하면 검정고시에도 응시할 수 없지만 자퇴는 다르다는 달콤한(?) 권유였다. “임신했다고 학생이 공부할 권리가 없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던 김양은 결국 불러오는 배를 감출 수 없게 되자 자퇴서에 도장을 찍었다.

“공부하고 싶어요”

19세 미만 청소년의 분만 건수는 한해 2천 건을 넘는 등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미혼모 학생의 85%는 김양처럼 학업을 중도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부가 대구가톨릭대 제석봉 교수팀에 의뢰해 실시한 미혼모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생 미혼모 가운데 34.2%는 전문계 고등학교를 중퇴했고, 17.8%는 중학교를 중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13.7%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중퇴해 전체 84.8%는 중퇴, 휴학 등으로 학업을 그만 둔 것으로 조사됐다. 지금까지 보건복지가족부나 여성부 등이 주관한 실태조사는 종종 있었지만 교과부 차원에서의 학생 미혼모 조사는 처음 실시된 것으로 전국 35개 미혼모 시설에서 생활하는 학생 미혼모 7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내용을 보면 학생 미혼모의 평균 연령은 16.7세(고교 1학년)인 것으로 조사됐다. 자세히 살펴보면 18세가 41.1%로 가장 많았으며, 17세(23.3%), 16세(19.2%), 14세(9.6%), 15세(5.5%) 순으로 이어졌다. 학생 미혼모의 재임신율도 27.4%로 꽤 높은 편이었다. 총 임신 횟수가 2회라는 응답이 95%로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3회라고 응답한 학생도 1명 있었다.

학생 미혼모의 학습권과 관련된 질문에서는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학교가 ‘출산 후 복학을 권유했다’는 응답이 31.8%로 가장 많았고, ‘자퇴를 권유했다’는 대답이 13.6%로 2위를 차지했으며 ‘휴학 권유’는 9.1%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작 학생 미혼모들은 학업을 계속하고 싶은 의지가 강한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줬다. 학업 의지에 대한 질문에 35.6%는 ‘보통’이라고 답했지만 30.1%는 ‘매우 강하다’고 답했고, 28.8%는 ‘강하다’고 응답했다.

이어 학업을 계속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는 ‘검정고시를 준비한다(47.9%)’ ‘미혼모 시설로 교사를 파견해 수업을 받게 하고 이를 학력으로 인정해 준다(16.4%)’ ‘원래 다니던 학교를 계속 다니게 해준다(13.7%)’ ‘미혼모 대안학교를 만든다(11.0%)’ 등을 꼽았다. 교과부는 이번 실태 조사 결과, 학생 미혼모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재학 중에 임신하더라도 자퇴나 휴학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학생생활 규정을 고치는 방안을 고심중이다.

특히, 출산을 전후해 이른바 ‘출산휴학’ 제도를 새로 도입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육아 때문에 학교에 다니기가 어렵다면 미혼모 시설에 위탁교육 과정을 개설해 원래 학교의 졸업장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미 자퇴한 경우에는 검정고시 준비 비용을 지원하고, 영세가정을 위한 아이돌보미 제도를 학생 미혼모까지 확대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서울과 인천에 학생 미혼모를 위한 ‘대안학교’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 예정이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미혼모 보호시설 애란원에 학생 미혼모를 위한 첫 대안학교, 나래 중·고등학교가 오는 8월23일 문을 연다. 공립교원 12명을 배치해 수업의 40%는 일반 학교처럼 국·영·수, 사회, 과학 등 정규 교과수업을 하고, 나머지 60%는 산후조리와 육아 등 대안교과 수업이 진행된다.

대안학교를 마치면 원래 다니던 학교의 졸업장과 함께 학력인증도 받을 수 있다. 학생 미혼모의 학습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첫 공교육인 셈이다. 인천교육청도 미혼모 보호시설 1곳을 대안학교로 지정해 2학기부터 운영할 계획임을 밝혔다. 학생 미혼모의 교육권을 보장하는 방법 찾기에 고심하고 있는 정부는 부처 간 조정을 거쳐 조만간 확정된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우리나라의 사회적 정서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어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박모(28·여)씨는 “우리나라에서 가능한 일일까 싶다”면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좋은 제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학생들의 출산을 허용하는 꼴이 되버려 무분별한 성생활과 임신이 반복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장모(27·여)씨는 “혼자 애를 낳아 키우면서도 학교를 다니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정책적인 배려는 있어야 한다”면서 “정책의 실현과 함께 현실성 있는 성교육으로 학생들의 임신과 출산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3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임신한 학생에게 학교가 자퇴를 강요하는 것은 차별행위라고 밝혔다. 임신한 여고생의 진정 제기로 불거진 청소년 미혼모의 학습권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

대안학교 or 출산휴학

인권위는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자퇴를 강요한 행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4호 ‘임신·출산을 이유로 한 교육시설 이용’에서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어 “청소년 미혼모에게 임신을 이유로 학교시설 이용에 차별을 두고 자퇴를 강요하는 것은 학생의 기본 인권 중에서도 핵심적인 학습권을 침해한 것”이라면서 “학업이 지속되지 않으면 자립기반을 갖기 힘들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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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