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시한폭탄’ 불법 도급택시의 비밀

도급택시의 은밀한 유혹 “전과자도 달린다”


최근 불법 도급택시 운영업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브로커에게 영업권을 양도해 택시를 불법으로 운영한 모 택시회사 대표 등 8명과 브로커 등 14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도급기사 196명을 적발한 것.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번에 적발된 도급기사 196명 가운데 상당수는 교통사고 이력과 폭력, 도박 등의 전과가 있었다는 점이다. 심지어 한 도급기사는 만취 여성을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전과를 가지고 있었다. 승객의 안전을 보장해야할 택시기사가 언제 범죄자로 돌변할지 모를 노릇이다.


사납금 한 번에 내고 기간제 도급택시 몰아
자격요건 따로 없어 범죄자도 운전대 잡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30일, 브로커에게 택시 영업권을 양도해 택시를 불법으로 운영한 모 택시회사 대표 오모(65)씨 등 8명과 브로커 유모(53)씨등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오씨 등은 지난 2004년 10월부터 지난 6월까지 서울에서 택시회사 4곳을 운영하면서 브로커들에게 택시 97대를 임대해주고 그 대가로 임대료를 받아 챙겼다.

도급택시 무더기 적발

브로커들은 기사에게 매일 10여만원씩 걷은 뒤, 도급 대가로 업체 측에 택시 1대당 매월 230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임대료를 지급했다. 일부 도급 기사들은 하루 수입을 직접 업체 측에 입금해 계약금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 같은 도급택시가 성행하는 이유에 대해 경찰은 “택시기사의 자격 요건이 강화됨에 따라 택시업계에서 자격을 갖춘 기사들을 고용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살인과 성폭행 등의 범죄를 저지르면 형 집행 후 2년 간 택시기사 취업에 제한을 받게 되고, 택시업체는 이 같은 부적격 기사를 고용했다가 적발되면 과태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브로커를 통한 도급방식을 택하게 된다는 것. 실제 이번에 적발된 도급 기사 196명 가운데 상당수는 교통사고 이력과 폭력, 도박 등의 전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줬다.

특히 한 도급 기사는 10년 전 영업용 택시를 운전하다 만취한 여성을 성폭행하고 금품까지 빼앗은 전과가 드러나기도 했다. 해당 업체들이 기사들의 이력이나 전과 확인과정을 거치지 않고 마구잡이로 기사를 끌어다 쓰는 바람에 전과자와 장애인, 몸이 불편한 70대 노인 등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은 모두 형 집행이 종료돼 택시기사 부적격자는 아니었지만, 전과자 또는 신용불량자라는 이유로 택시업계에서 외면당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도급 기사는 별다른 제한 없이 채용이 가능하다”면서 “과거 도급 기사가 여성 승객들을 납치하거나 강간한 사례가 있었던 만큼 도급 택시에 대한 단속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급 택시의 또 다른 문제점은 각종 택시 범죄를 부추기고 차량 사고를 늘릴 개연성이 크다는 데 있다. 일정한 월급 없이 일한 만큼 돈을 가져가는 도급 기사들이 승객의 안전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다는 것.

실제 이번에 적발된 도급 택시 운전자는 “신호 위반은 기본이고 승차 거부도 하고, 불법적으로 중앙선에서 유턴을 하기도 한다”면서 “기본적으로 위반을 해야 한 사람이라도 더 태울 수 있다”고 말했다. 도급택시의 비밀을 모르는 일반인들의 경우, 대부분 업종의 고용사정이 좋지 않은 반면 택시업계만은 예외로 보일지도 모른다. 1년 365일 채용공고를 내고 택시 면허대수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성적인 공급과잉 상태로 회사 경영상태가 나빠지고, 택시노동자의 노동조건은 점점 악화된다. 때문에 구직자들은 점점 택시 업계를 외면할 수밖에 없고, 도급제와 같은 비정상적인 인력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도급 기사의 경우, 이력서는커녕 면접 절차도 거치지 않고 택시운전자격증도 따로 확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영업용 택시를 몰고 싶은 희망자들은 필히 택시운전자격증을 보유해야 하고, 이 자격증을 따는 순간부터 도급택시의 유혹이 시작된다.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 1층, 택시운전자격시험 합격자 발표가 나자마자 로비는 수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서울시내 100여 개 택시회사에서 파견나온 채용담당자들이 뒤엉켜 지나가는 수험생들을 붙잡고 스카우트 제의를 하는 이유에서다.

바로 이 과정에서 불법 도급택시의 유혹이 시작된다. 각 택시 업체의 채용담당자들은 택시운전자격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운을 떼기 시작한다. 택시운전을 처음 할 때는 대부분 아르바이트로 일한다는 것이 도급택시 브로커들의 주요 멘트다. 처음부터 사납금 10만원을 채우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매일 일하지 않고 자신이 원할 때만 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르바이트의 경우 하루 12시간 일하고 사납금은 3만8천원만 넣으면 된다. 차량연료비는 기사가 부담해야 하지만 다른 직장에 다니면서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일하는 사람들도 꽤 된다고. 바로 이 아르바이트가 도급택시의 또 다른 모습이다. 도급은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법)에서 금지한 명백한 불법행위다. 특히 도급택시는 사업주와 택시기사 간에 고용관계를 맺지 않기 때문에 고용이 불안정하다.

또 도급택시는 불법이기 때문에 계약이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택시업체와 도급계약을 맺은 기사 외에는 도급택시 운영사실을 알기 힘들다. 택시업체 관리자들이 차고지 밖에서 도급택시 기사를 만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밖에서 만나 차량을 건네주고 사납금을 받는다. 한 달치 사납금을 먼저 납부하고 월 단위로 택시를 운영하는 도급 기사들도 있다.

유혹의 손길 뻗는 도급택시

한편, 택시회사와 정식 고용관계를 맺은 일부 기사들도 도급 기사로 나서기도 한다. 반나절은 회사 직원으로 택시를 몰고, 반나절은 회사와 관련이 없는 ‘자영업자’로 투잡을 한다는 것. 반나절 대여에 해당하는 금액을 내고 차를 빌려 운행하는 사실상 도급 기사인 셈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