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전설의 주당들

정치인에겐 술 잘 마시는 것도 정치력?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최문순 강원지사의 음주실신 사건을 계기로 술에 얽힌 정치인들의 에피소드가 새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치인은 직업 특성상 누구보다 술자리가 잦고 불가피하게 술을 마셔야 하는 경우도 많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과거 “정치하면서 가장 서러운 순간이 억지로 술을 마셔야 할 때”라고 토로했을 정도다. 그렇다면 정치권 최고의 주당은 누구일까? <일요시사>가 전설의 주당들을 살펴봤다.

최문순 강원지사가 지난 14일, 강원도의회 도정질의에 대한 답변을 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날 최 지사는 보좌진의 부축을 받고 회의장을 빠져나가 병원 치료까지 받았다. 원인은 강원도의회가 초청한 중국 안후이성 대표단과의 공식 오찬에서 마신 술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최 지사가 뒤늦게 사과했지만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여전히 강력하게 반발하며 최 지사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상상초월
엄청난 주량

최문순 강원지사의 음주실신 사건을 계기로 술에 얽힌 정치인들의 에피소드가 새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치인은 직업 특성상 누구보다 술자리가 잦고 불가피하게 술을 마셔야 하는 경우도 많다. 정치인에겐 술을 잘 마시는 것도 중요한 정치적 능력이다. 그렇다면 정치권 최고의 주당은 누구일까?

정주영 회장도 술로 이긴 이명박
국내 최초 폭탄주 창시자 박희태?

정치인과 술에 얽힌 에피소드에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아무리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았다는 주위 목격담이 전설처럼 회자된다.


현대건설 사장 출신인 이 전 대통령은 현대에 처음 입사했을 때 신입사원 환영회에서 고 정주영 회장과 모든 신입사원들이 취해 쓰러졌을 때도 혼자만 멀쩡했다고 전해진다. 평소 술이 세기로 유명한 정주영 회장마저 이 전 대통령에게는 당해내지 못하고 먼저 술자리를 끝내자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의 주량은 약 폭탄주 30여 잔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대선 때는 야당 인사들이 해당 에피소드를 병역비리 의혹의 정황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963년 폐질환으로 군 면제까지 받았는데 건강이 좋지 않았던 사람이 불과 2년 뒤 1965년에 있었던 현대 신입사원 환영회에서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실 수 있느냐는 것이다.

술도 능력?
애주가 정치인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술을 한 잔도 마시지 못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새누리당 대표 시절에는 회식자리가 생기면 친박계 의원들이 박 대통령의 ‘흑기사(술을 대신 마셔주는 사람)’를 자처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과거 “폭탄주를 억지로 한 잔 마셔봤는데 힘들었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최근 골프장 캐디 성추행 사건으로 화제가 됐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유명한 애주가다. 박 전 의장은 현역의원 시절 “술 없이 무슨 재미로 사느냐”며 당내 금주클럽 가입을 거부하기도 했다.

박 전 의장은 국내에 폭탄주를 처음으로 도입시킨 장본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폭탄주는 원래 미국에서 노동자들이 마시기 시작한 술이라고 추측된다. 술을 마음껏 마시고 싶어도 돈이 없어 위스키를 잔술로 산 후 싼 맥주에다 타서 마신 것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우리가 요즘 마시는 폭탄주가 국내에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지난 1983년 당시 춘천지검장이었던 박 전 의장이 춘천지역의 검찰과 경찰, 언론사 관계자들과의 술자리에서 선보였을 때라는 것이 거의 정설처럼 굳어져 있다. 이후 검찰 내에서 폭탄주가 크게 유행했다는 후문이다. 박 전 의장은 맥주잔을 가득 채운 폭탄주를 연거푸 20잔 이상 마셔도 끄덕없을 정도로 술이 센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고건 전 총리 역시 유명한 애주가다. 아버지인 고(故) 고형곤 박사가 평소 고 전 총리에게 ‘여자’ ‘돈’ ‘술’ 세 가지를 조심하라고 당부했지만 끝내 술 약속만은 지키지 못했다고 한탄한 고 전 총리의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고 전 총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술자리를 가지면서 남들보다 먼저 취하는 경우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현역정치인 중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가장 대표적인 주당으로 손꼽힌다. 지난 2000년 한국담배소비자연맹이 16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에서 김 대표는 한 번에 소주 3병 이상을 마시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피습을 당해 입원한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를 문안한 자리에서도 김 대표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은 “완쾌되면 소주 한 잔 하자”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술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지난해 8월 강원도에서 열린 새누리당 연찬회 이후 뒤풀이 자리에서 한 여기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휘말린 것이다. 만취한 김 대표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옆자리에 있던 여기자의 허벅지를 짚고 일어났다는 것. 김 대표 측은 너무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사과를 거부하다가 뒤늦게 해당 기자에게 사과했다. 김 대표는 “다른 의도가 있었거나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달라진 음주문화
금주가 대세

이 일 때문일까? 애주가였던 김 대표는 달라졌다. 김 대표는 당 혁신 실천방안 중 하나로 금주를 제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우리 정치권이 과도한 음주문화 때문에 많은 문제를 야기해 왔다”면서 “과도한 음주문화는 수준 높은 토론문화를 없애고, 공부할 시간을 없애고, 체력을 약하게 해 정신을 흐리게 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또 “바로 제가 술을 제일 많이 먹는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저는 절주를 한 후 체중이 6kg이 빠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야당 정치인 중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유인태 의원과 이상민 의원이 남다른 애주가로 알려져 있다.

유 의원은 청와대 정무수석이던 지난 2004년 한 언론사 기자와 폭탄주 30잔 이상을 밤새 마시고도 멀쩡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이상민 의원도 과거 젊은 기자 4~5명과 술을 마셨는데 그들이 주는 폭탄주를 연거푸 받아 마시고도 술자리에서 혼자 멀쩡했다는 일화가 남아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도 정치권에선 알아주는 주당들이다.

애주가들의 변신, 대세는 금주?
100대1 대작하고도 멀쩡한 주당들

현역 광역단체장들 중에서는 원희룡 제주지사가 주당으로 유명하다. 원 지사의 서울대 법학과 후배인 강용석 전 의원은 한 방송에 출연해 원 지사를 최고의 주당 정치인으로 뽑았다. 원 지사는 과거 한번 술을 마시면 소주 2병에 폭탄주 20잔을 마실 정도로 과음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제주지사에 취임한 이후에는 완벽하게 술을 끊었다. 원 지사는 이에 대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실 과거에는 사람들과 어울리다보면 술 마실 기회가 많았는데 2년 전부터 술이 한 방울도 안 들어간다”며 “그래서 농담으로 평생 마실 술을 미리 다 마셔서 총량제에 걸렸나 보다 이러고 있다. 특히 도지사로 업무를 하면서부터는 전혀 안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또 “도민들이 이해만 해주신다면 술 안마시고 맑은 정신으로 도지사 업무에만 집중하겠다”면서 “임기동안 술을 한 방울도 안 마실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했다.


음주 비결은?
정신력?

광역단체장들 중에서는 전현직 대전광역시장들도 모두 유명한 애주가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불출마를 선언하고 야인으로 돌아간 염홍철 전 대전시장은 술과 관련한 수많은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다. 염 전 시장은 지난 1994년 정부3청사 기공식을 끝내고 시민 100명을 초청한 자리에 일대일로 소주 100잔을 마시고도 멀쩡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지난 1995년 동장 85명과 저녁식사자리에서 150여 잔을 먹었던 일도 전설처럼 전해진다.

권선택 현 대전시장 역시 술에 관해서는 지지 않는다. 대전시 부시장 재직시절 대전시축구동호회 선수, 임원 60명과 일대일로 60잔을 먹고, 트로피에다 시민화합주(소주+맥주)를 또 다시 만들어 한잔씩 했던 일이 아직도 회자 되고 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치인 술자리 추태 천태만상
"차라리 술 못하는 정치인이 낫다"

새누리당 최연희 전 의원은 술자리 추태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최 전 의원은 지난 2006년 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을 당시 술자리에서 옆에 있던 언론사 여기자를 뒤에서 껴안는 성추행을 했다. 최 전 의원은 이에 대해 해명하는 과정에서 “술에 취해 음식점 주인으로 착각했다”고 말해 더욱 논란이 됐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도 술자리 추태하면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방미에 동행한 윤 전 대변인은 현지 술자리에서 여대생을 성추행했다. 이 사건은 해외 언론에 ‘세계 8대 굴욕사건’으로 뽑혔다.

대표적 친박인사인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도 과거 술자리 발언으로 인해 체면을 구긴 바 있다. 지난 2012년 당 대변인으로 내정됐을 당시 기자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너희들 정보보고를 내가 다 알고 있다. 사적인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를 보고하지 말라. 우리한테 다 들어온다. 이런 식으로 기자질 하지 마”라고 말해 결국 대변인직을 사퇴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도 술자리에서 벌어진 일 때문에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9월 김 의원은 세월호 유가족들과 술을 마신 뒤 대리기사와 행인을 폭행했다는 시비에 휘말렸다.

곽성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도 국회의원 시절 심각한 술자리 추태 사건에 휘말렸었다. 곽 사장은 의원시절 지역구 상공인들과의 술자리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야당이지만 대구지역 국회의원 의석 12석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대구 상공인들이 열린우리당(현 새정치연합)에는 후원금을 내면서 한나라당에는 한 푼도 내지 않는다” 등의 발언을 하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경제인들은 “40여 년 동안 한나라당을 도와줬지만 한나라당이 대구를 위해 뭘 했느냐?”며 반발했다. 그러자 곽 사장이 갑자기 맥주병을 벽에 던졌다는 것이다. 결국 당시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이 곽 사장과 멱살잡이까지 하는 소동이 벌어졌었다.

새누리당 심학봉 전 의원은 술에 취해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현역 의원이 성폭행 혐의에 휘말리기는 심 전 의원이 처음이었다. 검찰은 심 전 의원 측이 피해여성에게 성관계 이후 2000만원을 전달했지만 강제성은 없었다는 다소 황당한 결론을 내렸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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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