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20대 총선 '친노 고사작전' 막후

"친노에 안방 내주느니 차라리 새누리 줘불드라고"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내년 총선에선 무조건 '친노XX들' 다 물갈이 해부러야 돼. 차라리 새누리 주는 한이 있어도 이번에 딱 해불드라고." 내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전국호남향우회의 고위 관계자가 사석에서 했다는 말이다. 새정치연합 친노진영을 향한 호남의 민심이반현상이 심상치 않다. 일선 호남향우회 내에서는 회원들의 새정치연합 탈당 러시가 줄을 잇고 있다는 후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을 이끌고 있는 친노(친노무현)진영에 대한 호남의 민심이반현상이 심상치 않다. 호남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야권 신당은 호남민심의 현주소다.

호남 민심 이반
천하태평 친노

호남은 야권의 텃밭으로 선거 때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왔지만 지난해 7·30재보선에서는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최초로 여당 인사인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당선되는 등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지난 4·29재보선에서도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사활을 걸었던 광주 재보선에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당선됐다.

천 의원은 특히 ‘새정치연합 심판’이라는 자극적인 구호를 내걸고 선거운동을 펼쳐 당선됐다. 새정치연합에 대한 호남의 민심이반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호남민심의 이반은 호남 의석을 잃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 4·29재보선에선 관악구을에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당선됐는데 관악구을은 호남 출신 인구 비중이 높아 수십년간 야권의 텃밭으로 분류됐던 지역이다.

새누리보다 더 미운 친노 "같이 죽자"
내년 총선서 차라리 새누리당 민다?

이처럼 호남의  민심이반 현상은 수도권 선거에서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새정치연합은 내년 총선을 채 1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치러진 지난 4·29재보선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한 채 전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당시 선거가 성완종 게이트라는 호재를 등에 업고 대부분 야권 텃밭에서 치룬 선거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격이 더 크다.


특히 광주에서의 패배는 뼈아팠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광주 선거는 사실상 친노진영에 대한 호남의 심판이었다. 호남에서는 친노가 호남에 해준 것이 뭐가 있느냐는 불만이 팽배하다. 호남인들은 더 이상 친노가 이끄는 새정치연합에는 표를 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호남의 민심을 얻지 않고는 차기 대선에서도 새정치연합은 결코 승리할 수 없다. 현재 새정치연합의 유력 대권주자가 모두 영남 출신인데다 당권까지 모두 친노가 장악하자 호남에서는 ‘우리가 친노 거수기냐’는 말이 나온다. 지난 2002년 참여정부 출범 이후 10년 이상 호남이 중앙정치권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호남소외론’은 호남신당론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총선 빨간불
야권 공멸?

이처럼 호남민심은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친노진영의 현실 인식은 매우 안이하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은 지난 21일 문재인 대표를 겨냥해 “호남민심이반을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이날 전남광주지역 기자간담회를 통해 “저는 이대로 가면 총선에서 진다고 생각하는데 지도부는 이대로 가도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문 대표를 비판했다.
 

안 의원은 “(당 지도부가) 혁신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혁신 하자는) 저의 목소리에 대해 간절함으로 응답하지 않고 의도를 따지고 자구를 따지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깝다. (문 대표가) 시간만 끌고 있고 가시적인 활동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일갈했다.

호남의 친노 제거작전은 이미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전국호남향우회의 한 고위관계자가 사석에서 “내년 총선에선 무조건 친노XX들 싹 물갈이 해부러야 돼. 차라리 새누리 주는 한이 있어도 이번에 딱 해불드라고”라고 말했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증거다.

일선 호남향우회 내에서는 회원들의 새정치연합 탈당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현재 야권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천정배 의원, 박주선 의원, 정동영 전 의원, 박준영 전 전남지사 등은 모두 호남 출신 인사들이다. 이들이 호남에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호남의 민심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이번에 친노를 물갈이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호남향우회 고위인사도 천정배 의원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 재보선에서 이미 여러 차례 포착됐다. 지난해 전남 순천·곡성 재보선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호남의 민심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순천·곡성은 지난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이 당선됐을 정도로 이념적으로 매우 진보적인 성향으로 분류되는 지역이다.

혹자는 당시 이정현 후보의 승리가 지역주의의 벽을 허문 결과라고 평가했지만 사실은 친노에 대한 호남인들의 반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더 우세하다. 당시 새정치연합 재보선 경선에서는 친노인사로 분류되는 서갑원 전 의원이 노관규 후보를 꺾고 후보로 선출됐다.
 

그러자 새정치연합 소속 당원들이 이정현 후보를 돕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부는 아예 이정현 후보 캠프에 참여해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한 마디로 새누리당보다 더 미운 것이 친노라는 것이다.

<일요시사> 역시 지금까지 재보선 현장을 누비며 이런 상황을 여러 번 경험하기도 했다. 수도권지역 재보선 경선에서 호남 출신 후보가 친노진영 후보에게 패했는데, 어느날 호남 출신 후보의 선거 사무장이라는 사람이 ‘회사로 돌아가서 보라’며 취재기자에게 서류봉투를 불쑥 내밀었다.

회사로 돌아와 확인해보니 친노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자료가 잔뜩 담긴 일종의 X-파일이었다. 이미 알려져 있던 내용으로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는 자료들이었지만 호남 인사들이 사실상 친노 후보 낙선운동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친노 후보자는 야권 텃밭으로 분류되던 해당 지역에서 새누리당 후보에게 패했다.

또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당장 광주와 전남, 전북의 5개 선거구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지만 친노 지도부가 비례대표를 줄일 수는 없다며 소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어 호남인의 배신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호남지역에서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인사들은 “친노진영이 친노계의 비례대표 공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호남을 희생시키려 한다”며 이미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호남의 민심은 친노진영의 좌장 격인 문 대표에게 확연하게 등을 돌린 모습이다. 문 대표가 당대표로서 역할을 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호남지역에서 부정평가가 58%나 나왔다. 반면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27%에 그쳤다.

극에 달한 불만
신당 힘 실릴까?

호남권의 한 인사는 “친노세력들의 가장 큰 문제는 패권주의”라며 “친노들이 기득권을 지키려고 투명한 공천을 하지 않는다. 친노들은 다른 세력은 무조건 배척한다”고 일갈했다. 실제로 친노인사가 당내 경선을 주도할 때마다 불공정경선 논란은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대선경선이다. 당시 문 대표는 압도적인 승리로 민주당(현 새정치연합) 대선 후보로 선출됐으나 경선 과정에서 불공정경선 논란으로 일부 당원이 계란 등을 투척하고 몸싸움을 벌이는 등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됐다. 경선에 참여한 인사들은 하나 같이 문 대표와 친노진영을 비토하고 나섰다.

지난 2·8전당대회 역시 마찬가지다. 경선 도중 경선 룰이 변경되는 초유의 사태로 문 대표는 도덕성에 큰 흠집이 났다. 지난 4·29재보선 관악을 경선 과정에서도 두 여론조사 기관이 동시에 같은 샘플로 여론조사를 했는데 두 여론조사 간 결과 차이가 무려 15%나 벌어져 논란이 됐었다. 

호남향우회 내 탈당 러시 이어져
신당 추진 세력 호남서 여론몰이


호남권의 한 인사는 “이처럼 불공정 경선이 판치는 상황에서 아무리 노력해봐야 호남은 친노 세력의 들러리가 될 수밖에 없다”며 “그런 좌절감에서 새누리당에게 내년 총선 의석을 바치더라도 친노인사들을 싹 쓸어버려야 한다는 발언도 나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호남의 민심이반 현상은 점점 더 구체화 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전북 순창지역 새정치연합 소속 당원 100명이 집단 탈당을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 대표와 친노 지도부는 신당 추진 세력이 ‘호남민심을 왜곡하고 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전남도당위원장인 황주홍 의원은 “민심의 왜곡이라는 발언 그 자체가 왜곡이 아닌가 싶다”고 반박했다.

민심 왜곡?
민심 무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호남인사들의 복안은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의석을 뺏기는 한이 있어도 친노인사들을 낙선시켜 ‘친노는 경선에서는 이기고 본선에서는 진다’는 공식을 고착시키려는 전략”일 것 이라며 “하지만 이대로라면 자칫 야권이 공멸할 수도 있다. 친노진영이 패권주의의 빗장을 풀고 호남을 비롯한 비노진영과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호남 출신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한 번 속으면 속인 사람이 나쁜 거지만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라는 말도 있지 않나? 지금까지 친노에게 그렇게 속았는데 또 한번 믿어 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현재 호남의 민심은 패권주의를 청산하겠다는 친노진영의 단순한 약속만으로 풀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호남권 인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호남 출신 원로정치인인 권노갑 고문은 지난달 문 대표와 만나 추석 연휴 때 수렴한 호남민심이 심상치 않다며 대표직 사퇴를 권유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대안이 있어야 한다”며 사실상 완곡한 거절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친노진영과 호남은 극적으로 화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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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