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안철수 비토 당하는 이유

자기 앞가림도 못하면서 사사건건 삿대질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진짜 해당행위자는 안철수 의원이 아닌가?”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이 당 혁신위가 해당행위를 했다고 지적하자 당의 한 관계자가 사석에서 한 말이다. 지난해 7·30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공동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안 의원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안 의원을 향한 당내 인사들의 불만도 커져가고 있다. 안 의원이 당내에서 비토 당하고 있는 이유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우리 당이 싸울 때 안철수 의원은 한 번도 시원하게 동참한 적이 없다. 그저 멀리서 지켜보면서 당쟁이라고 규정짓고는 신선놀음만 했다. 그러다 당이 뭔가 해보려고 하면 딴지를 걸면서 존재감을 키우는 매우 간사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안 의원이 당 혁신위가 해당행위를 했다고 하는데, 진짜 해당행위를 하고 있는 사람은 안 의원이 아닌가?”

내부 총질
못 참겠다

최근 새정치연합 내에서 안 의원을 향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7·30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공동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던 안 의원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 목소리를 키우고 있지만 그 화살이 당 밖이 아닌 당 내부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안 의원은 지난 13일 문재인 대표가 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위를 벌이던 날 당 혁신위 비판 토론회에 참석해 전선을 분산시켰다. 이에 당 혁신위원인 조국 교수는 불편한 심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조 교수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문재인이 국정교과서 반대 광화문 1인 시위하는 날, 안철수가 문재인과 혁신위를 비판하는 토론회를 연 것은 ‘거시기’하다”며 “타이밍을 조정할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라고 지적했다.


당 주요 발표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 딴지
화력 집중해야 할 때 여론 분산시켜 눈총

지난 11일에는 문 대표가 야심차게 준비한 청년경제 구상 발표 몇 시간 뒤 안 의원이 낡은 진보 청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바람에 문 대표의 발표가 김이 새 버리기도 했다. 이날 문 대표는 청년 일자리 70만개 창출을 골자로 하는 청년희망종합대책과 함께 법인세 인상 가능성도 내비치는 등 굵직굵직한 이슈 등을 제시했지만 안 의원의 기자회견 때문에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둘 중 누가 먼저 발표일정을 잡아놓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안 의원이 먼저 기자회견 일정을 잡아놓았다고 하더라도 당 대표가 그런 중요한 정책 구상을 발표하기로 예정되어 있으면 며칠 양보해주는 것이 미덕 아닌가?”라며 “시급한 발표도 아닌데 마치 문 대표의 정책 발표를 고의적으로 덮어버리겠다는 듯이 몇 시간 뒤에 기자회견을 강행한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 편?
새정치 편?

안 의원이 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한명숙 전 총리의 부패를 감싸고 있다며 비판한 것도 상당한 당내 반발에 부딪혔다. 당내 중진인 설훈 의원은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의 경우 1심에서 무죄가 나왔다. 그런 부분들은 간과하고 부패라고 몰아가면 굉장히 반발의 소지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 재판과 관련해서는 분명히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많은데 이를 지적한 당내 의원들을 마치 부패한 동료 의원을 감싼 파렴치범으로 매도해버렸다는 것이다.

안 의원이 새정치연합을 낡은 진보라고 지적한 데 대해서도 당내 김기식 의원이 안 의원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안 의원의 ‘낡은 진보 청산’ 주장은 결과적으로 ‘진보는 낡은 것’이라는 보수의 프레임을 강화시켜주는 효과가 날 것”이라며 “무능, 불안함, 비전 없음이 진보 탓인가? 지긋지긋한 계파 싸움과 낡은 기득권 정치 때문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이 야권 인사가 맞는지 헷갈릴 정도로 모호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안 의원의 온건보수노선은 다른 진보진영에서도 비판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진보진영의 신당 창당을 추진했던 ‘국민모임’의 김세균 공동대표는 안 의원에 대해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중간에 서고자 하는 중도보수노선이 문제”라며 “그런 노선 같으면 꼭 새정치연합에 들어와야 할 이유는 없었다”고 안 의원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안 의원이) 새누리당에 들어갔으면 보수정당을 혁신시키는 데 오히려 더 크게 기여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 의원이 당 혁신위의 ‘혁신안이 실패했다’고 평가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상당하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안 의원의 그 같은 발언이 있은 직후 “(안 의원은) 당 대표를 지낸 분으로 우리 당 위기에 일말의 책임이 있는데 그렇게 성급하고 무례하게 얘기하는 건 무책임하다”며 반발했다. 문재인 대표도 “혁신의 방향을 제시해줘야지 그저 흔들기만 한다면 혁신의 효과에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안 의원은 문 대표의 혁신위원장직 제의를 거절했던 터라 당내 불만이 더 크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남이 한 일을 평가하고 깎아내리기는 쉽다. 자기가 혁신위원장직을 거절해놓고 이제 와서 혁신안을 비판하는 것은 정말 도의적으로 어긋나는 일 아닌가?”라며 “김상곤 위원장은 아무도 안 맡겠다는 자리 맡아서 어찌 보면 당을 위해 희생한 사람이다. 그렇게 자신이 있었으면 직접 혁신위원장직을 맡아서 혁신안을 내놨으면 되지 않나? 안 의원이 뒤늦게 혁신안이라고 내놓은 것들을 보면 매우 지엽적인 것들인데 그런 것들은 진정한 혁신안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안 의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진보 평론가인 진중권 교수도 안 의원이 △낡은 진보 청산 △당내 부패 척결 △새로운 인재 영입 등 3대 혁신안을 제안한 것에 대해 “고작 부패척결이 새정치냐”며 “그런 건 혁신안 속의 한 항목으로 제안해도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진 교수는 “(안철수의 혁신은) 플랜도 없고, 실체도 없고, 가망도 없다”며 “그냥 마케팅을 위한 노이즈만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직을 거절한 이유에 대해서도 “혁신은 대표가 하는 것이다. 대표가 의지와 구체적 아이디어를 가지고 혁신을 실행할 때 성공하는데 실망스럽다”며 사실상 모든 책임을 문 대표에게 떠넘겼다. 일각에선 안 의원이 혁신위원장직을 거절한 진짜 이유가 혁신안 결과를 트집 잡아 문 대표를 흔들려는 목적이 아니었겠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안 의원이 혁신위의 험지 출마 요구를 거절한데 대해서도 “다른 중진들이 지금 지역구도 험지라며 차출을 거부한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데 안 의원의 현재 지역구는 야성이 강한 야권 텃밭 아닌가?”라며 안 의원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안 의원이 새누리당이 아닌 당 내부의 계파싸움에 치중하면서 안 의원을 성토하는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안 의원은 새누리당과 극한 대립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에 대해 ‘야당이 운동권 시각에 지배돼선 안 된다’라고 지적했는데 김기식 의원은 “당이 제대로 싸웠던 적이 있었나? 오히려 싸워야 할 때 제대로 못 싸워서 지지자들까지 실망시킨 것 아니냐”며 안 의원을 비판했다. 안 의원은 집권여당과 대립하는 쟁점마다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거나 오히려 야당을 비판하면서 전선을 흐렸다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안 의원이 정말 싸워야 할 때는 뒤에 숨어 있다가 문재인 흔들기에만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무엇이 우선인지 모르는 것 같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안 의원이 문 대표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고 나서면서 야권 지지자들의 분열도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대표의 양자대결시 김 대표는 다자대결 때보다 높은 지지도를 기록한 반면, 문 대표는 야권 지지도의 합보다 오히려 낮아 여권은 뭉치고 야권은 분열되는 양상을 보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누가 차기 대선에 나서도 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안 의원이 야권 분열에 불을 지피면서 누가 대선후보가 되든 이기기 힘든 구조를 만들어 버렸다. 지금은 안 의원이 내부에 총질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야권 분열
같이 죽자?

한 때 안 의원의 최측근 인사들도 이제는 안 의원의 새로운 비토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입문 후 안 의원의 측근들은 줄줄이 안 의원과 결별을 선언했다. 안 의원의 정치입문 당시 대변인 역할을 했던 유민영 전 청와대 행정관은 아예 정치를 떠나 다른 일을 하고 있고,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김성식 전 의원은 합당 결정 발표 후 곧바로 안 의원을 떠났다.

진심캠프 상황실 부실장이었던 윤태곤 비서관도 안 의원의 곁을 떠났다. 초창기 외교·안보정책 조언자였던 윤영관 전 외교부장관도 안 의원과 완전히 결별한 상태다.

안 의원의 정치적 멘토로 불렸던 김종인 전 부총리와 윤여준 장관, 최장집 교수 등은 지금은 외곽에서 안 의원을 비판하기에 바쁘다. 안 의원의 최측근이던 금태섭 변호사마저 최근 자서전을 통해 안 의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당 내부 총질하며 정치적 존재감 키워
고비 때마다 양비론 “우리 편 맞아?”

김성식 전 의원은 안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표 등 주류를 맹비난하자 자신의 SNS을 통해 “안철수 의원이 오늘 기자회견에서 낡은 진보 청산을 강조했는데 민주당과 합당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낡은 보수와 낡은 진보의 양당구조를 강화했던 것은 안 의원”이라고 힐난했다.
 

금태섭 변호사도 출판기념 북콘서트에서 ‘안철수 의원에게 희망이 있냐’는 질문에 “희망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현재는 구체적인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 안 의원은 당내 지지세력도 없고 개인의 이미지와 지지율만 남은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과 결별한 이들은 공통적으로 ‘안 의원이 중요한 순간에 결단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는 냉혹한 평가를 남겼다.

신뢰 제로
불만 고조

안 의원을 따르려던 사람들도 안 의원의 독단적인 대선 사퇴와 신당 창당 포기 등을 지켜보면서 신뢰가 크게 상실되었다는 지적이다. 비주류인 안 의원과 함께하려면 그야말로 정치생명을 걸어야 하는 데 정치생명을 걸 만큼 안 의원이 믿음직스럽지 못하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당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안 의원은 별다른 대안도 제시 못 하면서 비판만 하고 있다. 정말 당을 위한 행동인가? 자기 존재감을 키우려는 목적이 아닌지 의심이 된다”며 “국정교과서 문제로 모든 야권이 뭉치고 있는 판국에 안 의원만 딴 소리를 하고 있다. 안 의원을 향한 내부 불만이 고조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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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