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내년 총선을 앞두고 통합진보당 출신 인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들이 본격적으로 총선 채비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통진당이 내년 총선을 통해 사실상 와해된 조직을 재정비한 후 정치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과연 통진당은 부활할 수 있을까?
지난해 헌법재판소에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정당해산 결정 판결을 받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통진당 출신 인사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쩍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해산 결정으로 통진당과 유사한 정당을 만드는 건 금지됐지만, 통진당 출신 인사들의 선거 출마를 막을 방법은 없다. 통진당이 내년 총선을 통해 사실상 와해된 조직을 재정비한 후 본격적인 정치활동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활동 재개
통진당 출신 인사 중 가장 총선 출마가 확실한 인물은 홍성규 전 대변인이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경기 화성갑 출마를 공언한 바 있다. 그는 현재 화성에서 화성노동인권센터 소장, 경기 화성민주포럼 상임대표 등을 맡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그는 지난 2013년 10월 치러진 재보선 당시 화성갑에 출마해 8.2%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다.
그가 출마하려는 화성갑의 현역 국회의원은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오일용 지역위원장의 출마가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화성갑 내년 총선은 이 세 사람의 3파전이 될 전망이다.
김재연 전 의원도 출마가 유력하다. 김 전 의원은 ‘민주민생 의정부 희망연대’라는 단체를 만들고 의정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단체에는 의정부지역의 시민단체와 노동계 관계자들이 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은 지난 9월부터 아프리카TV에서 인터넷방송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서른쯤에>라는 제목을 내걸고 ‘30대가 되면서 달라진 것’에 대해 시청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통진당 반대자들이 방송에 몰려와 상당한 악플을 쏟아내고 있지만 화제가 되면서 확실한 홍보효과는 누리고 있다는 평가다.
또 김 전 의원은 불법대선자금 의혹 관련, 한동안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에게 특검을 통한 철저한 진상규명에 응할 것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내년 총선 때 홍 의원의 지역구인 의정부을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정가에선 김 전 의원이 1인 시위를 통해 의정부 시민들에게 얼굴을 알리며 사실상 총선 준비작업에 들어 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의정부을에는 홍 의원과 함께 김민철 새정치민주연합 지역위원장, 박인균 전 새누리당 당협위원장, 조흔구 전 새누리당 당협위원장 등이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4월 재보선 당시 서울 관악을에 출마했던 이상규 전 의원이나 성남 중원에 출마했던 김미희 전 의원의 내년 총선 출마설도 꾸준히 들려오고 있다. 지난 재보선에서 서울 관악을에 출마했던 이 전 의원은 선거를 9일 앞두고 전격 사퇴한 바 있다.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이 전 의원은 노동운동에 투신해 노동자로 살아왔는데, 재보선이 끝난 후 다시 노동현장으로 돌아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직 국회의원이 노동현장으로 돌아가 땀 흘리며 일한다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 전 의원의 이런 행동이 결국 정치복귀를 위한 일종의 정치 쇼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 관악을의 현직 국회의원은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이다.
버릴 수도 삼킬 수도 없는 통진당
내년 총선 새로운 변수로 급부상
성남 중원에 출마했던 김미희 전 의원은 이상규 전 의원의 중도사퇴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재보선에서 통진당 출신 인사로는 유일하게 선거를 완주했었다. 김 전 의원은 당시 8.46%의 득표율로 낙선하고 말았지만 정당해산 결정으로 통진당에 대한 여론이 최악인 상황에서도 상당히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전 의원이 지역 내 상당한 득표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새정치연합으로서는 김 전 의원의 존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통진당 이정희 전 대표의 출마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수도권이나 호남에서 출마해 바람몰이를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전 대표는 통진당 인사들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다. 그의 전국적인 지지 세력도 여전히 건재하다.
국회 본회의장에 최루탄을 투척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김선동 전 의원도 지난 7일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 김 전 의원은 민주노동당 소속이었던 지난 2011년 11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투척했다가 의원직을 상실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의원의 갑작스런 재심 청구가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통진당 출신 인사들이 내년 총선에서 우후죽순 출마하려는 것에 대해 정치권에선 당선을 노리는 출마라기보다는, 해산여파로 와해된 조직을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또 상황에 따라서는 야권연대나 비례대표 등으로 국회 진입에 성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소속 정당 없이 활동하기에 한계가 있는 만큼 총선 전에 신당을 만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옛 통진당 조직과 인사들이 그대로 참여해 당을 창당할 경우 또 다시 탄압당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진보세력들과 교묘하게 융합하는 방법으로 신당 창당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통진당 인사 500여 명은 지난달 29일 내란선동혐의로 구속 중인 이석기 전 의원이 수감돼 있는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구치소 정문 앞에서 ‘이석기 석방 집회’를 열고 여전히 건재한 세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또 통진당 인사들은 지난 3월 ‘서울 민주광장’이라는 단체를 출범시켰는데 서울 민주광장은 사실상 과거 통진당의 시·도조직과 유사한 체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정당해산이 결정된 후에도 통진당은 후원회비를 모금하는 등 재정 기반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고, 각계 추종 단체들도 세 결집 활동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 내 지지 세력들도 파업장별 순회 간담회를 여는 등 통진당 부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세력 건재
이들은 이번 총선에 참여해 세력을 과시함으로써 다가오는 2017년 대통령 선거에도 참여해 차기 정권 창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권에서는 통진당 인사들이 선거에 출마하는 것에 대해 새누리당 후보에 어부지리 승리만 내주게 되는 행동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야권 일각에서는 통진당과 선거에서 연대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꾸준히 나온다. 통진당과 정식으로 연대하지 않더라도 통진당 인사들이 중도사퇴나 불출마하는 방법으로 연대한 후 정책결정과정에 통진당이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