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에덴의 동산’ ‘누드펜션’을 찾아서

‘싱그런’ 자연 속에 ‘지친’ 알몸을 맡기다!


자연주의자, 나체주의자 혹은 누디스트.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생소하기만 한 이름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1200여 개의 자연주의 사이트가 존재하고, 1300여 곳의 누드 비치는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대한민국에도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알몸’으로 자유를 만끽하는 ‘자연주의자’들이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지난해 모 케이블 방송을 통해 ‘누드펜션’이 공개되면서 ‘자연주의자’들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다.

‘누드펜션’ 운영자 역시 알몸의 자유를 만끽하는 ‘자연주의자’ 혹은 ‘나체주의자’다. 대한민국 ‘자연주의자’들을 위해 직접 펜션을 짓고 매달 1~2회의 정기 모임을 갖는다는 김종헌(44) 대표. <일요시사>는 지난 7월27일 충북 제천에 위치한 일명 ‘누드펜션’을 찾아 김 대표에게 대한민국 ‘자연주의자’의 현주소를 들어봤다.


물·공기·바람… ‘알몸’으로 느끼는 자연, 이게 바로 ‘자연주의’ 
과거 동호회 대부분 민박·호텔 등에서 비밀모임 ‘오해’ 일으켜

지난해 방송을 통해 공개된 ‘누드펜션’은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성인남녀가 ‘알몸’으로 여가를 즐기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누드펜션’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알몸’이나 ‘누드’라는 단어에서 오는 선정성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한 달에 1~2번 정기 모임을 갖는 이들은 펜션지기 김종헌 대표와 마찬가지로 ‘자연주의자’들이다.

‘자연주의자’ ‘나체주의자’의 사전적 의미는 ‘알몸으로 사는 것이 자연스럽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을 뜻한다. 철저한 유교사상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온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알몸’을 남에게 보인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외설스러운 일이었다.

자연주의자로 산다는 것
아직도 따가운 사회적 시선

하지만 김 대표는 1993년부터 포털사이트 카페를 통해 ‘자연주의자’로 활동했고, 2002년부터 일반인들의 눈을 피해 철저한 자연주의 모임을 주도했다. 때로는 변태들의 모임으로 오해를 받았고, 모 포털사이트의 표적 없는 몽둥이세례를 받기도 했지만 김 대표는 기어이 국내 ‘자연주의자’들을 위한 전용사이트를 개설하고 펜션까지 설립했다.

여기에 지난해 케이블 방송 출연까지 더해지면서 ‘자연주의자’들을 외부에 공개하고, 일반인들의 이해를 도왔지만 아직까지도 사회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외국에서는 이미 ‘자연주의자’들을 인정하고 있고, 그들은 사회 곳곳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며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공식적인 ‘누드존’인 ‘누드비치’가 있는 나라도 많기 때문에 외국에서의 ‘누드’는 우리나라에서의 ‘누드’와 큰 차이를 가진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 ‘자연주의자’들의 입지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외국의 경우, 공식적인 수치는 아니지만 국민의 20%정도는 ‘자연주의자’들을 이해하거나 혹은 ‘자연주의자’로 활동하고 있고, 행여 자신이 자연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이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거나 반감을 갖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자연주의자’들이 생겨난 시점은 언제일까. 우리나라 ‘자연주의자’들은 포털사이트의 카페를 통해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알몸’ ‘누드’ 부끄러운 것 아냐 직접 펜션 짓고 모임 이어와
‘누드펜션’ 일반인도 대여 가능 날짜 겹치면 자연스럽게 어울려


가장 절정을 이뤘던 시기는 지난 2005년 정도다. 당시 우리나라는 ‘누드’에 대한 관심도가 급속히 상승했다. 인터넷의 활발한 보급으로 어렵지 않게 누드를 접할 수 있었고, 이때부터 외국의 ‘자연주의자’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모임을 갖는 등의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카페는 극소수에 불과했고, ‘다음’에만 50개 이상의 관련 카페가 개설됐지만, 이 중 두 곳에서만 정기 모임이 이뤄졌다.

김 대표에 따르면 회원수 1만 명을 자랑하던 당시 최대 ‘자연주의자’ 카페는 ‘누드○○’로 성황을 이뤘다가 “순수성을 잃었다”는 이유로 내부 운영자들이 자체적으로 해체시켰다. 이와 관련 김대표는 “이후 우리 카페가 그나마 활동을 이어왔고, 펜션 설립과 함께 전용사이트 ‘알도라’를 개설, 현재 회원은 2000여 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당시 포털사이트를 장식했던 ‘자연주의자’ 카페와 동호회들은 하나둘 소멸되기 시작했다. 많은 회원층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설득력과 장소 및 경험 부족으로 자연주의자들의 최대 목표인 누드모임을 한 번도 개최해보지 못한 동호회가 대부분이고, 다년간 누드모임을 진행했다는 일부 동호회의 경우, 자연이 아닌 개인주택이나 민박, 심지어는 호텔 등에서 비밀리에 모임을 진행해 ‘자연주의자’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자연주의라는 간판을 내걸고 스와핑 및 프리섹스모임을 주관하는 행태를 일삼는 곳도 존재했다. 목적을 가지고 ‘자연주의자’를 이용한 일부 사람들 때문에 실제 ‘자연주의자’들은 함께 손가락질을 받아야만 했다. 1993년부터 ‘자연주의자’ 활동을 시작한 김 대표는 얼마 지나지 않은 1995년도부터 펜션 설립을 계획하고 자금마련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연령·직업 다양
여기가 바로 파라다이스

김 대표에 따르면 국내 자연주의자들은 한 번 모임을 가질 때마다 대한민국 팔도강산을 다 돌아야 했다. 사람들이 없는 산골짜기를 아무리 찾아 들어가도 사람들은 살기 마련이었고, 자연주의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시점에서 알몸 상태인 모습을 일반인들에게 보였다간 ‘변태 모임’으로 오해받기 십상이었다. 때문에 일반인들의 눈을 피하면서도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을 찾는 일이 무엇보다 급선무였다.

김 대표는 나홀로 발품을 팔아가며 장소 물색에 2년의 시간을 쏟아 부었다. 그 후 현재 펜션이 위치한 충북 제천의 부지를 발견하고 집을 짓는 데만 2년이 걸렸고, 펜션을 운영한 지는 올해로 3년째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자연주의자 동호회 사이트 ‘알도라’ 회원들은 펜션이 설립된 이후 걱정을 덜었다. 한 달에 1~2번 진행되는 정기모임 장소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고, 알몸으로 즐길 수 있는 수영장과 자연친화적인 재료로 지은 펜션은 이제 이들의 모임에 빠질 수 없는 ‘천국’으로 자리 잡았다.

김 대표에 따르면 ‘알도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연주의자’들은 연령층이나 직업이 매우 다양하다. 회원수는 2000여 명에 육박하지만 이 중 실제 모임에 참석하는 회원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가 공개한 실제 모임 참가자의 숫자는 생각보다 많았다. 2000명의 회원 중에 단 한번이라도 누드모임에 참석한 회원은 500여 명이고 정기적으로 모임에 참여하는 회원은 100여 명에 달한다는 것.

김 대표는 “정기모임이나 번개모임 등 ‘오프라인 모임’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이들이 진정한 ‘자연주의자’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김 대표는 가족·커플 단위의 참여를 가장 반기고 존중한다. 가족 단위의 참여를 지향하는 ‘알도라’는 싱글의 모임 참여에 제한을 두고 있다. ‘알도라’가 진행 중인 모임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먼저 ‘가족모임’은 기혼자 및 애인의 동반모임을 말하고 ‘일반모임’은 가족 및 미혼들의 남녀 혼합 모임을 뜻한다.

이 둘 중 어느 경우라도 기혼자의 혼자참여는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전체모임’은 미성년자만 아니면 누구라도 참여가 가능하고 이 경우에는 기혼자의 나홀로 참여도 가능하다. 김 대표는 “이 같은 방침은 사회 구조상 회원의 90%가 남성인 상황에서 기혼자의 홀로 참석 기회를 확대한다면 다른 목적을 가진 남성들이 접근해 동호회 전체의 뜻을 퇴색시킬 수 있기 때문에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한 달에 한 두 번 정기모임에 참석한 ‘자연주의자’들의 일상은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오랜만에 만나 서로의 일상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수영과 배드민턴 등의 운동을 즐기며 식사도 함께 한다. 일반인과 다른 점은 ‘알몸’이라는 것뿐이다. 그런가 하면 김 대표가 운영하는 펜션은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물론 우선순위는 동호회 회원들이지만 정기모임은 한 달에 1~2차례면 족하기 때문에 이 날짜만 피해 일반인들에게도 펜션을 대여해준다. 다만 ‘자연주의자’ 회원이 개인적으로 펜션을 찾을 경우, 일반인들에게 자연주의자들의 ‘탈의’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 놀라운 점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를 거부하거나 불편해 한 일반인들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펜션 사이트와 ‘알도라’ 동호회 사이트가 함께 운영되어 있어 펜션을 예약하려면 자연스럽게 이곳이 ‘자연주의자’들의 펜션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거부감 없이 이해한다는 것.

한 달에 한두 번 정기모임
수영 배드민턴 등 즐겨

심지어 지난 7월에는 일반인 손님과 동호회회원이 어울려 게임을 하다가 일반인 두 팀이 함께 완전 탈의를 하는 일도 있었다고. 아직 걸음마단계에 불과한 우리나라 ‘자연주의자’ 동호회는 사회의 조그만 편견과 눈총에도 부러지기 쉽다. 때문에 동호회 내부에서도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김 대표의 심지 있는 결단으로 펜션을 통한 일반인과 ‘자연주의자’들의 소통이 잦아지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커진다면 대한민국 ‘자연주의자’에 대한 편견은 훨씬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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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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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