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관전포인트> 영호남 적지 출마자 누구?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승부사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역주의는 우리나라 정치의 오랜 구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부산에서의 출마를 고집해 ‘바보 노무현’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나라 정치에서 지역주의의 구태는 여전하다. 과연 내년 총선에선 달라질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총선 적지 출마 예상자 명단과 당선 가능성을 분석해봤다.

지역주의는 우리나라 정치의 오랜 구태다. 이런 오랜 구태를 타파하기 위해 그동안 수많은 정치인들이 적지 출마에 도전했지만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19대 국회 들어 영남권 야권 국회의원은 문재인, 조경태 의원뿐이고, 호남권 여권 국회의원은 이정현 의원이 유일하다. 그렇다면 내년에 치러질 20대 총선에선 달라질 수 있을까?

여전한 지역주의

우선 새누리당의 텃밭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선 새정치연합 김부겸 전 의원의 활약이 눈에 띈다. 김 전 의원은 이미 지난 19대 총선에서 대구에 출마한 바 있으며 지난해 대구시장 선거에도 도전했었다. 당시 김 전 의원은 야권 인사로는 이례적으로 각각 40.4%, 40.3%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김 전 의원은 경기 군포에서 내리 3선(16∼18대)을 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지역구를 버리고 적지 한 가운데 출마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그의 노력은 최근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달 25일의 대구 매일신문 지지율 조사에선 김 전 의원이 43.9%의 지지율로 경쟁자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0.3%p 앞섰다.

오차범위 내 결과이긴 하지만 여당의 텃밭이자,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에서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주자를 상대로 얻어낸 결과라 고무적이었다. 지난달 30일 경북도민일보 후보적합도 조사에서는 김 전 의원(48%)이 김 전 지사(35.8%)를 압도했다. 만약 김 전 의원이 김 전 경기지사를 대구에서 꺾는다면 엄청난 정치적 후폭풍을 몰고 올 전망이다. 


경남 김해을에서도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경남 김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봉하마을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이곳에서 재선을 했지만 지난 19대 총선에서 김 최고위원은 새정치연합 김경수 경남도당 위원장에게 고작 5133표 차이로 승리했다. 김 위원장은 대표적인 친노 인사로 봉하마을 지킴이로 불리는 인물이다. 20대 총선에선 김 최고위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현재 김해을은 공석이 됐다. 그 자리는 천하장사 출신인 이만기 인제대 교수가 이어 받았다.

이 교수는 최근 김해을 조직위원장으로 선출된 후 지역표 다지기에 한창이다. 이 교수와 김 위원장과의 피말리는 대결이 예상된다. 이 교수가 천하장사 출신으로 인지도는 높지만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새정치연합으로서는 영남권에서 가장 해볼 만한 지역구 중 한 곳으로 꼽고 있다.

새정치연합 유일의 영남 3선 의원인 조경태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4선 고지에 오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조 의원은 부산 사하을에서 내리 3선을 했다. 이 곳 역시 여권의 텃밭이지만 새누리당으로서는 골칫거리 사고 지역이다. 안준태 당협위원장이 뇌물 비리로 재판을 받으면서 오랫동안 당협위원장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조 의원에 맞설 수 있는 새 인물 찾기에 나섰지만 경쟁력 있는 인물이 없어 골치다.

제2의 노무현·이정현 이번엔 누가 총대?
살아 돌아올까?…그래도 안전제일 분위기

새누리당은 1차 당협위원장 공모에서 경쟁력 있는 인물이 나타나지 않자 추가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조 의원의 4선 성공이 무난해 보인다. 하지만 최근 최대 변수가 나타났다. 허남식 전 부산시장의 사하을 출마설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허 전 시장은 부산시장 3선에 성공한 인물로 지역 내 인지도와 인기도가 매우 높다. 아무리 조 의원이라도 허 전 시장을 상대로는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허 전 시장은 새누리당의 출마 요청에 일단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허 전 시장이 총선 출마보다는 장관직 입각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이외에도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부산 출마 여부가 정치권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새정치연합 비례대표 중에는 홍의락 의원과 배재정 의원이 각각 대구 북을과 부산 사상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정가에선 아직까진 비례대표 의원들의 당선 가능성은 다소 낮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호남권에선 유일한 여당 국회의원인 이정현 의원의 재선 여부가 관심사다. 여권의 불모지인 호남에서 이 의원의 당선은 새누리당이 26년 만에 거둔 쾌거였다. 이 의원의 지역구인 전남 순천·곡성에서는 지난 재보선에서 이 의원에게 패했던 새정치연합 서갑원 전 의원과 비례대표 김광진 의원, 노관규 전 순천시장 등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청년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김광진 의원은 비례대표로는 이례적으로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지역구 활동을 시작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과 올 1월 각각 순천과 곡성에서 의정보고회를 열었는데 지역구 의원도 아닌 비례대표 의원이 의정보고회를 연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었다. 전남 순천·곡성이 야권의 텃밭이긴 하지만 이 의원의 아성을 깨는 것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재보선 당시 예산 폭탄을 약속했던 이 의원답게 이 의원의 당선 후 전남 순천·곡성에는 실제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지역 여론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 의원이 힘써왔던 순천만 제1호 국가정원 지정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최초 국가정원 지정에는 이 의원이 공로가 컸다는 것이 지역 내 여론이다. 새누리당도 이 의원 돕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새누리당이 순천에서 예산정책협의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새누리당 소속 국회 예결위원장까지 모두 참석해 호남의 주요 현안과 사업을 청취했다.

새누리당 현역 의원 중에는 주영순 의원이 유일하게 호남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주 의원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호남 몫 비례대표로 선출됐다. 국회 입성 후 비례대표 의원임에도 전남 무안·신안에 지역 사무실을 내고 오랫동안 지역구에서 활동해왔다. 주 의원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새누리당의 정치 실험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현재 이 지역 국회의원은 새정치연합 이윤석 의원이다.

달라질까?


서삼석 전 무안군수, 새정치연합 주태문 전남도당 사무처장 등도 이 지역에서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쳐지고 있다. 이외의 호남 지역에서도 새누리당 후보들이 출마 준비를 하고 있지만 새정치연합에 비해 눈에 띄는 후보는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전남 나주·화순에서 새정치연합 신정훈 의원과 맞붙어 새누리당 후보로는 드물게 22.2%라는 높은 득표율을 얻었던 김종우 전 나주 동강농협 조합장의 재도전이 관심 있게 지켜볼 만하다. 과연 내년에 치러질 20대 총선에서는 정치권이 지역주의라는 구태를 조금이라도 벗어버릴 수 있을까?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