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회지도층 성희롱 수위 ‘빨간불’ [천태만상]

힘 있는 그 분들… “자리가 성희롱 만든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성희롱 위험수위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나라당 정용석 의원을 시작으로 지역 군수, 호텔 사장, 초등학교 교장, 해군 대령 등의 성희롱 소식이 연일 들려오고 있다. 사회적으로 모범을 보여야할 지도층 인사들이 사회문제를 일으킬만한 추태를 보이고 있는 것.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는데 대한민국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자리가 높아질수록 언행이 가벼워지는 모양새다. 입에 올리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민망하고 낯 뜨거운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성희롱 천태만상을 취재했다.


정재계 인사는 물론 교장·대령까지 성희롱 퍼레이드
사회적 지위 올라갈수록 성희롱 해놓고 ‘자기합리화’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성희롱 추태는 정계에서 먼저 시작됐다. 40대 젊은 의원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여대생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한 것.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은 지난 7월16일 대학생들과의 토론회 뒤풀이 자리에서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여학생에게 “아나운서는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할 수 있겠느냐”면서 “청와대에 방문했을 때 대통령이 너만 쳐다보더라. 사모님만 없었으면 네 번호를 따갔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로 파문을 일으켰다.

공록 먹는 나리들 왜 이러나…

강 의원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생명을 걸고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다른 학생들의 증언으로 성희롱 발언은 사실화됐다. 엎친 데 덮친 격 한나라당 지도부마저 “강 의원의 실언은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면서 자진 탈당을 요구했고, 민주당 등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강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강 의원 스스로 탈당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어 여야는 8월2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강 의원의 징계안을 상정키로 결정했다. 징계안이 상정되면 특위는 3개월 안에 징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강 의원의 성희롱 파문이 수그러들기도 전에 민주당에서도 성희롱 의혹이 터져 나왔다. 전북 고창군 이강수 고창군수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계약직 여직원에게 “누드사진을 찍어보겠느냐?” “사진을 찍게 되면 나도 좀 보게 해 달라”는 등의 성희롱을 했다는 것.

이와 관련 이 군수는 7월28일 기자회견을 갖고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경찰로부터 혐의 없음 통보까지 받았지만 재보선과 맞물려 의혹이 증폭됐다는 주장이다.  정치인들의 성희롱은 그나마 나은 수준이다.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모 호텔 대표나 의정부 모 초등학교 교장 등은 입에 담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막말과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지난 7월22일 오후 3시30분께 서울 소공동의 ㅇ호텔 후문 앞에서 호텔 노조원 30여명이 호텔 대표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들은 ‘전직원 성희롱 심판. 최 대표 OUT’이라는 피켓을 들고 1시간가량 침묵시위를 이어갔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호텔 최모(61) 대표의 성희롱 발언은 상상 이상이다. 지난 1월 겨울방학 중 호텔 베이커리 주방에 현장실습을 나온 여대생에게 최 대표는 “그X 참 맛있게 생겼다”라고 말했고, 호텔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던 중 여직원에게는 “이런 운동을 하면 젖통이 커지냐”고 물었다.

이어 주방 직원들과의 족구대회에서는 한 여직원을 향해 “어! 이X 사복 입으니까 섹시하게 생겼네”라고 말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노조 측은 성희롱 사례를 모아 모그룹인 ㅅ그룹에 진상규명과 처벌을 요청했고, 지난 6월까지 감사를 마치고 현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그런가 하면 경기도교육청 제2청사는 상습 성희롱과 인격 모독 발언으로 해당 학교 교사들의 집단민원과 파면요구를 받은 의정부 A초등학교 교장 이모(58)씨를 직위 해제했다.

해당 초등학교 교사 28명은 지난달 중순께 이 교장이 교사들에게 상습적으로 성희롱 발언을 했다면서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진정서에 따르면 교장은 공적·사적인 자리에서 여교사들을 상대로 “예쁘다, 못생겼다, 주름이 많다, 내 스타일이 아니다” 등의 외모를 평가했고, 한 여교사에게는 “얼굴도 안 예쁜 것이 왜 경기도로 왔냐”는 등 인격 모독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또 여교사들에게 “처녀 맞느냐. 임신한 거 아니냐” “처녀성을 잃으면 예뻐진다던데” “애인이 너무 심하게 빨아줘서 이빨이 아프냐” 는 등의 성희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교장은 성희롱뿐만 아니라 막말도 수준급(?) 이었다. 녹색어머니 활동을 하는 학부모들을 가리켜 “녹색X들이 이상한 봉을 들고 돌아다닌다” “개념 없는 X” 이라고 욕설을 했고, 학교 규칙에 따라 “효도하겠습니다”라고 인사하는 학생들에게 “효도는 개뿔 쓰레기나 치워 느려터진 것아”라고 말했다.

한편, 상명하복 체계가 확실한 군대에서 해병대령이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운전병을 4차례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피해 장병은 그 충격으로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뚫린 입이라고 막말

해병대 2사단 참모장인 오모 대령은 지난 7월10일 밤 12시40분께 경기도 김포 해병대 2사단 부근과 부대 안에서 2시간 동안 네 차례에 걸쳐 자신의 운전병 이모(22) 상병을 성추행했다. 이 상병에 따르면 오 대령은 이날 부대 인근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신 뒤 사단 본부 관사로 돌아가던 중 차를 세우고 이 상병의 입을 벌리게 한 뒤 혀를 집어넣거나 바지를 벗겨 특정 부위를 만졌다. 이 상병은 “거부했지만 오 대령이 ‘명령이다, 가만히 있으라’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상병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고, 해병대는 인권위 측과 부대 감찰, 헌병 요원들과 함께 오 대령에 대한 내부 감찰을 실시, 오 대령으로부터 성추행 혐의 진술을 받아낸 뒤 7월16일 보직해임 했고, 오 대령은 같은 달 28일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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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