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공천 살생부 명단 예측

"내년 총선서 현역의원 40% 날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내년 총선을 6개월여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 벌써부터 공천 문제로 시끄럽다. 지난달 23일 사실상의 공천 살생부가 공개 됐기 때문이다. 이날 새정치연합 혁신위는 당 중진 의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며 불출마 선언 또는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게다가 아직 공개되지 않은 혁신위발 살생부에 따르면 현역 의원 중 최소 40% 이상은 물갈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당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는 지난달 23일 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만 돼도 공천 심사 때 정밀심사대상에 포함시켜 불이익을 주는 등 고강도 혁신안을 발표했다. 현재는 금고 및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된 자를 공천에서 원천배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형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 공천심사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또 혁신위는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이하 선출직평가위)를 구성하고 현역의원 중 하위 20%를 공천에서 탈락시키기로 했다. 여기에 정치신인과 여성 후보자에 대한 가점제까지 실시하면 현역 의원 물갈이 대상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물갈이 공포
절반 교체?

그런데 혁신위의 이날 발표는 그나마 무척 ‘톤다운’ 된 것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한 혁신위원은 “초안은 핵폭탄급이었다”며 “내부에서 순화하고 조절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안이 마련된 것”이라고 전했다. 때문에 당내에서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혁신위발 살생부에 따르면 현역 의원 중 최소 40%이상은 물갈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우선 정치권에선 조경태 의원의 입지가 가장 위태롭다고 입을 모은다. 혁신위는 이날 발표에서 유독 조 의원을 해당 행위자로 콕 찍어 지목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화답하듯 새정치연합 윤리심판원은 조 의원을 소환 조사키로 했다.


선거 6개월 앞두고 벌써부터 공천으로 시끌
혁신위 ‘콕 찍어’ 이름 나열…누가 명단에?

윤리심판원은 문재인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왔던 조 의원의 행동이 해당행위라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 선출직평가위는 해당행위자에 대해 공천 심사과정에서 불이익을 주기로 한 만큼 조 의원은 혁신위발 공천 물갈이의 제1 타겟이 된 모양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당내 뇌물수수로 수감된 사람도 있고 부적절한 행동으로 한 달 가까이 뉴스를 장식하는 등 온갖 잘못을 한 의원들이 수두룩한데 고작 당 대표를 비판한 조 의원이 가장 대표적인 해당행위자로 지목됐다”며 “내년 총선에서 어떻게든 조 의원을 날려버리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반면 당 윤리심판원은 동료 의원에 대한 막말 행위로 징계를 받았던 친노계 정청래 최고위원에 대해선 같은 날 사면조치를 했다.

혁신 한다더니
오락가락 기준

비노 진영의 한 관계자는 “정청래 의원은 그야말로 진짜 막말을 한 것이고 조경태 의원은 당에 대한 비판을 한 것이다. 사면을 한다면 조 의원을 사면해야지 거꾸로 됐다. 당에 대한 비판을 할 수 없다면 독재 아닌가?”라며 “새누리당은 적지에서 살아 돌아온 의원에게 큰 힘을 실어주는데 우리 당은 야권 불모지 부산에서 3선을 한 조 의원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다. 우리 당이 선거 때마다 패하는 이유가 다 있다”고 한탄했다.
 

혁신위의 살생부는 당내 중진들도 정조준하고 있다. 혁신위는 마지막 혁신안 발표에서 정세균·이해찬·문희상·김한길·안철수 의원 등 전직 대표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불출마 선언 또는 험지 출마를 요구해 파문을 일으켰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정치사에 공식적인 당내 조직이 특정 인물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불출마를 요구한 것은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의원들은 혁신위의 요구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해당 명단에 오른 중진 의원의 한 측근은 “요즘 유권자들은 과거와 달리 지역구를 옮겨 다니는 철새 정치인에 표를 주지 않는다”며 “오랫동안 해당 지역구에서 활동하며 공을 들이면 몰라도 총선 6개월 전에, 그것도 험지로 지역구를 옮기라는 요구는 결국 죽으라는 소리다. 혁신위는 친노 빼고 다 공천 학살하겠다는 것”이라고 혁신위를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 19대 총선에서 호남 중진 차출론에 의해 수도권에 출마한 호남 중진의원 중 살아남은 사람은 정세균 의원이 유일하다. 정동영, 김효석 전 의원 등 모두 쟁쟁한 인사들이 수도권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결국 낙선하고 말았다.

하지만 선출직평가위의 심사가 시작되면 중진들은 의정활동 평가 항목에서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크다. 선출직평가위는 의원들의 대표 발의법안 및 처리 건수, 의원총회·상임위·본회의 출석률 등을 통해 의정활동을 평가하기로 했다. 그런데 당내 중진들은 대체로 성실한 의정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비노학살 전주곡?
혁신? 정적제거?

일례로 6선의 이해찬 의원의 경우 본회의 출석률은 70%대에 머물고 있고 19대 국회 들어 발의한 법안은 고작 8건밖에 되지 않는다. 19대 국회의원 평균 법안발의 건수가 50건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초라한 성적이다. 게다가 그중 통과된 법안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문희상 의원도 상임위 출석률이 평균치를 밑돌고 있고 법안 대표발의 건수는 9건에 그쳤다. 정세균 의원은 대표발의한 법안이 고작 6건 뿐이었다. 또 선출직평가위는 국회의원 상호평가(80%)와 당직자 다면평가(20%)를 합산해 점수를 반영하기로 했는데 현재 당내 주류인 친노계 의원들과 친노 진영이 임명한 당직자들이 낮은 점수를 준다면 혁신위에 찍힌 인사는 누구라도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평가다. 
 

이날 언급된 중진 의원 외에도 혁신위는 박지원 의원과 이종걸 원내대표도 살생부에 이름을 올렸다는 후문이다. 혁신위 김상곤 위원장은 “하급심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후보 신청 자체를 하지 말라”고 말했는데 사실상 박 의원을 겨냥했다는 평가다. 박 의원은 저축은행 로비 사건으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는 일부 유죄를 선고 받았다. 박 의원은 비노 호남 진영의 수장격 인사다.

문 대표는 공천 원천배제 대상이 된 박 의원이 강력 반발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억울한 사람을 구제하도록 최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지만 박 의원만 공천배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

386의원도 위험
호남 중진도 위험

게다가 박 의원은 지난 18대 총선에서도 과거 불법 대북송금으로 수감됐던 전력을 이유로 공천에서 배제됐었다. 다시 비리혐의에 휘말린 박 의원을 20대 총선에서 공천할 명분이 마땅치 않다. 혁신위는 이종걸 원내대표의 험지 출마 요구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내대표 역시 문 대표와 꾸준히 각을 세워왔던 인물이다. 당내 반대로 혁신위는 이 원내대표의 험지 출마를 공식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이 원내대표의 입지는 여전히 불안하다. 당 내에서는 혁신위가 곧 이 원내대표의 서울 강남 출마를 요구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혁신위의 이날 발표에서 빠진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생) 의원들 중에서는 이인영·오영식·우상호 의원 등이 살생부에 올랐다는 후문이다. 이동학 혁신위원은 실제로 전대협 1기 의장을 지낸 이인영 의원에게 공개편지를 보내 “고 노무현 대통령은 무모해 보이는 부산 출마를 반복하며 국민의 신뢰를 얻었다. 이 의원도 당의 활로가 되어 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서울 구로갑에서 재선을 한 이 의원에게 고향인 충북 충주와 같은 약세 지역에 출마해달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공교롭게도 이 의원 역시 지난 전당대회에서 문 대표와 맞붙었던 비주류 인사다.

이외에도 당내에선 호남 지역 의원들의 위기감이 가장 심각하다. 최근 재신임 정국을 거치며 당 주류에게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긴데다 좌장격인 박지원 의원이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선거 때마다 호남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실시해왔다. 호남은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야권의 텃밭이기 때문에 호남 의원들의 기득권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지난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연합의 전신인 새천년민주당은 호남 현역의원 17명(※현재 호남 의석은 30석) 가운데 절반 이상인 10명을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현재 호남에선 3선 이상의 중진 의원들이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호남 지역 유일한 4선인 김성곤 의원과 김춘진·최규성·박지원·우윤근·주승용·강기정·김동철·박주선 의원 등 3선 의원들이 사정권이다. 이중 박주선 의원은 이미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초선 의원 중 의외의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인물도 있다. 바로 권은희(초선. 광주 광산을) 의원이다. 지난해 7·30재보선을 통해 당선된 권 의원은 현재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외압 지시 의혹을 제기했다가 위증 혐의로 고발돼 재판을 받고 있다.
 

특히 권 의원의 지역구는 원래 이용섭 전 의원의 지역구였는데 최근 이 전 의원이 문 대표와 독대를 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주시장 공천에서 탈락한 후 탈당했던 이 전 의원은 지난 4·29 광주 서구을 재보선 과정에서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 지원에 나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문 대표가 이 전 의원을 지원하고 있고 이 전 의원이 곧 복당해 광주 광산을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최근 권 의원이 문 대표에게 반기를 들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험지 출마?
죽으란 소리

권 의원은 지난 달 16일 문 대표가 공천혁신안을 당 중앙위원회에서 투표 없이 가결시키려 하자 이에 반발해 중도 퇴장했다.

이처럼 혁신위는 총선 승리를 위한 혁신의 일환으로 물갈이가 필요하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사실상 문 대표의 정적 제거작전이 아니냐는 의혹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과연 새정치연합의 공천 혁신은 성공할 수 있을까.


<mi737@ilyosisa.co.kr> 

 

['새정치 공천 살생부 공개' 관련 정정보도문]

본 신문은 지난 10월4일자 정치면 '새정치 공천 살생부 명단 예측' 제목의 기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 살생부 명단에 권은희(초선. 광주 광산을) 의원이 포함되었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위 내용은 본지의 추측성 보도로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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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