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벌어진 '안타까운 사건사고' 백태

한가위만 같아라? 누군가에겐 악몽이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끝났다. 사건·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법. 이번 연휴에도 사건과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특히 가족 간의 불화로 인한 살인, 찰나의 순간 아이를 잃는 등 안타까운 사연이 잇달았다.

 
‘더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덕담이 무색하듯 올 추석 연휴,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잇따랐다. 가족을 상대로 흉기를 휘두른 이들은 ‘취업 잔소리’ ‘재산 문제’ ‘재결합 거부’ 등을 범행 이유로 댔다. 

취업 걱정 칼부림 
재산 안줘 칼부림
 
▲취업 잔소리 아버지 흉기로 찔러 = ‘취업해라’는 아버지의 잔소리에 격분한 아들이 흉기를 휘둘러 아버지에게 중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28일 부산 사상경찰서는 존속살인미수 혐의로 한모(32)씨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씨는 지난달 27일 오후 7시50분께 부산 자신의 집에서 아버지와 말다툼을 하던 중 책상 서랍에 있던 흉기를 꺼내 아버지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한씨의 아버지는 목과 복부에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긴급 후송돼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의 아버지는 현장에 함께 있던 어머니의 신고로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지만 중태 상태다.
 

한씨는 경찰조사에서 “‘취업은 안 하고 컴퓨터 게임만 하냐’는 아버지의 잔소리에 격분에 이같은 짓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취업 문제로 부자간에 골이 깊이 패어있었다”라며 “단기 취업과 아르바이트를 반복하던 아들과 아버지가 명절에 말다툼을 벌이다 이같은 일이 일어난 것 같다”고 전했다.
 
▲“재산 안 준다” 형수·조카 위협 = 추석 당일 아침에는 재산 문제로 다투던 70대가 형수와 조카를 흉기로 찔러 다치게 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살인미수 혐의로 윤(76)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추석 당일인 지난달 27일 오전 8시께 서울 광진구 능동에 있는 형수 집에서 흉기를 휘둘러 형수, 조카 2명, 조카의 아들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씨는 27일 오전 8시께 서울 광진구에 있는 형수의 집에 재산 문제를 상의하러 찾아갔다. 그 자리에서 윤씨는 형수와 언성을 높이며 다퉜고, 이를 말리던 자신의 조카 등을 상대로 준비해 간 흉기를 휘둘렀다. 윤씨 형수와 조카 등 친척 4명이 등과 옆구리 등을 다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윤씨는 자신의 형이 숨지고 나서 혼자 지내온 형수와 재산 문제로 평소 다툼이 잦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윤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재결합 거부’ 전처 오빠 살해 = 경기 시흥경찰서는 지난달 29일 재결합을 거부하는 전 부인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 등)로 전모(45·중국)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중국동포 전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10시 30분께 경기도 시흥시 A(36·여)씨의 집에서 A씨 등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렀다. ‘전처인 A씨가 재결합을 거부한다’는 이유였다.
 
 
그의 범행에 A씨 오빠가 숨지고, A씨가 다쳤다. 전씨는 집 옥상으로 올라가 자해했으나, 곧바로 경찰에 붙잡혔다.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씨를 상대로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특히 외로운 날

쓸쓸한 자살소식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경찰과 소방대원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되는 사건도 잇따랐다. 부산에서는 자살기도 4건이 발생했으나 모두 경찰에 구조됐다. 
 
▲“내 앞에 흉기 있다”자살 기도 = 지난달 28일 부산 남구에 있는 한 원룸에서 30대 남성이 자살상담센터에 전화를 걸어 “내 앞에 흉기가 있다. 경찰에 신고하면 자살하겠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같은 날 오후 9시49분께 부산 남구 문현동의 한 원룸에서 이모(36)씨가 자살상담센터로 “내 앞에 칼과 가위가 있다. 경찰에 신고하면 할복하겠다”고 전화를 걸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주거지를 파악해 3분 뒤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을 본 이씨는 흉기로 자신의 목에 대어 휘두르고 “접근하면 죽겠다”며 격분했다. 경찰은 흉기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테이저건으로 제압하려 했으나, 부산 남부경찰서 문현지구대 소속 권모 경장이 이씨와 대화를 시도했다. 수분에 걸쳐 이씨를 설득한 끝에 흉기를 회수하고 자살 기도를 막았다.
 
▲구포대교 투신 소동 = 지난달 27일 B(38)씨가 112 신고센터에 전화해 “구포대교에서 뛰어내려 죽겠다”고 신고했다. 경찰 출동 당시 B씨는 부산 북구 구포대교 난간을 넘어서 한 손으로 난간을 잡고 있었다. 손만 놓으면 강물로 떨어질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경찰은 B씨를 진정시킨 뒤 20분 동안 설득해 인도로 넘어오게 했다. 하지만 119구급대가 도착하자 B씨는 갑자기 난간 밖으로 넘어가려했고 이 때를 놓치지 않고 경찰들이 덮쳐 B씨를 끌어내려 구조했다. 경찰은 B씨를 지구대로 데려가 가족에게 인계했다.
 
3박4일 연휴 기간 비통한 사연 잇달아
살기 힘들어 자살…비극으로 끝난 다툼
 
▲공사대금 못받아 목매 숨진 사장 =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영월읍에 건립중인 중앙시장 주상복합아파트 공사장의 하청업체 사장이 추석을 앞두고 목을 매고 숨진 채 발견됐다. 영월경찰서는 지난달 22일 오후 4시30분께 김삿갓면 대야리 옥동천변 인근 도로 야산에서 정모(51)씨가 나무에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회사 동료들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달 21일 주위와 연락을 끊고 잠적했고 회사 동료들과 지인들이 수색을 벌여 다음날인 23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회사 동료 등은 정씨가 주상복합아파트 공사장에서 철근과 골조 공사 등을 맡았으며 최근 추석을 앞두고 원청업체 등으로부터 공사대금 10억여원을 받지 못한 것을 괴로워했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씨가 ‘공사대금 일부를 받지 못한 게 아쉽다’ ‘동료들은 끝까지 공사를 포기하지 말고 공정을 마무리해 달라’고 당부한 유서를 발견, 현재 공사비 체불 여부 등 자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 외에도 추석 연휴 동안 울산 중구 한 아파트 8층에서 송모(41·여)씨가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장에서 송씨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경찰은 유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고향 내려가다

성묘 가는길에
 
▲졸음운전으로 부부 참변 = 추석을 맞아 친척집에 방문했다 귀가하던 부부가 교통사고를 당해 남편이 숨지고 아내가 다쳤다. 지난달 28일 오전 1시45분께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고은리 한 도로에서 오모(57·여)씨가 몰던 SM3 차량이 도로 옆 신호등 기둥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뒷좌석에 타고 있던 남편 정모(54)씨가 그자리에서 숨지고 오씨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들은 추석을 맞아 대전의 친척집을 방문한 뒤 귀가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졸음운전을 했다”는 오씨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도로서 가족 몰살 = ‘죽음의 고속도로’가 추석 명절에 한 가족의 행복을 앗아 갔다. 정체된 도로에서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고 달리던 운전자의 반칙 운전과 중앙분리대가 없어 맞은편 차로에 무방비로 노출된 도로 구조가 빚은 참사였다. 
 
지난달 27일 오전 11시께 경북 고령군 성산면 88고속도로 광주 방면 15km 지점에서 박모(55)씨의 오피러스 승용차가 차량 정체로 서 있던 아반떼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아반떼 차량은 맞은편 차로로 튕겨져 나가 마주 오던 승용차와 충돌한 뒤 불이 붙었다. 이 사고로 아반떼 운전자 이모(55)씨의 큰딸(22)과 아들(15)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대구와 전남 담양을 잇는 88고속도로는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아 ‘죽음의 고속도로’로 불린다. 중앙분리대가 없는 편도 1차로 도로가 전체 구간(183km)의 75%에 달해 충돌 사고에 취약하다. 급커브와 급경사 구간도 많아 베테랑 운전자도 핸들을 잡기 두려운 구간이다. 지난해 한 차로(100km 기준)당 사망자 수는 3.3명으로 전체 고속도로(1.6명)의 두 배가 넘었다.
 

할아버지가 보던 손자 참변
일가족 숨진 귀향길 참사도
 
▲전 먹다 폐로 넘어가 중태 = 80대 남성이 전을 먹다가 전이 폐에 들어가 중태에 빠졌다. 지난달 28일 오후 3시58분께 전북 전주시 덕진구 호성동의 한 아파트에서 B(81)씨가 전을 먹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B씨는 현장에 출동한 119 구조대로부터 심폐소생술을 받고 호흡과 맥박을 되찾았으나 의식은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소방당국은 A씨가 전을 먹던 중 전이 기도를 통해 폐로 들어가 심정지 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정상적인 경우라면 기도에서 음식물과 호흡이 구분돼야 하는데, 연세 때문에 기도가 제대로 닫히지 않고 음식물이 폐로 들어가면서 호흡 곤란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할아버지가 보던 영아 추락사 = 추석인 27일 고층 아파트에 사는 네 살배기 어린이가 1층으로 추락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9시 6분께 경기 성남시의 한 아파트 22층에서 C(4)군이 1층 화단으로 떨어져 병원에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경비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원이 심폐소생술(CPR)을 했지만 출혈이 너무 심해 되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한순간 부주의
가족 잃고 오열
 
C군은 곁에 있었던 할아버지(59)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방 안 베란다에 놓인 탁자를 밟고 올라갔다가 난간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할아버지와 다른 가족들을 상대로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휴 112·119 불나는 이유
“20초마다 신고 전화”
 
올 추석 연휴 기간에 20초마다 부산 119 전화벨이 울린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소방안전본부는 추석 연휴 기간 119종합작전상황실 접수된 신고 건수는 총 1만9743건으로, 20초 마다 전화벨이 울렸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이 기간에 모두 15건의 화재가 발생해 430여 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또 등산 중 실족·자살소동 등으로 64명을 구조했으며, 심정지 환자 소생 등 위급한 환자 1489명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당번 약국 안내와 의료상담 건수는 총 6310건이다. 추석 연휴 하루 평균 1262건으로, 이는 평일 230건 대비 5.5배가 증가한 것이다. 이 외에도 배수지원 등 생활 안전 284건, 화재 확인 출동 등 1410건 등 연휴기간 중 크고 작은 사건 사고에 119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때 119 신고 1만9743건
112는 연휴 첫날 가장 많아
 
추석연휴 때 접수된 112신고는 연휴 첫날 가장 많아 문단속 등 귀성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지방경찰청은 2014년 추석연휴기간(9월6∼10일) 112신고 통계를 분석한 결과 연휴 첫날 절도, 교통사고 등 사건·사고 신고가 가장 많았다고 지난달 24일 밝혔다. 작년 연휴 첫날 접수한 112신고는 총 3616건으로 9월 하루 평균 신고량인 2860건보다 26% 많았다. 신고 유형별로는 연휴기간 가정폭력 신고는 총 219건이었다. 하루 평균 44건 접수한 셈이다.  
 
특히 추석 당일과 연휴 마지막 날 가정폭력 신고는 각각 48건으로 9월 평균인 35건보다 37% 더 많았다. 절도 신고는 연휴 첫날 7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9월 평균인 49건보다 42% 많았다. 경찰은 고향으로 내려가기 전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등기나 전단지 등은 집 앞에 쌓이지 않도록 경비실이나 이웃에 부탁할 것을 당부했다.
 
반면 교통사고 신고는 추석연휴 전날 261건을 접수, 연휴기간 하루 평균 205건보다 약간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연휴 전날 본격적인 귀성 행렬이 시작돼 교통사고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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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