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41)심재수 화곡주공시범재건축주택조합 조합장

'합법과 불법 사이' 교묘히 뒷돈 챙겼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 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40조원에 이른다. <일요시사>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의 체납자를 추적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41화는 464억600만원을 체납한 화곡주공시범재건축주택조합 조합장 심재수씨다.



지난 2005년 6월 주요 일간지를 통해 서울 강서구 화곡동 주공아파트 재건축 비리 의혹이 세상에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이 무혐의 처리했던 이 사건은 서울 서초경찰서 수사팀이 새로운 비리 정황을 밝혀내면서 파문이 확대됐다.

시공사와 결탁

당시 화곡주공시범재건축주택조합(이하 재건축조합) 조합장이었던 심재수씨는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심씨는 진정서에서 "수차례 무혐의가 난 사건을 관할서가 아닌 서초경찰서가 한 것은 청탁수사"라고 주장했다. 시공을 맡은 A건설도 즉각 보도자료를 냈다. A건설은 "사업 내용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라며 "검찰과 법원을 통해 무혐의 처리된 사안"이라고 힘줘 해명했다.

앞서 심씨에게 조합비를 납부한 몇몇 조합원들은 "심씨와 A건설이 집행한 공사비 중 1200억원이 증발했다"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A건설은 "수분양자가 분양금 3830억원을 냈고, 이 중 ▲공사도급액 3210억원 ▲부가가치세 267억원 ▲재건축조합 사업비 331억원 ▲기타 선수금 22억원 등이 정상적으로 회계 처리됐다"라고 반박했다. A건설과 심씨는 의혹을 제기한 조합원들을 상대로 90억원 상당의 재산 가압류를 시도했다.

화곡주공시범아파트 재건축사업은 1993년부터 추진된 지역주민의 '숙원사업'이다. 서울시의회 산하 도시정비위원회가 작성한 회의록(1993년 10월자)을 보면 심씨 등 730명은 '고도지구 지정을 철회해 달라'라고 시에 요구했다. 고도제한 완화의 목적은 고층아파트를 짓기 위함으로 해석됐다.

1996년 9월 심씨 등은 재건축조합 설립인가를 취득했다. A건설은 시공사로 선정됐다. 재건축 조합은 1999년 11월 강서구청으로부터 재건축 사업계획승인을 받았다. 그런데 승인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2600억원으로 책정됐던 공사비는 조합원도 모르는 사이 3600억원으로 확대 편성됐다.

반면 전체 공급 가구수와 무상지분율은 떨어졌다. 무상지분율은 한마디로 수분양자가 기대할 수 있는 주택 평수다. 예를 들어 32평형 아파트 100채를 짓겠다고 했다가 28평형 아파트 70채만 짓겠다고 계획을 바꾸는 것이다. 실제 무상지분율은 117.2%에서 108.6%로 떨어졌다.


1999년 5월15일 심씨는 조합 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재건축 사업 변경안'을 표결에 부쳤다. 조합원 757명 가운데 537명이 찬성했다. 재건축 조합과 A건설은 2000년 본계약을 체결했다. 예정대로 공사는 진행됐다. 2001년 6월3일 동·호수 추첨을 위한 총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의 숨겨진 안건은 '무상지분율 감소'였다.

서울시 57억500만원 
국세청 407억100만원
화곡동 재건축 비리 연루 구속

심씨 측은 이날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에게 '사업시행 동의' 문구가 담긴 '재건축 결의문'을 배포했다. 총회장 입구에서 즉석으로 서명을 받았으며 사전 공지는 없었다. 781명의 조합원 중 764명이 총회에 참석했다. 재적 인원 78명은 서명을 거부했다. 남은 조합원(684명)은 인감을 찍어 결의문을 채택했다.

관련 민법에 따라 '서면결의'는 80% 이상의 찬성을 받았음으로 법적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이 반기를 들었다. 심씨가 조합장으로서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A건설의 편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들은 재건축 결의에 대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심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심씨의 손을 들어줬다. 2005년 4월21일 선고된 대법원 판결문(총회결의무효확인 소송)을 보면 2001년 6월3일자 서면결의는 '조합원 의사에 반해 서명·날인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없는 유효한 합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가운데 김영란 당시 대법관만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김 대법관의 의견은 "결의문에 대해 찬성·반대 의사표시를 선택할 수 없게 돼 있고, 의안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의 총회 출석권 및 발언권과 같은 권리를 박탈할 목적으로 서면결의를 시도하는 경우, 조합원 총회를 형해화시키는 경우임이 명백하여 그 서면결의가 유효하다고 인정할 수 없다"였다. 여기서 '형해화'란 형식만 남기고 실질적인 권한은 없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강서구청도 심씨 편을 들었다. 구청은 '조합원 간 해결해야 될 내부 문제'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심씨에 반기를 든 이모씨 등 일부 조합원은 "1999년 구청이 재건축을 승인할 때 관련법을 위반했다"라고 주장했다. 주장의 요지는 구청의 첫 승인 당시 조합원 757명 가운데 537명만 찬성했으므로 법적 구성요건인 '80%의 찬성'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씨 등에게 다시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해당 소송(재건축결의 가처분)에서 법원은 '1999년 표결은 무효라고 할 수 있지만 2001년 6월 총회에서 재건축과 관련해 80% 이상의 찬성이 이뤄진 것을 볼 때 새로운 결의가 유효하게 이뤄진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심씨는 검찰 수사에서도 무혐의로 풀려나는 등 모든 법망을 피해갔다. 같은 기간 심씨는 자신을 공격한 조합원들에게 손해배상각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는 차질 없이 분양을 완료했다. 심씨는 대법원에서 승소했고, 서울남부지검마저 면죄부를 내렸다. 2005년 초 서울 서초경찰서 수사팀이 인지 수사를 시작하기 전까진 '완전범죄'였다. 수사 착수 사실이 알려지자 A건설이 앞장서 방어했다. 심씨의 '화양연화'는 거기까지였다.

2005년 11월 심씨는 '서울 화곡동 재건축 비리'에 연루돼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4곳의 재건축조합, 4개 시공사, 2개 시행사, 하청업체 4곳, 감리업체 2곳의 비리를 적발했다. 100여명의 공무원이 수사대상에 올랐다.

심씨는 시공사로부터 무상지분율을 낮춰주는 대가로 함바식당 운영권을 받았다. 1억5000만원의 금품을 포함해 심씨가 챙긴 부당이득은 12억5000만원에 이르렀다. 서울시 공무원, A건설 현장소장이 줄줄이 구속됐다. 쪼개진 통장에선 수십억원의 비자금이 발견됐다.

줄줄이 구속

하지만 사라진 1000억원의 행방은 끝내 규명되지 않았다. 당시 A건설 측은 언론을 통해 "고도제한에 묶여 있던 재개발 지구의 지반을 다듬는 과정에서 추가 공사비가 쓰였다"라고 해명했다. 심씨에게 매달 지급된 수백만원의 사업비 역시 조합이 자체 결정한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증발된 돈을 포함한 조합비에는 세금이 부과됐다. 물론 A건설은 '세금 폭탄'을 피했다. 화곡주공시범재건축주택조합은 2008년 10월부터 주민세를 내지 않았다. 서울시가 과세한 세금은 57억500만원이다. 화곡주공시범재건축주택조합은 2002년부터 법인세를 체납했다. 국세청이 거둘 세금은 407억1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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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