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신문고-억울한 사람들> ⑭고 이용현씨 유가족

“대형병원 믿었다가 낭패”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을 예정입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열네 번째 이야기는 하늘로 떠나보낸 이용현씨를 대신해 세브란스병원과 싸우고 있는 유가족입니다.  

 
 
핏줄로 이어진 연결고리는 그 무엇보다 질긴 법이기에 부모님을 먼저 떠나보내는 슬픔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그나마 편히 눈을 감는 마지막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면 다행이다. 설령 임종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아쉬움에 파묻힐 필요는 없다. 정확한 사인마저 밝히지 못한 채 이별이 맞이하는 경우에 비하면 이마저도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지 모른다.  
 
과실 두고 공방
 
“억울하다. 3월에 입원해서 한 달 동안 심장내과, 외과, 가정의학과, 감염내과, 중환자실에서 마루타로만 이용당하다가 사망에 이르렀다. 유가족을 농락했다.”
 
2014년 4월 발생한 사망사고를 두고 환자의 유가족은 신촌세브란스병원과 길고 긴 진실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양측의 지리한 평행선은 아직까지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유가족은 신촌세브란스병원과의 사이가 이렇게 틀어질 것이라고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심장수술을 받고 치유됐던 전력을 감안하면 자신들에게 신촌세브란스병원은 은인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수술 이후 심장 통증을 호소했던 이씨의 아버지가 지난해 3월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재입원을 결정한 것도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병세 호전에 대한 기대도 잠시, 입원한 지 약 한 달이 지난 즈음 환자는 싸늘한 주검으로 되돌아왔다.
 
심장수술 받고 재입원…5개 진료 우왕좌왕
상태 호전 통보 후 일주일 만에 주검으로 
 
병원측에서 밝힌 사인은 ‘폐혈성 쇼크’ 및 ‘다발성 장기부전’. 환자의 병력과 치료과정을 감안하면 일정부분 납득 가능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가족은 신촌세브란스병원의 무책임한 의료행위에 대해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바쁜 직장생활로 환자를 자주 찾지 못하는 점을 악용해 병원이 환자를 여러 진료과로 돌려가면서 마루타처럼 이용했고 결국 사망했다는 게 유가족이 말하는 핵심이다. 사실상 의료사라는 것이다.
 
유가족 이경준씨는 “입원 이후 약 한 달간 환자는 심장내과, 외과, 가정의학과, 감염내과, 중환자실 등 총 5곳의 진료과를 떠돌며 병마와 싸워야 했다”며 “각 병과에서 환자몸을 빌어 이것저것 실험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겉으로 드러난 의료진 간 커뮤니케이션 부재는 유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되돌아왔다. 특히 전날 밤부터 당일 아침까지 의료진이 보여준 모습은 유가족이 환자의 사망을 병원측 과실로 바라보는 단초로 작용한다.
 

사망 전날 밤 환자의 상태가 호전돼 퇴원까지 고려할만하다는 소식을 전공의로부터 접하고 희망에 부풀었던 유가족은 반나절이 지난 다음날 아침 난 데 없이 사망에 임박했다는 병원의 급전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허겁지겁 달려온 유가족에게 의사가 건넨 말은 전공의와 전혀 달랐다. 치료에 대한 인지가 부족한 전공의를 장기간 배치해 부적절한 대응으로 일관했다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가족 이씨는 “마치 의료진 간 소통은 없고 환자를 살피는 사람마다 주관대로 진료 한 것처럼 느꼈다”며 “온몸에 멍이 번지는 증상에 대해서도 간호사는 정상, 의사는 병세 악화라고 말하는 등 소견이 제각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사망을 앞둔 시점에서 보여준 병원의 태도 역시 유가족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른 아침 전보를 받고 급하게 달려온 유가족에게 의료진은 사망할 수 있으니 준비하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할 뿐 납득할만한 소견을 묻는 유가족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마루타로 이용” vs 
“억울하면 소송”
 
결국 사망 임박 급전 일주일 뒤 이씨는 사망했고 이후 유가족은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진실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신촌세브란스병원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의학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기에 더 이상의 대답은 곤란하다는 입장과 억울하면 법정소송을 하라는 고압적인 자세 역시 변함없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의료분쟁조정신청을 했지만 신촌세브란스병원은 조정절차마저 거절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넣은 피해구제신청 역시 최근 실망스러운 결과물로 돌아왔다. 소비자원에서 의뢰한 2명의 전문의 가운데 한명은 병원측 과실이 없다는 소견을 제시했고 다른 한명은 세브란스측이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 없으나 잘못했다고 보기도 힘들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유가족이 추가적인 법적 절차를 밟을 수도 있지만 소비자원이 내린 결론에서 내용이 크게 달라지길 기대하긴 힘들어진 셈이다. 
 
고압적인 자세
 
그 사이 의료사고 진실규명 과정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을 체감한 유가족의 한숨은 커져만 가고 있다. 환자 사망 시점에서 이미 일 년 반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유가족들이 정신적 충격에서 쉽사리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씨는 “아버지가 꿈속에 나와 배고픔과 고통을 호소하는데 그때마다 가슴이 메인다”며 “어머니를 비롯한 유가족 모두 정신적 공황상태를 여전히 겪는 중”이라고 말했다. 
 
 
<기사 속 기사> 의료분쟁 중재율 
 

턱없이 낮은 의료분쟁 조정·중재율은 이전부터 논란이 된 부분이다. 통상 의료분쟁에 관한 조정 및 중재 역할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거친다. 다만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환자가 의료분쟁 조정·중재를 신청해도 의료기관이 거부할 경우 개시될 수 없다는 허점을 지니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기선 새누리당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개원 후 지금까지 의료기관의 조정·중재 참여율은 43%에 불과하다. 조정 신청 접수는 2012년 503건, 2013년 1398건, 2014년 1895건, 올해 8월말까지 1189건 등 총 4985건으로 해마다 증가추세지만 조정 개시는 2106건에 그쳤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은 조정 과정에 불참하는 비율이 65.5%, 종합병원은 61.1%. 병원급은 47.2%로 나타났다. 큰 병원일수록 의료분쟁 조정에 불참하는 비율이 높다. 
 
조정개시 불발 사유는 실제 의료기관의 참여거부 80.87%(2253건)와 무과실주장 16.87%(470건)이 97.74%를 차지했다. 반면 중재 건수는 2012년부터 2015년 8월까지 총 6건에 불과했다. 환자 권익보호를 위해서라도 조정·중재를 자동개시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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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