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김무성 대항마' 대예측

"배신의 아이콘, 무대는 절대 안 돼?"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친박계가 김무성 대항마 찾기에 나섰다?” 친박 핵심인 윤상현 청와대 정무특보가 난데없이 ‘친박 중진 대권 도전설’을 언급해 여권이 발칵 뒤집혔다. 일각에선 친박계가 사실상 ‘김무성 대권 불가론’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왔다. 하지만 현재 새누리당에는 김무성 대표 외에 눈에 띄는 대선주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친박계가 염두에 둔 김무성의 대항마는 과연 누구일까? <일요시사>가 예측해본다.

눈엣가시 같던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제거하는 데 성공한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가 이번엔 김무성 대표를 정조준하고 있는 모양새다.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는 윤상현 청와대 정무특보는 지난 15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난데없이 ‘친박 중진 대권 도전설’을 언급했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윤 정무특보는 “(언론이) 과도한 해석을 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지만 그의 발언은 여권을 발칵 뒤집어 놓기에 충분했다. 

죽어도 싫은 김무성
대항마 찾기 분주

김 대표는 한 때 박 대통령의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맡았을 정도로 박 대통령과 밀접한 사이였지만 지금은 유 전 원내대표 못지않게 박 대통령과 불편한 사이다. 김 대표가 여권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이 박 대통령과 친박계로서는 탐탁지 않을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퇴임 이후를 생각해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동안 정권이 바뀌면 전임 정권에 사정 칼날을 들이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임기 말 여권 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던 박 대통령을 대신해 당시 안철수 서울대 과학기술융합대학원장을 차기 대선주자로 밀려고 했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사사건건 대립했던 불편한 사이였다. 어찌됐든 박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됐고, 박 대통령 취임 후 이 전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기업과 정치인들은 사정 칼날에 속수무책 당하고 있다.

친박계는 지금 차기 주자 물색 중?
안대희 영입설, 제2의 문재인 될까?


최근엔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또 한 번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만약 김 대표가 차기 대권을 거머쥔다면 박 대통령과 친박계도 그런 신세를 면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김 대표의 대항마가 될 만한 인물들엔 과연 누가 있을까?
 

우선 윤 정무특보가 언급한 친박 내 중진의원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윤 정무특보는 “내년 총선으로 4선이 될 친박 의원들 중에 차기 대선에 도전할 분들이 있다”며 “영남에도 있고 충청에도 있다”고 언급했다. 윤 의원은 친박 대선주자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정우택 정무위원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두 사람 모두 현재 3선이며 내년 총선에 당선되면 4선 의원이 된다. 각각 영남과 충청 출신 정치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이 차기 대권에 도전하기에는 정치적 위상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승민 찍어내기
김무성 몰아내기

대신 정치권에서는 안대희 전 대법관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친박 중진 대권 도전설을 제기한 윤 정무특보가 최근 안 전 대법관을 만나 20대 총선 출마를 직접 권유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최근 만난 적이 없다며 해당 언론보도를 부인했지만 정치권에선 안 전 대법관의 총선 출마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안 전 대법관은 지난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정치쇄신특위원장으로 영입한 인물이다. 안 전 대법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시17회 동기다. 당시 서울대 법대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해 만 25세에 최연소 검사로 임용된 기록도 갖고 있다. 안 전 대법관은 서울고검장, 대검 중수부장을 역임하면서 불법 대선자금과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진행해 팬클럽이 생기는 등 스타검사가 됐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후 안 전 대법관을 총리로 지명하기도 했지만 안 전 대법관은 변호사 시절 고액 수임료 논란으로 총리후보직에서 자진사퇴하고 그동안 정치권과 거리를 둬왔다. 안 전 대법관은 총선 출마설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이미 정치권에선 그가 종로와 해운대 분구 중 한 곳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또 안 전 대법관은 현재 한국전력 근로자들과 퇴직자들의 통상임금 청구소송을 맡고 있는데 소송 당사자만 1만명이 넘는 사건이다. 정치권에서는 안 전 대법관이 내년 총선을 겨냥해 공익적 성격을 띠고 있는 소송을 맡아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도 최근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친박 인사들이) 차기 대선을 겨냥해 안 전 대법관 등 고위공직자 출신 친박 인사들을 전략 공천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현재 친박계에 뚜렷한 대선후보가 없는 만큼 안 전 대법관을 단기간에 차기 대선후보로 띄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전 대법관은 정치경력이 전무하다는 점과 현재 대선주자 지지율이 1%에도 못 미친다는 점, 차기 대선까지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치경력이 전무했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도 지난 19대 총선에서 당선된 후 곧바로 대선에 출마해 박 대통령과 접전을 벌이지 않았느냐”며 “문 대표도 처음엔 대선후보 지지율이 한 자릿수였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카드”라고 분석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유력한 후보군이다. 김 전 지사는 지난 대선경선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등 친박계와 친밀한 사이는 아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이자 ‘창조경제’의 설계자로 불리는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이 사실상 김 전 지사에게 자신의 지역구를 물려주기로 하면서 유력한 친박 대선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 수성갑이 지역구인 이 의원은 최근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권 핵심인사가 텃밭 지역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는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당내에서조차 “총리나 장관 입각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돌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를 사실상 김 전 지사에게 양보했다는 것이다.

경기지사를 오랫동안 지낸 만큼 김 전 지사는 원래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다. 김 전 지사는 이 의원의 권유로 대구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생뚱맞은 결정이라 친박계와 김 전 지사 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소문이 무성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의원이 갑자기 김 전 지사에게 지역구를 물려줄 이유도 없고, 그동안 수도권에서 활동하던 김 전 지사가 이 의원의 제의를 받아들일 이유도 없었다”며 “지역에서는 박 대통령이 김 전 지사를 김 대표의 대항마로 키우려 한다는 소문이 자자하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대권주자로서 충분한 경쟁력도 가지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운동권 출신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 3선 국회의원과 재선 경기지사를 지냈다. 정치와 행정경험이 모두 풍부하다. 경기지사로 재임할 때는 청렴도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던 경기도를 탈바꿈 시켜 경기도가 4년 연속 청렴도 우수기관에 선정되기도 했다.

수상한 양보
이면합의설

김 전 지사보다 더 강력한 후보도 있다. 바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다. 반 총장은 최근 성완종 전 의원 비리에 관련됐다는 의혹으로 다소 지지율이 주춤하긴 했지만 여전히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다. 반 총장은 인지도가 매우 높고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반 총장이 충청권(충북 음성) 출신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새누리당의 지지기반인 영남과 반 총장의 고향인 충청이 힘을 합치면 선거 승리 가능성은 크게 높아진다. 지난해에는 친박계가 주도하고 있는 국가경쟁력강화포럼 토론회에서 반 총장 영입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친박계 안홍준 의원은 당시 토론회에서 “당내에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는 인사가 있다면 바람직하겠지만 대안으로 반 총장을 생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서청원, 홍문종, 윤상현 의원 등 친박 핵심들이 총출동했었다. 


김문수에게 지역구 양보한 이유는?
박근혜-반기문 전승절 참석 교감설

새누리당 이상돈 전 비대위원은 최근 한 언론인터뷰에서 “반 총장이 중국 전승절에 참여한 것은 박 대통령의 요청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전 비대위원은 “반 총장이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전승절에 참여할 이유가 없었다”며 “하지만 이번 중국 전승절 행사에 서방국가 지도자가 단 한 명도 가지 않았는데 만약 유엔사무총장도 안 갔으면 박 대통령이 혼자 이상해졌을 것이다. 그래서 반 총장이 전승절에 참여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대선정국 때만 되면 나타났던 제3후보들이 번번이 실패했다는 점에서 반 총장의 대세론을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반 총장이 대선 출마설을 거듭 부인하고 있다는 점도 약점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선거를 앞두고 출마설에 손사래를 쳤던 정치인들이 한두 명이냐”며 “특히 반 총장은 현재 유엔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만큼 국내정치에 관심을 보였다가는 굉장한 비판을 받을 수 있는 특수한 사정이 있다. 현재 반 총장의 입장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황교안도 후보?
의외로 많은 후보군


한편 이외에도 정치권에서는 친박계의 차기 대권주자로 황교안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태호 최고위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황 총리와 관련해서는 박 대통령이 황 총리를 차기 주자로 테스트 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황 총리는 취임 후 대선주자급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황 총리가 취임 후 이상하리만치 자신의 이미지를 가꾸는 데 신경을 쓰고, 성과 내기에도 집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단순히 총리 업무에 대한 열의를 넘어 더 큰 그림을 준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지적이다. 물론 황 총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차기 대권 출마설을 일축했다. 과연 박 대통령과 친박계는 김 대표를 대신할 대항마 찾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여권 내 권력암투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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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