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단두대 매치' 노림수

애증의 관계…결국엔 너 죽고 나 살기?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지난 대선 때부터 애증의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또 한 번 정치생명을 건 대결을 펼치려 하고 있다. 그동안 조용한 행보를 이어오던 안 의원은 “혁신안은 실패했다”며 문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도전장을 던졌고, 문 대표는 재신임투표도 불사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두 사람의 맞대결엔 어떤 노림수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은 지난 대선 때부터 애증의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정치적 라이벌이다. 그런 두 사람이 또 한 번 정치생명을 걸고 한판 대결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7·30재보선 참패를 계기로 당대표직에서 스스로 물러나 공개활동을 자제해오던 안 의원은 “혁신안은 실패했다”며 문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내년 총선을 코앞에 둔 민감한 시점에 혁신위원회가 친노진영에 유리한 공천룰을 발표하자 비노진영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그러자 문 대표는 재신임투표라는 깜짝카드로 맞서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15일 비공개회동을 가졌지만 결국 빈손으로 끝났다. 안 의원은 혁신안을 의결할 중앙위 개최의 연기를 요구했지만 문 대표는 중앙위 개최를 강행했다. 지난 16일 새정치연합 중앙위에서는 비노진영이 퇴장한 가운데 혁신안을 투표도 없이 박수로 가결시켜버렸다.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두 사람의 맞대결엔 어떤 노림수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반혁신 혁신안
비노의 절규

두 사람의 자존심 대결이 거칠어지면서 당 안팎에선 안 의원이 탈당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탈당설에 대해 안 의원의 최측근인 새정치연합 송호창 의원은 “(안철수 의원이) 그럴 뜻이 전혀 없다고 몇 차례 공언을 했다”면서 “지금 국민이나 당원이 원하는 것은 분당이나 신당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가능성은 남아있다. 안 의원이 정치적 고비 때마다 돌발행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과거 안 의원은 갑작스런 대선 후보직 사퇴나 민주당과의 합당을 결정하면서 최측근들에게조차 그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아 논란이 됐었다.

이미 탈당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진 박주선 의원은 안 의원의 향후 행보에 대해 “당에 머물 명분과 이유가 없다”면서 “탈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됐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안철수, 문재인에 칼 겨눈 이유?
총선 앞두고 지분 챙기기 목적?

일각에선 안 의원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당 혁신안에 딴지를 걸고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대선에서 문 대표에게 후보자리를 양보한 후 좀처럼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던 안 의원은 이번 사건으로 단숨에 이슈 중심에 서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안 의원의 최측근 송호창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 의원의 최근 행보가 몸값 올리기를 위한 권력투쟁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그런 면이 있다”며 솔직히 인정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정치지도자라고 하면 당연히 권력투쟁에서 이겨야하는 거고, 그래야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며 “정치인이라고 하면 (몸값을 올리기 위한 권력투쟁은)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안 의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단숨에 문 대표와 동등한 위치에까지 올라섰다. 

권력투쟁 당연
세력 키우기


안 의원은 이번 사태를 거치며 어느새 비노의 구심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비노진영 내부에서는 오래 전부터 “우리끼리도 단합이 안 되는데 어떻게 친노의 독주를 막겠느냐”는 자조 섞인 한탄이 나왔었다.

대표적인 비노인사 김한길 전 공동대표도 “비노라는 건 특정조직이나 이해로 뭉친 계파가 아니라 친노가 아니라서 비노라 불리우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안 의원이 비노의 구심적 역할을 할 인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혁신안 중앙위 통과 과정에서 비주류 의원 12명은 성명서를 내고 “반대의견을 무조건 반혁신으로 몰아 토론을 봉쇄했다. 구태정치이자 패권의 민낯”이라며 “혁신이 유신이 됐다”고 날을 세웠다. 이외에도 많은 의원들이 중앙위 표결 직전 회의장을 빠져나왔고 문 대표를 비판했다.

만약 안 의원이 문 대표에게 반기를 들고 나선 의원들을 하나로 모을 수만 있다면 단숨에 거대 계파의 수장격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당내 취약한 정치적 기반이 가장 큰 약점이었던 안 의원으로서는 정치인생 최대의 기회를 맞게 된 셈”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느슨한 연합체였던 비노진영이 안 의원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면 친노진영에서도 더 이상 비노진영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안 의원의 행보가 결국 내년 총선에서의 지분 챙기기를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미 안 의원의 측근들은 내년 4월 총선을 위한 채비에 속속 나서고 있다. 안 의원의 몇몇 측근들은 출마지역에 벌써부터 사무실을 개소하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안 의원이 차기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당내 세력이 절실하고 이들을 반드시 원내에 진입시켜야 한다. 때문에 이번 사태를 통해 문 대표를 흔들고 총선 지분을 확보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안 의원은 문 대표에게 ‘낡은 진보 청산’ ‘당내 부패척결’ ‘새로운 인재 영입’을 제안하며 문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면 함께 노력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의원이 제시한 것들은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다. 사실상 문 대표에게 함께하자고 손을 내민 것이나 다름없다”며 “문 대표와 끝까지 각을 세우려 했다면 그런 당연한 요구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안 의원이 원하는 것이 결국 공천 지분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안 의원의 도발에 재신임카드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맞대응한 문 대표의 속내도 궁금하다. 문 대표는 비노진영의 당대표 흔들기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비노진영을 겨냥해 기득권과 공천권을 챙기기 위해 당대표를 흔들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발표하려다 철회하기도 했다. 문 대표가 내민 재신임카드는 재신임을 통해 비노진영을 아예 정리하고 가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재신임카드가 단순한 정치적 쇼는 아니었는지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민은 딴전
내부 권력투쟁

이미 친노진영에서는 당 중앙위에서 혁신안이 통과된 만큼 재신임투표를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비노진영에서도 당내 분열을 일으키는 재신임투표를 철회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도 측근 비리가 불거지자 재신임국민투표를 전격 제안했지만 여론은 국정혼란을 우려해 재신임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고 국민투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문 대표가 과거 노 전 대통령이 재신임카드로 위기를 모면했던 방법을 그대로 답습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문 대표로서는 재신임투표가 실시되더라도 얼마든지 통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일 수도 있다. 문 대표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추석 전 재신임투표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비노계의 한 인사는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해야지 현직 당대표의 재신임을 묻는 투표를 하면 웬만해선 재신임 하는 쪽으로 기울지 않겠느냐”며 “과거 아무리 지지율이 낮은 대통령도 막상 재신임을 묻는 투표를 하면 재신임 쪽으로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존재감 없어질까? 정치적 기지개
‘상극’ 안-문 격돌은 예정된 수순

문 대표가 재신임을 받지 못하면 새정치연합은 총선을 7개월 앞두고 갑작스런 지도부 공백상태를 맞게 된다. 이런 방식의 재신임투표로는 문 대표를 지지하지 않더라도 당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에 문 대표를 재신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문 대표가 여론조사뿐만 아니라 당원투표 결과에 따라서도 재신임을 받겠다고 한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당대표직에서 아예 물러나기로 결심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친노진영은 당원 투표에서 불리하고 여론조사에서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미 혁신안을 통해 친노에 유리한 공천안을 모두 통과시켜놓은 만큼 몇 달 더 당대표직을 수행한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며 “차기 총선 전망이 야권에 불리한 만큼 오히려 당대표직에서 미리 물러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문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렀다가 패하면 문 대표가 정치적으로 큰 상처를 입게 되지만 미리 당대표직을 내려놓으면 당을 위해 선당후사 했다는 명분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당대표 버리기?
난파선 탈출?

또 이 관계자는 “국회선진화법이 있는 만큼 어차피 총선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어느 한 쪽이 과반을 넘기더라도 다른 진영의 협조 없이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개헌 저지선까지 무너지는 최악의 경우도 생각해볼 수도 있지만 야권의 텃밭에서만 모두 승리해도 그 정도까지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묘한 균형 감각이 있기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 야권이 패하면 차기 대선지형은 (야권에)오히려 유리 해진다”고 지적했다. 문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조국 혁신위원도 문 대표의 백의종군을 요구하며 문 대표의 조기사퇴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꼭 둘 중 한명이 죽어야 끝나는 게임이 아니다”라며 “문 대표가 친노 측 공천권을 과감하게 양보하고 친노 중진들의 총선 불출마선언까지 이끌어 낸다면 얼마든지 비노진영과 화합이 가능하고 당 지지율도 반등시킬 수 있다.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과연 두 사람의 진짜 노림수는 무엇일까? 두 사람의 정치생명을 건 단두대 매치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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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