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④명절이 싫은 탈북자 차지성씨 망향가

“북에선 차 없어 성묘도 못갑니다”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민족 대명절이 달갑지 않은 이들이 있다. 북녘에 가족을 두고 떠난 탈북자들이다.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슬픈 현실에 추석 명절도 외롭게 보낼 탈북자들. <일요시사>가 탈북자 차지성(50·가명)씨를 만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들어봤다.

2012년 5월, 남편을 잃고 두 자녀와 함께 지내는 여동생 차미향(가명)씨에게 “남한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한 차씨는 이내 두만강을 건넌다. 탈북에 성공한 차씨는 4개월의 노력 끝에 2012년 9월 남한에 입국했다. 이후 남한에서 일해 번 돈으로 동생의 탈북을 도우려 했으나 그 또한 여의치 않았다.

60년대 멈춘 북

2005년 남편을 잃은 여동생과는 평소 살갑게 지냈다. 여느 오누이 사이에서는 볼 수 없는 끈끈한 정이 있었다. 브로커를 만나 탈북을 준비하며 내내 여동생이 마음에 걸렸지만 형편상 아내와 자녀만 동반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을 떠나기 전 여동생에게 “남한에서 만나자”고 했지만 3년째 여동생이 살아 있다는 소식만 전해들을 뿐이다.

누나가 먼저 탈북해 북한에는 동생네 가족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최근 여동생의 탈북을 다시 한 번 도우려했으나 여동생이 탈북브로커에게 거절의사를 밝혔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올 추석에도 돌아가신 부모님의 차례상을 홀로 준비할 여동생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는 차씨.

“동생이 탈북하려다 경비정에 걸려 1년간 구치소 생활을 한 적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극심한 고통을 당했던 모양입니다. 언니와 오빠가 탈북했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가혹한 처벌을 받았을지도 모르죠. 늘 미안하고 보고 싶다는 말밖에는 해줄 말이 없습니다.”


북한에서 감시대상 1호는 탈북자들의 일가친척들이다. 그래서 이들이 탈북한다는 것은 보통 각오가 아니면 이뤄질 수 없다. 차씨는 조카들 나이가 어느덧 스물예닐곱쯤 됐을 텐데, 이들에게 탈북뿐만 아니라 취업마저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을까 걱정이다. 직접 전달할 수만 있다면 ‘북한은 사람이 살만한 곳이 아니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남한에서 지내보니 더 절실히 깨닫게 된 사실이다.

“친척들뿐만 아니라 북한사람 모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에서 살길 바랍니다. 비록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에서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홀로 있을 여동생 생각에…
명절만 돌아오면 “외롭다”

차씨가 탈북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남한을 알고서다. 남한에서 북한 소식을 접하기 힘들 뿐이지, 북한에서는 전 세계의 소식을 불법 경로를 통해 쉽게 접한다. 이미 많은 북한민들이 한국드라마와 대중가요를 접하고 있다.

차씨가 드라마에서 본 남한은 가히 놀라울 정도로 발전해 있었다. 처음에는 방송에서 비춰진 모습만 좋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드라마를 접하면 접할수록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고향에서 보이던 두만강 넘어 중국 길림성 장백현의 모습은 어릴 적에 보아온 모습과는 많이 달라 있었다.

“북한은 1960년대나 지금이나 변함없어요. 미래가 불분명하죠. 나와 부인이야 어떻게든 살 테지만 점점 커가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내버려 둘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악착같이 돈을 모아서 남한에 오게 됐죠.”
 

그렇다면 차씨는 한국생활에 만족할까. 차씨는 한국 정부가 불법체류자 신세가 됐을지도 모르는 탈북자들에게 많은 지원을 해줘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차씨는 자본주의에 맞춰 나가려다 보니 경쟁에 밀리지는 않을까 두려울 때가 있곤 하다. 그래서 현실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다만 남한에 온지 만 3년째가 됐으나 아직까지도 음식이 입에 맞지 않다.


“북한이 상대적으로 못 살아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쪽 음식에는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아 자연의 맛이 느껴집니다. 남한의 음식은 단맛이 너무 강해요. 고추장만 찍어 먹어봐도 단맛이 느껴집니다.”

추석이다. 차씨는 돌아가신 부모님께 성묘는 못 가더라도 차례상은 정성스럽게 준비할 생각이다. 북한에 있을 때는 형편이 여의치 않아 차례상에 햇과일 한 번 올린 적이 없다. 추석을 앞두고 물가가 급등하기 때문에 수개월 전부터 여유가 생길 때마다 과일을 하나둘 마련했다. 대부분 냉장고가 없기 때문에 떡과 전, 육고기, 생선 정도는 추석을 며칠 남겨두지 않고 준비한다.

상상도 못한 진수성찬 제사상
처음 보는 친척들 모인 모습

“임진강에 한번 가보려고요. 가족들과 함께 북한을 바라보며 조상에 예를 갖추고 남아있는 친척들의 건강을 기원할 예정입니다.”

차씨는 남북간 추석 문화도 다르다고 했다. 남한에서는 추석 한 달 전부터 벌초를 한다. 북한에서는 바로 옆 군소재지를 가는데도 하루가 꼬박 걸리기 때문에 추석 당일에 벌초를 하고 차례를 지낸다. 남한에서는 추석이나 설이 되면 한복을 입은 남성들을 종종 눈에 띈다.

북한에서는 한복이 여성들만의 의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차씨가 남성 한복을 본 건 소싯적 이후 남한에서 처음이었다. 특히 북한은 설과 추석이 민족대명절이긴 하나 연휴 없이 당일만 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걸어서 이동이 가능한 친척들끼리만 모일 수밖에 없다. 하루 생활권이 아닌 이상 친척들 간의 왕래가 쉽지 않다.

추석문화도 다른 남북

“실제로 본 적은 없으나 남한에선 친척들 열댓 명이 한 상 앞에 앉아 추석음식을 나눠먹고 오락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부러운 문화 중 하나죠. 북한 사람들은 성묘도 각기 따로 다닙니다. 자동차가 없기 때문에 가족이 함께 산소를 간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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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