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영성을 추구하는 서양화가 박경작

'영혼의 불멸이 느껴지십니까'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오는 16일부터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 있는 갤러리도스에서 서양화가 박경작 작가의 개인전 '침묵의 회화'가 열린다. 이번 전시에 나온 23점의 작품은 박 작가의 대표작 가운데 '침묵' 연작과 '신성한 시간' 연작으로 구성됐다. 박 작가는 우리 시대의 물질적 번영과 정신적 공허로부터 벗어나 영성을 추구하는 회화에 집중해왔다.


박경작 작가의 개인전 '침묵의 회화'가 서울 갤러리도스에서 오는 16일부터 열린다. 박 작가는 '침묵의 회화'에서 도시와 자연이 혼재된 풍경과 영기(aura)라는 소재를 강렬하고 묵시적이며, 형이상학적인 방법으로 풀어냈다.

세속을 초월

그간 박 작가는 '침묵' 연작과 '신성한 시간' 연작을 통해 회화의 영성(spirituality)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이번 전시에 나온 23점의 작품은 모두 신작이며, '침묵' 또는 '신성한 시간'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박 작가는 도시와 자연이라는 대상을 빛과 어둠으로 대비된 공간으로 표현했다. 복잡한 구도와 세밀한 묘사는 지양하고, 최대한 단순하면서 직관적인 이미지를 구현했다. 스스로 영성 혹은 숭고의 미학으로 이름 붙인 풍경은 세속을 초월한 듯한 인상을 남긴다.

미술 평론가 이선영은 이번 전시에 대해 "혼돈으로부터 세계의 창조가 일어나는 순간을 재연함으로써 노회해진 시공간을 갱신하려는 제의적인 몸짓"이라고 평가했다. 또 "실재와 조우하고픈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작가는 이성을 기반으로 쌓아올린 도시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응시하고 있다. 기술과 과학은 인류를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정신적인 공허함을 수반했다. 육체적으로는 안정된 모습이지만 영적으로는 근원을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작가는 예술가의 임무가 이처럼 지친 영혼을 감동시키는 것이라고 믿는다. 인간이 상실한 영성에 관해 박 작가가 천착해 온 이유다.

물질적 번영과 정신적 공허서 벗어나
강렬하고 묵시적…형이상학적인 회화

박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예원학교와 서울예술고등학교를 거쳐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수료했다. 서울에서 활동하며, 개인전 '지금에 있다'(키미아트, 서울, 2011), 'The Sacred Time'(갤러리 그리다, 서울, 2013)을 발표했다.

전시 초기부터 빛과 어둠, 공기의 파동을 긴장감 있게 다뤄온 그는 작업의 지평을 넓히기보다는 심화하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추구했다.

그의 목표는 '영원성에 도달한 화가'가 되겠다는 것이다. 박 작가가 2013년 작성한 작업 에세이에는 "재현의 진부함을 떨쳐내고 언어에 의지하지 않으며 느낌과 감성에 닿을 수 있는 회화. 궁극적으로 영혼의 불멸에 대해 말하고 있는 회화. 내가 추구하는 회화는 바로 이것이다"라고 쓰여 있다.

영원성에 도달

칠흑 같은 마천루 사이에 어슴푸레한 서광이 비춘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연기는 신기루마냥 폐허를 감싼다. 유화물감을 희석해서 여러 번 바르는 글레이징 기법은 회화적 깊이를 만든다. 박 작가의 그림은 흡사 세기말에 다다른 것처럼 어둡지만 그 심연에 드리우고 있는 빛은 희망을 말한다. 전시는 오는 22일까지다.


<angeli@ilyosisa.co.kr>

 

[박경작 작가는?]

▲홍익대 회화과 졸업
▲개인전 키미아트, 갤러리그리다, 갤러리도스 등 3회
▲그룹전 단원전시관, 키미아트, 청주 신미술관, 스페이스K 등 다수
▲2012 아르코미술관 전문가성장프로그램 참여
▲이화재단 작품소장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