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혁신위 '비노 제거작전' 로드맵

"염불(혁신)보다 잿밥(비노 쳐내기)에만 신경?"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당내 갈등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특히 혁신위가 10차 혁신안을 통해 총선 공천 선거인단의 국민참여비율을 현행 60%에서 최대 100%로 상향하기로 하자 비노계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혁신위가 혁신안을 가장해 ‘비노 제거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들은 왜 그런 의심을 품고 있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지금까지 발표된 새정치연합의 혁신안들을 분석해봤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를 둘러싼 친노계와 비노계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혁신위는 지난 4·29재보선 참패로 비롯된 당 내홍을 수습하기 위해 출범했지만 혁신안이 발표될 때마다 당내 갈등은 오히려 증폭됐다.

혁신하랬더니
트러블메이커

특히 혁신위가 당의 혁신과는 관련 없는 제안들도 마구잡이로 쏟아내면서 월권 논란까지 불거졌다. 대표적인 비노인사인 안철수 의원은 최근 “혁신위는 실패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 같은 안 의원의 발언에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성급하고 무례한 발언”이라며 반발하면서 볼썽사나운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혁신위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자 문재인 대표는 급기야 혁신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폭탄선언까지 하고 나섰다.

이 같이 친노계와 비노계의 극한 대립을 촉발한 것은 혁신위가 지난 7일 발표한 10차 혁신안이다. 혁신위는 이날 총선 공천에 참여하는 선거인단의 국민참여 비율을 현행 60%에서 최대 100%로 상향시키는 내용의 혁신안을 발표했다.

당내 비노계 의원들은 “당원은 배제되고 고작 300명에서 1000명의 국민공천단을 선발해 후보를 뽑으면 열성 지지자를 동원할 수 있는 친노세력이 무조건 유리하다”며 “친노패권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꼼수”라고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고위 폐지로 비노 중진 무력화
현역 평가위, 비노 호남 정조준

일반적으로 경선 선거인단에서 일반 국민의 구성 비율이 높으면 친노진영이 유리하고, 권리당원 비율이 높으면 당생활을 오래 한 비노진영이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난 2·8전당대회에서 친노인사인 문재인 대표는 비노인사인 당시 박지원 후보에게 국민여론조사에서는 크게 앞섰지만 권리당원투표에서는 약간 뒤졌다. 그럼에도 혁신위가 내년 총선 공천에서 국민참여 비율을 최대 100%로 늘리기로 한 것은 노골적인 비노계 제거작전이라는 지적이다.
 

비노계의 한 인사는 “1차부터 최근 발표된 10차 혁신안까지 전부 다 문 대표와 친노계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꼼수라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며 “친노진영이 당을 혁신해야 할 혁신위를 이용해 오히려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시키려는 꼼수를 쓰는 것은 도덕적으로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비노진영에선 왜 이 같은 의심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발표 된 혁신안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공정 혁신?
비노계만 손해

혁신위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혁신위가 발표한 제1차 혁신안의 경우 ‘재보궐 원인 제공 시 해당지역 무공천’ ‘부정부패 연루로 기소 시 당직 박탈’ ‘당무감사원 설립 및 당원소환제 도입’ 등이 포함됐는데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재보궐 원인 제공시 해당지역 무공천 방침은 오는 10월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이 호남에서 패할 것을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현재 새정치연합에 대한 호남의 민심이반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10월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이 또 다시 호남에서 패한다면 당장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비노계의 공세가 본격화 될 수 있다. 이를 미리 차단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혁신위는 또 부정부패 연루로 기소 시 당직을 박탈하고 공천에서도 배제하겠다는 입장인데 공교롭게도 대표적인 비노인사인 박지원 의원과 김한길 의원이 사정권에 들어있다. 박 의원은 저축은행 비리사건과 관련해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김 의원은 새누리당 성완종 전 의원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후 발표된 2차 혁신안 역시 최고위원회와 사무총장직을 폐지하기로 해 논란을 일으켰다. 비노진영에선 최고위원을 없애면 문 대표의 권한만 더 강화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또 당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직을 없애면 당대표가 당무의 모든 권한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역의원 평가를 하게 될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구성에서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게 된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24일에는 혁신위가 난데없이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 반대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됐다. 당장 비노계는 혁신위가 혁신안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오픈프라이머리 수용 여부에까지 입장을 밝힌 것은 월권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당내 비노인사들은 오픈프라이머리를 계파갈등을 타파할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노계에서는 이 역시 혁신위가 문 대표의 공천권을 사수하기 위해 벌인 일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문 대표는 지난 2·8전당대회에서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공약했었지만 혁신위의 발표 이후 혁신위의 결론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혁신위에 힘을 실어줬다.

권역별비례대표제 도입과 의원 정수 확대를 요구한 5차 혁신안도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다. 새누리당은 의원 정수 확대 요구는 친노진영의 정치실업자 구제대책이라며 깎아 내렸고, 당내 비노인사인 조경태 의원도 “국회의원을 늘리는 것이 무슨 혁신이냐”면서 “결국 권역별로 나눠먹기를 하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비노계의 한 인사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시행하면 결과적으로 영남에 뿌리를 두고 있는 친노진영이 가장 큰 혜택을 받지 않겠냐”며 혁신위를 비판했다. 혁신위의 의원 정수 확대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문 대표조차 “지금 의원 정수 확대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선을 그었지만 조경태 의원은 의원 정수 확대와 관련해 문 대표와 혁신위의 교감설을 제기했다.

조 의원은 “문 대표가 과거에 의원 수를 400명까지 늘려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지금 혁신위의 발표가 결코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발표한 제6차 혁신안에 대해서도 비노진영의 반발이 거셌다. 혁신위는 이날 ‘새정치연합을 민생복지정당으로 만들자’는 내용의 당 정체성 관련 6차 혁신안을 발표했다. 김상곤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새정치연합의 이념은 ‘민생제일주의’이고, 당에는 ‘민생파’만 존재한다”고 선언했다. 혁신위는 이를 위해 선(先)공정조세, 후(後)공정증세를 통해 복지국가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좌클릭 유도
비노는 무시

사실상 부자 증세 후 복지 확대를 요구한 것이다. 당내에서는 왜 당 정책위에서 정해야 할 일을 혁신위가 발표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중도층을 공략해야 한다는 비노진영의 요구는 철저히 무시된 채 결국엔 좌클릭하자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쏟아졌다.

가장 큰 논란이 된 것은 혁신위가 내년 총선 때 비례대표 후보의 3분의1 이상을 민생전문가와 현장활동가로 공천해줄 것을 요구한 점이다. 혁신위는 비례대표후보 상위순번에 비정규직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를 배치해줄 것을 요구했다.
 

비노진영의 한 인사는 “과연 순수한 비정규직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가 비례대표후보로 공천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결국엔 운동권 출신이나 시민단체 사람들로 비례대표를 채우겠다는 것 아니냐? 지난 19대 총선에서도 친노계는 비례대표에 운동권 출신 인사들을 대거 공천해 정치투쟁만 일삼았다. 20대 총선에서도 그런 일이 반복된다면 전문성 있는 인사를 영입하겠다는 당초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역별비례제도는 영남 친노 유리
처음부터 끝까지 친노 위한 포석?

같은 맥락으로 내년 총선에서 국회의원 후보 중 10% 이상을 청년 후보에게 할당할 것을 제안한 7차 혁신안에 대해서도 비노진영에서는 불만을 표출했다. 한 비노계 인사는 “지난 총선 때 청년비례대표로 입성한 김광진, 장하나 의원을 보면 된다. 두 사람은 대표적인 친노 강경파 인사로 분류된다”며 “그런 사람들에게 대거 공천을 주자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혁신위가 발표한 8차 혁신안에 대해서는 ‘친노가 아닌 사람은 당을 떠나라는 최후통첩’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혁신위는 8차 혁신안을 통해 “100% 외부인사로 꾸리는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가 지지도 여론조사(35%), 의정활동, 공약이행(35%), 선거기여도(10%), 지역구활동(10%), 다면평가(10%·의원 간 상호 평가)를 통해 하위점수를 받은 의원 20%를 공천에서 탈락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조경태 의원은 “국회의원의 정치력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수치화할 수 있느냐”며 “게다가 평가위원장을 당대표가 임명하고, 점수도 공개하지 않는다고 한다. 특정 계파(친노)가 줄 세우기 등 패권정치를 하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친노의 패권주의?
비노의 피해의식?

또 이 같은 혁신안을 대입하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자치단체장이 대거 당선된 호남지역구 의원들은 공천 탈락의 우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노진영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 같은 비노진영의 문제제기에 대해 친노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비노계가 어떤 피해의식이 있는 것 아닌가? 혁신은 결국 기득권 내려놓기고 그 과정에서 비노든 친노든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런 것을 어떤 의도가 있다고 비판하는 것은 실망”이라며 “진짜 혁신을 위해서는 자신들이 다소 피해를 입더라도 양보하고 선당후사의 정신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비노진영의 한 인사는 “혁신안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전부 비노계인데 공정한 혁신이라고 할 수 없다”며 “만약 우리가 당권을 잡고 내년 총선 공천투표단 비율을 당원 100%로 하자고 해도 친노계는 아무런 불만 없이 따를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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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