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욕먹는 네티즌 속사정

악성댓글 달면 고소하고 합의금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네티즌 사이 댓글 모욕죄 고소가 만연하고 있다. 악의적인 댓글은 처벌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 중에는 불특정 다수가 ‘열이 받을’ 혹은 ‘욕을 유발 시킬?’ 목적으로 게시판에 글을 올린다. 이 글을 보고 열 받은 일부는 글쓴이를 향해 비속어가 섞인 댓글을 단다. 글쓴이가 쳐놓은 ‘떡밥’에 제대로 걸려든 것이다. 


 
지난달 한 커뮤니티에 ‘부모 중 전라도 한명만 있어도 가족은 좌좀화(빨갱이) 된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댓글을 보고 열이 받은 A씨는 ‘야이 XXXX야 경험도 없이 인터넷으로만 배워 X먹어서 일반화시키는 XX는 X맞아야 정신차리지, 너 같은 XX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러자 글쓴이는 A씨에게 ‘미안, 근대 너 고소’라고 답을 달았다. A씨는 글쓴이의 답글을 지적하며 ‘근대는 근현대사 할 때고 못 배워 X먹은 XX야’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글쓴이는 ‘용돈 감사’라고 답했다. 
 
용돈 버는 법
 
A씨는 ‘고소’라는 단어를 보고 심장이 쿵쾅쿵쾅 하기 시작했다. 놀란 가슴에 A씨는 즉시 댓글을 지우고 회원 탈퇴까지 했다. 하지만 A씨는 이미 글쓴이가 던진 떡밥에 놀아난 처지가 된 거나 마찬가지다. A씨는 “분명 욕한 것은 나도 잘못했지만, 이들은 욕먹을 짓을 자기들이 한다”며 “의도적으로 악성 댓글을 유도한 뒤 사이버모욕죄로 신고한다”고 말했다.
 
사이버모욕죄란 공연히 사람을 모욕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 모욕죄의 보호법익은 사람의 외적 명예이다. 피해자 의지에 따라 신고할 수 있다. 이 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특정성, 공연성, 모욕성 등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특정 개인을 지칭하며, 2인 이상이 인지할 수 있는 상황에서 비속어가 섞인 혹은 모멸감을 느낄만 한 글을 써야 죄가 성립된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A씨가 글쓴이에게 단 댓글은 모욕죄가 성립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글쓴이가 A씨를 고소한다면, 합의금을 요구할 것이다. 글쓴이가 ‘용돈 감사’라고 쓴 것은 합의금을 의미한다. 합의가 성립되지 않으면, A씨는 최소 30만원 이상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소수 네티즌이 모욕죄를 교묘하게 이용해 악플을 유도한 사례가 적지 않다. 한 커뮤니티에는 ‘용돈 쉽게 버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악플을 유도해 상대방에게 합의금을 타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먼저 카페 동호회나 커뮤니티에 불특정 다수에게 악플을 유도할 목적으로 글을 쓴다. 포괄적으로 다수가 거슬릴 법한 글을 쓴다. 정치적 견해, 여성비하, 지역 차별 발언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글을 상습적으로 올린 이들 사이에서는 이를 ‘어그로(Aggressive·공격적인)를 끈다’고 한다. 여기서 글쓴이는 절대 비속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 글쓴이는 의도적으로 자신의 사진이나 신상정보를 흘린다. 여기에는 SNS계정, 거주지, 얼굴, 심지어 핸드폰 전화번호까지 올린 사람도 있다. 이를 ‘떡밥을 던진다’고 말한다. 
 
글을 보고 모멸감을 느낀 불특정 다수는 글쓴이의 신상정보를 토대로 신상털기에 나선다. 심한 경우는 글쓴이의 미니홈피가 마비될 정도로 악플이 달리거나, SNS상에 신상이 털려 일파만파 퍼지기도 한다. 글쓴이가 의도한대로 던진 떡밥이 제대로 물린 거나 다름없다. 
 
글쓴이는 댓글을 살펴보며, 자신을 향한 모욕적인 댓글들을 캡처해 증거를 확보한다. 마지막으로 경찰서에서 고소장을 작성한 뒤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악플이 달린 사이트 주소 같은 증거물을 제출한다. 몇 달 뒤 악플을 단 네티즌은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 통보를 받게 된다. 
 
낚시글 쓰고 악플 유도…걸려들면 협박
모욕죄 법적조치 운운하면서 합의 요구
 

이렇게 피의자 신분이 되는 사람 대부분은 나이 어린 청소년이나 20대가 부지기수다. 겁을 집어먹을 수밖에 없다. 이들 대부분 변호사를 선임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난생 처음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글쓴이는 악플을 단 네티즌에게 합의금을 달라고 한다. 요구하는 합의금은 보통 20만∼200만원까지 다양하다. 대부분 소액이라는 게 당한 네티즌들의 전언이다. 이 때문에 네티즌들은 최대한 합의를 보려고 한다.
 
고소를 당했던 B씨는 “모욕죄로 벌금형 30만원을 받았다”며 “악성 커뮤니티 헤비유저여서 합의로 하고 싶지 않았으며, 그들의 용돈벌이가 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범죄경력조회에 범죄 사실이 남아서 합의를 볼까 고민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B씨를 고소했던 글쓴이는 이런 식으로 총 30여명의 네티즌을 고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소당한 네티즌 중 일부는 범죄경력에 남는 게 두려워 합의했다.
 
하지만 단순히 ‘용돈벌이’를 목적으로 모욕죄 고소를 남발했다가 큰코다친 네티즌도 있다. 지난해 대구에서는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허위글을 게재해 악성 댓글을 유도한 뒤 형사합의금을 내놓으라고 협박한 네티즌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여성전용 카페인 ‘여성시대’에 들어가 카페 회원인 것처럼 속여 ‘일베충인 남자친구가 나를 때리고 고양이를 발로 차서 장 파열을 시켰다’는 거짓 글을 올린 후 카페회원 34명의 악성댓글을 유도했다. 당시 피해자였던 C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그동안 이들이 의도적으로 악의적인 글을 올렸다는 것을 증명해 합의를 강요한 혐의(공갈·무고)로 역고소한 것이다. 
 
한 법률전문가는 “모욕죄는 작은 근거도 성립된다는 특성이 있다. 이로 인해 오·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모욕죄와 명예훼손 관련 고소 증가율이 해마다 20∼50%에 달한다는 게 오·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물어뜯길 바라
 
지난달 19일 대검찰청 형사사건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당국에 누적 접수된 고소 숫자는 25만871건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09년(28만483건) 이후 같은 기간 누적 건수로는 6년 만에 최대치다. 검찰 통계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0년 동안 전체 명예훼손ㆍ모욕사범은 3.8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만 놓고 보면 전체 고소 사범 중에 10% 가까이가 여기에 해당한다. 모욕죄만 놓고 보면 2004년 2225건에서 지난해 2만7945건으로 12.5배가 증가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악플 유도글 대처법 

커뮤니티나 카페에 불특정 다수에게 모멸적인 글이 올라왔을 때, 함부로 댓글로 욕설을 달아서는 안 된다. 얼굴이나 신상정보가 있다면 고소를 위한 모욕성 댓글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의심해봐야 한다. 이를 캡처해 사이버 수사대에 고발이 가능하다. 여러 사람이 신고하는 경우 효과는 더 크다. 
 
만일 댓글로 욕설을 남긴 경우 현행법상 100% 구제받기는 힘들다. 소액의 벌금형이나 초범인 경우 기소 유예는 가능하다. 일단 조사 과정에서 해당 글쓴이가 자신의 댓글을 유발한 점을 강조해야 한다. ‘모욕성 댓글을 남긴건 사실이지만 상대방으로 촉발된 우발적인 일. 앞으로 주의하겠다’는 등 취지로 반성문을 경찰서에 제출하면, 충분히 감면할 수 있다.
 

경찰관계자는 “최근 모욕죄 고소 남발로 글쓴이가 먼저 유도했다는 점이 참작되면 기소유예가 되는 게 추세다”고 말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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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