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화상' 원인과 응급치료법

우리 아이 ‘화상’ 초기 응급치료 중요해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화상’ 질환으로 인한 건강보험 지급자료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진료인원은 2009년 45만4068명에서 2014년 50만5278명으로 연평균 2.2% 증가했고, 총 진료비는 2009년 914억원에서 2014년 1265억원으로 연평균 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기심과 미숙한 판단으로 어린 환자수 높아
민간요법은 응급치료 지연의 원인이 되기도

2014년을 기준으로 연령대별 진료인원 구성비율을 보면 9세 이하가 16.9%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건강보험적용인구 10만 명당으로 보정하면, 9세 이하가 1881명으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약 2배 정도 진료인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원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화상’ 환자 중 9세 이하 어린이가 많은 이유에 대해 “어린이의 경우 피부의 두께가 성인보다 얇은 해부학적·생리학적 특성이 있다. 또한 호기심이 왕성한데 비해, 신체조절 기능이 성인에 비해 미숙하고, 판단력 및 사고 발생 시 대처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성인에 비해 사고의 위험성이 높다. 특히 보호자의 한순간의 부주의에도 쉽게 화상이 발생할 수 있다. 더불어 전통적인 식생활 문화로 인한 열탕화상과 다양한 생활의 편리를 위한 전열제품의 사용, 핵가족 및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아이를 지켜보지 못하는 환경 등이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화상을 입히는 원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9세 이하를 0세, 1~4세, 5~9세로 나누어 살펴보면, 1~4세의 비중이 67.7%(2014년)로 가장 많았다.
이와 관련하여 정 교수는 “영·유아의 경우 기거나 걷기 시작하면서 본능적으로 물건을 손으로 잡으려하기 때문에 아이가 뜨거운 것을 만지지 못하도록 미리 예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 교수는 ‘화상’의 원인, 치료법, 예방 및 관리요령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화상은 생체 특히 피부 및 피부의 부속기(손, 발톱이나 털)와 눈 등의 단백질이 열전도를 포함한 다양한 원인에 의해 변성 또는 응고되어 세포가 괴사되는 현상으로 손상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화상의 정도는 온도 등과 그 작용시간에 따라 다르지만, 국소에 생기는 변화는 다음 4단계로 구분한다. 1도 화상은 혈관마비에 의한 충혈, 2도 화상은 혈청이 충만한 화상수포의 형성, 3도 화상은 조직의 괴사, 4도 화상은 조직의 탄화이다.
일반적으로 화상은 전체표면적의 15% 이상에서 전신증상이 나타나고, 40% 이상에 이르면 생명의 위험이 있다.
화재사고나 가스 폭발 등의 불꽃에 의한 화염화상은 상처가 깊으면서 호흡기관에 손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며, 뜨거운 액체(물이나 수증기 및 식용유 및 글루건 등)에 의한 열탕화상의 경우 아동이나 노인이 주로 입게 된다. 또한 전류가 몸에 감전되면서 발생하는 전기화상은 고압전류 뿐 아니라 가정에서 사용하는 낮은 전압에서도 화상을 입을 수 있으며,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기도 한다.
이밖에 뜨거운 철판이나 냄비, 다리미, 전기장판 등에 피부가 장시간 노출되면서 발생하는 접촉화상이 있으며, 산 또는 알칼리나 일반 유기 용매제의 접촉에 의해 일어나는 화학화상도 있다. 여름에는 일광 화상이 흔하게 나타나며, 특별한 방사성물질에 노출되는 경우에도 화상이 발생할 수 있다.

어린이 환자 많아

1도 화상은 표피층만 손상된 상태로 화상을 입은 부위에 홍반이 생긴다. 이 때 약간의 통증과 부종이 생기며 이러한 증상은 약 48시간 후에 거의 없어진다.
2도 화상은 1도 화상보다 더 깊은 조직 손상을 입는 것으로 끓는 물이나 섬광, 화염, 기름 등에 의해 생기며 표피 전부와 진피의 일부를 포함하는 화상이다. 2도 화상의 대부분은 물집이 생기고, 피하조직의 부종을 동반하게 된다. 때로 심재성 2도 화상의 경우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압력만 느끼는 상태가 된다.
3도 화상은 화염, 증기, 기름, 화학물질, 고압 전기에 의해 생길 수 있다. 표피, 진피의 피부 전 층에 손상이 발생된 상태로 조직괴사가 심해 부종이 심한 편이지만 오히려 통증은 별로 없다.

화상의 단계


4도 화상의 경우는 피하지방층과 근육층 심지어 뼈까지 손상을 받게 되는 경우를 말하며, 탄화되는 경우에 해당된다.
대부분의 경우 국소적으로는 깊이에 따라 색상의 변화나 흉터와 구축 등의 운동 장애를 남길 수도 있다. 드물게 전신적인 심한 화상의 경우는 정상적인 피부를 통해 손실되는 수분 양의 약 20여배까지 수분 손실이 오기 때문에 쇼크에 빠질 수도 있으며 혈중 이온의 농도가 증가되고, 심한 경우 혈액의 점도가 증가하고, 심장 기능이 떨어져 순환혈액량을 감소시켜 콩팥 등 다른 장기의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동시에 몸에서 많은 열을 빼앗아 심한 경우 저체온증에 빠지게 된다. 또한 피부 방어막의 소실과 면역기능의 약화로 세균의 침입이 쉽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심한 경우 패혈증을 일으키기도 하고 흡입화상을 입는 환자의 경우 만성기관지염이나 기관지 협착증이 생길 수도 있다.
초기에는 화상의 피해를 최소로 줄이는 것이 중요하며 상처 회복을 촉진시키고, 통증을 줄이며 감염을 예방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반면에 후기에는 흉터, 기능장애, 구축 등의 후유증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뜨거운 물에 젖은 옷은 가위로 빨리 제거하고, 화학물질에 노출된 옷의 경우도 손상이 계속되지 않도록 제거하고, 달라붙는 옷은 씻으면서 제거한다. 멸균한 거즈에 생리식염수를 섭씨 12도 정도로 냉각시키거나 흐르는 찬물에 화상 부위를 충분히(15~20분) 식히되, 화상 부위가 넓은 경우에는 저체온증에 빠질 수 있으므로 몸 전체를 담그지는 말도록 하고, 얼음을 직접 화상 부위에 대는 것은 피부에 손상을 입힐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화상을 입고 나면 부종이 생기므로 화상 부위를 식힌 후 조이는 옷이나 장신구는 제거하여 혈액 순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소주, 치약 등의 민간요법은 화상 상처에 효과가 있다고 증명된 바가 없고, 때로는 상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며, 연고를 바르고 병원에 오게 되면 연고를 닦아 내기 위해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물이나 자극성이 적은 비누로 먼저 깨끗이 씻고 잘 건조시켜 화상 부위를 깨끗하게 하고 건조한 시트로 덮어주는 것이 좋으며 이 경우 환부에 공기가 닿으면서 생기는 통증을 줄일 수가 있다. 그러므로 깨끗한 천이나 붕대로 화상 부위를 감싼 후 병원에 방문하는 것이 좋으며, 붕대는 너무 조이지 않게 감아야 혈액순환을 유지할 수 있다. 물집은 터트리지 말고, 필요시 무균적으로 제거해야 하며, 감염에 유의하도록 한다. 통증이 심한 경우 소염 진통제를 복용해도 되며 이미 터진 수포라면 소독 후 항생제 연고를 바르는 것이 좋다.
후기 치료에는 피부의 원활한 기능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보습제를 바르도록 한다. 화상을 입은 피부는 과색소화가 생길 수 있는데, 정상 피부색이 돌아올 때까지 약 1년 정도는 SPF15 이상의 자외선차단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회복기에 활동을 많이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화상 상처 부위에 흔히 가려움증이 생기는데, 보습제를 바르거나 헐렁하고 부드러운 면 소재 옷을 입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심한 화상은 신체적인 문제 외에도 환자 본인이나 가족에게 심리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위 사람들이 적절한 정서적 지지와 적절한 정신적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올바른 응급치료

사고의 예방을 위한 노력은 아무리 주의를 해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 불을 사용할 때 부주의하지 않도록 조심하며, 아이들이 닿지 않는 높이에서 사용하고, 뜨거운 물을 다룰 때는 특히나 조심을 해야 한다. 환경적으로 주거지의 벽지, 아이들 잠옷 등은 불에 잘 타지 않는 것으로 하며, 주거지 내에서는 되도록 흡연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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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