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조기 사퇴론’ 막전막후

"침몰하는 배 버리고 선장 먼저 탈출?"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내년 총선을 치르기 전 대표직에서 조기 사퇴할 것이란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2·8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로 취임한 문 대표는 아직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정치권에서 문 대표의 조기 사퇴론이 힘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내년 총선 전 대표직에서 조기 사퇴할 것이란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비노진영에서는 지난 4·29재보선 참패 이후 문 대표의 조기 사퇴를 꾸준히 요구해왔지만 문 대표 측은 그동안 꿈쩍도 안 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친노진영에서도 ‘문 대표의 조기 사퇴도 충분히 생각해볼만한 카드’라며 인식의 변화가 감지된다는 것이다. 친노진영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결정적 이유는 현재 새정치연합의 내년 총선 전망이 매우 어둡기 때문이다.

어두운 총선전망
빨리 탈출해야?

현재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새누리당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북한 이슈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내년 총선까지 지지율 격차를 크게 좁힐 만한 마땅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당에서는 혁신위원회 활동에 큰 기대를 걸었었지만 혁신위의 혁신작업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당내에서도 거의 없다. 이미 9차 혁신안까지 발표된 상황에서 새로울 것은 없었고 당내 분란만 일으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혁신위 활동도 막바지인 만큼 내년 총선까지 몇 개월 내에 당 지지율을 반전시킬 대안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여권에 불리한 대형악재가 터지기만을 기도해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당 지지율 격차 두 배, 총선 전망 먹구름
내년 총선 패하면 문재인 정치인생도 끝

하지만 요행만 믿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이대로라면 문 대표가 당대표직을 끝까지 지키고 있어봤자 총선 패배 후 대표직에서 쫓겨나는 것은 불을 보듯 훤한 일. 그렇다면 차라리 비노진영의 요구대로 대표직에서 조기 사퇴하는 것이 문 대표 개인에게 훨씬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차기 공천 룰만 친노진영에 유리하게 확정해 놓는다면 몇 개월 더 빨리 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비노진영에선 문 대표가 사퇴하는 것이 최고의 혁신이라고 지적해온 만큼 문 대표가 사퇴한다면 당 혁신을 위해 선당후사 했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연합이 이슈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당 지지율 상승에도 큰 도움이 된다.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총선 승리를 위해 선당후사 했다는 명분을 가지고 있는 만큼 문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공고해진다. 총선에서 패해도 모든 책임은 비노진영이 떠안게 된다. 문 대표로서는 꽃놀이패를 쥐게 되는 셈이다.

혁신 위해서라면
소문 또 맞을까?

문 대표의 조기 사퇴론이 불거지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심상치 않은 야권 신당론 때문이다. 만약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 신당이 출범한다면 새정치연합으로서는 엄청난 악재다. 신당이 지지율 2~3%만 갉아먹어도 여권과 한 자리 수 접전을 벌여야 하는 수도권에서는 치명적이다.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에서 전체 300석 중 야권이 100석 건지기도 힘들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야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도 변경에 사활을 걸고 있는 숨겨진 이유이기도 하다.

한동안 잠잠했던 새정치연합의 내홍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김한길 전 대표는 문 대표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고, 박주선 의원은 진정한 혁신을 위해서는 문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며 문 대표의 사퇴를 다시 한 번 촉구하고 나섰다. 문 대표가 실제로 조기 사퇴한다면 당내 야권 신당론은 명분을 잃는다. 문 대표의 사퇴를 계기로 현재 원외에서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 등을 원내로 끌어들일 수도 있다.

현재 당 안팎에서 불거지고 있는 호남소외론도 문 대표의 조기 사퇴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문 대표를 비롯해 영남권 인사가 주류인 친노인사들이 2선으로 물러나면 호남소외론은 한풀 꺾이게 된다.
 

현재 호남의 민심이반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호남은 야권의 텃밭으로 선거 때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왔지만 지난해 7·30재보선에서는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최초로 여당 인사인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당선됐다.


지난 4·29재보선에서도 새정치연합 당 지도부가 사활을 걸었던 광주 재보선 선거에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당선됐다. 새정치연합에 대한 호남의 민심이반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호남민심의 이반은 호남의석을 잃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 4·29재보선에선 관악구을에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당선됐는데 관악구을은 호남 출신 인구 비중이 높아 수십년간 야권의 텃밭으로 분류됐던 지역이다. 이처럼 호남의  민심이반 현상은 수도권 선거에서도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호남의 민심을 얻지 않고는 차기 대선에서도 새정치연합은 결코 승리할 수 없다. 때문에 문 대표는 최근 광주와 전남, 전북을 돌면서 기자간담회를 가지는 등 호남민심 잡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비노진영에선 문 대표가 그 정도 노력으로 호남의 민심을 되돌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 대표 본인도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자신의 정치인생이 사실상 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정면승부해서는 절대로 승산이 없다”며 “이미 전체적인 유권자 성향은 보수화되어 있고, 야권의 가장 강력한 지지기반인 호남의 민심도 예전만 못하다. 게다가 야권 신당의 출현으로 내년 총선에서 야권 후보가 난립할 가능성까지 있다. 차기 총선을 이끌 책임자의 자리는 독이 든 성배다. 지금 한 발 물러서는 것은 차기 대선을 위해서도 좋다.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 봐도 문 대표의 조기 사퇴는 무조건 남는 장사”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문 대표의 조기 사퇴론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는 과거 문 대표의 부산 지역구 불출마 소문도 결과적으로는 정확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지역구도 버렸는데
그깟 대표직도?

현재의 상황은 그 당시와 매우 흡사하다. 문 대표의 지역구는 여권의 텃밭인 부산 사상구다. 문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국회의원직을 걸라는 당내 요구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다며 의원직을 끝까지 지켰다.

하지만 문 대표가 지역구 관리에 소홀하다는 지역주민들의 볼멘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지난해 8월에는 부산 거주 대학생들이 문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지역구관리를 똑바로 하라며 항의집회를 열기도 했다.

문 대표가 차기 총선에서 재선될 가능성이 낮아지자 지역에선 문 대표가 부산 사상구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실제로 문 대표는 당대표 당선 후 당을 위해 헌신하겠다며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다.
 

이에 대해 비노계에서는 “문 대표가 여권 텃밭인 부산에 불출마하는 것은 자기희생이 아니라 선거에서 패할 것을 두려워한 ‘도주’ 성격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대표적인 비노계 인사인 조경태 의원은 지금도 문 대표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부산에 출마해 당당히 재평가를 받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차라리 조기 사퇴로 혁신 명분 챙길까?
당권 버리면 총선 패해도 대선까진 직행

문 대표가 부산 사상구 출마를 포기하면서 현재 사상구는 새정치연합 비례대표인 배재정 의원이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며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 대표의 모든 정치적 일정은 차기 총선이 아니라 차기 대선에 맞춰져 있다. 차기 총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니까 빈약한 명분에도 총선 출마를 포기 하지 않았나? 당 대표직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대선행보를 방해한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내려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문 대표의 조기 사퇴까진 아니더라도 총선 패배 시 모든 책임을 혼자 져야 하는 현재의 구조는 타파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이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다. 지난 총선부터 최근 재보선까지 줄줄이 참패했고 여당과의 지지율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내년 총선에서 갑자기 기적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문 대표가 이대로 총선을 치렀다가 패하고 나면 정치적으로 재기하기 어려울 만큼 큰 상처를 입는다. 따라서 지더라도 문 대표가 받을 정치적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강구되고 있는 것이다. 대안 중 하나로 당내 대선주자급 인사들이 총출동하는 공동선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당내 모든 대선주자급 인사들이 참여해 공동선대위를 구성하면 패하더라도 문 대표의 책임은 제한적이다.

책임론 벗어나야
대권도전 가능

하지만 이 경우 문 대표가 총선 패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 전략을 쓰려 한다는 비노계의 반발이 있을 수도 있고 이슈를 주도할 만한 파괴력을 갖기에도 부족하다.

문 대표의 조기사퇴가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안철수 의원의 사례처럼 사퇴를 통한 자기희생은 오히려 중앙정치에서 소외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총선 이후 다시 대선주자급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금은 그런 꼼수에 의지할 때가 아니라 진정한 당 개혁으로 내년 총선에서의 승리만을 생각할 때라는 것이다. 총선에서 패하더라도 정공법을 통해 어느 정도 선전한다면 문 대표는 얼마든지 정치적으로 재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내년 총선을 코앞에 두고 사면초가의 상황에 처한 문 대표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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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