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조기 사퇴론’ 막전막후

"침몰하는 배 버리고 선장 먼저 탈출?"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내년 총선을 치르기 전 대표직에서 조기 사퇴할 것이란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2·8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로 취임한 문 대표는 아직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정치권에서 문 대표의 조기 사퇴론이 힘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내년 총선 전 대표직에서 조기 사퇴할 것이란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비노진영에서는 지난 4·29재보선 참패 이후 문 대표의 조기 사퇴를 꾸준히 요구해왔지만 문 대표 측은 그동안 꿈쩍도 안 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친노진영에서도 ‘문 대표의 조기 사퇴도 충분히 생각해볼만한 카드’라며 인식의 변화가 감지된다는 것이다. 친노진영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결정적 이유는 현재 새정치연합의 내년 총선 전망이 매우 어둡기 때문이다.

어두운 총선전망
빨리 탈출해야?

현재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새누리당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북한 이슈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내년 총선까지 지지율 격차를 크게 좁힐 만한 마땅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당에서는 혁신위원회 활동에 큰 기대를 걸었었지만 혁신위의 혁신작업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당내에서도 거의 없다. 이미 9차 혁신안까지 발표된 상황에서 새로울 것은 없었고 당내 분란만 일으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혁신위 활동도 막바지인 만큼 내년 총선까지 몇 개월 내에 당 지지율을 반전시킬 대안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여권에 불리한 대형악재가 터지기만을 기도해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당 지지율 격차 두 배, 총선 전망 먹구름
내년 총선 패하면 문재인 정치인생도 끝

하지만 요행만 믿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이대로라면 문 대표가 당대표직을 끝까지 지키고 있어봤자 총선 패배 후 대표직에서 쫓겨나는 것은 불을 보듯 훤한 일. 그렇다면 차라리 비노진영의 요구대로 대표직에서 조기 사퇴하는 것이 문 대표 개인에게 훨씬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차기 공천 룰만 친노진영에 유리하게 확정해 놓는다면 몇 개월 더 빨리 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비노진영에선 문 대표가 사퇴하는 것이 최고의 혁신이라고 지적해온 만큼 문 대표가 사퇴한다면 당 혁신을 위해 선당후사 했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연합이 이슈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당 지지율 상승에도 큰 도움이 된다.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총선 승리를 위해 선당후사 했다는 명분을 가지고 있는 만큼 문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공고해진다. 총선에서 패해도 모든 책임은 비노진영이 떠안게 된다. 문 대표로서는 꽃놀이패를 쥐게 되는 셈이다.

혁신 위해서라면
소문 또 맞을까?

문 대표의 조기 사퇴론이 불거지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심상치 않은 야권 신당론 때문이다. 만약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 신당이 출범한다면 새정치연합으로서는 엄청난 악재다. 신당이 지지율 2~3%만 갉아먹어도 여권과 한 자리 수 접전을 벌여야 하는 수도권에서는 치명적이다.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에서 전체 300석 중 야권이 100석 건지기도 힘들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야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도 변경에 사활을 걸고 있는 숨겨진 이유이기도 하다.

한동안 잠잠했던 새정치연합의 내홍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김한길 전 대표는 문 대표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고, 박주선 의원은 진정한 혁신을 위해서는 문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며 문 대표의 사퇴를 다시 한 번 촉구하고 나섰다. 문 대표가 실제로 조기 사퇴한다면 당내 야권 신당론은 명분을 잃는다. 문 대표의 사퇴를 계기로 현재 원외에서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 등을 원내로 끌어들일 수도 있다.

현재 당 안팎에서 불거지고 있는 호남소외론도 문 대표의 조기 사퇴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문 대표를 비롯해 영남권 인사가 주류인 친노인사들이 2선으로 물러나면 호남소외론은 한풀 꺾이게 된다.
 

현재 호남의 민심이반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호남은 야권의 텃밭으로 선거 때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왔지만 지난해 7·30재보선에서는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최초로 여당 인사인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당선됐다.


지난 4·29재보선에서도 새정치연합 당 지도부가 사활을 걸었던 광주 재보선 선거에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당선됐다. 새정치연합에 대한 호남의 민심이반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호남민심의 이반은 호남의석을 잃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 4·29재보선에선 관악구을에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당선됐는데 관악구을은 호남 출신 인구 비중이 높아 수십년간 야권의 텃밭으로 분류됐던 지역이다. 이처럼 호남의  민심이반 현상은 수도권 선거에서도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호남의 민심을 얻지 않고는 차기 대선에서도 새정치연합은 결코 승리할 수 없다. 때문에 문 대표는 최근 광주와 전남, 전북을 돌면서 기자간담회를 가지는 등 호남민심 잡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비노진영에선 문 대표가 그 정도 노력으로 호남의 민심을 되돌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 대표 본인도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자신의 정치인생이 사실상 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정면승부해서는 절대로 승산이 없다”며 “이미 전체적인 유권자 성향은 보수화되어 있고, 야권의 가장 강력한 지지기반인 호남의 민심도 예전만 못하다. 게다가 야권 신당의 출현으로 내년 총선에서 야권 후보가 난립할 가능성까지 있다. 차기 총선을 이끌 책임자의 자리는 독이 든 성배다. 지금 한 발 물러서는 것은 차기 대선을 위해서도 좋다.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 봐도 문 대표의 조기 사퇴는 무조건 남는 장사”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문 대표의 조기 사퇴론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는 과거 문 대표의 부산 지역구 불출마 소문도 결과적으로는 정확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지역구도 버렸는데
그깟 대표직도?

현재의 상황은 그 당시와 매우 흡사하다. 문 대표의 지역구는 여권의 텃밭인 부산 사상구다. 문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국회의원직을 걸라는 당내 요구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다며 의원직을 끝까지 지켰다.

하지만 문 대표가 지역구 관리에 소홀하다는 지역주민들의 볼멘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지난해 8월에는 부산 거주 대학생들이 문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지역구관리를 똑바로 하라며 항의집회를 열기도 했다.

문 대표가 차기 총선에서 재선될 가능성이 낮아지자 지역에선 문 대표가 부산 사상구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실제로 문 대표는 당대표 당선 후 당을 위해 헌신하겠다며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다.
 

이에 대해 비노계에서는 “문 대표가 여권 텃밭인 부산에 불출마하는 것은 자기희생이 아니라 선거에서 패할 것을 두려워한 ‘도주’ 성격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대표적인 비노계 인사인 조경태 의원은 지금도 문 대표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부산에 출마해 당당히 재평가를 받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차라리 조기 사퇴로 혁신 명분 챙길까?
당권 버리면 총선 패해도 대선까진 직행

문 대표가 부산 사상구 출마를 포기하면서 현재 사상구는 새정치연합 비례대표인 배재정 의원이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며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 대표의 모든 정치적 일정은 차기 총선이 아니라 차기 대선에 맞춰져 있다. 차기 총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니까 빈약한 명분에도 총선 출마를 포기 하지 않았나? 당 대표직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대선행보를 방해한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내려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문 대표의 조기 사퇴까진 아니더라도 총선 패배 시 모든 책임을 혼자 져야 하는 현재의 구조는 타파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이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다. 지난 총선부터 최근 재보선까지 줄줄이 참패했고 여당과의 지지율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내년 총선에서 갑자기 기적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문 대표가 이대로 총선을 치렀다가 패하고 나면 정치적으로 재기하기 어려울 만큼 큰 상처를 입는다. 따라서 지더라도 문 대표가 받을 정치적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강구되고 있는 것이다. 대안 중 하나로 당내 대선주자급 인사들이 총출동하는 공동선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당내 모든 대선주자급 인사들이 참여해 공동선대위를 구성하면 패하더라도 문 대표의 책임은 제한적이다.

책임론 벗어나야
대권도전 가능

하지만 이 경우 문 대표가 총선 패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 전략을 쓰려 한다는 비노계의 반발이 있을 수도 있고 이슈를 주도할 만한 파괴력을 갖기에도 부족하다.

문 대표의 조기사퇴가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안철수 의원의 사례처럼 사퇴를 통한 자기희생은 오히려 중앙정치에서 소외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총선 이후 다시 대선주자급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금은 그런 꼼수에 의지할 때가 아니라 진정한 당 개혁으로 내년 총선에서의 승리만을 생각할 때라는 것이다. 총선에서 패하더라도 정공법을 통해 어느 정도 선전한다면 문 대표는 얼마든지 정치적으로 재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내년 총선을 코앞에 두고 사면초가의 상황에 처한 문 대표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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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