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이별풍속도 복수혈전

"쿨~하지 못 해 미안해"

이별도 마음대로 못하는 세상이다. 뜨겁게 사랑했지만 둘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이별을 하는 것이 젊은 남녀의 사랑공식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발생하는 사건들을 살펴보면 이마저 쉽지 않아 보인다. 연인과의 이별 후 복수심 혹은 억울함 등으로 저질 복수를 벌이는 경우가 눈에 띄게 많아진 것.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치졸하고 옹졸한 ‘복수혈전’ 속으로 들어가 보자.

옛 애인 저질 보복에 이별하기 겁나
섹스 동영상 유포·애인 집 털기도


헤어진 전 여자친구가 새로운 남성과 교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20대 남성이 전 여친을 성매매 여성인 것처럼 매도하고,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는 등 치졸한 복수극을 벌여 징역 8월을 선고 받았다.

부산지방법원은 지난 6월15일 전 여친의 사이버 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하고 두 사람이 함께 찍었던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는 등의 혐의로 한모(29)씨에 대해 징역 8월을 선고했다.

한씨와 전 여자친구 예모씨는 한때 사랑했던 사이였지만 결국 지난해 헤어졌다. 이후 한씨는 예씨에게 새로운 남자친구 류모씨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치졸한 복수를 꿈꿨다.

추접 복수극 “못난 사람”

한씨는 가장 먼저 예씨가 가입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메일함을 수시로 확인하고 체크했다. 예씨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던 한씨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총 38회에 걸쳐 예씨의 네이버와 다음 사이트 계정에 무단으로 로그인했다.

같은 해 12월10일 한씨는 PC방에서 모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고 메일 계정을 하나 만들었다. 문제는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지 않고, 일전에 길에서 주워 소지하고 있던 조모씨의 주민등록증 정보를 이용해 사이트에 가입했다는 데 있다.

한씨가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지 않은 이유는 이후 계획한 전 여친에 대한 복수극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전 여친 예씨의 새로운 남자친구 류씨가 근무하는 회사의 공용메일 주소를 알아낸 한씨는 마치 예씨가 20만원을 받고 성을 파는 여성인 것처럼 허위 내용의 글을 작성해 전송했다.

이때마다 한씨는 꼭 PC방을 이용했다. 한씨는 해당 메일에 “아직 일합니까~ 20만원이면 바로 해주는…”이라는 내용의 글을 작성한 다음, 예씨의 얼굴이 노출된 사진을 첨부해 류씨가 근무하는 회사의 공용메일로 전송했다.

이어 몇 시간 후에는 비슷한 내용의 글과 함께 자신과 사귀던 시절 함께 찍었던 성관계 동영상을 첨부해 재차 발송했다.
전 여자친구를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예씨의 명예를 훼손하고, 음란한 영상을 배포한 것.

결국 한씨는 예씨의 고소로 법정에 서게 됐으며 재판부는 “비록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지만 이 사건 범행은 개인의 사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고 사회적 해악이 지대하다”면서 “특히 피해자는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사회적 고통을 받았음이 명백하고 잘못을 인정한다고는 하나 진정으로 뉘우치고 있는지에 대해 의심스럽다”고 실형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그런가 하면 울산에서는 이별 후 데이트 비용을 돌려줄 것을 전 여친에게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직접 전 여친의 집을 턴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어 한 20대 여성은 이별 통보 후 커플링을 가져간 남자친구를 절도죄로 경찰에 신고했다.

지난해 말 교제를 시작한 이모(29)씨와 최모(24·여)씨는 최근 성격차이를 이유로 결별했다. 지난 달 26일 두 사람은 최씨의 집에서 말싸움을 벌였고, 이씨는 말싸움 끝에 최씨에게 이별을 요구했다.

최씨 역시 별다른 미련이 없었고, 이씨는 그 길로 자신의 짐을 가지고 최씨의 집을 나섰다. 문제는 이씨가 집을 나가면서 최씨의 커플링을 함께 들고 나간 것.

이에 최씨는 수 차례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씨에게 반지를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이씨는 이를 묵살했고, 결국 최씨는 이씨를 경찰에 절도 혐의로 신고했다. 황당한 상황이지만 신고를 접수받은 경찰은 이씨를 불구속 입건 상태에서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사랑했던 사람끼리 이런 일로 경찰에 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데이트 비용 아까워

울산 울주경찰서는 더욱 황당한 사건을 접했다.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데이트 비용을 돌려받으려던 남성이 전 여친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자, 데이트 비용을 챙기려는 일념으로 전 여친의 집에 침입해 가전제품을 무단으로 들고 나왔다.

울산 울주경찰서는 지난 8일 데이트 비용을 돌려받으려고 옛 여친의 집을 턴 혐의(절도)로 이모(27)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는 같은 성씨의 한 살 연하 여자친구와 1년 정도 교제를 이어오다가 최근 성격차이를 이유로 전 여친 이씨에게 이별을 통보받았다. 이에 화가 난 남자친구 이씨는 “지금까지 내가 쓴 데이트 비용이 200만원이 넘는다”면서 이를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전 여친 이씨는 이씨의 연락을 무시했고, 결국 이씨는 전 여친을 직접 찾아갔다. 지난 달 8일 오후 3시 20분께 울주군 범서읍에 위치한 전 여친 집에 도착한 이씨는 집 안으로 몰래 들어가 작은 방에 있던 80만원 상당의 컴퓨터를 들고 나왔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씨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만 여자친구가 계속 만나주지 않아 화가 나서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의 복수극은 그나마 애교에 가깝다. 일부 남성들은 애인의 변심에 격분해 흉기를 휘두르기도 하고, 살해하려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도가 지나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다른 남자를 만난 여자친구와 그의 새로운 남자친구에게 도끼를 휘둘러 상처를 입힌 차모(44)씨에 대해 살인미수 및 방화 예비 혐의로 지난 2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부산 모 세무서에서 근무하는 6급 공무원 차씨는 여자친구 김모(29·여)씨가 최근 다른 남성과 동거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서울 광진구 자양동 김씨의 집을 찾아가 미리 준비해 간 도끼를 휘둘렀다.

차씨가 휘두른 도끼에 김씨의 새 남자친구 한모(38)씨는 이마에 상처를 입었고, 이를 말리던 김씨 역시 차씨의 도끼에 손가락이 절단될 정도의 중상을 입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차씨는 6년 간 김씨와 교제해 왔으나 올해 4월 부산으로 발령이 나자마자 김씨가 배신하자 분노를 참지 못해 일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목숨 걸고 이별해야할 판


한편, 부산에서는 애인의 변심을 견디지 못한 20대 청년이 투신자살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대구광역시 남구에 거주하는 박모(25)씨는 지난 13일 오후 5시께 홀로 부산 해운대 S호텔에 투숙해 다음날인 14일 오후 1시께 이 호텔 22층에서 투신했다. 박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오전 11시20분부터 대치하다가 오후 1시께 뛰어내렸으며 투신 당시 4층에 위치한 수영장에 빠져 곧바로 해운대백병원으로 이송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결국 숨졌다.

박씨가 투숙한 방에서는 “며칠 전 헤어진 여자친구 때문에 자살한다”는 유서가 발견됐으며, 경찰은 인터넷 자살 사이트에 접속한 기록도 발견된 정황상 충동 자살은 아닌 것으로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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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