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메카' 강남매매단지 내홍 전모

출구 없는 치킨게임…검찰 개입 부르나

[일요시사 경제팀] 이창근 기자 = 장안동과 더불어 중고차 거래의 메카로 불리던 율현동 강남자동차매매단지의 몰락이 예사롭지 않다. 월 5000대에 육박하던 중고차 거래가 내리막을 걷더니 최근에는 1300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창가를 연상시키는 길거리 호객행위와 소비자를 기만하는 허위매물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분노가 입소문을 타면서 손님들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단지 내 사업자들 사이에 “이러다 망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오가고 있지만 매매단지 부흥을 위한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실 강남자동차매매단지(이하 강남단지)의 몰락에는 몇 년째 치르고 있는 내홍 탓이 크다. 단지 내 구분소유권자, 임대사업자, 관리단 사이의 갈등이다. 구분소유권자는 2001년 강남단지가 세워지면서 상가를 분양받은 사람들이고, 이 소유권자들이 단지 내 시설 및 부지관리를 위해 임명한 조직이 관리단이다. 그리고 분양받은 소유권자의 상가를 임대해 중고차매매 사업을 하는 이들이 임대사업자다. 현재 강남단지에는 활동하는 70개 상사 중 대부분이 임대사업자다. 
 
고소고발 얼룩
양측 최후 통첩
 
현재 강남단지의 내홍은 임대사업자와 관리단 사이에서 첨예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내홍의 유탄을 구분소유권자들도 함께 맞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월7일, 강남단지 내 활동 중인 70개 상사 중 56개 상사의 모임인 ‘서울시자동차매매사업조합 강남지부(지부장 이기홍)’는 이사회 결의사항을 개별 소유권자들에게 발송했다. 핵심내용은 두 가지. 첫째는 지금의 관리단은 업무에 부적합한 이들로 각종 비리가 자행되고 있으니 임명권을 가진 구분소유권자들이 현 관리인의 해임 또는 직무정지가처분을 결의해달라는 것이다. 둘째는 현 관리인에 대한 시정조치가 11월까지 이행되지 않으면 이후 관리비 및 임대료 납부를 단체로 거부하겠다는 것. 
 

“지금처럼 강남단지가 운영되어서는 상인이나 고객은 물론 구분소유권자들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비리와 부정부패로 얼룩진 관리단을 바로잡아야 강남단지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참을 만큼 참았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관리단에 대해 삭발투쟁을 선언한 이기홍 지부장(61)은 “강남지부 조합원들의 이번 결정이 결코 장난이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다. 분양받은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관리단의 횡포 속에 사업을 꾸려나가야 하는 임대사업자 입장에서는 더 이상 관리단의 전횡을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지부장은 “강남단지의 부흥을 꾀해야 할 관리단이 각종 비리를 저지르는 것도 모자라 입주상인들을 갈취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리단과 관리단장이 자행하는 비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도대체 강남단지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 지부장은 속칭 ‘뻥카’라고 불리는 허위매물은 강남단지에서 절대 벌어지지 않아야 할 악덕상술인데 관리단장이 운영하는 매매상사가 앞장서서 허위매물 작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단속해야 할 관리단장부터 허위매물로 장난을 치고 있으니 ‘뻥카’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정상적으로 사업하는 사람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결국 새로 관리단장이 선출되어야 허위매물이 사라질 것이란 논리다.
  
이에 대해 관리단의 김용선 단장(57세)은 “일부 세력의 음해”라는 입장이다. “내가 운영하는 상사는 사무실만 컸지 직원이 거의 없는데 무슨 허위매물을 하겠냐”며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상인들은 김단장의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상적인 매매상가는 직원들이 상시로 근무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허위매물은 다른 상사가 잡아놓은 매물정보를 베껴서 작업하는 것이기 때문에 순진한 고객이 걸려들었을 때만 숨어있던 직원이 등장한다는 것. 사람은 없고 책상만 빼곡한 사무실 자체가 허위매물의 증거라는 논리다. 단지 내 상인 최 모씨는 “내 물건 가지고 지들이 마진 붙여 팔아먹은 것이 한 두 번이 아닌데 무슨 소린가. 이 단지에서 거기(관리단장 운영상사)에 작업당한 상인들이 수두룩한데 변명도 참…”이라며 혀를 찼다.
 
주자장을 둘러싼 잡음도 크다. 중고차매매단지의 속성상 개별 사업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주차공간이다. 현재 강남단지 내 공유공간들은 관리단이 줄을 그어 확보한 주차장이 곳곳에 위치하고 있다. 화단 앞은 물론 공용도로, 장애인전용 주차장도 일반 주차공간으로 변한 상태다. 건물 A동과 B동을 연결하는 지하통로는 물론이고 소방도로까지 주차장이 되었다. 자칫 불이라도 나면 엄청난 재산손실과 인명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강남지부 상인들이 ‘갈취’라는 단어를 써가며 지적하는 곳이 지하주차장이다. 매매단지 지하주차장은 입주식당이나 부대시설 임차인에게 당연히 제공되는 곳인데 관리단이 임의로 주차비를 부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파트 세입자에게 주차비를 별도로 받는다면 어느 누가 납득하겠느냐는 반문이다. 
 

아파트 주민에 
주차비 받는 꼴
 
관리단장은 “이전 관리단장 때부터 일부 힘 있는 사람들이 쓰던 곳을 정비한 것”이라고 했지만 상인들은 “공용부지와 지하의 법정주차장에 주차비를 부과한 것은 김단장 취임 이후”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확보된 주차비의 사용처를 둘러싼 잡음이 더 크다. 관리단이 2015년 3월 정기총회에서 보고한 문건에 명시된 주차비 수입은 년간 2억원 규모. 관리단은 이 주차비 수입을 주차관련 지출과 관리단의 공적업무 수행을 위한 차용금으로 집행했다는 입장인 반면 상인들은 주차비를 관리단 수뇌부가 착복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년간 2억원의 주차비를 추가로 거뒀으면 영업환경이 좋아지던지 다소라도 관리비가 내려가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상인들 틈에서 “매월 걷는 주차비 2000만원 중에 술 마시고 노름하는 데 없앤 돈이 상당부분일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관리단장은 “수년간 관리단이 엉터리로 운영되면서 적자가 발생했고, 전기세 같은 시급한 비용을 우선적으로 지급하기 위해 차용한 것일 뿐 횡령은 없었다. 수사를 받아야 한다면 받겠다”며 펄쩍 뛰고 있다. 한편, 강남단지 내 상가번영회 입장은 관리단의 주차비 징수와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쪽이었다.


   
번영회장 전희광(49) 씨는 “입주상인들에게 주차비를 부과할 때는 마땅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관리단이 임의로 과금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관리단이 상인들이 내는 주차비에 대해 세금계산서 한 장 발행해주지 않은 것은 관리단 스스로 탈세를 하고 있다는 것과 같고, 주차비를 어디에 썼는지 명확한 사용처를 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상인들로부터 횡령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작년에 시행된 매매단지 LED조명공사 건은 현 관리단이 불신 받는 큰 배경이 되고 있다. 상당수 상인들은 LED공사에 대해 “돈은 지들이 빼먹고, 공사비는 우리한테 나눠 내라고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조명공사 착공 전 회자되던 ‘공사비 리베이트 수수의혹’이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당시 회자되던 소문은 심각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LED조명업체의 백모씨가 “공사비 3억5000만원에 리베이트 20%”를 제의했는데, 이를 관리단장이 5억8000만원으로 부풀린 후 차액과 리베이트를 나눠가졌다는 것. 이 소문에 당시의 상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들었다는 상인들이 나타나면서 소문이 확산된 바 있다. 물론 관리단장 측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고 나선 상태다. 모함도 너무 질이 나쁜 모함이라는 것. 
“5개 업체로부터 제안서를 받았고 운영위원들과 함께 개봉해서 검토한 후 결정했다. 국내 10위권 업체를 선정했고, 하자보증까지 확보한 공사다. 리베이트 같은 것은 없었다.”
 
월 5000대서 1300대로 거래 내리막
호객·허위매물에 손님 급격히 줄어
 
김 관리단장은 이미 구분소유권자들은 물론 입주상인들에게도 충분히 해명한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관리단장의 해명이 입주상인들에게 충분히 전달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형광등이었을 때보다 더 어둡다. 전기세 절감분으로 공사비를 충당하겠다더니 매월 전기세 외에 LED 전기공사비를 따로 걷는 것은 뭔가? 전기세는 예전보다 돈 1만원도 안 줄었는데 공사비 명목으로 매달 7만∼9만원 정도 애먼 지출만 더 생겼다. 이상한 공사다.” 
 
입주 상인의 말이다. 또 다른 상인은 “아는 조명업자 불러서 견적 내보니 2억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다. 관리단 내 직원말로는 백 이사란 사람이 인증도 없는 중국산 제품을 사람 사서 공사한 것이라고 증언했다”고 덧붙였다. 직접 공사업체 관계자에게 확인해보니 업체는 “정품으로 직접 공사를 했고, 하자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답변해왔다. 상인들이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이다.
 
LED조명 공사 
사기의혹 제기
 
그러나 업체 관계자의 답변에도 불구하고 현재 강남단지 사업자들 사이에 “사기 공사의 증거가 확보됐다”는 말이 돌고 있다. 한 사업자가 직접 한국전력을 방문, 강남단지의 전기세 내역을 확인해보니 월 3000만원 수준이던 전기세가 공사 이후 100만원 정도 밖에 절감되지 않았다는 것.
 
이는 공사 전 관리단이 전기세가 매년 50% 절감될 것이고, 그 절감분으로 공사비를 상환하다는 말 자체가 거짓이거나 공사업체가 하지도 않은 공사를 했다고 세금계산서를 끊어 준 반증이라는 견해다. 상인들은 관리단을 수서경찰서에 고발했고 현재 수사가 진행되는 중이다. 관리단장과 시공업체의 해명으로 의혹이 사라져야 하는데 현실은 불신과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상가 관계자들은 “관리단이 상인들에게 불신 받는 것은 일정 부분 관리단이 자초한 바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그 동안 관리단이 시행했다는 각종 공사에 대한 견적서나 시방서 같은 근거서류 열람을 요청할 때마다 매번 외면 받았다는 것이다. 강남지부 이정기 지부장의 말이다. 
 
“관리단이 서류작업은 잘한다. 각종 공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무슨 회의록 같은 것을 근거서류라고 내놓는다. 그런데 견적서나 시방서, 세금계산서 같은 자료는 왜 못 내놓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배전반 공사는 3000만원이 들었다는데 서류상으로만 공사했고 실제 공사는 하지도 않았다. 매번 이런 식이었다.”
이밖에도 관리단장이 운영하는 상가가 부담할 관리비 3억원을 전산조작으로 완납 처리했다는 의혹과 신차전시장을 불법으로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부분, 2014년 관리단장 선출 당시 부정투표가 있었다는 부분 등등 각종 의혹이 끝없이 제기되고 있다. 


   
김 관리단장은 단지 내 사업자들의 불신에 대해 “일부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음해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수차례에 걸쳐 구분소유권자나 상인들에게 관리단 사무실에 자료가 있으니 언제든지 와서 보라고 했지만 직접 찾아온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비용은 세무사가 전부 회계처리를 하고 감사로부터 감사도 받는데 하지도 않은 공사를 했다고 할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되물었다. 한쪽에서는 “모든 것들이 불투명하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불순한 의도로 트집을 잡는 것”이라며 대치중인 상태다. 
 
임대사업자 “핍박, 참을 만큼 참았다!”
관리단 “열심히 하는 데도 딴죽 거나?”
 
금년 6월로 예정됐던 정기총회가 두 달 이상 연기되는 것도 또 다른 갈등 요소가 되고 있다. 일전불사를 외치는 강남지부 소속 상인들은 “현 관리단장이 의도적으로 정기총회를 미루고 있다”며 날을 세우고 있고, 관리단장 또한 “메르스 여파로 총회가 연기됐을 뿐 조만간 일정을 잡을 것”이라며 응수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임대사업자 연명으로 소유권자들에게 관리단 해임을 요구하는 통첩까지 보낸 이상 쉽사리 봉합될 것 같지 않다.
 
임대사업자를 대변하는 이 지부장은 “나이 육십에 머리까지 밀고 나설 때는 개인적인 이익보다 매매단지를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손님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중고차 메카로 거듭나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망한다. 반드시 정상적이고 투명한 관리단을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반면 김 관리단장은 열심히 하는 데도 상인들이 알아주지 않는 것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상인들의 무조건적인 반발은 누군가의 영향력이 작용한 여파로 판단하는 눈치다. 
 
“나보다 앞서 9년 동안 관리단장을 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 때문에 관리단의 재정과 체계가 엉망이 됐다. 외부회계감사 결과 큰 액수가 비어서 고소고발까지 한 상태다. 강남단지를 개혁하는 것이 불편한 사람들을 누군가 배후조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관리단을 둘러싼 잡음은 향후 개최될 정기총회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위임장 확보전’ 조짐도 보인다. 임대사업자는 투표권이 없기 때문에 결국 구분소유권자들의 위임장을 받아 총회에 참석하겠다는 생각이고, 투표권이 있는 현 관리단장 측은 전체 구분소유권자 중 우호세력을 결집하는 데 주력하는 움직임이다. 

“정기총회서 보자” 
서로 물밑작업 중 
 
한편, 세력결집을 위한 양측의 물밑작업에 의외의 변수가 부상하고 있다. 현 관리단과 예전 관리단장, 현 관리단장과 입주상인 간에 제기된 각종 고소고발 사건과 진정, 투서 등에 따른 잡음이 외부로 퍼지면서 급기야 검찰수사가 착수된 것이다. “참을 만큼 참았다”는 입주상인과 “열심히 하는데 무슨 트집이냐”는 관리단 사이의 갈등은 당사자들의 노력이 아닌 수사기관의 조사와 판단에 따라 향후 행보가 결정될 전망이다.
 

<manchoice@ilyosi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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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