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사건 X파일>

40대 동성애자, 남탕서 몰카 찍다 ‘덜미’
자위용 촬영 “남자 몸 보면 흥분돼요”

대중목욕탕에서 다른 남성의 나체사진을 촬영한 40대 남성이 붙잡히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부산 영도경찰서는 지난 5일 남성 나체사진을 촬영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이모(41)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는 지난 6월5일 오전 7시20분께 영도구 동삼동의 한 대중목욕탕에서 목욕중인 김모(26)씨의 나체를 촬영했고, 이어 지난 4일 오전 9시30분께 같은 장소에서 40대 남성의 나체를 촬영하다 현장에서 발각, 경찰에 넘겨졌다.

이씨는 20대에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알았다. 여성보다 남성에게 성적 매력을 느꼈고, 남성과의 교제도 몇 번 있었다. 올해 1월 이씨는 목욕탕 몰카를 위해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했고, 들키지 않기 위해 목욕 가방에 카메라 렌즈 크기의 구멍을 냈다. 그리고 곧장 실천에 옮겼다. 지난달 5일 촬영을 시작으로 이달 4일까지 같은 곳에서 50여 명의 나체사진 640여 장을 촬영한 것.

특히, 이씨는 자신에게 성적 흥분을 주는 20~30대나 근육질 몸매의 남성을 집중 촬영했다. 주로 목욕탕 입구에 앉아 있다가 지나가는 남성의 몸을 향해 셔터를 눌러댔다. 목욕탕에는 항상 사람이 많고 물소리 때문에 촬영 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지만 지난 4일 이 씨의 목욕 가방에서 불빛이 새어나온 것을 수상히 여긴 한 남성의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나체사진을 보면서 자위행위를 하기 위해 촬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남성 맨몸으로 한강 ‘풍덩’ 왜?
“한강 건너면 결혼한다”는 여친 말에 ‘풍덩’

사랑 때문에 맨몸으로 한강에 뛰어든 20대 남성이 결국 한강경찰대에 의해 구조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지난 5일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남대교 남단 시민공원에서 멀쩡하게 생긴 최모(25)씨가 갑자기 옷을 벗고 팬티바람으로 한강에 뛰어들었다. 최씨가 한강으로 뛰어든 이유는 단 하나, “한강을 건너면 결혼해주겠다”는 여자친구의 말 때문이었다.

깜깜한 새벽 한강을 가로지르기 시작한 최씨는 100여 미터를 전진하더니 이내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결국 최씨는 한남대로 남단 7번째 교각에 매달려 구조를 기다렸다. 당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익명의 시민은 한강경찰대에 신고했고, 최씨는 결국 한강경찰대에 의해 구조됐다. 당시 최씨는 경찰대에게 창피함을 토로하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하고 구조되자마자 줄행랑쳤다.

더욱 황당한 것은 구조 직후, 최씨의 구조를 신고한 사람이 여자친구가 아니었고, 최씨가 구조된 직후 문제의 여자친구는 현장에서 목격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막나가던 10대 2인 돌연 사망 
술에 취해 환각에 취해 ‘황천행’

선배와 술 실력 겨룬 후 잠자다 숨져
‘니스’에 취해 발 헛디뎌 9층서 추락

16살 고등학생들의 철 없는 ‘일탈’이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울산에서는 선배와 술 실력을 겨룬 학생이 잠자다 숨졌고, 김해에서는 한 학생이 유해화학물질인 니스를 흡입한 상태에서 발을 헛디뎌 아파트 9층에서 추락사했다. 울산 울주경찰서는 지난 4일 오전 온산읍 모 상가 내 가게에서 박모(16)군이 숨진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군은 같은 날 새벽 1시30분께 온산읍 주택가 놀이터에서 선배 김모(17)군 등 4명과 술 실력을 겨룬다며 소주 4병을 마셨고, 이후 몸을 가누지 못했다. 박군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하자 친구인 유모(16)군은 박군을 부축해 박군의 어머니 가게로 옮겼고, 박군은 취한 상태에서 혼자 잠이 들었다가 변을 당했다.

한편 박군은 선배들과 술 실력을 겨루기 앞서 3일 오후 11시께 이미 친구들과 온산읍의 한 다리 밑에서 혼자 소주 1병을 마셨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구토물이 잠자는 박군의 기도를 막은 것 같다”면서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김해 중부경찰서는 지난 5일 오후 10시30분께 김해시 한 아파트 바닥에 떨어져 숨져 있는 조모(16)군을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6일 오전 1시40분께 숨졌다고 밝혔다.

당시 조군은 아파트 경비원 김모(70)씨에 의해 발견됐으며, 경찰은 조군이 숨지기 직전 함께 있었던 친구 김모(16)군에 의해 사건 정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조군은 사망 직전 김군과 함께 문구점에서 교재용 니스 2통을 구입한 뒤 아파트 9층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자리를 잡고 앉아 비닐봉지에 니스를 넣어 흡입하던 중 김군에게 또 다른 친구가 연락을 해왔고, 김군은 조군을 남겨두고 다른 친구와 함께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에 따라 경찰은 정황상 두 친구가 자리를 비운 사이 환각상태에 있던 조군이 발을 헛디뎌 추락사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이들의 소변을 채취해 환각물질 흡입 여부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가출 10대 유인 성관계 몹쓸 30대 
솜털 ‘보송’ 10대와 짐승 30대 ‘잘못된 만남’9개월

성폭행으로 시작, 유인해 9개월 동거 성관계

부산 영도경찰서는 지난 7일 가출한 10대 청소년에게 숙식과 문화상품권 등을 제공하며 성관계를 가진 혐의(청소년성보호법 위반)로 김모(3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지난해 9월29일 오후 10시30분쯤 경남 밀양시 가곡동 밀양역 부근에서 서성이고 있는 이모(14)양을 발견, 근처 폐가에서 이양을 성폭행했다.
 
자신의 욕정을 채운 김씨는 이양의 처지를 확인하고 부산 서구에 위치한 자신의 집으로 이양을 유인했다. 숙식 제공과 함께 문화상품권 등을 지급하겠다는 조건이었다. 가출 후 달리 갈 곳이 없었던 이양은 김씨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고, 지난 6월26일까지 김씨의 집에서 함께 지내며 9개월간 수십 차례 성관계를 가졌다.


지능화·조직화 되고 있는 10대 범죄
10대 청소년 ‘초딩’ 상대로 “메신저 피싱?”

10대 청소년들의 범죄 행위가 점점 지능화·조직화 되고 있다. 인터넷 메신저를 창구로 이용, 자신들보다 약한 초등학생을 타깃으로 협박해 부모의 개인정보를 빼낸 뒤, 소액결제를 하는 수법으로 수천만원을 가로챈 10대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지난 6일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650차례에 걸쳐 250명의 초등학생을 상대로 2600만원을 챙긴 장모(16)군 등 2명을 구속하고 노모(17)군을 불구속 입건했다.

가출한 뒤 게임방을 전전하며 지내던 이들은 돈이 떨어지자 범행을 계획했다. 먼저 장 군 일당은 인터넷 메신저에 가입, 프로필 등을 확인한 뒤 초등학생들을 무작위로 친구추가 했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의 ‘친구 맺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피해 초등학생들은 별 의심 없이 ‘친구 승낙’을 했고, 장 군 일당은 이때를 기다렸다.

무작위로 초등학생을 선정, 욕설을 퍼부으며 다짜고짜 부모님의 주민번호와 휴대폰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럴 때마다 피해 초등학생들은 대화방을 나가려고 했지만, 장 군은 집요했다. “다니는 학교를 알고 있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집단 폭행과 따돌림을 시키겠다”고 협박한 것. 특히 이들은 초등학생들에게 “너 때문에 부모님이 다치는 모습을 보고 싶냐”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겁을 줬다.

마음 약한 초등학생들은 부모님 얘기에 겁에 질려 개인정보를 슬쩍 흘렸고, 장 군 일당은 이 개인정보를 이용, 사이버 문화상품권을 구입해 게임머니를 다시 구입하고 돈으로 환전하는 방법으로 돈을 굴렸다. 경찰 조사 결과, 장 군 일당은 이렇게 챙긴 돈으로 경북 구미에 원룸을 빌려 본격적인 사기 행각을 벌였고, 나머지는 유흥비로 탕진했다. 한편, 이들의 사기 행각에 피해를 입은 초등학생 중 일부는 불면증을 호소하거나  등교를 거부하는 등 2차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내 토막살해한 인면수심 ‘목사’ 자수
“신이시여, 저를 용서하소서”

가정문제로 아내 살해 후 토막 내 유기
실종신고 후 17개월 만에 경찰에 자수

신을 섬기는 목사가 아내를 살해하고 그 시신을 토막 내 유기한 사실이 그의 자수에 의해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자신의 동의 없이 낙태수술을 하고 신도들 앞에서 자신을 무시했다는 게 살해 동기다. 경기도 성남 수정경찰서는 지난 5일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흉기로 훼손한 혐의(사체손괴 및 유기)로 목사 이모(53)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는 지난해 3월4일 오후 11시30분께 성남시 태평동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아내 A(50·여)와 말다툼을 벌이다 순간 화를 이기지 못하고 목 졸라 살해했다. 범행 후 이씨는 17일 간 아내의 시신을 집 뒤편 담 밑에 숨겨 놓았다가 발각될까 두려운 나머지 지난해 3월22일 시신을 꺼내 여러 토막으로 훼손한 뒤 일부는 집 담벼락에 시멘트를 발라 은닉하고 일부는 경기 팔당호에 유기했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내의 시신 일부는 이씨의 집과 옆집 담 사이에 고스란히 묻혀 있었음에도 아무도 이를 눈치 채지 못했다.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이씨는 부인의 가출신고까지 했지만 사체가 숨겨진 이씨의 집을 방문한 경찰조차 범행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이씨의 교회 신도들 역시 “목사님이 아내를 찾으러 다니시고 잠도 못자고, 굶고 못 드시기에 눈치 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씨는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심적 고통을 참지 못하고 “목회자로서 회한이 든다”면서 지난 4일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아내가 동의 없이 낙태수술을 해 부부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면서 “또 아내가 자궁근종 수술 이후 자신과의 성관계를 거부해 온 것도 가정불화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결국 17개월 만에 경찰에 범행을 자수한 이씨에게는 구속영장이 신청됐고, 경찰은 팔당호 근처에서 유기된 아내의 나머지 시신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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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