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뢰 도발' 풀리지 않는 의혹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툭툭 "대체 왜?"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우리 군 수색대원 2명이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이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목함지뢰를 밟고 중상을 입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북한이 군사분계선을 침범해 남쪽 DMZ에 목함지뢰를 매설한 건 1960년대 이후 처음이다. 북한은 왜 이처럼 무모한 무력도발을 시도한 것일까? <일요시사>가 풀리지 않는 의혹들을 짚어봤다. 

우리 군 수색대원 2명이 지난 4일 DMZ에서 북한군이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목함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당시 우리 병사들은 정찰임무를 부여받고 우리 측 DMZ 추진철책 통문을 통과하던 중이었다.

북한의 도박

가장 먼저 하모 하사가 지뢰를 밟고 심각한 부상을 입었으며, 부상을 당한 하 하사를 부축해 나오던 김모 하사도 또 다른 지뢰를 밟았다. 우리 군은 당초 폭우로 유실된 지뢰에 의해 발생한 사고라고 인지했으나 국방부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북한군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우선 해당 지뢰가 북한제 목함지뢰와 일치하고 해당 지역은 남쪽이 높고 북쪽이 낮은 경사지형이어서 북쪽에서 유실된 지뢰가 떠내려 올 수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또 매설위치나 위장상태 등을 고려하면 누군가 일부러 매설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합동조사단은 북한군이 지난달 말 이곳에 잠입해 목함지뢰 3개를 매설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북한이 왜 이런 노골적인 도발을 감행했느냐는 것이다. 북한 측이 이런 도발을 통해 얻을 것이 별로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자칫 군사적 보복을 당할 수도 있고 더욱 강력한 경제적 제재가 가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국방전문가들은 “대북전단이나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 합동군사훈련 등에 북한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고 최근까지 대남 위협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왔다”며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한 무력 도발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남한이 북한의 사과를 요구하며 5·24제재조치 해제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으로선 돌파구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벌써부터 야권에선 이번 사건이 북한과 대화창구를 닫아버린 박근혜정부 탓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으로서는 이미 남북대화가 완벽하게 단절되어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만큼 충분히 해볼 만한 모험이었다는 주장이다.

북한이 굳이 북한제 목함지뢰를 사용한 것도 이상한 정황이다. 지뢰를 사용해 우리 군에 피해를 입힌 것은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으로 국제적인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는 행동이다. 중국이 국제적 여론에 밀려 북한에 대한 지원을 대폭 줄이면 북한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지뢰를 매설하거나 폭우로 인한 유실로 위장할 수 있는 남쪽 경사지에 지뢰를 매설하는 등 눈속임할 방법이 다양한데도 북한이 너무나 정직한 도발을 해왔다는 것도 이상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향후 이 사건의 파장이 엄청날 텐데도 너무 단순한 방법으로 도발을 해와 오히려 이상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음모론? "남한의 자작극이라고?"
역설적으로 남북관계 돌파구 주장도

이에 대해 국방전문가들은 “남남갈등을 노린 다목적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정황상 증거는 충분하지만 결정적인 증거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천안함 폭침사건 때처럼 북한이 발뺌을 하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북한에서 저지른 소행이라고 확신하고 있지만 비무장지대에는 원래 매설된 지뢰가 많다.

특히 목함지뢰는 그간 폭우에 떠 내려와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았다. 국제사회가 우리나라의 손을 확실히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북한과 진실공방을 벌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칫 이 과정에서 과거 천안함 사건 때처럼 남남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벌써부터 일각에선 국정원 사태를 덮기 위한 자작극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야권인사는 “지난 4일 우리 장병 2명이 북한의 지뢰도발로 큰 부상을 당했는데 바로 다음 날 정부는 북한에 고위급회담 제안 서한을 보냈다”며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도발이 북한 최고위층에서 결정한 계획적인 도발이었는지도 밝혀내야 할 문제다. 북한의 김정은은 최근 이희호 여사를 북한으로 초청하는 등 우리나라에 다소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목함지뢰를 통해 이러한 도발을 한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정은의 지시가 아닌 군부 내부에서 돌발행동을 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김정은이 자위적 국방력를 강조하며 군 수뇌부를 다그치자 과도한 충성경쟁이 벌어져 이런 형태의 도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반대로 북한군이 최근 DMZ 내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이상행동을 해왔다는 점에서 결국 김정은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군은 지난해 말부터 DMZ를 들락거리며 군사분계선을 침범하는 등 이상행동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북한군들은 우리 군의 경고사격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도 우리 군은 북한군의 이런 행동에 대해 “담력을 키우려는 의도”라며 잘못된 분석을 했다.

이번 사건이 터진 후 국방부는 해당 이상행동이 결국 지뢰를 매설할 침투로 확보를 위한 행동이었을 것이라고 뒤늦게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김정은의 지시 없이 군부가 이런 도발행위를 수개월 동안이나 지속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앞에서는 이희호 여사를 초청해 유화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뒤에서는 이 같이 끔찍한 도발을 준비해왔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당한 남한

북한군이 이 같은 도발을 지속할지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목함지뢰는 소나무 재질로 만들어져 금속지뢰 탐지기로 탐지가 사실상 불가능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이런 식의 도발을 지속한다면 우리 군의 피해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특히 북한군이 오래 전부터 DMZ를 들락거리며 이상행동을 보여 온 만큼 다른 지역에도 이미 다수의 지뢰를 설치해 놨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일회성 도발이 아니라 앞으로 지속적으로 전개될 북한의 대남도발 신호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이런 방식의 도발을 지속한다고 해도 우리나라가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힘든 만큼 군사적으로 대응하기는 힘들다. 우리나라는 천안함 사건 이후 북한이 도발해 올 경우 원점을 타격하겠다고 했지만 북한의 지능적인 도발에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 때도 우리 정부는 진상조사를 하느라 북한에 대응할 시기를 놓쳤고 결국 사건은 유야무야 지나가고 말았다.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