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뢰 도발' 풀리지 않는 의혹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툭툭 "대체 왜?"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우리 군 수색대원 2명이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이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목함지뢰를 밟고 중상을 입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북한이 군사분계선을 침범해 남쪽 DMZ에 목함지뢰를 매설한 건 1960년대 이후 처음이다. 북한은 왜 이처럼 무모한 무력도발을 시도한 것일까? <일요시사>가 풀리지 않는 의혹들을 짚어봤다. 

우리 군 수색대원 2명이 지난 4일 DMZ에서 북한군이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목함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당시 우리 병사들은 정찰임무를 부여받고 우리 측 DMZ 추진철책 통문을 통과하던 중이었다.

북한의 도박

가장 먼저 하모 하사가 지뢰를 밟고 심각한 부상을 입었으며, 부상을 당한 하 하사를 부축해 나오던 김모 하사도 또 다른 지뢰를 밟았다. 우리 군은 당초 폭우로 유실된 지뢰에 의해 발생한 사고라고 인지했으나 국방부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북한군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우선 해당 지뢰가 북한제 목함지뢰와 일치하고 해당 지역은 남쪽이 높고 북쪽이 낮은 경사지형이어서 북쪽에서 유실된 지뢰가 떠내려 올 수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또 매설위치나 위장상태 등을 고려하면 누군가 일부러 매설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합동조사단은 북한군이 지난달 말 이곳에 잠입해 목함지뢰 3개를 매설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북한이 왜 이런 노골적인 도발을 감행했느냐는 것이다. 북한 측이 이런 도발을 통해 얻을 것이 별로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자칫 군사적 보복을 당할 수도 있고 더욱 강력한 경제적 제재가 가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국방전문가들은 “대북전단이나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 합동군사훈련 등에 북한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고 최근까지 대남 위협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왔다”며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한 무력 도발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남한이 북한의 사과를 요구하며 5·24제재조치 해제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으로선 돌파구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벌써부터 야권에선 이번 사건이 북한과 대화창구를 닫아버린 박근혜정부 탓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으로서는 이미 남북대화가 완벽하게 단절되어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만큼 충분히 해볼 만한 모험이었다는 주장이다.

북한이 굳이 북한제 목함지뢰를 사용한 것도 이상한 정황이다. 지뢰를 사용해 우리 군에 피해를 입힌 것은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으로 국제적인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는 행동이다. 중국이 국제적 여론에 밀려 북한에 대한 지원을 대폭 줄이면 북한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지뢰를 매설하거나 폭우로 인한 유실로 위장할 수 있는 남쪽 경사지에 지뢰를 매설하는 등 눈속임할 방법이 다양한데도 북한이 너무나 정직한 도발을 해왔다는 것도 이상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향후 이 사건의 파장이 엄청날 텐데도 너무 단순한 방법으로 도발을 해와 오히려 이상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음모론? "남한의 자작극이라고?"
역설적으로 남북관계 돌파구 주장도

이에 대해 국방전문가들은 “남남갈등을 노린 다목적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정황상 증거는 충분하지만 결정적인 증거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천안함 폭침사건 때처럼 북한이 발뺌을 하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북한에서 저지른 소행이라고 확신하고 있지만 비무장지대에는 원래 매설된 지뢰가 많다.

특히 목함지뢰는 그간 폭우에 떠 내려와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았다. 국제사회가 우리나라의 손을 확실히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북한과 진실공방을 벌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칫 이 과정에서 과거 천안함 사건 때처럼 남남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벌써부터 일각에선 국정원 사태를 덮기 위한 자작극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야권인사는 “지난 4일 우리 장병 2명이 북한의 지뢰도발로 큰 부상을 당했는데 바로 다음 날 정부는 북한에 고위급회담 제안 서한을 보냈다”며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도발이 북한 최고위층에서 결정한 계획적인 도발이었는지도 밝혀내야 할 문제다. 북한의 김정은은 최근 이희호 여사를 북한으로 초청하는 등 우리나라에 다소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목함지뢰를 통해 이러한 도발을 한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정은의 지시가 아닌 군부 내부에서 돌발행동을 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김정은이 자위적 국방력를 강조하며 군 수뇌부를 다그치자 과도한 충성경쟁이 벌어져 이런 형태의 도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반대로 북한군이 최근 DMZ 내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이상행동을 해왔다는 점에서 결국 김정은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군은 지난해 말부터 DMZ를 들락거리며 군사분계선을 침범하는 등 이상행동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북한군들은 우리 군의 경고사격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도 우리 군은 북한군의 이런 행동에 대해 “담력을 키우려는 의도”라며 잘못된 분석을 했다.

이번 사건이 터진 후 국방부는 해당 이상행동이 결국 지뢰를 매설할 침투로 확보를 위한 행동이었을 것이라고 뒤늦게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김정은의 지시 없이 군부가 이런 도발행위를 수개월 동안이나 지속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앞에서는 이희호 여사를 초청해 유화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뒤에서는 이 같이 끔찍한 도발을 준비해왔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당한 남한

북한군이 이 같은 도발을 지속할지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목함지뢰는 소나무 재질로 만들어져 금속지뢰 탐지기로 탐지가 사실상 불가능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이런 식의 도발을 지속한다면 우리 군의 피해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특히 북한군이 오래 전부터 DMZ를 들락거리며 이상행동을 보여 온 만큼 다른 지역에도 이미 다수의 지뢰를 설치해 놨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일회성 도발이 아니라 앞으로 지속적으로 전개될 북한의 대남도발 신호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이런 방식의 도발을 지속한다고 해도 우리나라가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힘든 만큼 군사적으로 대응하기는 힘들다. 우리나라는 천안함 사건 이후 북한이 도발해 올 경우 원점을 타격하겠다고 했지만 북한의 지능적인 도발에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 때도 우리 정부는 진상조사를 하느라 북한에 대응할 시기를 놓쳤고 결국 사건은 유야무야 지나가고 말았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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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