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 1577-1366 강성혜 중앙센터장

“언어소통 안 된다는 자체가 위기”

이주여성 지원을 위해 2006년 11월 여성부가 설치한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 1577-1366’은 이주여성들의 언어소통 지원과 함께 가정폭력, 성폭력 등의 인권피해를 긴급 지원한다. 이주여성 전화상담은 1년 365일 24시간 연중무휴 풀가동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사이버 상담과 면접 상담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이주여성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인권보호”와 “의사소통”이라고 강조하는 강성혜 중앙센터장을 지난 8일 직접 만났다. 다음은 강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한국남성&이주여성, “기대치 낮추고 이해도 높여라”
외국아내 소유물 아냐…남녀평등 관점에서 존중해야

- 9개 국어를 지원, 이주여성들이 모국어로 상담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담 의뢰가 상당히 많을 것 같다. 하루 평균 몇 건의 상담이 이루어지는지 궁금하다.
▲지역센터까지 합하면 일주일에 평균 900~1000건의 상담이 이루어진다. 서울 센터만 따지면 하루에 80~100건의 상담이 이루어지고 면접 상담은 1~2건 정도다. 사이버 상담은 한 달에 200건 정도가 올라온다. 2006년 11월 문을 연 이후 지난 3년 간 총 7만305건의 상담이 이루어졌다.

- 상담 내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지난 3년 간 상담내용을 분석해 보면 가족갈등과 부부갈등이 23%로 가장 높았고, 이어 이혼관련 등 법률상담이 15.9%로 나타났다. 전체 상담 중 가정폭력 및 성폭력관련 상담은 9%, 가출 및 쉼터 요청도 5.1%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전화 상담을 살펴보면 법률문제가 20% 정도로 상승했다. 그 중에서도 이혼에 대한 상담이 늘었다. 가정폭력은 1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이주여성의 사연을 들어보면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이주여성이 이 같은 피해를 입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국제결혼을 하는 대부분의 한국 남성은 저소득층이거나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등 한국 여성들이 결혼상대로는 눈길을 주지 않는 층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남성들은 가부장적인 사고에 젖어 있고, 큰 돈을 들였다는 생각에 외국 여성을 소유물로 여기는 경향이 있으며 한국 여성들보다 다루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외국 여성들은 한국으로 시집을 오면 경제적으로 부유할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다. 처음부터 서로 반대의 생각을 하고 있으니 결혼 이후 갈등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또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서로 오해와 불신이 생기고 말보다는 행동으로 해결하려는 생각이 강해진다. 그러다보니 폭언과 폭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 이주여성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는가.
▲원론적으로는 결혼을 하기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결혼을 결정하기 전 국제결혼 문제나 타국에서 사는 어려움 등을 충분히 파악한 다음 결혼을 결정해야 한다. 또 서로 배우자에 대해 충분히 알아야 하고 서로의 생각과 가치관 등을 확인한 후 결혼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 같은 절차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을 때 결혼 초기의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 이와 반대로 한국에 들어오는 것을 목적으로 한국 남성을 이용, 사기 결혼을 하고 가출하는 여성들도 증가했다. 이럴 경우 한국 남성들이 피해를 상담할 만한 기관이 존재하는지 궁금하다.
▲최근 피해 남편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피해 남편들을 위한 본격적인 센터나 상담소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가끔 이 같은 피해를 입은 남성들이 우리 센터를 찾아 “이주여성의 인권은 중요하고 한국 남편들의 인권은 중요하지 않느냐”고 푸념하곤 한다. 이 부분을 충족할 수 있는 센터나 상담소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 마지막으로 다문화가정을 이루고 있는 한국 남편과 이주여성에게 당부의 말이 있다면 한 마디 부탁한다.
▲서로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한국 남성들은 여성들이 무조건 순종하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만 살아주기를 기대하지만 이주여성들은 한국에 오면 남성이 친정을 도와주고 모든 부분에 있어 잘해줄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온다. 서로 그런 기대치를 낮추고 바닥에서부터 서로 노력해야 한다.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상황과 감정을 알리고 설득하고 이해하는 가운데 행복을 찾아야 한다. 기대치는 낮추고 이해도는 높여라.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