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감사 맞은‘한국학원총연합회’ 실체

비영리 ‘공익법인’ 혹은 소문난 ‘로비스트’?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6월28일부터 7월1일까지 나흘간 ‘한국학원총연합회(이하 학원총연합회)’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이번 감사는 ‘공익법인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제17조에 의거, 시행됐지만 직접적인 이유는 학원총연합회 내부임원의 국민신문고 투서에 있었다.

교과부는 투서 내용에 착안, ‘예산 집행’과 ‘회계’, ‘임원 선임과정’ 등에 관한 감사를 진행했고, 7월 3째 주 초중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갑작스럽게 감사를 맞은 ‘한국학원총연합회’의 실체에 대해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운영 시스템이 어떻기에 ‘오죽하면’ 내부임원이 투서를 보냈겠느냐는 지적이다.


학원총연합회 내부임원 국민신문고 투서 감사 실시 
이름만 학원연합회 계열별 독립적 운영… ‘따로국밥’


다소 생소한 이름인 ‘한국학원총연합회’는 교과부 직할 비영리공익법인으로, 1957년 창립된 이래 현재 전국 약 8만여 개의 학원을 회원으로 보유, 시·도별 지부 등 전국적인 조직을 갖추고 있다.
교과부는 지난 6월30일 학원총연합회 법인 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28일 이미 감사가 진행된 점을 착안했을 때 이틀 늦은 발표였다.
이어 교과부는 “이번 감사는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제17조에 의거해 시행되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직접적인 이유는 학원총연합회 내부임원의 국민신문고 투서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투서로 감사 진행 왜?

내부임원이 투서한 내용으로는 ‘학원장 및 강사 연수 지원비 목적 외 사용여부’  ‘예산집행에 대한 증빙’ ‘허가 없는 은행 차입 등 회계 부적정 운영’ ‘임원 선임과정의 적정성’ 등이 있었고, 교과부는 이 내용을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감사는 7월1일까지 나흘간 이어졌으며, 감사 과정에서 포착된 회계, 집행 등 문제점에 대한 세부조사와 확인 작업을 거쳐 7월 3째 주께 감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교과부 평생학습정책과 관계자는 9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횡령 등과 같은 큰 사안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은행 차입 과정에서 절차가 누락된 부분이 있어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학원총연합회 회장이 오랫동안 연임한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가진 회원들이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보고 이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사안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사교육 정책에 반하는 일부 회원들이 학원총연합회 측에 “연합회가 나서서 막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사항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투서가 올라온 것 같다는 설명이다. 실제 학원총연합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여러 개 눈에 띄었다. 아이디 ‘학원인’은 “대통령까지 나서서 사교육 없애는 게 목표라고 말하는데 학원연합회는 회비 받아먹고 뭐 하는 곳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원이 개별적으로 사교육 죽이기 정책에 대응해야 한다면 연합회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이어 학원총연합회 지역지부 이모 회원은 “매번 똑같은 연수과정에 연수비용은 왜 줄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2시간 동안 진행되는 연수에 6만원의 참가비를 냈지만 매번 똑같은 강사가 나와 똑같은 강연을 하고 돌아간다는 것.

이씨는 “질적 만족을 줄 수 없다면 비용 절감차원에서 공문으로 협조를 구하고 회비를 절반 이하로 낮추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교과부 관계자는 “다음 주 초 학원총연합회에 대한 감사 결과를 마친 뒤, 전국 16개 시·도별 지부에 대한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익명의 교육청 관계자는 “학원총연합회는 이익집단 조직”이라면서 “교육감 선거에도 개입하는 교육계의 소문난 로비스트 집단”이라고 귀띔했다.

학원총연합회 소속 직원들과는 식사도 함께 하지 않는 것이 마음 편하다는 것. 이와 관련 그는 “워낙에 뻥튀기가 심한 조직이어서 한 끼 50만원의 식사를 해도 2000만원이라고 영수증을 올리는 등 비리가 심각해 이후 연루될까 두려워 함께 식사하는 것도 피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교육감직을 상실한 공정택 전 교육감 선거 당시 학원가가 개입한 정황 등이 포착되기도 했다. 공 전 교육감이 선거 당시 선거비용으로 차입한 10억984만원 가운데 7억여 원은 사설 학원 관계자들로부터 빌린 돈이었기 때문이다.

교육계 소문난 ‘로비스트’?

당시 공 후보는 최명옥 ‘종로M학원’ 원장에게 5억여 원을 빌렸고, 서울 신설동 수도학원을 운영하는 ‘성암학원’ 이재식 이사장에게 2억여 원을 빌렸다. 특히, 종로M학원 최 원장은 6차례에 걸쳐 5억 원을 공 후보 선거본부에 입금했다.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렸다”는 최 원장의 발언 때문에 학원들이 조직적으로 선거비용을 거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 원장은 학원총연합회 부회장을 지냈고, 선거 당시 공정택 예비후보 선거운동본부 총괄본부장을 맡았다가 학원 관계자인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교체되기도 했다. ‘성암학원’ 이재식 이사장 역시 입금 방법이 이상했다. 이 이사장은 이틀에 걸쳐 2억 원을 입금했는데 첫날 1억9965만원을 보내고, 둘째 날 34만원과 1만원을 각각 입금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돈거래다.

논란이 계속되자 공 전 교육감은 최 원장과 이 이사장에 대해 제자와 매제라는 개인적인 친분의 인맥이라고 해명했지만 결국 재판을 통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그 직을 상실했다. 한편, 문상주 학원총연합회 회장은 교과부의 감사가 시작된 6월28일 정부의 학원교육 탄압정책에 항의하는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7월9일 현재 농성은 12일째를 맞았으며 문 회장은 물 이외 일체의 식음료도 입에 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성에 돌입하기 전 문 회장은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은 시정되지 않고, 학교교육과 학원교육 모두를 황폐화시키고 있다”면서 “이번 단식농성으로 학원의 존립을 위태롭게 만드는 모순된 사교육비 교육정책이 철회되고 크게 개선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요시사>는 학원총연합회 측 의견을 듣기 위해 지난 9일 전화취재를 시도했다. 하지만 웬일인지 전국 8만여 학원을 대표한다는 학원총연합회에는 대외언론을 상대하는 홍보팀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고, 회보 기자 중 한 사람이 전화를 받아 “감사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일축했다.

학원총연합회 “할 말 없다”

이어 학원총연합회 회원 구성과 회비 등 전반적인 운영에 대해 묻자, “여러 곳에서 같은 문의가 있었지만 한 번도 답해드리지 못(?)했다”면서 그 이유로, “담당자가 바빠서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연합회의 성격에 대해 “학원총연합회이긴 하지만 인문·외국어·미술·음악·보습 등 계열별로 따로 운영되는 독립적 집단”이라면서 “하나의 큰 집합체로 얘기하기는 힘들 것 같다”는 아리송한 말을 남겼다. 이에 담당자와의 통화를 거듭 요청했으나 회보 기자는 “말은 전하겠지만 통화는 힘들 것”이라고 응답했고, 결국 담당자와의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