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전초전 '지역구 전쟁' 대해부

국회의장도 당대표도 불안 "안전지대는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현역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찾기에 나섰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현역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찾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비례대표의원들 중 상당수가 재선을 위한 지역구 출마를 물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거구 재획정을 통한 지역구의 통폐합과 분구까지 예정되어 있어 현역 지역구의원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지역에선 현역 국회의원 3명이 한 지역구에서 동시에 활동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현역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찾기 전쟁이 시작됐다. 비례대표의원들 중 상당수가 재선을 위한 지역구 출마를 선언하면서 일부 지역에선 현역 국회의원 3명이 한 지역구에서 동시에 활동하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선거구 재획정을 통한 지역구의 통폐합과 분구(分區)까지 예정되어 있어 현역 지역구의원이라고 할지라도 지역구 찾기 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실정이다.

치열해진 총선
분구 기다리는 의원들

일례로 여당의 거물급 인사인 정의화 국회의장,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은 지역구 통폐합에 따라 내년 총선에 나서려면 경선에서 정면대결을 펼치거나 지역구를 옮겨야만 한다. 20대 총선 공천이 오픈 프라이머리(※후보를 선발할 때 일반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빨라졌지만 아직까지 마땅한 지역구를 찾지 못한 의원들은 그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새누리당 비례대표 이만우 의원의 경우에는 지역구 갈지자 행보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부산 중·동구 출마를 선언했다가 두 달 만에 서울 성북갑 당협위원장 경선에 출마해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이 의원은 서울 성북갑 당협위원장에 선정되지 못하자 최근에는 다시 분구 가능성이 있는 부산 해운대구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새정치연합 비례대표인 은수미 의원의 경우는 성남 중원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은 의원은 지난해 지역위원장경선과 지난 4·29재보선 공천에서 연이어 탈락하는 아픔을 맛봤다. 특히 은 의원은 재보선에 출마하기 위해 비례대표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배수의 진까지 쳤으나 공천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은 의원은 포기하지 않고 성남 중원에서 내년 총선에 출마할 계획이다.


곳곳 거물들 간 빅매치 예정
한 지역구에 현역 의원이 셋?

서울 강서을에선 새정치연합 비례대표의원들 간 경쟁이 벌어져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지역위원장경선에서 한정애 의원은 진성준 의원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한 의원은 포기하지 않고 강서을 출마를 준비 중이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두 사람이 또 한 번 격돌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서울 강서갑이 분구될 경우에는 한 의원이 분구된 지역에 출마함으로써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서을에선 기존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과 새정치연합 진성준, 한정애 의원까지 지역구활동에 나서면서 한 지역구에 3명의 국회의원이 활동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상대 당 텃밭에 출사표를 던져 눈길을 끄는 비례대표의원들도 있다. 새누리당 주영순 의원과 새정치연합 홍의락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주 의원은 야권의 텃밭인 전남 무안·신안에 출사표를 던졌다. 주 의원 측은 최근 호남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당선되는 등 달라지는 민심을 느끼고 있어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주 의원은 호남 출신으로 목포상공회의소 회장을 역임했다. 19대 국회 입성 후 비례대표의원으로는 이례적으로 곧바로 지역구사무실을 차리고 지역활동을 해왔다.

새정치연합 홍의락 의원은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 북을 출마를 준비 중이다. 대구 북을에는 새누리당 중진인 서상기 의원이 버티고 있다. 홍 의원은 지난 2013년 3월 대구 북을 지역위원장을 맡아 벌써 2년 넘게 지역구를 관리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배재정 의원도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부산 사상에 선거사무실을 내고 내년 총선을 준비 중이다. 부산 사상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지역구지만 문 대표가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배 의원이 지역구를 이어받게 됐다. 지난 총선에선 문 대표가 승리하긴 했지만 부산 사상은 야권으로서는 어려운 지역임에 틀림없다.

인정사정 볼 거 없다
같은 당 의원과 대결


유력한 대권후보였던 문 대표조차 당시 27살에 불과했던 무명의 정치신인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와 맞대결해 진땀승을 거뒀을 정도다. 당시 손 후보는 43.8% 득표율로 선전했다.

일부 비례대표의원들은 기존 지역구 출마를 사실상 포기하고 선거구 재획정에 따라 새롭게 분구지역이 생기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은 인천 연수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연수구는 선거구 인구 상한을 초과해 분구가 유력한 지역이다. 같은 당 신의진 의원도 분구가 예상되는 부산 해운대구 출마를 타진했었으나 최근에는 수도권 분구지역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김경란 전 KBS 아나운서와 결혼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새누리당 비례대표 김상민 의원은 지난 1월 치러진 수원 장안 당협위원장경선에서 박종희 전 의원에게 패했지만 여전히 수원 출마를 준비 중이다. 다만 김 의원은 박종희 전 의원과 맞붙기보다는 수원의 분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후문이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최민희 의원과 임수경 의원이 각각 경기 남양주와 경기 용인의 분구 가능성을 살피면서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거물급 지역구 정치인들에게 도전장을 내민 겁 없는 비례대표 초선들도 있다. 새정치연합 김광진 의원은 전남 순천·곡성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출마를 준비 중이다. 이 지역은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지난 재보선에서 당선돼 큰 화제가 됐던 곳이다. 이 의원은 박근혜정부의 핵심 실세다.

이 의원은 재보선 당시 ‘예산 폭탄’을 약속했었는데 당선 1년 만에 전남 순천·곡성 지역에 투입된 국비 등이 실제로 크게 늘어나기도 했다. 해당 지역이 야권의 텃밭이긴 하지만 초선에 불과한 김 의원이 이 의원을 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은 대구 수성갑에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격돌할 예정이다. 강 의원은 이 지역 토박이면서 IT기업을 운영해 IT벤처 분야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했다. 강 의원은 당협위원장이 되지 못하더라도 최총 공천까지 무조건 도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역구의원이 셋?
이전투구 우려 커

비례대표의원이 같은 당 현역의원의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져 주목을 받고 있는 경우도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원외인사도 아니고 현역의원이 같은 당 의원 지역구에 출사표를 낸다는 것은 무척 민감한 일로 그동안은 정치권에서 터부시 되어 왔던 일”이라며 “지역구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이런 일도 발생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새누리당 김장실 의원은 같은 당 문대성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사하갑 지역에 선거사무실을 냈다. 이 지역에는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도 출마를 준비했었으나 최근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임명되면서 총선 출마를 포기했다. 새누리당 윤명희 의원은 무소속 유승우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이천에 출사표를 던졌다. 유승우 의원은 현재 무소속이지만 새누리당 소속이었다. 비리혐의에 연루돼 출당을 당했지만 현재 복당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지역에서 인지도와 조직력이 약한 비례대표의원들은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 자리를 꿰차 총선 전까지 지역구관리를 하는 것이 최고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여야에서 당협위원장 자리를 꿰찬 비례의원은 새누리당 27명 중 8명, 새정치연합 21명 중 4명뿐이다.

김무성-정의화 한 명은 떨어진다
같은 당 의원 지역구에 도전하기도

새누리당에서는 김정록(서울 강서갑), 민병주(대전 유성), 양창영(서울 영등포을), 이상일(경기 용인을), 이재영(서울 강동을), 조명철(인천 계양을), 주영순(전남 무안·신안), 박창식(경기 구리) 의원 등 8명이 당협위원장을 차지했고, 새정치연합에서는 김기준(서울 양천갑), 백군기(경기 용인갑), 진성준(서울 강서을), 홍의락(대구 북을) 의원 등 총 4명이 당협위원장을 차지했다.


한편 20대 총선에선 비례대표 의원들뿐만 아니라 선거구 재획정에 따른 지역구 통폐합 및 분구로 아이러니하게도 현역 지역구의원들의 지역구 찾기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측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빅매치는 정의화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의 대결이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0월 국회의원 선거구 간 인구 편차를 ‘3대1’에서 올해 말까지 ‘2대1’로 재조정하라고 결정함에 따라 선거구가 통폐합되거나 분구되는 지역구는 약 60곳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인구가 미달된 김무성 대표(부산 영도)와 유기준 장관(부산 서구), 정의화 의장(부산 중·동구) 중 한 명은 지역구를 내놔야 하는 상황이다.
 

정 의장이 최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언급함에 따라 정 의장의 지역구를 분리해 각각 중·영도구와 동·서구로 묶는 방안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정 의장은 “총선 불출마 가능성이 51%”라는 애매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여권 최고 거물 세 사람이 경선을 벌여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유 장관은 대표적인 친박계 의원으로 김 대표와는 다소 불편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충남 부여·청양)와 새정치연합 박수현 의원(충남 공주)의 대결도 기대된다. 이 전 총리가 박 의원을 꺾고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을지 아니면 박 의원이 이 전 총리를 꺾고 정치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완구-박수현 대결
통폐합 승자는?

이외에도 새누리당에서는 김재원 의원(경북 군위·의성·청송)과 정희수 의원(경북 영천), 류성걸 의원(대구 동구갑)과 권은희 의원(대구 북구갑), 이철우 의원(경북 김천)과 김종태 의원(경북 상주), 이한성 의원(경북 문경·예천)과 장윤석 의원(경북 영주) 등이 지역구를 놓고 대결을 펼쳐야 할 운명에 놓였고, 새정치연합에서는 유성엽 의원(전북 정읍)과 김춘진 의원(전북 고창·부안), 박민수 의원(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과 강동원 의원(전북 남원·순창), 김승남 의원(전남 고흥·보성)과 황주홍 의원(전남 장흥·강진·영암)이 통합 예상지역에 속해있다. 그 여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할 20대 총선에서 살아 돌아올 사람은 누구일까?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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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