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강주모 기자 =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들의 행태를 보면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근래 들어 경제인들에 대한 광복절 특별사면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도 특정인사에 대한 사면 언급이 또 다시 나오면서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1일,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불거졌다.
이용득 최고위원이 유승희 최고위원을 향해 "왜 당을 가지고 물고 늘어지느냐, 당이 싫으면 떠나면 되지. 똑바로 해"라며 호통쳤다. 이는 앞서 열렸던 공개회의 석상에서 유 최고위원이 구속수감 중인 정봉주 전 의원을 사면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따른 질책성 발언이었다.
이 말을 들은 유 최고위원도 지지 않고 "왜 반말을 하느냐"고 되레 따져 묻자, 이 최고위원은 "반말도 못하냐. XX"이라며 욕설까지 했다.
올해 62세의 이용득 최고위원은 유승희 최고위원보다 7살 많다. 하지만, 원외 당직자가 '걸어다니는 헌법기관'으로 통하는 국회의원(원내 당직자)에게 공식 석상에서 반말은 물론 욕설까지 남발한 것은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
두 사람은 앞서 지난 13일 20여 일 만에 최고위에 복귀한 유 최고위원이 사무총장 인선과 관련, 문재인 대표를 정면에서 비판한 데 대해 이 최고위원이 재비판하면서 충돌한 바 있다.
대한민국 제1야당 당직자들 중에서도 이른바 '덕망 있는' 인사들로만 추려진 최고위원회가 아닌가. 이 같은 엘리트들의 입에서 고성과 막말, 그리고 욕설이 난무한다는 것 자체가 당의 현주소는 물론, 미래조차 맡기기는 어렵다.
이처럼 '최고위원 막말 폭풍'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후 당사자인 정봉주 전 의원의 '페이스북 발언'은 다시금 논란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정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단 축하한다. 이용득씨! 듣보잡 등극이다. 이 사람은 내 기억 속에 그렇게 맑고 깨끗하다거나 소신있는 사람으로 남아 있지 않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명박과 정책 공조를 하면서 그를 앞장서 돕던 사람이다. 거기서 떡고물이라도 받았다면 과연 새정연으로 옮겨 왔을까?"라며 과거사를 들추며 적나라하게 비꼬기도 했다.
이 정도면 '새정치 집안싸움' 수준이다. 정 전 의원을 두고 유승희 최고위원이 대놓고 사면을 요구하고 있고, 당 지도부 및 다수의 최고위원들은 아예 '광복절 특사' 자체의 언급을 꺼리고 있다.
'광복절 특사'와 관련한 지도부의 입장이 이런데도 유 최고위원이 정 전 의원의 사면을 반복적으로 언급한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이를 지적하는 이 최고위원의 태도나 발언 수위 또한 부적절해 보인다. 무엇보다 자신의 사면을 주장했던 유 최고위원을 두둔하면서 이 최고위원의 과거사를 들춰내면서까지 흠집 낸 정 전 의원의 페이스북 글은 '진짜 정봉주가 쓴 글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논란이 겉잡을 수 없이 번지자 문재인 대표가 24일, 확대간부회의 자리에서 "금도와 품격을 지켜달라"고 사태 수습에 나섰고 이번 '욕설 사태'는 겨우 진정세로 접어들었다.
유 최고위원은 지난 5월, 정청래 최고위원과 주승용 최고위원 간 말다툼을 벌이던 당시에도 대중가요인 '봄날은 간다'를 불렀다가 논란이 일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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