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불법 도청 흑역사 풀스토리

"국가안보보다 정권안보가 먼저였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이병호 국정원장은 지난 3월 인사청문회에서 “정치 개입이 국정원을 망쳤다. 결코 역사적 범죄자가 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불과 4개월 만에 국정원은 또 다시 역사적 범죄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2012년 이탈리아 소프트웨어업체로부터 국정원이 전방위 해킹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대북 정보전을 위한 목적이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사용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나며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국정원이 또 한 번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엔 불법 도·감청 의혹이다. 국정원이 지난 2012년 이탈리아 소프트웨어업체로부터 전방위 해킹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스마트폰 사용자의 문자와 전화를 도·감청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스마트폰 카메라나 녹음기를 몰래 작동시켜 정보를 빼내는 것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대북 정보전을 위해 해당 프로그램을 구입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미 국내에서 사용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못 믿을 해명

한편 국정원의 불법 도·감청은 역대 정권에서 끊임없이 반복되어왔다. 대한민국 헌법 18조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 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역대 국정원은 헌법수호보다는 정권수호에 더 관심이 많았다. 국정원은 불법 도·감청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법 절차를 밟지 않은 도청은 결코 하지 않았다”며 강력하게 부인했지만 번번이 거짓말로 드러났다.

과거부터 국정원의 불법 도·감청은 늘 있었지만 군사독재정권 시절엔 너무나 일상적인 일이라 이슈조차 되지 못했다. 때문에 당시 정관계 인사들은 은어(隱語)를 쓰거나 도청 감지장치를 갖고 다니기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가택연금 되어 있을 당시 안기부(국정원의 전신) 직원들이 자신의 전화를 너무 노골적으로 도청하자 김 전 대통령이 “마 전화 끊어라!” 라고 호통친 일화는 유명하다.

안기부의 불법 도·감청이 처음으로 이슈가 된 것은 노태우정권 때다. 노태우정권은 6·10민주화 항쟁 이후 최초로 직선제를 통해 출범한 정부였다. 그러나 노태우정부는 ‘미림(美林)팀’이라는 비밀도청팀을 아예 따로 만들어 운영했다. 미림팀은 정재계 핵심 인사들을 무차별적으로 도청했다.

예를 들어 주요 정재계 인사들이 어떤 식당에서 약속을 잡으면 해당 음식점 종업원들을 미리 포섭해 도청장치를 설치하게 하고 바로 옆방이나 근처 건물에 미림팀이 출동해 대화내용을 일일이 녹음했다. 미림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당시에는 안기부의 힘이 막강했기 때문에 음식점 등에 세무 편의를 봐주는 형식으로 대가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청팀은 8시간씩 3교대로 한시도 쉬지 않고 가동됐으며 안기부 간부들은 이들의 녹취 보고서를 읽으며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무분별하게 이뤄지던 도·감청은 1993년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이 제정되면서 일단 제동이 걸렸다. 통비법 제정의 배경에는 ‘초원복집’ 사건이 자리하고 있다. 초원복집 사건은 지난 1992년 14대 대선을 앞두고 김기춘 당시 법무부장관과 부산지역 기관장들이 초원복집에 모여, 김영삼 후보를 당선시키자는 모의를 한 것을 정주영 후보 쪽이 도청해 공개한 사건이다.

"결백 주장 호소문 내고도 다음날 도청"
역대 사례 보니 … 역시 못 믿을 국정원


김영삼 후보 쪽은 ‘관권선거’보다 ‘불법도청’ 문제를 더 부각시켰고, 집권 이후 통비법을 통과시켰다. 노 전 대통령에 이어 집권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집권 초기 안기부장의 국내정치 보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정치사찰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안기부로부터 야당 인사들에 대한 내밀한 정보가 제공되기 시작하자 김 전 대통령 역시 곧 안기부를 통한 정치개입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게 된다.

1994년 6월 안기부는 노 전 대통령이 운영하던 미림 도청팀을 부활시켰다. 미림팀은 정치권 주요 인사들이 예약한 서울의 한정식집이나 호텔 식당 등에 도청기를 설치해 대화를 녹음했다. 약속장소 역시 불법 전화감청으로 파악했다. 추후 파악된 바로는 1997년 11월까지 646명(정치인 273명)에 대해 녹음테이프 1000개 분량의 내용을 도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집권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안기부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단행했다. 김 전 대통령은 과거 중앙정보부에 납치돼 바다에 수장될 위기를 넘겼으며, 대선과정에서도 안기부의 각종 공작으로 어려움을 겪었었다. 김 전 대통령은 1999년 안기부를 국가정보원으로 바꾸고 진정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처럼 국정원의 대대적인 개혁을 시도했던 김대중정권이지만 전화감청의 유혹만은 뿌리치지 못했다. 당시 휴대전화 보급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국정원은 33억원을 들여 감청장비를 개발해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사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 직원 32명이 24시간 3교대로 주요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시민단체. 노조 간부 등 1800여명의 통화내용을 감청했다. 김대중정부에서 재임했던 임동원, 신건 전 원장은 2005년 검찰수사에서 도감청 내용을 보고받고, 첩보수집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돼 징역 4년, 집행유예 4년형을 선고받았다. 

특히 김대중정부는 국정원의 불법 감청 의혹이 불거지자 조석간 신문 1면에 “국민 여러분, 안심하고 통화하십시오!”라는 제목의 광고를 일제히 게재하며 결백을 주장했다. 당시 언론에서 국정원의 도감청 의혹을 집중 제기하자 결백을 주장하며, 안심하고 통화하라는 대국민 호소문을 낸 것이었다. 그런데 6년 후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광고를 게재한 이후에도 국정원은 불법 도·감청 활동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심지어 국정원은 해당 광고를 게재했던 날에도 불법 도감청 활동을 했다.

국정원의 일탈

노무현정부 시절에는 정보기관의 불법 도·감청이 수면 위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기자들의 통화내역을 국정원이 잇따라 조회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명박정부에선 참여정부 고위 공직자에 대한 국정원의 감시와 불법 민간인사찰 문제가 불거졌다.

2010년 최재성 당시 민주당 의원은 국정원이 이강진 전 총리실 공보수석에 대해 2009년 2월부터 6월까지 넉달간 도·감청을 실시했다고 폭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VIP(대통령)’에 충성하는 비선조직인 공직윤리지원관실을 만들어 국민을 사찰하는 등 세금을 유용했고 직권을 남용해 언론인 등의 불법사찰에 공무원을 동원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까지 받았으나 무혐의 처리됐다. 이번에도 결백을 주장하는 국정원을 국민들은 과연 믿을 수 있을까?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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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올인’ 민주당 그림자

‘이재명 올인’ 민주당 그림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4월부터 설설 끓던 ‘이재명 연임론’이 임계점에 도달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연임으로 잠재적 합의를 본 듯하다. 당의 앞날이 오직 한 사람에게 달려 있다. ‘이재명 몰빵’을 외친 채 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일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각종 현안을 띄우며 여론전에 나섰지만 그만큼 구설에 오르기도 하는 요즘이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둔 포석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여의도에서는 ‘어대이(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강하지만 정작 본인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 대표는 2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당 대표직을 사임했지만, 연임 여부에 관해서는 “길지 않게 고민해서 저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모냐 도냐 민주당 의원은 저마다 이 대표 연임론에 군불을 때고 있다. 거대 야당을 맡을 적임자로 이 대표가 제격일뿐더러 민주당 내 마땅한 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 대표의 연임에 대해 “당연하다”며 “지난 총선서 국민은 민주당에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줌으로써(이 대표가) 리더십의 재신임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도 말씀하셨지만 정치인은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며 “민주당은 절체절명의 정권 교체에 있는데(이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차기 대통령 후보 여론조사에서 1등을 뺏겨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이 대표를 두고 “윤석열정부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적임자”라며 연임에 힘을 실었다. 장 최고위원은 라디오를 통해 “본인 개인적으로는 힘드시겠지만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국민이 바라는 건 물러터진 민주당이 아니라 강한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이 대표께서 연임을 결단 내리고 출마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길지 않은 시간 내에 고민을 정리하시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민주당이 당헌·당규 개정안을 손질하면서 이 대표의 연임도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제4차 중앙위원회의를 열고 ‘당 대표 사퇴 시한에 예외를 두는 당헌 개정안’을 최종 의결했다. 민주당 당헌 25조2항에 따르면 당 대표나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선거 1년 전 직을 사퇴해야 한다. 해당 조항은 그대로 두되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시한을 달리하는 규정을 신설한 게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중앙위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가 진행됐으며 참여자 501명 중 422명인 84.23%가 찬성했다. 반대는 15.77%로 79명이었다. 개정되기 전 당헌을 따를 경우 이 대표는 오는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연임에 성공해도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2026년 3월에 사퇴해야 한다. 하지만 신설 조항이 개정되면서 같은 해 6월 치러질 지방선거에도 공천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당대회 앞두고 멍석 깔았다 당헌·당규 이어 러닝메이트도 국민의힘이 “이재명을 위한 1인 지배정당”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서 민주당 강득구 수석사무부총장은 “비상 상황이 생길 때(개정을) 하면 되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그때 수정하면 정치적 목적으로 ‘셀프 개정’했다는 오해를 받을 염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대표나 최고위원이 우리 당의 유력 대선후보인데 정해진 일정이 아닌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해 대선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떡할지 고민이 있었다”며 “개정이 필요하다는 차원서 절박한 마음으로 개정안을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로 된 분위기 속에서 2기 지도부에 함께할 의원들도 자천타천 거론된다. 새로운 수석 최고위원이자 이 대표의 러닝메이트로는 4선인 같은 당 김민석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 의원은 지난 총선서 선대위 종합상황실장 등을 역임하면서 이 대표와 긴밀히 소통해 온 인물이다. 선수가 높아 캠프의 핵심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크다. 이 밖에도 최고위원 후보군으로 전현희·이언주·민형배·한준호·강선우 의원이 물망에 올랐다. 원외에서는 전봉주 전 의원과 김지호 상근부대변인이 이름을 올렸다. 이 대표도 각종 현안을 띄우며 부지런히 발을 맞췄다. 최근에는 주4일제와 단통법 폐지를 주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여론 주도권 쥐기에 나섰다. 지난 총선 때 공약으로 내건 ‘25만원 지원금’에 이은 민생 이슈로 다가오는 전당대회를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9일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주 4일제는 피할 수 없는 세계적 추세”라며 “거꾸로 가는 노동 시계를 바로 잡고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한 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통령실의 “근로 다양성을 고려해서 주 52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적하는 동시에 맞대응할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의욕이 지나쳤나? 이날 이 대표는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인 단통법을 신속하게 폐지하겠다고도 밝혔다. 박근혜정부 시절 시행돼 1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통신비 절감 효과는커녕 부작용만 양산했다는 점에서다. 이 대표는 이런 점을 꼬집으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지난 1월 민생토론회서 단통법 폐지를 약속했다. 그런데 벌써 반년 동안 변한 게 없다”며 “단통법 폐지에 대해 정부여당도 말만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협조해서 우리 국민의 통신비 부담이 저감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 대표는 민주당의 아버지”라는 찬사가 나오기도 했다. 새롭게 최고위원회의에 합류하게 된 강민구 최고위원은 “아버님이 지난주 소천하셨다. 아버님은 평생 이발사를 하며 자식을 무척이나 아껴주신 큰 기둥이었다”며 “소천 소식에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당원들의 응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 대표”라며 “국민의힘이 영남당이 된 지금 민주당의 동진 전략이 계속돼야 한다. 집안의 큰 어르신으로서 이 대표가 총선 직후부터 영남 민주당의 발전과 전진에 계속 관심을 가져주셨다”고 덧붙였다. 해당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에게 충성 경쟁을 하기 위한 ‘낯 뜨거운 찬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저마다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 최고위원의 발언! 막장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김장겸 의원도 “잠시 조선노동당 얘기인 줄 착각했다”며 “우상화가 시작됐나요?”라고 비꼬았다. 새로운미래 최성 수석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재명 1인 절대권을 지닌 친정 체제’가 확고히 뿌리내리는 장면”이라며 “이재명이 민주당의 아버지면 ‘법카 횡령’으로 재판을 받는 김혜경 여사는 머지 않아 ‘민주당의 어머니’로 칭송받는 날이 올 수도 있겠다”고 직격했다. ‘민주당의 아버지’ 논란이 불거지자 강 의원은 SNS를 통해 “깊은 인사는 영남 남인의 예법”이라고 설명했지만 비판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의 연임은 ‘양날의 검’이라고 표현했다. 특유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민주당을 질서정연하게 이끌겠지만, 앞으로 민주당이 하는 모든 행동이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한 방탄으로 비춰질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민주당이 꾸리고 있는 지도 체제 목적은 뚜렷하다. 이 대표를 사법 리스크로부터 구해내는 게 당의 목표가 되다 보니 자꾸 무리수가 생긴다”며 “옆에서 함께 뛰는 동료들이 눈치를 못 채겠나. 그래도 크게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우니 ‘민주당이 모든 걸 쟁취하겠다’는 여론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방탄 색안경 언제쯤 벗나 민주당이 11개 상임위를 선점하고 각종 법안을 발의하자 국민의힘은 ‘의회 독주’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던 날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상식에도 맞지 않고 국회법에도 맞지 않고 관례에도 맞지 않는 상임위 배분안”이라고 비판했다.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질주하는 민주당의 모든 행동이 기승전 이 대표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심서 징역 9년6개월을 선고받자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이 대표 지키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여권의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법제사법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를 차지하고 강경파 의원을 위원장으로 앉힌 것 역시 이 대표를 사법 리스크로부터 방어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발의한 ‘대북송금 특검법’ ‘수사기관 무고죄’ 등도 모두 이 대표 방탄을 위한 맞춤형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이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인 방송 4법을 국회 상임위원회(과방위)서 단독으로 처리한 것 또한 이 대표가 언론을 개인 방송으로 사유화하기 위한 절차라고 맹비난했다. 방송 4법은 지난 21대 국회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 중 하나다. 기존 방송 3법에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4인 이상으로 하는 내용을 더해 22대 국회서 재발의한 것이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표가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보도한 언론은 ‘애완견’으로 비난하면서 언론을 사실상 이 대표의 개인 방송으로 사유화하고 장악하겠다는 속셈”이라며 “국회는 이 대표의 방탄 로펌이 아니며 공영방송이 이 대표의 개인 방송으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대표가 자신의 대북송금 의혹 수사 관련 보도를 한 일부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으로 표현한 게 논란이 되자 일부러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안 의원은 “날치기로 통과시킨 방송3법은 공영방송 이사진 대부분을 친민주당·친민주노총 성향 단체들이 추천하겠다는 개악법”이라며 “‘이재명 민주당’이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뻔하다. 방탄 언론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벗어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강조했다. 말 한마디도 ‘방탄’ 직결 “연임은 당이 쥘 양날의 검”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 대표를 향해 “여의도 동탁이 등장했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SNS를 통해 “‘이재명 1극 체제’는 우리로서 전혀 나쁘지 않다. 동탁 체제가 아무리 공고해 본들 그건 20% 남짓한 극성 좌파들 집단의 지지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 시장은 “민주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어버이 수령 체제’로 치닫는 민주당을 보면서 나는 새로운 희망을 본다”며 “민주사회서 최종 승리는 결국 다자 경쟁구도서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생이 그걸 증명해 준다”고 덧붙였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가 연임하면 지방선거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다양성이 줄어든다”며 “민주당을 이끌 새로운 인물,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인물은 민주당 내에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도나도 이 대표를 추대하는 분위기로 몰려 선뜻 목소리를 못 내고 있을 뿐”이라며 “결국 국민의 피로감만 쌓이는 전당대회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민주당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모양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누가 당 대표가 되든 민주당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지만, 이재명이라는 대선후보의 입장서 보면 너무 많은(당의) 리스크를 안고 가는 선택 아닐까”라고 우려를 표했다. 고 최고위원은 ‘리스크를 떠안고 갈 우려가 너무 크다’ ‘목표를 대권에 잡아야지 당권에 둬서는 안 된다’ 등의 이유로 이낙연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은 당권을 갖고 갔다. 그리고 리스크를 다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갔다”며 “그게 다시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어서 대권과 당권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리스크 확성기 야권의 한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어떤 집단이 일극체제로 굴러가는 건 누군가의 뛰어난 리더십이 발휘됐다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로 꽁꽁 묶여 있다. 거대한 무리서 혼자 톡 튀어나온 이 대표는 국민의힘의 타깃이 되기 딱 좋은 위치”라고 우려를 표했다. 모든 시선이 이 대표에게 쏠려 있으니 국민의힘이 작은 오점 하나까지 꼬투리를 잡아 늘어질 게 뻔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 한 명만 쓰러뜨리면 끝나는 게임이 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서는 후보군이 제법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면서도 “전당대회뿐만이 아니라 대선에 등장할 잠룡도 많은데 민주당은 ‘오직 이재명’만 외치면서 다음 대책도 없이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기서 변화구가? 5선인 민주당 이인영 의원의 당권 도전 가능성이 8월 전당대회 변수로 떠올랐다. 잔뼈가 굵은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나 “국회의장 선거서 우원식 의원이 추미애 의원을 꺾었다. 이인영 의원도 우 의원과 같은 GT계(김근태계) 사람”이라며 “우원식 의원을 의장으로 만들었으니 이 의원의 출마는 ‘못 먹어도 고’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다만 “이 대표 추대론으로 분위기가 맞춰지고 있어 이 의원의 도전이 계파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 이 의원은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