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대담> '의원직 상실위기' 박지원 작심토로

"황당한 재판내용 알면 국민들도 내 편들 것"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로운 증거나 증언이 나온 것도 아닌데 1심과 2심 재판부의 판결이 180도 달라진 '이상한 재판'이 있다. 바로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에 대한 재판이다. 유일한 증거는 돈을 줬다는 사람의 일방적인 주장뿐이지만 재판부는 그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박 의원은 곧바로 의원직을 잃고 내년 총선에도 출마하지 못한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강영수)는 지난 9일 보해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증거나 증언이 나온 것도 아니었지만 1심과 2심 재판부의 판단은 180도 달랐다. 법조계에서는 무척 이례적인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마침 야권을 향한 사정정국이 조성된 미묘한 시기였다.

이번 재판에서 인정된 유일한 증거는 박 의원에게 돈을 줬다는 오문철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의 주장뿐이다. 재판과정에서 오 전 대표가 의도적인 위증을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재판부는 그의 주장만을 철석같이 믿었다. 2심 재판과정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기본적인 대원칙조차 전혀 지켜지지가 않았던 것이다. 과연 재판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던 것일까? <일요시사>가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는 박 의원을 만나봤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

- 지난 9일 항소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 유죄를 선고했다. 심정이 어떤가?
▲ 새로운 증거나 증언이 나온 것도 아닌데 1심 재판부의 판결과 2심 재판부의 판결이 완전히 달라졌다. 법조계에서는 ‘열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사람의 억울한 사람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2심 재판부는 물증도 없이 오직 오문철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의 말만 믿고 유죄판결을 내린 것이다. 굉장히 황당한 심정이다. 재판부는 제가 오 전 대표에게 3000만원을 받았다고 하는데 당시 보해저축은행은 이미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던 중이었다. 아무리 돈이 급해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회사에서 돈을 받을 바보 같은 정치인은 없다.

- 법원은 일부 유죄를 선고한 이유에 대해 오문철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의 일관된 진술을 꼽고 있다. 오 전 대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왜 이런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 오 전 대표와 관련된 또 다른 사건으로 구속됐던 썬앤문(현 라미드그룹) 김성래 부회장은 옥중에서 ‘매일 검찰이 불러서 박지원에게 돈을 주었다는 진술을 하라고 해 자살을 해서라도 결백을 증명하고 싶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국회 법사위원회에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 전 대표는 지금도 수감되어 있는 사람이다. 거의 매일 검찰청에 불려가 밤늦게까지 조사를 받으면서 검찰의 압박과 회유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김 부회장의 폭로에 따르면 진술이 조작되고 연습되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 반면 당시 오 전 대표와의 만남에 동석했다는 한모 전 목포경찰서장은 박 의원님의 결백을 주장했으나 진술이 오락가락해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 오 전 대표가 저에게 돈을 줬다는 날짜가 2010년 6월이다. 기자님도 오늘 인터뷰를 하지만 5년 후에 제가 어디에 앉았고 배석자들이 어디에 앉았었는지 전부 기억할 수 있겠나? 당연히 기억을 더듬어 진술하다보면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한 전 서장이 그날 만남에 분명히 배석했었고, 오 전 대표가 (현금 3000만원이 담겼 을만한 가방 등이 없이) 빈손으로 왔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지 사소한 사실관계를 기억해내는 과정에서 진술이 오락가락했다는 이유로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하니 억울할 수밖에 없다.


물증도 없이? 무죄추정 원칙 내버린 재판부
"수사 중인 회사 돈 받을 바보 아니다"

- 오 전 대표는 당시 세부적인 상황까지 기억해냈나?
▲ 아니다. 오 전 대표 역시 저에게 돈을 줬다는 진술만 일관되게 하고 있지 세부적인 내용은 진술이 오락가락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오 전 대표의 진술만은 그대로 인정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이중잣대다.

- 의원님과 오 전 대표가 만났을 당시 동석한 한 전 서장은 의원님과 가까운 사이라고 하던데, 재판부로서는 증언의 신빙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 제가 한 전 서장과 잘 아는 사이인 것은 맞다. 하지만 당시 한 전 서장뿐만 아니라 오 전 대표의 측근인 김모씨와, 오 전 대표의 운전기사조차도 가방 같은 것은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오 전 대표는 현금으로 3000만원을 저에게 주었다고 하는데 현금 3000만원이 양복 주머니에 들어갈 수 있나?

오 전 대표는 그날 저를 만나러 가면서 차에서 가방을 가져갔다고 진술했지만 오 전 대표의 측근인 운전기사조차 가방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그런데 2심에서는 오 전 대표의 진술만 신빙성이 있고 나머지 사람들의 증언은 신빙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 운전기사나 김모씨의 진술은 왜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나?
▲ 모르겠다. 재판부가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았다. 이들은 오락가락하지도 않고 지금까지 일관되게 진술을 했는데 2심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 당시 만남에 한 전 서장이 동석했다는 내용의 수첩기록에 대해 재판부는 수사가 진행되고 난 후 쓰여 졌다고 판단했다. 한 전 서장이 동석했다는 것조차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인데.
▲ 추가일정을 밑에 적는 것은 평소 메모습관이다. 공간이 없어 추가일정을 하단 빈칸에 기록한 것이다. 그동안 제가 써온 메모패턴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억울해서 국과수 판정을 받아보자고 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우리 측의 요구를 묵살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말만 믿고 메모가 뒤늦게 작성된 것이라고 했다.

- 당시 오 전 대표를 만나줬던 이유는 무엇인가? 이미 오 전 대표의 회사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상황으로 두 사람이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논란거리가 될 수 있었다.
▲ 그날 면담은 한 전 서장이 오 전 대표를 데려와서 만났던 것이다. 당시 보해저축은행이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면담 전까지는 몰랐고 면담 과정에서 알게 됐다. 저는 지역에서 저를 찾아오는 사람은 누구라도 만난다. 국회의원으로서 제 지역구에 있는 저축은행 대표를 만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 오 전 대표뿐만 아니라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임건우 전 보해양조 회장 등도 의원님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만약 검찰의 짜맞추기식 기획수사가 맞다면 야권에 대권주자들도 즐비한데 왜 하필 박 의원님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고 생각하나?
▲ 2012년 검찰의 기소 당시 여권 인사들이 비리사건으로 줄줄이 수사를 받고 있었다. 그러니 검찰에서는 여야 균형을 맞추기 위해 희생양이 필요했을 것이다. 임석 전 회장은 저와 고향이 같고, 학교 후배다. 보해저축은행도 제 지역구에 있는 회사다. 제가 타깃이 되기 딱 좋았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제가 원내대표로서 저격수 역할도 하고 여권에선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그래서 저를 타깃으로 삼은 게 아닌가 의심된다. 지금까지 검찰이 저를 탈탈 털었지만 아무 것도 나온 것이 없다. 이번에 유일하게 유죄를 받은 것도 오 전 대표의 증언 외에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


"이미 위증 저질러 증언 신빙성 없어"
"2심은 분명한 오심, 끝까지 싸우겠다"

- 재판부는 오 전 대표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면서도 오 전 대표가 지난 2011년 3월 의원님에게 또 다시 3000만원을 줬다고 진술한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인가?
▲ 오 전 대표는 지난 2011년 3월에 제게 3000만원을 주면서 청탁을 하니 제가 그 자리에서 김석동 금융위원장에게 전화를 해 민원을 해결했다고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김 위원장은 같은 시간 국회 정무위에 출석해 있었다. 재판정에서 아예 김 위원장의 국회 출석 영상을 틀어줬다. 확실한 물증이 있다 보니 재판부도 그 부분은 어쩌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오 전 대표는 매우 악의적으로 위증을 한 사람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뇌물을 건넨 사람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려면 그 진술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런데 재판부는 아무런 증거도 없이 그런 사람의 말만 믿고 저를 유죄라고 한 것이다.

- 이외에도 오 전 대표의 진술 중 오류는 없었나?
▲ 오 전 대표는 제가 3000만원을 받고 수원지검 검사에게 전화를 해 보해저축은행 관련 청탁을 했다고 했다. 그래서 검찰에 제가 도대체 수원지검 누구에게 청탁을 했다는 건지 밝혀 달라, 같은 검찰식구니까 알 거 아니냐고 호소했다.

그런데 검찰은 제가 누구한테 청탁을 했는지 결국 밝혀내지 못했다. 이외에도 사소한 오류들이 많았다. 재판과정에서 재판장이 오 전 대표에게 ‘진술이 다른 피고인들과 전부 엇갈리는데 어떻게 박 의원에게 돈을 줬다는 그 시점의 일만 세세하게 기억하느냐, 그러니까 피고인이나 변호인들이 검찰에게 회유 받은 것 아니냐고 의심을 하는 것 아니냐’고 호통을 칠 정도였다.

- 재판과정에서의 편파적인 진행은 없었나? 사정정국이 조성된 후 재판부의 분위기가 확실히 바뀌었다고 보나?
▲ 변호인들이 항소심 재판정이 이상하게 굉장히 까다롭게 한다고 하더라. 1심에서 증인으로 나와 이미 증언을 한 사람들을 항소심에서 전부 다시 불러서 증언을 하게 했다.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아무리 까다롭게 해도 우리는 명명백백하게 돈을 받은 사실이 없기 때문에 재판결과에 자신이 있었다. 변호인들도 전부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

- 새정치연합 혁신위는 검찰에 기소만 돼도 당직을 정지시키는 혁신안을 발표했다. 이번 재판으로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이번 재판이 정치적 탄압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정해서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 정권이 바뀌어도 늘 검찰의 정치편향성이 문제로 지목된다. 검찰의 정치편향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말씀드리기 곤란하다. 또 다른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 저는 법사위원을 하면서 사법부를 존중해왔지만 이번 2심 판결은 분명한 ‘오심’이라고 생각한다. 대법원에서 반드시 진실을 밝혀내겠다.

- 끝으로 3심 재판을 앞두고 하고 싶은 말씀은?
▲ 맨 처음에 검찰은 제가 10억원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서 고작 3건에 8000만원을 받았다고 기소했다. 그나마 재판부에서는 1건 3000만원만 유죄로 인정했다. 이 판결조차 물증은 없다. 일단 정치인이 법정에 서면 나중에 무죄를 선고받아도 국민들은 믿지를 않는다. 너무나 억울한 일이다. 저를 욕할 땐 욕하시더라도 재판내용이 무엇인지, 증거가 무엇인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재판내용을 제대로 알고 나면 국민들께서도 제 편을 들어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mi737@iyosisa.co.kr>

 

[박지원 의원 프로필]
▲ 동서양행 뉴욕지사 지사장
▲ 미국 뉴욕한인회 회장
▲ 제14, 18, 19대 국회의원
▲ 제2대 문화관광부장관
▲ 김대중 대통령비서실장
▲ 민주당 원내대표
▲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