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호남 10월 쿠데타설 막전막후

금배지 20개만 모아 원내 신접살림 차리면 '성공'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10월 재보선을 주목하라.” 최근 들어 정치권에서는 공공연히 10월 재보선을 주목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 재선거가 치러지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정치권에서는 10월 재보선이 야권 재편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전 의원이 각각 전남과 전북에 포진하고 이미 재보선을 겨냥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정치권은 10월 재보선 이후 불어닥칠 후폭풍에 긴장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자신은 대권을 위해 세 번의 죽을 고비를 넘어야 한다”며 “당대표가 못 돼도, 당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도, 총선을 승리로 이끌지 못해도, 그 다음 제 역할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문 대표의 진짜 죽을 고비는 오는 10월28일 치러지는 재보선이라고 지적한다.

진짜 죽을 고비
넘을 수 있을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당 지도부는 10월 재보선의 중요성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문 대표가 10월 재보선에서 참패한 후에도 그냥 뭉개고 넘어가려 한다면 비노진영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문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는다면 비노인사들은 당장 당을 뛰쳐나갈 것이고 빈껍데기만 남은 당에 친노인사들만 남아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대표는 이미 지난 4·29 재보선에서 4대0으로 참패를 당하면서 당 안팎에서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10월 재보선마저 참패하고 나면 더 이상 대표직을 유지할 명분이 없다는 주장이다. 친노진영에선 10월 재보선에서 패하더라도 내년 총선을 코앞에 두고 당 대표가 물러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버틸 가능성이 크지만 그럴 경우엔 친노계와 비노계가 갈라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밖에 없다.

10월 재보선, 신당 리트머스지 역할
기다리는 전남 천정배, 전북 정동영

대표적인 비노계 인사인 주승용 최고위원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10월 재보선에서 호남 기초단체장선거 결과가 우리 당의 상당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이는 기초단체장 재선거라고해서 10월 재보선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경고메시지로 풀이된다. 10월 재보선 결과는 야권 신당의 성공 가능성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은 역할도 하게 된다.

기초단체장 위주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공교롭게도 호남지역에 집중돼 있다. 전국적으로 총 11곳이 재보선 예상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는 가운데 그중 호남지역만 5곳이다. 호남에선 광주 동구, 전북 익산, 전남 장성·무안·장흥 등 5곳이 재보선 예상지역이고, 그 외 지역에서는 경기도 구리와 양주, 충북 진천, 경남 김해, 거창, 고성 등이 재보선 예상지역으로 분류된다. 


정치권에서는 새정치연합이 다른 곳에서 다 이기더라도 호남에서 참패하고 나면 그 후폭풍이 엄청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당장 호남신당론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현재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신당론의 배경에는 ‘흔들리는 호남민심’이 자리하고 있는데 호남에서 새정치연합이 패하고 나면 호남의 민심이반이 다시 한 번 확인되는 것이니만큼 심각한 일이다.

호남 민심이반
전전긍긍 새정치

특히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전 의원이 각각 전남과 전북에 포진하고 이미 재보선을 겨냥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치권은 10월 재보선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역정가에서는 두 사람의 연대설도 제기되고 있다.

천 의원 측은 이미 호남에서 10월 재보선에 출마할 인재를 물색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시간이 촉박해 신당 창당까지는 할 수 없겠지만 무소속연대 형식으로 후보를 내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천 의원 측은 재보선을 앞두고 몰려드는 인사들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 4·29재보선에서 낙선 한 후 중국으로 떠났었던 정동영 전 의원은 최근 자신의 고향인 전북 순창으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원은 고향에서 지인의 씨감자농장에 머물며 칩거 중이다. 지역정가에선 이미 정 전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전북지역에 출마할 것이라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4월 재보선에서 낙선하면서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기는 했지만 전북지역에서 정 전 의원의 영향력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10월 재보선을 겨냥한 전북지역 내 사전정지작업도 상당수준 진행되어 있다는 평가다. 이미 지난 3월 전북 출신 인사 105인이 정 전 의원이 몸담고 있는 국민모임에 대한 지지선언을 했다. 이들은 “호남을 친노의 들러리로 전락시키는 정치 행태는 가장 먼저 청산해야 할 과제”라며 “야당교체 없이는 정권교체도 없다”고 주장했다. 친노가 장악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에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 각각 전북과 전남에서 바람을 일으킨다면 10월 재보선 판세는 크게 요동칠 것이다. 새정치연합 후보들이 재보선에서 패하고 나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인사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할 수밖에 없고, 천 의원과 정 전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에 참여하려는 인사들이 줄을 서게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광주 동구청장 재선거가 실시된다면 광주 동구가 지역구인 박주선 의원이 또 다른 키맨이 될 수도 있다. 박 의원은 그동안 꾸준히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해온 인물로 탈당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역정가에서는 광주 동구에서 재선거가 실시되면 박 의원이 물밑에서 무소속 후보를 돕는 방식으로 당 지도부에 반기를 들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박 의원과 당 지도부의 관계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이 멀어졌다는 것이 당 안팎의 분석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난 9일에는 호남 인사들을 주축으로 한 당직자 출신 당원 100여명이 탈당계를 내고 신당 창당을 선언했는데 이들의 기자회견 장소를 박 의원이 예약한 것으로 알려져 당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처럼 현재 호남에서 새정치연합의 입지는 매우 불안하다. 지난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전남 22개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당선된 무소속 후보만 9명이다. 새정치연합은 텃밭이라는 전남에서 거의 절반의 지역을 무소속 후보들에게 내줬던 것이다.

최근 지역정세는 더욱 악화됐다. 새정치연합 전북도당이 도민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새정치연합은 아직 창당도 되지 않은 신당과의 가상대결에서 지지율이 무려 12%p나 밀렸다.


가상정당에 밀렸다
악화되는 지역여론

새정치연합 중앙당은 당장 객관성이 결여된 여론조사였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면 더 큰 문제다. 중앙당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전북도당은 이미 호남신당을 지지하는 인사들에게 장악되어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중앙당은 이번 여론조사가 새정치연합의 긍정적 측면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부정적 내용만 직설적으로 묻다가 가상 신당과의 지지율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지적한다. 여론조사 설문지를 살펴보면 ‘새정치연합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인가?’ ‘새정치연합의 혁신과제는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이어가다 마지막으로 지지하는 정당을 묻는 식이다. 당연히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낮게 나올 수밖에 없는 여론조사라는 지적이다.

또 도당 차원에서 여론조사를 했다면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는 굳이 공개할 이유가 없는데 이번 여론조사가 언론에 공개된 이유도 의문이다. 어찌됐든 호남정세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변수는 야심차게 출범한 혁신위의 혁신작업이다. 혁신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만큼 단 몇 곳에서 치러진 재보선에서 패했다고 해서 당대표 자리를 내놓으라는 주장은 먹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신당론을 주장하는 이들도 너나할 것 없이 신당 창당의 선제조건으로 ‘혁신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다.

'문재인 흔들기' 10월 이후가 적기?
'무공천' 정면승부 회피 위한 꼼수?

이미 무소속 연대를 추진하고 있는 천정배 의원도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 활동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신당이 나와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고, 문 대표와 연일 각을 세우고 있는 박주선 의원도 ‘당 혁신이 최우선이다. 혁신이 잘 되면 탈당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혁신위의 전망은 여전히 어둡기만 하다. 


혁신위원회는 지난 8일 현행 최고위원과 사무총장직을 폐지하는 혁신안을 내놓았는데 이에 대해 비노진영에서는 당대표에게 무소불위의 권한이 집중될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혁신위의 혁신안이 계파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현역의원 교체지수를 개발하게 될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회’의 임명권을 당대표가 행사하기로 하자 비노계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혁신위의 혁신작업이 지나치게 공천 문제에 집중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은 누가 공천을 받든 관심이 없다”며 “혁신위가 우리 당이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일각에선 혁신위가 최근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부정부패사건으로 재보선을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공천하지 않기로 하는 혁신안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호남지역에 당 소속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 방식으로 위기를 넘기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다.

무공천 꼼수?
책임회피 불가능

하지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미 무공천 선거를 한 번 치러봤지만 누가 새정치연합 쪽 사람이고 누가 천정배 사람인지 다 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며 “무공천했다는 이유로 책임론에서 벗어나려고 한다면 정말 심각한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표가 죽을 고비를 넘기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10월 재보선에 올인해야 한다”며 “흔들리고 있는 호남민심을 잡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도 이기지 못한다면 문 대표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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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