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원로들의 난' 막전막후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잊어질 뻔했을 뿐…"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이 ‘원로들의 난’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당의 원로들이 지난달 29일 전격 회동을 갖고 신당 창당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 신당 창당설이 불거진 일은 이미 여러 번 있었지만 당이 어려울 때 중심을 잡아야할 원로들이 직접 신당 창당 논의에 나섰다는 점은 매우 이례적이고 충격적이다.

“당 원로들이 모여서 신당 창당 논의를 했다고?”

지난달 29일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 발칵 뒤집어졌다. 당의 원로들인 권노갑, 정대철, 이용희, 김상현 상임고문과 5선 의원을 지낸 김봉호 전 국회부의장이 모여 신당 창당을 논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노병 돌아올까?
노병 잊혀질까?

당장 다음날 새정치연합 소속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우리 당의 원로들께서 모여 신당 창당 등 당의 진로를 논의했다는데 이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당 지도부 역시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었다. 신당 창당 움직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당이 어려울 때 중심을 잡아야할 원로들이 직접 신당 창당 논의에 나섰다는 점은 실로 충격적인 일이다.

당시 모임에서 원로들은 4·29재보선 참패 이후에도 문재인 대표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기는커녕 친노계 사무총장의 인선을 강행했다며 이대로는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에서 어렵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원로들은 현재 새정치연합의 노선으로는 표의 확장성 부분에서 한계에 봉착했다며 중도 및 보수성향의 유권자들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중도개혁신당’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중심 잡아야할 원로들이 왜?
친노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

이날 모임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봉호 전 부의장도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김 전 부의장은 모임을 앞두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신당, 분당 문제를 중심으로 해서 좀 밀도 있게 논의해보겠다”며 이번 모임이 신당 창당 논의를 위한 모임이라는 사실을 거침없이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과거 같으면 실제로 신당 논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기자들에게는 그냥 일상적인 모임이었다고 잡아뗐을 텐데 김 전 부의장은 대놓고 신당 논의를 하겠다고 말했다”며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내년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더 이상 숨길 필요 없이 노골적으로 신당 창당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라고 분석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도 “이날 모이신 분들은 정치적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원로들인데 이날 발언의 파장을 모를 리가 없다”며 “공개적으로 신당 논의를 하겠다고 언급한 것을 보면 사실상 신당 창당을 기정사실로 하고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노욕?
충정?

파장이 커지자 이날 회동에 참석했던 정대철 상임고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원래 권노갑 고문이 참석하기로 했는데 참석하지 않았고 별다른 정치이야기도 하지 않았다”며 “이날 회동에 참석한 참석자들의 평균 나이가 80이 넘는다. 신당 창당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우리가 직접 나서서 뭔가 해보기는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오래 전부터 당 원로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날 회동에 참석한 원로들뿐만 아니라 새정치연합 원로들 중 상당수가 친노가 장악한 당 지도부에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른바 원로들의 난으로 향후 새정치연합이 심각한 내홍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현재 새정치연합의 원로들은 대부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나 구 민주당계다. 정치권에서는 친노와 이들의 관계에 대해 “남(새누리당)보다는 가깝지만 그렇다고 친자식은 아니다”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친노와 원로들 사이가 벌어진 결정적 계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실시한 대북송금특검이다. 대북송금특검으로 원로들의 정신적 지주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큰 상처를 입어야만 했다.

친노진영이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것도 이들에겐 아직까지 배신의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친노가 당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 원로들에게는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원로들이 보기에는 마치 피 한 방울 안 섞인 사람들이 어느 날 양자로 들어와서 집안의 재산을 다 차지하려는 모습으로 비쳤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친노 지도부에 대한 당 원로그룹의 불편한 감정은 이미 한 차례 드러난 바 있다. 지난 4·29재보선을 앞두고 동교동계 인사 60여명이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후 재보선 지원 여부에 대한 논의를 했는데, 선거 지원 여부를 자체 투표해본 결과 반대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이다. 이날 모임에서 참석자들은 “필요할 때만 호남을 찾는 거냐”며 친노가 장악하고 있는 당 지도부를 향해 상당한 불만을 표시했다.

당 원로들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 대해 정치권 전반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조달해야 하는데 총선까지 너무 시간이 촉박하고, 국민들이 공감할 만한 명분과 비전도 마땅치 않다. 신당을 대표할 만한 인물도 없다.

원로그룹 중심 신당 창당?
신당 창당보다는 지분 욕심?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원로들이라고 해봐야 대부분 원외인사들이고 이미 과거의 인물들이라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당내에서도 충격적이긴 하지만 내년 총선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평가절하 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반면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들이 직접 나서기보단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각 그룹 간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야권 내에서는 다양한 성격의 신당이 추진되고 있는데 원로그룹이 앞장선다면 이들을 한데 묶어 거대신당을 만드는 일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속된 말로 이날 모인 인물들이 이미 한물간 사람들인 것은 맞지만 원로라는 상징성이 있고, 그동안 그들이 정치권에서 닦아놓은 인맥도 무시할 수 없다”며 “이들이 직접 나서서 어떤 세력을 구성하기보다는 사방팔방 흩어져 있는 신당 창당 세력들을 하나로 잇는 구심점 역할 한다면 파괴력이 적지 않을 것이다. 현재 상황을 결코 가볍게 생각하고 넘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회동에 참석한 정대철 고문은 최근 야권 신당설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물이다.

정 고문은 4·29재보선 패배 이후 당이 부침을 겪자 비노진영의 대표적인 인물인 김한길, 안철수 의원과 신당행이 거론되고 있는 박주선 의원, 당내 대표적인 반노인사로 꼽히는 조경태 의원, 호남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천정배 의원 등과 잇달아 회동을 가진 바 있다.

정 고문 본인은 다분히 사적인 만남을 가졌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워낙 민감한 인물들과의 연쇄적인 만남이라 정치권은 정 고문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재보선 패배 이후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비노인사들이 정 고문을 중심으로 신당 논의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무성하다.

원로그룹 신당설
구심점 역할?

김한길 의원이 최근 밝혔듯이 소위 비노는 친노가 아니라는 게 공통점이지 조직으로 뭉친 계파가 아니다. 따라서 비노인사들은 너무나도 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있고 향후 정국운영에 대한 입장 차이도 크다. 이들을 하나로 묶기 위해서는 이들과 고루 친분을 가지고 있는데다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정치적 경험을 가진 당 원로들만큼 제격인 인사들도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당 원로들이 신당 창당보다는 신당 창당 카드를 무기로 내세워 내년 총선에서 지분을 얻어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원로들의 신당 창당 논의 소식이 전해진 후 당 일각에선 “(원로들이) 아직도 정치욕심을 버리지 못한 것 아니냐”는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지난 4·29재보선 당시 권노갑 상임고문은 선거 지원을 약속하면서 “당 운영에서 주류가 60%, 비주류가 40%를 맡는 게 관행이었다”며 “이러한 정신을 문재인 대표도 이어나가길 바란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사실상 선거 지원의 대가로 지분을 약속해달라는 뜻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당장 새정치연합 추미애 최고위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뜻은 가신들이 지분을 챙기는 데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권 상임고문에 직격탄을 날렸다.

논란이 커지자 권 상임고문은 “모두가 동참하는 당 운영을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지만 새정치연합의 원로들이 정치욕심을 버리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그런데 또 다시 당의 원로들이 신당 논의라는 파격적인 이슈로 정치 전면에 나서면서 이들이 당내 지분을 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치욕심?
성공할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들의 신당 창당 모색이 사실상 지분 확보를 위한 협상카드일 가능성이 있다”며 “당 원로들이 현실적으로 창당 작업에 실패한다고 해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줄지어 탈당선언이라도 하면 그 충격파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당의 원로라고 하면 당내 갈등이 있을 때 이를 중재하고 잘 추슬러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동안의 역할이었는데 당의 원로들이 직접 신당 창당 논의를 했다는 것은 무척 황당한 일”이라며 “당의 어른들인 원로들조차 지지하지 않는 정당을 국민들에게 지지해달라고 하면 국민들이 지지해주겠나? 친노진영으로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원로들을 설득하기 위해 협상테이블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연 정치적으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새정치연합 원로들의 난은 성공할 수 있을까?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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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