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믹스 포장지 '위험한 활용법'

“껍데기로 커피 젓지 마세요”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국민 대표 생활음료로 자리 잡은 커피믹스. 대다수의 소비자가 커피믹스 포장지로 커피믹스를 용해하고 있지만, 커피믹스 제작업체는 그동안 포장지의 위생 상태에 대한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이에 <일요시사>에서는 커피믹스 포장지 제작 과정에서의 살균·세척 과정이 이뤄지는지를 알아보고, 고온수에서의 인체 유해성분 검출 가능성도 함께 조사해봤다.

1976년 12월, 동서식품이 세계 최초로 커피믹스를 선보인 이후 남양유업, 롯데네슬레 등 20여개 업체가 커피믹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끊임없는 포장지 위생 상태 문의에도 제작업체는 그동안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성분 보니…

하루에 커피믹스를 3잔 이상 마신다는 공무원 안준영(35)씨는 “티스푼이 없어 부득이하게 포장지로 젓는 경우가 잦다”며 “포장지가 과연 깨끗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남겼다.

<일요시사>가 커피믹스 제작업체에 확인해본 결과, 포장지의 살균 및 세척 작업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돼 소비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커피믹스 전 제품의 포장지 및 박스에는 위생과 관련된 경고 문구가 기재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내 커피믹스시장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동서식품의 한 관계자는 “많은 소비자들이 티스푼으로 커피믹스를 젓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동서식품은 오염되지 않은 포장지를 사용하므로 위생적으로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 않다”고 해명했다.


포장지 제조업체의 입장은 달랐다. 동서식품에 포장지를 납품하는 동서의 한 공장 관계자는 “오존 처리 과정에서 약간의 살균 효과가 있으나 포장지 롤지의 접촉률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므로 세균 박멸 효과는 없다”며 “일부 영세 업체에서는 오존 처리 과정조차 거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롯데네슬레에 커피믹스 포장지를 납품하는 동원시스템즈 진천공장의 한 관계자는 “포장지 위생 문제에 대해서는 어떠한 답변도 내놓을 수 없다”며 “다른 업체에 문의해보라”고 밝히며 인터뷰를 회피했다.

다른 제작 업체의 한 관계자는 “포장지 제작 과정에서 살균·세척 작업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물론 공장 먼지에 쌓인 포장지에 에어콘프레샤조차 쏘이지 않는다”며 “일부 영세 업체의 경우 공장 외부에 포장지 롤지를 보관해 먼지나 비·눈에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커피믹스 포장지가 고온수에서 환경호르몬을 배출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 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커피믹스 포장지는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 폴리아미드(PA),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알루미늄박 등 2∼3겹 이상의 필름이 합쳐져 다층포장재를 이루고 있다. 이 소재는 산소차단, 내부충격 완화, 차광으로 인한 식품의 변질을 막기 위해 사용된 것이며 내열성이 강해 고온수에서 인체 유해성분이 용출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작 과정에 살균·세척 없어…위생 지적
잉크코팅·절취선 쪽 유해성분 검출 우려

포장지 제작 과정을 살펴보면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 필름이 롤에서 풀어지면서 접착제가 도포되고 오븐을 통과하면서 접착제 건조과정을 거친 후 알루미늄 증착 폴리프로필렌 필름을 접착제 도포면에 접합해 다층 포장재가 완성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커피믹스 포장지의 고온수 사용 자제에 대한 보도자료를 지난 2012년 5월18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발표된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포장지의 위생에 대한 내용은 배제돼 있으며, 포장지 절취면에서 인쇄성분이 용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보도자료를 통해 “커피믹스 포장지는 분말로 된 커피를 담는 용도로 제조된 것”이라며 “포장지를 티스푼 대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원래 용도에 맞지 않게 오용하는 것이므로 금속제 등으로 된 티스푼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장했다. 덧붙여 “커피믹스 포장지를 뜯을 때 인쇄면에 코팅된 합성수지제 필름이 벗겨져 인쇄성분이 용출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주의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약처는 식품과 직접 접촉하는 면에 인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나 커피믹스 포장지의 절취면을 살펴보면 절취안내표시선과 ‘EASY CUT’이라는 문구가 컬러인쇄가 돼 있어 고온수에서 인쇄성분이 용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커피믹스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포장지로 커피믹스를 용해할 때 사용되는 시간은 10초 미만으로 인쇄성분이 용출되더라도 인체에 유해할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다”며 “웬만하면 티스푼을 사용하는 것이 좋으나 포장지로 용해한다고 해서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식품 접촉면인 포장지 내부의 위생을 살펴본 결과, 식약처의 금지조항에 따라 가소재 성분인 폴리에틸렌 및 폴리프로필렌이 식품과 접촉되지 않아 내분비계장애물질인 DEHP은 검출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식약처 김양수 주무관은 “많은 사람들이 커피믹스 포장지의 위생 및 유행성분 검출 가능성을 모르는 것 같다”며 “앞으로라도 티스푼으로 커피믹스를 용해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업체도 “안 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가공식품 세분화조사 시장현황-커피믹스’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커피믹스 생산량은 연간 25만7174톤(2013년 기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믹스 한 봉지당 12g이라고 가정하면 214억3117만개가 판매된 셈이다. 커피믹스 낱개의 평균 길이는 16cm, 이를 일렬로 나열할 경우 342만8987㎞로 지구를 85바퀴 반 이상 돌 수 있는 거리와 비슷하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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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