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이 끝없이 표류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수년간 치러진 선거에서 연전연패 중이다.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의 전망도 불투명하다. 마지막 희망은 ‘혁신’뿐이다. ‘농사꾼’인 임미애 혁신위원은 이런 중책을 맡고 있다.
“소 키우던 시골 아낙이 제1야당 혁신위원이라고?”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임미애 혁신위원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임 위원은 경북의성군의원을 두 번이나 지냈지만 이후 의성에 정착해 농사를 짓고 있다. 임 위원은 혁신위 첫 회의에서 “대한민국 제1야당이 어쩌다 시골에서 소 키우고 땅 일구는 촌부에게 혁신을 자문하는 지경까지 왔을까 눈물이 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4·29재보선 참패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내몰린 새정치연합은 왜 임 위원에게 당의 명운이 걸린 혁신작업을 맡긴 것일까? 새정치연합은 과연 혁신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임미애 혁신위원을 만나봤다. 다음은 임 위원과의 일문일답.
- 새정치연합 혁신위가 출범한지도 어느덧 한 달 정도가 지났다. 그동안 혁신위원으로 활동해본 소감은?
▲ 당내 갈등이 있다고 언론을 통해 많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들 혁신에 대한 절박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혁신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난데없이 사무총장 인선을 둘러싸고 양측이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을 보면서 많이 실망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혁신위원으로 한 달을 지내면서 국민들이 새정치연합의 변화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느꼈고, 우리가 혁신한다면 언제든지 다시 지지를 보내주실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여전히 우리가 살길은 혁신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사무총장 인선을 둘러싸고 계파갈등이 불거지자 사무총장을 공천심사위원회에서 배제하겠다고 했다. 당 지도부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 이번 문제제기는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혁신위에서는 오래 전부터 사무총장이 당대표의 대리인 자격으로 공천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을 막아야겠다는 논의를 하고 있었다. 당 지도부의 공천개입을 시스템 구축을 통해 막고, 공천권은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당이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자리에 연연할 생각이 없다.
- 새정치연합은 선거에 패배할 때마다 혁신위를 만들고 혁신안을 만들어왔다. 원내대표를 지낸 박지원 의원도 과거에 내놓은 혁신안이 창고에 한 트럭은 있다고 했는데 왜 그동안 혁신안이 실천되지 못했다고 보나?
▲ 저도 그게 답답했다. 김상곤 위원장에게 혁신위원을 제안 받으면서 가장 먼저 질문한 것이 그것이다. 저는 혁신위원회가 혁신안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면 안 하겠다고 했다. 혁신안이 한두 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동안 만들어진 혁신안들이 전혀 쓸모가 없었느냐? 그것도 아니다. 굉장히 좋은 안들이었다. 제가 혁신위에 들어와서 과거에 만든 혁신안들을 쭉 살펴봤다.
그러면서 이때 이 안이 실행됐으면 당이 이 위기 상황까지 오지 않았겠구나 하는 것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런데 끝까지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해서 당이 이런 상황에 처한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혁신안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온 것이 아니다. 그동안 만들었던 혁신안들을 전체적으로 점검을 하고 현실에 맞게 다시 손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하나라도 반드시 실천을 하자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다.
- 새로운 혁신안을 내놓기 전에 과거에 내놓았던 혁신안부터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 대표적으로 새정치연합은 지난 대선 때 소속 의원 전원 찬성으로 세비를 30% 삭감하는 국회의원 수당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지키지 않았다.
▲ 동의한다. 지금 혁신위에서 그런 것들을 다 정리해서 차곡차곡 실행해 나갈 생각이다. 다만 한꺼번에 모두 진행할 수는 없고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들을 정리해서 시기별로 진행해 나갈 생각이다.
- 조경태 의원은 문재인 대표가 제일 문제인데 문 대표를 비판하는 혁신위원이 한 명도 없다며 문 대표를 못 건드리면 짜고 치는 혁신위라고 했는데?
▲ 저희가 사실은 여러 차례 문 대표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문 대표에 대해 이야기를 안 한 게 아니다. 하지만 저희가 문 대표를 딱 지명을 해서 물러나라고 요구한다면 그거야 말로 특정계파의 이해관계에 맞춰 춤을 추는 것 아닌가?
"혁신안 만들기보단 실천하는 것이 목표"
"혁신안 거부되면 언제든지 떠나겠다"
- 지난 달 23일 첫 혁신안이 발표됐다. 그런데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혁신안이라는 평가가 있다.
▲ 새롭지 않다는 비판은 충분히 받아들인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우리는 새로운 혁신안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이번엔 반드시 혁신안을 실천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 혁신안 중 현역 의원이나 당직자가 비리 혐의로 검찰에 기소만 돼도 당직을 박탈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당대표나 원내대표의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인가? 당대표의 당직이 정지될 경우 큰 혼란이 예상된다.
▲ 당대표라고 하더라도 검찰에 기소가 되면 스스로 당직을 내려놓는 것이 당에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예외는 없다는 것이 우리의 원칙이다.
- 새정치연합에서는 정치검찰이 야당을 탄압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나 여당이 정치적으로 악용할 우려도 있다. 당의 입장과 상충되는 것 아닌가?
▲ 우리가 이번 혁신안을 발표하고 나니까 어떤 기자분이 새누리당은 기소만 되어도 ‘당적’을 박탈하는데 너희들은 겨우 ‘당직’을 박탈하느냐, 이건 후퇴한 것 아니냐고 하더라. 정치검찰의 야당탄압 수사가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지만 아직도 우리당의 혁신안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 혁신위의 혁신방향이 너무 인적쇄신, 공천문제로만 치중되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국민들이 보기에는 혁신 작업이 아니라 밥그릇 싸움으로 보인다.
▲ 지금은 말씀 드리기 어렵지만 다른 2차, 3차 혁신안도 준비하고 있다. 곧 국민들이 체감할 만한 혁신안들도 발표할 것이다.
- 혁신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과거 한나라당의 ‘천막당사’ 이전이 꼽힌다. 새정치연합도 천막당사처럼 국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빅이벤트가 필요한 것 아닌가?
▲ 어떤 이벤트를 가지고 승부를 걸 생각은 없다. 관심을 끌기 위한 이벤트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우리가 관심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가장 기본적인 혁신부터 차근차근 해나갈 것이다. 혁신위가 끝난 후 사람들이 우리들의 활동을 되짚어 보면서 “참 내실 있게 잘했구나”라고 하는 말을 듣고 싶다.
- 일각에선 혁신위원 상당수가 운동권 출신이어서 당 노선이 지나치게 좌클릭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혁신위는 4원칙 중 하나로 선명성 회복을 꼽았는데 현재 새누리당은 중도보수를 표방하며 무섭게 중도층의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 우리가 말하는 선명성은 좌클릭 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새정치연합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모습 많이 보여줬다. 어느 것 하나 똑 부러지게 자기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 선명성이란 단어는 그래서 포함된 것이지 좌클릭 하자는 것은 아니다.
- 임 위원은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경북 의성에서 기초의원을 지냈지만 이내 정당생활을 접고 그동안 소를 키우며 지내왔다고 알려졌다. 왜 자신이 혁신위원으로 선정됐다고 보나? 일각에선 임 위원이 친노운동권이라 선정됐다는 분석도 있다.
▲ (김상곤) 위원장께서 혁신위에 참여해달라고 전화를 하셨기에 저도 궁금해서 ‘저를 어떻게 아셨냐’고 물었다. 그때 위원장께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알게 되었다’고 말씀을 하시더라. 저도 제가 왜 추천이 되었을까 생각해봤는데 저는 경북이란 야당의 불모지에서 지방의원도 지냈고, 농사도 지으면서 정치와 생활을 동시에 경험한 사람이다. 그런 강점 때문에 선정된 것 같다.
- 마지막으로 이번에도 과거와 같이 혁신안들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혁신위원 자리를 당연히 내려놓겠다. 받아들이지 않는데 우리가 있을 필요 있나? 일부 혁신안이 거부될 수도 있겠지만 큰 틀에서 혁신위의 기본정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리가 있을 필요가 없다. 혁신위원들은 모두 같은 생각이다. 언제든지 직을 내려놓겠다는 각오로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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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애 혁신위원 프로필]
▲ 이화여대 경제학과
▲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 경상북도 FTA대책특별위원회 위원
▲ 제 5,6대 경북 의성군의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