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메르스 정국’ 탈출 플랜

“국민은 나 몰라라~자기 살길만?”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메르스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예상치 못한 메르스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어느새 임기 중반에 접어든 박 대통령으로서는 하루빨리 메르스 정국에서 벗어나야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을 제대로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메르스 정국 탈출 플랜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예상치 못한 메르스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어떤 악재에 휘말려도 최소한 40%대의 지지율을 유지해 그동안 콘크리트 지지율로 불려왔었다. 하지만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가 터진 이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10.1%포인트나 폭락해 34.9%까지 밀렸다. 메르스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정부의 부실 대응을 두고 여론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부실 대응
조기 레임덕

메르스 대응과 관련해 박근혜정부는 실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당초 정부는 첫 확진환자가 나온 이후에도 메르스는 전염력이 매우 낮은 질병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어느새 확진자 수는 2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메르스 사태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세월호 사고 이후 달라지겠다고 했지만 메르스 사태 초동 대응 실패는 세월호 때와 판박이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하루빨리 메르스 사태로 이반된 민심을 수습해야만 한다. 시기를 놓친다면 임기 후반기에는 조기 레임덕에 빠져 ‘식물대통령’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메르스 정국에서 탈출하기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정치권에서는 박근혜정부가 메르스 탈출 전략으로 대규모 개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무엇보다 메르스 사태가 수습되고 나면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과 박인용 국민안전처장관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악화된 여론을 감안할 때 두 사람을 그대로 내버려 두긴 어렵다. 문 장관도 야권의 자진사퇴 요구에 대해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 사람과 함께 20대 총선 출마 가능성이 높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 등도 이번 기회에 교체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올해 3월 입각한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과 유일호 국토교통부장관은 재직기간이 짧아 연말까지는 교체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아울러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내각에 입성했던 일부 장관들의 경우도 집권 3년 차를 맞아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 정부 출범 당시 임명된 장관은 윤병세 외교, 이동필 농림축산식품, 윤상직 산업통상자원, 윤성규 환경부장관 등이 있다.

방미 추진
개각 임박

박 대통령의 연내 방미 재추진도 메르스 탈출 전략의 하나로 보인다. 정부는 메르스 사태로 연기 된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일정을 다시 정하기 위한 협의에 착수했다. 정부는 박 대통령의 방미를 반드시 연내에 관철 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방미의 최대 의제는 ‘북핵 문제’다. 최근 북한이 핵과 관련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방미를 서두르고 있는 이유는 외교적인 이유보다는 국내 상황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해외 순방에 나설 때마다 언론의 주목을 받고 ‘세일즈 외교’ 실적이 상세히 소개돼 귀국 뒤 지지율이 오르는 ‘순방 효과’를 톡톡히 봐왔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미국을 다녀오고 나면 지지율이 다시 40% 중반까지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박 대통령이 북한을 메르스 탈출 카드로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전격적인 대북 화해 메시지 등을 통해 남북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면 여론의 시선이 남북관계에 쏠리면서 메르스 정국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 편성 역시 회심의 메르스 정국 탈출 카드로 꼽힌다. 정부는 추경을 포함한 15조원대 이상의 재정을 투입해 메르스로 침체된 경기부양에 나설 계획이다.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번 정부 들어서 두 번째 추경이다. 올해 추경을 통해 마련되는 재정은 메르스 사태와 가뭄으로 인한 피해를 추스르고, 이로 인해 급속하게 위축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최우선으로 쓰일 예정이다. 특히 내수 진작을 위한 일자리 창출 사업 등에 상당액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추경 규모는 세출 리스트에 근거해 내달 초쯤 추후 당정 협의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추경 외에 지방재정 집행률을 작년보다 1%포인트 올려 올해 지방재정 지출을 약 3조원 늘리도록 하는 등 다양한 경기보강 대책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전방위 사정정국으로 국면전환?
대규모 개각, 문형표도 자를까?

당초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번 추경 규모에 대해 이견이 있었다. 정부는 경기 진작을 위해 최소 10조원 이상의 추경을 짜야한다고 주장했지만, 새누리당에서는 너무 추경 규모가 커 재정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과거에는 추경 편성 과정에서 여당이 과감한 추경을 요구하면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반대하는 게 통상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 메르스 추경은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평소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던 박 대통령이 이런 무리한 추경을 강행한 것을 보면 메르스 사태로 인한 국정동력 상실 위기감이 생각보다 컸던 것 같다. 박 대통령의 초조함이 엿보이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통해 메르스 정국 탈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메르스 사태 초기 대응 실패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지난 24일 “초기 실패부터 다시 되짚어보면서 대통령의 사과를 포함해 우리 사회 모든 부분이 각자 철저히 반성문을 써내려가야 한다”면서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은 제대로 고쳐야한다”고 강조했고, 하태경 의원도 “(박 대통령이)사과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국민사과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당초 삼성은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초기 대응에 실패해 국내에 메르스가 급격히 확산됐다는 비판으로 궁지에 몰려있었다. 이에 이 부회장은 지난 23일 직접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책임지는 리더십’으로 호평을 받았다.

사과할까?
회피할까?

이날 이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환자분들은 저희가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해 드리겠다”며 “관계 당국과도 긴밀히 협조해 메르스 사태가 이른 시일 안에 완전히 해결되도록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메르스 책임론에도 불구하고 이날 삼성그룹주는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박 대통령 역시 메르스 사태를 수습하고 나면 적절한 시점에 사과 또는 유감을 표명하면서 감염병 방역체계 전반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는다면 지지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잇따른 인사실패와 세월호 참사, 청와대 비선실세 논란 등을 겪으면서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과다운 사과를 한 적이 없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번에도 박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기보다는 보건복지부장관이나 총리 등이 대신 사과하거나 박 대통령이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추경 편성 등 선물 보따리 내놓을 듯
이재용 대국민사과 타산지석 삼아야


박 대통령의 파격적인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역시 메르스 정국 탈출 카드의 하나로 보는 시각이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거부권 행사를 선언하면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겨냥해 배신의 정치를 했다며 차기 총선에서 심판해 달라는 발언까지 했다.

메르스 사태 이후 박 대통령이 여론의 질타를 받자 이틈을 타 당내에서는 비박계가 본격적으로 세력을 넓혀가고 있었다. 메르스 사태로 당청관계가 역전될 위기에 처하자 박 대통령이 비박계를 정면 조준함으로써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에서도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박 대통령의 이번 발언의 강도는 새누리당과 아예 결별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강했다.

박 대통령은 유 원내대표를 포함한 비박계 의원을 겨냥해 지난 총선을 상기시키며 “정치적으로 (나를) 선거수단으로 삼아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거부권 행사는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박 대통령의 비박계 군기잡기가 더욱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박계 군기잡기
메르스 덮을까?


마지막으로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대대적인 야권사정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성완종 전 회장이 돈을 건넸다고 직접 지목한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서면조사만 했지만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에 대해서는 직접 소환조사를 했다.

소환 조사 기준이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검찰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전 대표인 김한길 의원을 소환조사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히자 야권은 정치 검찰의 행태라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은 또 지난 22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의원의 처남 취업청탁 의혹과 관련해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와 소공동 한진 본사, 공항동 대한항공 사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문 의원은 지난해 12월 보수단체로부터 고발당했는데 왜 하필 7개월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압수수색이 이뤄졌는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과연 박 대통령의 메르스 탈출 플랜은 성공할 수 있을까?

 

<mi737@ilyp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정부 들어 공무원 범죄 급증

박근혜정부 들어 공무원 범죄가 급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정부 들어 발생한 공무원 범죄는 이미 노무현·이명박정부를 제치고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유형별로는 직무유기가 가장 많았으며 국가기관 고위공무원이 많았다.

고위직 범죄 두드러져

지난 24일 형사정책연구원의 한국의 범죄현상과 형사정책(2014) 보고서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첫해인 2013년 발생한 공무원 범죄는 2466건이다. 2002년 이후 최다를 기록한 2012년(2865건)보다는 약 14%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앞 두 정권의 연평균 발생건수와 비교하면 노무현정부 1626.6건, 이명박정부 2099.6건보다 각각 50%, 17% 이상 많았다. 이는 공무원범죄가 각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고려할 때 이례적이라는 설명이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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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