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강 ‘황교안 사정라인’ 완전해부

공안 분위기 조성해 후반기 정권안정 도모?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정부는 안정적인 집권 후반기를 위한 본격 사정라인 가동을 완성하는데 필요한 마지막 퍼즐만을 남겨 뒀다. 청와대는 황교안 총리에 대한 인준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마자 김현웅 서울고검장을 법무부장관후보자로 내정했다.

김현웅 법무부장관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요청안이 지난 24일 국회로 송부됐다. 다음달 6일 내지 7일로 청문회 개최가 예정됨에 따라 여·야 지도부는 조만간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한 본격적인 지략싸움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김 장관후보자 인선을 두고 ‘역대급 최강 사정라인’의 완성이라 칭한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황교안라인’을 만들기 위한 출발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정라인?
황교안라인!

일찍이 김 내정자가 청와대의 부름을 받기 전부터 언론에서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 때보다 더 강화된 사정정국을 예견하고 있었다. ‘미스터 국보법’으로 불리는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이 국무총리후보자로 인선됐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8일 있었던 법무부장관 이임식에 참석한 황 총리는 자신의 치적을 얘기하며 “(통합진보당) 위헌 정당 해산 결정이 내려지고 국회의원 내란사건을 엄하게 다스려 헌법 부정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 기본질서를 지켰다”며 “폭력집회와 시위 등 불법 집단행동이 발생하면 원칙에 따라 일관성 있게 법을 집행했다”라고 자평했을 정도로 법치에 의한 사회안정에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다.

황 총리는 그동안 장관직을 유지하며 국정원 댓글사건, 정윤회 비선실세 국정 문건 사건,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등 헌정사를 뒤흔들 만한 사건들을 해결함에 있어 정권에 큰 타격을 주지 않고 무난하게 넘겨왔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이 전 총리 후임으로 황 총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집권 후반부를 이끌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특히 내년 총선이 다가옴에 따라 기존 장관들의 줄 사퇴가 이어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어 중심을 잡아줄 황 총리의 존재가 여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레임덕을 피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인 셈이다.

황 총리에 대한 청문회가 진행되면서 비록 당시 여러 의혹에 의한 잡음은 많았지만 자진사퇴를 이끌어 낼 만한 결정적 비리는 나오지 않았다. 일련의 청문회 과정을 두고 정가 한 편에서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이미 황 총리의 인준 통과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청문회 통과를 신호탄으로 청와대와 법무부 등 관련 정부기관은 황 총리를 중심으로 교통정리에 들어갔다. 물론 그 과정은 이미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이 전 총리 사퇴 이전부터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을 총리로 밀어붙이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얘기가 법조계 관계자의 입으로부터 들려왔다. 그 시기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사퇴 직후로 보여진다.

김기춘 퇴진
황교안 등장

지난 2월27일 당시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후임 비서실장으로 임명되면서 김 전 실장은 일선에서 물러났다. ‘기춘대원군’이라 불리며 여느 정권 때보다 막강한 권력을 사용했던 김 전 실장이 사라지자 당시 청와대에서는 검찰 장악력이 약해질까 우려했다.

이에 공백을 메우고자 박 대통령은 ‘리틀 김기춘’이라 불리는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을 민정수석으로 승진시켰다. 그리고 청와대는 우 수석에게 김 전 실장과 같은 역할을 기대했지만, 사법연수원 19기에 불과해 ‘기수 문화’가 절대적인 검찰세계에서 제대로 입김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정적으로 성완종 게이트 수사와 관련해 우 수석의 개입 논란이 일자 검찰 내부에서는 ‘세련미가 없다’는 평가가 들려왔다.

아직 불가사의로 남아있는 조윤선 전 정무수석의 사퇴에도 결국 김 실장의 퇴진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 적 있다.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은 조 전 수석의 사퇴 배경에 대해 “김기춘 비서실장이 그만둔 상황에서 그만둘 시점과 이유를 찾았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결국 청와대는 사정라인을 재편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고 황 총리가 적임자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경찰간부 출신인 이 전 총리로는 법무부·대검찰청 등의 사정기관에 입김을 행사하기 힘들었다.

중심이 잡히니 후속 인선도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지난 21일 박 대통령은 이번 정권 두 번째 법무부장관으로 김현웅 서울고검장을 내정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내정 직후 “합리적인 리더십을 겸비하고 있어서 사회 전반에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법질서를 확립하는데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김현웅 서울고검장, 법무부장관으로 내정
법조계 기독교 모임 ‘애중회’에서 친분 과시


수많은 언론에서는 ‘탕평책’을 우선으로 고려한 인선이라 평했다. 실제 김 내정자는 전라남도 고흥 출신으로 지역 안배 측면에서 적합한 인물이다. 그러나 법조계 내부에서 들려오는 말을 종합해보면 이번 내정에 지역 안배 부분은 거의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업무 능력 면에서 될 사람이 됐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가장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부분은 황 총리와의 관계, 지난 2013년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제57대 법무부차관에 임명돼 2015년 2월까지 업무를 차질없이 수행한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황 총리와 지난 15개월 동안 장·차관의 자리에서 호흡을 맞췄다는 점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 내정자와 황 총리와의 신뢰관계는 종교적인 면에서도 잘 나타난다. 법조계 기독교모임인 ‘애중회’에 가입된 것으로 알려진 김 내정자는 황 총리에 버금가는 독실한 기독교신자로 잘 알려져 있다. 김 내정자는 애중회에서 정홍원 전 총리, 황 총리 등과 함께 각별한 인연을 쌓아 온 것으로 전해진다.

청문회 통과도 무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직 고검장 출신으로 전관예우에서 자유롭다. 장남이 개인 질병 사유로 제2국민역(5급) 판정을 받아 현역 입영대상에서 제외된 점이 청문회에서 나올 법한 논란거리지만, 본인은 지난 1990년 육군 중위로 병역을 마쳐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황교안·우병우
김현웅·김수남

청문요청안과 함께 제출된 재산신고사항을 봐도 총 5억6097만원이 신고됐을 뿐이다. 매년 3월경 공개되는 고위공직자 재산현황(2015년 기준)에 대입해 봐도 하위권에 머문다. 자료를 분석해보면 국무위원 17명의 평균재산은 17억211만원, 그 17명 중 13명이 10억 이상의 재산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던 황 총리는 21억2853만원으로 지금 김 내정자의 4배에 해당돼 문제 삼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현웅이라는 첫 단추를 꿴 박 대통령이 다음으로 생각하는 것은 김진태 검찰총장의 후임 인선으로 보인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기수 역전’이 일어난 상태에서 서열정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내정자는 사법연수원 16기로 현재 김 총장(사법연수원 14기)보다 2기 후배인 것은 물론 나이로도 7살이나 어리다.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기수문화가 절대적인 검찰세계에서 김 내정자가 김 총장에게 직접적 지시를 내리기 힘들 수밖에 없다.

서울법대 출신 검사 중용, 최강 사정라인업
청 황교안-우병우, 법무·대검 김현웅-김수남?

검찰총장보다 ‘직무적 상관’인 법무부장관 입장에서는 한 기수라도 후배가 총장직에 있는 것이 편하다. 대검찰청을 위시로 한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법부 예산편성권을 쥐고 있는 정부의 말을 무시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의사소통에 잡음이 예상된다.

그러나 검찰총장 사퇴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총장 임기가 오는 12월1일까지로 예정되는 등 6개월도 남지 않아 당분간 김 총장 체제로 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사람의 소통에 잡음이 들려온다면 청와대에서 본격적으로 칼을 빼 들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이미 ‘황교안 대 채동욱’이라는 불주사를 한 차례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김진태 총장은 간부회의에서 “총장의 임기는 법에 명시된 국민과의 약속으로 잔여 임기를 마칠 것”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차기 총장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 가장 유력한 인사로 떠오른 사람은 바로 김수남 대검차장이다. 대구 청구고등학교를 나온 TK인사인 김 차장은 사법연수원 16기로 김 내정자와 연수원 동기다. 나이 또한 56세로 동갑이다. 여러모로 김 차장이 물망에 오르는 이유다.

법무부·대검
서울대 출신

김 차장이 유력 후보라는 말이 나오면서 장관 내정과 관련된 소문이 돌고 있어 눈길이 간다. 당초 장관후보자로 거론된 사람 중 현 김 내정자와 함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던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이 있었다.


그러나 평소 ‘할 말은 하는’ 강인한 성품을 지닌 소 전 원장을 장관으로 앉혔을 경우 김 차장이 직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판단에 상대적으로 온화한 성품의 김 내정자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마지막 퍼즐은 김 차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황교안-우병우-김현웅-김수남으로 이어지는 막강 사정라인이 탄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더불어 법무부·대검찰청 등 사정 관련 기관 내 서울법대라인이 더욱 강화될지 여부도 관심이 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사정기관 휘잡은 서울법대라인 해부

과거나 지금이나 법무부장관 및 검찰총장직은 서울대·고려대 출신들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20년간 서울법대 출신들의 강세가 고착화되는 분위기가 수치상으로 나타난다. 검찰총장의 경우 노태우정부 때 최초의 임기제 총장으로 김기춘 당시 법무연수원장이 오른 이후 총 20명의 사람이 총장직을 수행했다. 그중 서울법대 출신이 15명, 고대법대 출신은 5명에 불과하다.

검찰총장 75%, 법무부장관 53% 배출


법무부를 봐도 마찬가지다. 역대 법무부장관을 지낸 사람은 총 58명, 그중 서울법대 출신은 31명으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 53%의 비율을 보여 왔다. 1980년대까지 교토대, 와세다대 등 일본 대학 출신들이 장관에 임명됐음을 감안한다면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것보다 더 높은 비율로 서울법대 출신들이 법무부장관을 지냈다고 할 수 있다. 제26대 이선중 장관을 시작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서울법대라인은 이후 제40대 김기춘, 제42대 박희태 장관을 거쳐 제62대 권재진 전 장관까지 이어지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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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