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정부는 안정적인 집권 후반기를 위한 본격 사정라인 가동을 완성하는데 필요한 마지막 퍼즐만을 남겨 뒀다. 청와대는 황교안 총리에 대한 인준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마자 김현웅 서울고검장을 법무부장관후보자로 내정했다.
김현웅 법무부장관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요청안이 지난 24일 국회로 송부됐다. 다음달 6일 내지 7일로 청문회 개최가 예정됨에 따라 여·야 지도부는 조만간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한 본격적인 지략싸움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김 장관후보자 인선을 두고 ‘역대급 최강 사정라인’의 완성이라 칭한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황교안라인’을 만들기 위한 출발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정라인?
황교안라인!
일찍이 김 내정자가 청와대의 부름을 받기 전부터 언론에서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 때보다 더 강화된 사정정국을 예견하고 있었다. ‘미스터 국보법’으로 불리는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이 국무총리후보자로 인선됐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8일 있었던 법무부장관 이임식에 참석한 황 총리는 자신의 치적을 얘기하며 “(통합진보당) 위헌 정당 해산 결정이 내려지고 국회의원 내란사건을 엄하게 다스려 헌법 부정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 기본질서를 지켰다”며 “폭력집회와 시위 등 불법 집단행동이 발생하면 원칙에 따라 일관성 있게 법을 집행했다”라고 자평했을 정도로 법치에 의한 사회안정에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다.
황 총리는 그동안 장관직을 유지하며 국정원 댓글사건, 정윤회 비선실세 국정 문건 사건,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등 헌정사를 뒤흔들 만한 사건들을 해결함에 있어 정권에 큰 타격을 주지 않고 무난하게 넘겨왔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이 전 총리 후임으로 황 총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집권 후반부를 이끌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특히 내년 총선이 다가옴에 따라 기존 장관들의 줄 사퇴가 이어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어 중심을 잡아줄 황 총리의 존재가 여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레임덕을 피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인 셈이다.
황 총리에 대한 청문회가 진행되면서 비록 당시 여러 의혹에 의한 잡음은 많았지만 자진사퇴를 이끌어 낼 만한 결정적 비리는 나오지 않았다. 일련의 청문회 과정을 두고 정가 한 편에서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이미 황 총리의 인준 통과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청문회 통과를 신호탄으로 청와대와 법무부 등 관련 정부기관은 황 총리를 중심으로 교통정리에 들어갔다. 물론 그 과정은 이미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이 전 총리 사퇴 이전부터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을 총리로 밀어붙이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얘기가 법조계 관계자의 입으로부터 들려왔다. 그 시기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사퇴 직후로 보여진다.
김기춘 퇴진
황교안 등장
지난 2월27일 당시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후임 비서실장으로 임명되면서 김 전 실장은 일선에서 물러났다. ‘기춘대원군’이라 불리며 여느 정권 때보다 막강한 권력을 사용했던 김 전 실장이 사라지자 당시 청와대에서는 검찰 장악력이 약해질까 우려했다.
이에 공백을 메우고자 박 대통령은 ‘리틀 김기춘’이라 불리는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을 민정수석으로 승진시켰다. 그리고 청와대는 우 수석에게 김 전 실장과 같은 역할을 기대했지만, 사법연수원 19기에 불과해 ‘기수 문화’가 절대적인 검찰세계에서 제대로 입김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정적으로 성완종 게이트 수사와 관련해 우 수석의 개입 논란이 일자 검찰 내부에서는 ‘세련미가 없다’는 평가가 들려왔다.
아직 불가사의로 남아있는 조윤선 전 정무수석의 사퇴에도 결국 김 실장의 퇴진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 적 있다.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은 조 전 수석의 사퇴 배경에 대해 “김기춘 비서실장이 그만둔 상황에서 그만둘 시점과 이유를 찾았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결국 청와대는 사정라인을 재편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고 황 총리가 적임자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경찰간부 출신인 이 전 총리로는 법무부·대검찰청 등의 사정기관에 입김을 행사하기 힘들었다.
중심이 잡히니 후속 인선도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지난 21일 박 대통령은 이번 정권 두 번째 법무부장관으로 김현웅 서울고검장을 내정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내정 직후 “합리적인 리더십을 겸비하고 있어서 사회 전반에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법질서를 확립하는데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김현웅 서울고검장, 법무부장관으로 내정
법조계 기독교 모임 ‘애중회’에서 친분 과시
수많은 언론에서는 ‘탕평책’을 우선으로 고려한 인선이라 평했다. 실제 김 내정자는 전라남도 고흥 출신으로 지역 안배 측면에서 적합한 인물이다. 그러나 법조계 내부에서 들려오는 말을 종합해보면 이번 내정에 지역 안배 부분은 거의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업무 능력 면에서 될 사람이 됐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가장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부분은 황 총리와의 관계, 지난 2013년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제57대 법무부차관에 임명돼 2015년 2월까지 업무를 차질없이 수행한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황 총리와 지난 15개월 동안 장·차관의 자리에서 호흡을 맞췄다는 점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 내정자와 황 총리와의 신뢰관계는 종교적인 면에서도 잘 나타난다. 법조계 기독교모임인 ‘애중회’에 가입된 것으로 알려진 김 내정자는 황 총리에 버금가는 독실한 기독교신자로 잘 알려져 있다. 김 내정자는 애중회에서 정홍원 전 총리, 황 총리 등과 함께 각별한 인연을 쌓아 온 것으로 전해진다.
청문회 통과도 무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직 고검장 출신으로 전관예우에서 자유롭다. 장남이 개인 질병 사유로 제2국민역(5급) 판정을 받아 현역 입영대상에서 제외된 점이 청문회에서 나올 법한 논란거리지만, 본인은 지난 1990년 육군 중위로 병역을 마쳐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황교안·우병우
김현웅·김수남
청문요청안과 함께 제출된 재산신고사항을 봐도 총 5억6097만원이 신고됐을 뿐이다. 매년 3월경 공개되는 고위공직자 재산현황(2015년 기준)에 대입해 봐도 하위권에 머문다. 자료를 분석해보면 국무위원 17명의 평균재산은 17억211만원, 그 17명 중 13명이 10억 이상의 재산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던 황 총리는 21억2853만원으로 지금 김 내정자의 4배에 해당돼 문제 삼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현웅이라는 첫 단추를 꿴 박 대통령이 다음으로 생각하는 것은 김진태 검찰총장의 후임 인선으로 보인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기수 역전’이 일어난 상태에서 서열정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내정자는 사법연수원 16기로 현재 김 총장(사법연수원 14기)보다 2기 후배인 것은 물론 나이로도 7살이나 어리다.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기수문화가 절대적인 검찰세계에서 김 내정자가 김 총장에게 직접적 지시를 내리기 힘들 수밖에 없다.
서울법대 출신 검사 중용, 최강 사정라인업
청 황교안-우병우, 법무·대검 김현웅-김수남?
검찰총장보다 ‘직무적 상관’인 법무부장관 입장에서는 한 기수라도 후배가 총장직에 있는 것이 편하다. 대검찰청을 위시로 한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법부 예산편성권을 쥐고 있는 정부의 말을 무시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의사소통에 잡음이 예상된다.
그러나 검찰총장 사퇴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총장 임기가 오는 12월1일까지로 예정되는 등 6개월도 남지 않아 당분간 김 총장 체제로 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사람의 소통에 잡음이 들려온다면 청와대에서 본격적으로 칼을 빼 들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이미 ‘황교안 대 채동욱’이라는 불주사를 한 차례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김진태 총장은 간부회의에서 “총장의 임기는 법에 명시된 국민과의 약속으로 잔여 임기를 마칠 것”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차기 총장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 가장 유력한 인사로 떠오른 사람은 바로 김수남 대검차장이다. 대구 청구고등학교를 나온 TK인사인 김 차장은 사법연수원 16기로 김 내정자와 연수원 동기다. 나이 또한 56세로 동갑이다. 여러모로 김 차장이 물망에 오르는 이유다.
법무부·대검
서울대 출신
김 차장이 유력 후보라는 말이 나오면서 장관 내정과 관련된 소문이 돌고 있어 눈길이 간다. 당초 장관후보자로 거론된 사람 중 현 김 내정자와 함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던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이 있었다.
그러나 평소 ‘할 말은 하는’ 강인한 성품을 지닌 소 전 원장을 장관으로 앉혔을 경우 김 차장이 직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판단에 상대적으로 온화한 성품의 김 내정자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마지막 퍼즐은 김 차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황교안-우병우-김현웅-김수남으로 이어지는 막강 사정라인이 탄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더불어 법무부·대검찰청 등 사정 관련 기관 내 서울법대라인이 더욱 강화될지 여부도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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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사정기관 휘잡은 서울법대라인 해부
과거나 지금이나 법무부장관 및 검찰총장직은 서울대·고려대 출신들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20년간 서울법대 출신들의 강세가 고착화되는 분위기가 수치상으로 나타난다. 검찰총장의 경우 노태우정부 때 최초의 임기제 총장으로 김기춘 당시 법무연수원장이 오른 이후 총 20명의 사람이 총장직을 수행했다. 그중 서울법대 출신이 15명, 고대법대 출신은 5명에 불과하다.
검찰총장 75%, 법무부장관 53% 배출
법무부를 봐도 마찬가지다. 역대 법무부장관을 지낸 사람은 총 58명, 그중 서울법대 출신은 31명으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 53%의 비율을 보여 왔다. 1980년대까지 교토대, 와세다대 등 일본 대학 출신들이 장관에 임명됐음을 감안한다면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것보다 더 높은 비율로 서울법대 출신들이 법무부장관을 지냈다고 할 수 있다. 제26대 이선중 장관을 시작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서울법대라인은 이후 제40대 김기춘, 제42대 박희태 장관을 거쳐 제62대 권재진 전 장관까지 이어지고 있다.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