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서울시 메르스대책본부 실태

정부나 서울시나 "도찐~개찐"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4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이 직접 서울시 메르스 방역대책본부장을 맡아 메르스에 대처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서울시가 직접 메르스 대처에 나선 이후 실질적인 성과를 냈는지는 의문이다. 벌써부터 현장에서는 서울시 때문에 혼선만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좌충우돌 서울시 메르스대책본부의 실태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4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가진 후 서울시에도 메르스 확진 권한을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확진 권한이 질병관리본부에만 있어 검사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이유였다. 질병관리본부는 당초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확진 판단을 할 경우 방역체계가 이원화되고 컨트롤타워가 나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했지만 결국 여론에 떠밀려 확진권을 서울시에도 부여했다.

발목 잡은 서울시

그런데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확진 권한이 서울시로 넘어온 이후 확진 통보가 더 늦어졌던 것이다. 확진 결과를 빨리 알려줘야 현장에서 확진 판정자 격리조치를 하고 접촉자 조사를 할 수 있는데 서울시의 보건환경연구원에는 메르스 검사 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확진 통보가 더 늦어졌다. 결과적으로 서울시는 어렵게 확진 권한을 부여받고도 정부의 발목만 잡게 된 셈이다.

또 박 시장은 해당 기자회견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대형병원 의사가 지난 5월30일 강남구 개포동 모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해 무려 1565명이나 되는 대규모 접촉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해 강남구를 공포에 몰아넣었으나 정작 강남구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은 미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구는 기자회견 다음날인 5일 주민들의 문의전화와 신고전화 등이 폭주해 행정이 마비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강남구가 건의한 역학조사원 파견, 확진환자 및 의심환자 이송을 위한 격리병상 확보 등의 조치를 제때 취하지 않았다. 때문에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박 시장이 구세주처럼 나서서 온갖 대책을 내놨지만 제대로 준비한 것이 없는 것 같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게다가 정부의 메르스 관련 정보통제에 항의했던 서울시는 아이러니하게도 25개 서울시 자치구에 대한 정보통제 논란에 휘말렸다. 서울시가 ‘브리핑 일원화’를 명분으로 자치구에 대한 정보를 통제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다. 발단은 서울시가 137번 확진환자의 이동경로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삼성서울병원 응급환자 이송요원인 137번 환자는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이후에도 9일간 정상 근무해 잠재적 슈퍼전파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137번 환자의 동선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결국 137번 환자의 거주지인 관악구가 나섰다.

관악구는 서울시의 만류에도 “이 환자가 지하철 2·3호선을 타고 출퇴근했다”는 동선을 폭로했다. 지난 9일에는 서울시가 공개하지 않았던 93번 확진환자(중국 동포)를 금천구가 발표해 지역주민에게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동작구도 99번 확진환자의 이동경로를 공개하려고 했지만 서울시의 만류로 무산됐다.

"정부 못 믿겠다" vs "서울시 못 믿겠다"
확진권 달라더니 확진 통보 더 늦어


서울시 측은 “불필요한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박 시장이 지난 4일 밤 긴급기자회견에서 천명한 정보공개 방침과 배치된다. 박 시장은 당시 “늑장 대응보다는 과잉대응이 낫다”고 했다.

지난 15일에는 서울시가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와 낯 뜨거운 성과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김창보 서울시 보건기획관은 “137번 환자가 서울 보라매병원에 지난 5일 들렀다는 점이 밝혀졌다”며 “복지부가 그동안 환자 동선을 밝혀내지 못했지만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밝혀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서울시와 함께 공동으로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어느 한 기관이 단독으로 역학조사 성과를 올렸다는 주장은 공동조사의 원칙을 모르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업무 효율을 위해 병원 안은 복지부가, 외부 동선은 서울시가 담당하기로 하고서는 외부 동선에 대해 알아낸 것을 마치 복지부가 무능해서 알아내지 못한 것처럼 발표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어 복지부는 서울시가 당초 약속한 역학조사반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며 서울시를 비판하고 나섰다. 복지부와 서울시의 불협화음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또 지난 15일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취재한 바에 따르면 서울 다산콜센터 일부 직원들이 서울시 메르스대책본부의 전화번호조차 모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서울시는 메르스대책본부를 만들고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다산콜센터를 통해 모든 메르스 관련 신고를 접수 받고 있다. 다산콜센터 직원들이 서울시 메르스대책본부의 전화번호를 모르고 있었다면 접수된 신고가 서울시 대책본부로 제대로 이관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일요시사>는 이 같은 제보를 받고 다산콜센터에 직접 전화를 걸어 서울시 메르스대책본부의 전화번호를 물어봤다. 메르스 관련 신고를 하려고 하니 서울 메르스대책본부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하자 담당 상담원은 질병관리본부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아닌 서울시 메르스대책본부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하자 이번에는 서울시 생활보건과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취재기자가 끝까지 서울시 메르스대책본부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재촉하자 상담원은 확인 후 다시 연락을 해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또 다른 상담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서울시 메르스대책본부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조차 모른다고 했다. 어떤 상담원은 서울시 메르스대책본부 전화번호를 일반인에게 알려줘도 되는지 확인해봐야 한다며 한참 동안이나 시간을 끌었다.

머쓱한 박원순


이에 대해 서울시 메르스대책본부의 한 관계자는 “본부 전화번호가 극비사항도 아닌데 왜 알려주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일부 직원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사실이라면 문제가 맞다. 확인 후 조치하겠다”고 대답했다.

지난 15일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메르스 방역에 서울시가 직접 나서겠다고 선언한 후 10일이 더 지난 시점이다. 그동안 메르스 관련 신고를 접수하는 최일선 직원들에 대한 교육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질병관리본부로 신고가 접수된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다.

다만 서울시가 직접 메르스 방역 대응을 하겠다며 메르스대책본부를 만들어 놓고, 다산 콜센터로 접수된 신고가 질병관리본부로 이관되어왔다면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었던 박 시장은 다소 머쓱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의 한 공무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메르스와 관련해 구청ㆍ보건소ㆍ보건당국 등과 협조하기 위해서는 약 400여개의 매뉴얼이 필요한 데 그게 없어서 초기엔 혼란이 컸다”며 서울시가 메르스 방역에 자체적으로 나서기에는 역량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정부의 메르스 대처도 실망스러웠지만 그런 정부를 대신해 나선 서울시도 별로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착잡한 심정이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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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000억 강남빌딩 진짜 주인 가려진다

[단독] 3000억 강남빌딩 진짜 주인 가려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건물의 진짜 주인을 찾아라. 매매가만 3000억원을 상회하는 건물은 10년 넘게 소유권 분쟁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최근 건물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진행되는 과정서 새로운 사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번에야말로 건물 주인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77길 55에 우뚝 솟은 지상 15층 건물, 에이프로스퀘어. 에이프로스퀘어는 2011년 완공 이후 현재까지 소송의 대상으로 논란의 중심에 놓여 있다. 시행사에서 시공사의 특수목적법인(SPC), 또 사모펀드로 건물의 주인이 바뀌는 동안 송사가 끊이지 않았다. 그 사이 건물값은 1600억원대서 3000억원대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수차례 바뀐 건물 주인 에이프로스퀘어 프로젝트에는 시선RDI가 시행사로, A사가 시공사로 참여했다. 당시 시선RDI는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1200억원의 자금을 금융권서 조달했다. 1200억원의 채무가 처리되는 과정서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권이 시선RDI서 A사의 SPC인 더케이로 이전됐다. 소유권 분쟁의 시발점이 된 사건이다. A사는 “2008년 에이프로스퀘어 프로젝트에 채무보증(1350억원)을 조건으로 시공사로 참여했다. 당시 부동산시장이 침체돼 2009년 9월 시행사 시선RDI는 분양에 실패했고, 2011년 1월 건물 준공 시점까지 우리는 320억원에 이르는 공사비를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1년 5월30일 시선RDI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환 불이행으로 기한이익을 상실했다. 결국 A사는 공사비도 받지 못한 상태서 시선RDI의 채무를 인수, 대위변제한 후 수탁사(한국자산신탁)에 공매처분을 요청했다. 하지만 공매가 여러 차례 유찰되면서 큰 손해를 봤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김대근 시선RDI 대표는 “A사는 시선RDI가 1200억원을 대출받은 다음 날 시행사도 모르게 채무를 갚았다. 그리고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채권을 바로 (A사 측에)넘겨버렸다. 우리는 그 내용을 뒤늦게 알았다. A사와 하나은행(당시 외환은행), 우리은행이 짜고 건물을 통째로 빼앗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1년 시선RDI가 제기한 민사소송을 시작으로 에이프로스퀘어를 둘러싼 소유권 분쟁은 10여년 넘게 이어졌다. 김 대표는 2014년 대법원이 원고(시선RDI) 패소로 확정판결을 내린 이후 재심에 재재심을 청구한 데 이어 헌법재판소까지 찾았다. 결과는 번번이 시선RDI 측의 완패였다. 흥미로운 대목은 소송이 진행되면서 소유권 이전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문서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주가 더케이(A사의 SPC)서 한국증권금융(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9호의 수탁자)으로, 또 하나은행(마스턴밸류애드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49호의 수탁자)으로, 우리은행(제이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32호의 수탁자)으로까지 바뀌는 과정서 체결된 부동산 매매계약서 등이 법원의 문서 제출 명령으로 공개됐다. 시선RDI는 2021년 A사·우리은행·하나은행·교보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월 ▲소유권보존등기 무효 ▲소유권 이전 등기 이행 등을 추가해 청구원인과 취지를 변경 신청했다. 소유권보존등기는 새로 지은 건물을 처음으로 공식 문서에 올리는 작업이다. 건물의 출생신고라고 보면 된다. 수천억 강남 빌딩 10년째 소송전 1680억→2040억→3080억 거래돼 시선RDI는 2011년 1월 에이프로스퀘어 완공 이후 한 달 뒤인 2월 A사가 진행한 소유권보존등기가 무효라는 입장이다. 또 소유권보존등기가 적법하게 처리되지 않았으니 그 이후 진행된 이전등기 또한 원인무효 등기라고 주장했다. 최초 소유권자이자 시행사인 시선RDI로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권을 이전해 달라는 요청이다. 소유권보존등기 및 이전등기의 적법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에이프로스퀘어의 ‘진짜 주인’ 논란이 함께 불거졌다. 일반적으로 집합건물의 경우 수탁사가 ‘등기상 소유주’ 실제 매매대금을 조달하는 사모펀드가 ‘실소유주’가 된다. 김 대표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서 쟁점 중 일부가 된 부분은 펀드의 의사결정을 맡는 보통주를 누가 갖고 있는지였다. A사가 설립한 SPC 더케이는 2013년 12월, 1680억원을 받고 한국증권금융에 에이프로스퀘어를 매각했다. 이때 건물 매입을 위해 조성된 펀드가 엠플러스 9호다. 이 상황서 수탁사인 한국증권금융이 등기상 소유주, 엠플러스 9호가 실소유주가 된다. 이후 2019년 3월 하나은행을 수탁사로 하는 마스턴 49호가 2040억원에, 2022년 4월 우리은행을 수탁사로 하는 제이알 32호가 3080억원에 에이프로스퀘어를 샀다. 김 대표는 제이알 32호의 보통주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자금을 투입한 투자자이면서 의사 결정권도 가진 보통주의 주인을 확인할 수 있게 제이알 32호와 수탁사인 우리은행에 해당 내용이 담긴 문서 제출을 명령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은 김 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여 제이알 32호를 만든 제이알투자운용과 우리은행에 ‘제이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32호 펀드의 보통주 보유자 및 그 명의 변경내역 및 보통주 주식보유량(수익증권의 좌수) 변경에 대한 내역 일체’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펀드의 ‘진짜 주인’을 찾아 달라는 김 대표의 요청에 법원이 응한 것이다. “보통주 공개하라” 우리은행은 “제이알 32호 투자자의 주식 보유내역과 펀드 운용사 및 업무집행조합원 내역 정보에 대한 문서를 소지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원고(시선RDI 측)가 신청한 문서는 개인 신용정보 주체인 제3자의 개인정보, 거래내용, 신용도, 신용거래능력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에 문서 제출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문서 제출 명령을 받은 제이알투자운용은 제이알 32호의 ‘수익자별 보유수량 안내 공문’을 특정 투자자로부터 교부받아 제출했다. 해당 문서에는 제이알 32호에 돈을 넣은 1종 투자자와 2종 투자자의 명단과 액수가 기재돼있다. 문서에 따르면 해당 투자자들은 총 1271억원을 투자했다. 투자자는 ▲삼성증권 ▲키움증권 ▲현대커머셜 ▲교보리얼코 ▲에스텍시스템 ▲제이알투자운용 등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결국 투자자 외 보통주 명단에 대해서는 문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우리은행과 제이알투자운용은 두 번에 걸친 법원의 명령에도 문서를 제출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문서를 내놨다. 결국 제이알 32호의 보통주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나는 오래전부터 A사가 어떤 식으로든 펀드의 보통주로 참여해 에이프로스퀘어 매매와 운영에 관여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그 근거로 ▲A사의 에이프로스퀘어 일부층 책임임차 ▲일부 삭제된 계약서에 명시된 특정업체와의 계약 ▲계약금 없이 진행된 에이프로스퀘어 매매 과정 등을 들었다. A사는 그동안 진행된 소송 결과 등을 근거로 김 대표가 주장하는 의혹을 일축해 왔다. 김 대표는 시선RDI 등의 부동산 진정명의 회복과 손해 입증을 위해 제이알 32호의 보통주 내역 등을 요청하면서 동시에 제이알투자운용과 우리은행에는 2022년 4월25일 하나은행(매도인)·마스턴투자운용(매도인 집합투자업자)과 우리은행(매수인)·제이알투자운용(매수인 집합투자업자) 간 이뤄진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제출하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계약금은 왜 없었나 또 해당 매매계약 과정서 우리은행(매수인)이 하나은행(매도인)으로부터 책임임차인과 임차인들 간의 전대차계약과 사용계약 등을 승계했는데 이 책임임차인이 A사인지 여부를 사실확인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이 과정을 통해 2022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사이에 체결된 부동산 매매계약서, A사의 승계동의서 등이 공개됐다.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기간이다. A사가 제출한 승계동의서는 하나은행·마스턴투자운용·우리은행·제이알투자운용에 보낸 것이다. 기존 임대인과 매도인 집합투자업자 사이에 체결한 계약이 이후에도 같은 조건으로 승계된다는 점을 명시한 문서다. 승계동의서에 따르면 A사는 에이프로스퀘어 7개층에 대한 일종의 ‘책임임차’를 하고 있다. 책임임차는 준공 이후에도 시공사가 임차인 유치를 약속하는 계약을 뜻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매력적인 조건이다. A사는 그 기간을 2013년 12월24일부터 지난해 12월23일까지 10년으로 잡았다. 자료를 제출한 시기인 지난달 21일에는 이미 책임임차 기간이 만료된 상태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승계동의서에 ‘목적물(에이프로스퀘어)에 대한 부동산 매매계약에 따른 매매대금이 지급되고 소유권이전등기가 신청되면 그날(계약일)을 기준으로(중략) 동일한 내용으로 승계되고 그에 따라 본 계약은 매수인 및 매수인 집합투자업자와 임차인 사이에 계속 유효하게 존속함에 동의합니다’라는 문구를 들어 A사의 책임임차 기간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소한 제이알 32호의 만료일인 2027년까지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A사는 2023년 12월23일로 책임임차 기간이 끝났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10년간의 책임임차는 에이프로스퀘어 최초 매매계약 당사자인 한국증권금융(엠플러스 9호의 수탁자)의 매수 조건이었다고 덧붙였다. 거듭된 공매 유찰로 은행이자 부담이 커져가는 상황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A사의 일관된 주장이다. 그러면서 책임임차 기간 종료 이후 매수인이나 매도인 등과 추가로 맺은 계약은 없다고도 강조했다. 에이프로스퀘어와 관련한 A사의 ‘책임’은 이미 끝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A사는 “당사는 에이프로스퀘어 빌딩의 소유권자나 투자자가 아니다. 또 제이알 32호의 투자자도 아니다”라는 입장을 <일요시사>에 전해왔다. 눈에 띄는 부분은 또 있다. 2013년 더케이서 한국증권금융으로 소유권이 이전될 때 맺은 매매계약서를 보면 ‘계약금 168억원은 실납입액 없이 1순위 우선수익자의 채권과 선 상계(정산)하는 조건으로 계약금을 갈음함’이라는 문구가 있다. 당시 매매가는 1680억원이었고 1순위 우선수익자는 더케이였다. 실제 계약금 형식의 돈이 오간 적이 없는 것이다. 법원 문서 제출 명령으로 새 국면? 기판력 vs 새로운 증거 쟁점될 듯 2019년 한국증권금융서 하나은행으로 소유권이 넘어갈 때도 매매대금 2040억원에 대한 계약금은 존재하지 않았다. 또 2022년 하나은행서 우리은행으로 등기상 소유주가 바뀔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매매대금은 3080억원이었다. 통상 부동산 매매계약을 진행할 때 매매대금의 10%를 계약금으로 선지급하는 관행서 벗어난 거래였던 것이다. 김 대표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동일한 건물을 3회 거래하는 과정서 계약금을 걸지 않았다는 것은 둘 중 하나다.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대단한 신뢰가 있거나 진짜 주인은 따로 있고 명의만 움직인 경우다. 그게 아니고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2022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사이에 맺은 부동산 매매계약서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확인된다. 부동산 매매계약서 제7조(진술 및 보증) 3. 소송 및 분쟁 부분을 보면 ‘매도인 또는 매도인 집합투자업자를 상대로 하는 어떠한 분쟁, 소송, 행정절차, 중재 또는 강제집행, 보전처분 절차 등이 제기되거나 진행 중에 있지 않으며 매도인 및 매도인 집합투자업자가 아는 한 그런 분쟁, 소송, 행정절차, 중재 또는 강제집행 보전처분 절차 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매매계약서에 들어갈 수 있는 문구로 보인다. 하지만 ‘단, 어떠한 경우에도 매매목적물의 개발, 신탁, 소유권 이전 등과 관련한 ‘(주)시선알디아이’와 여하한 자 사이의 민원, 청구, 소송 또는 분쟁(그와 유사하거나, 연관되거나, 그로부터 파생된 것을 포함함)은 본호의 진술 및 보증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일종의 단서 문구가 달렸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 등은 없지만 시선RDI와의 그것은 보증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매매계약 시기(2022년 4월25일)에는 이미 시선RDI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2021년)를 제기한 상태였다. 소송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지난해지만 소 제기 자체는 매매계약 1년 전에 진행됐다. 매도인은 해당 문제를 알고 팔았는지 매수인은 알고 샀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히 에이프로스퀘어를 매입하는 과정서 투자금을 넣은 투자자에게 해당 정보가 사전에 고지됐는지 여부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김 대표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장물을 사고 팔았다”고 강도높게 지적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수탁자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사는)제이알 제32호의 수탁사로, 수탁사는 운용사의 운용지시에 의한 재산의 취득 처분을 담당한다. 펀드 운용에 관한 어떠한 의사결정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매매계약과 소유권 이전 관련해 법무법인을 통해 검토되고 진행됐다. 운영사는 법률적인 검토를 완료해 매매계약을 완료했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수탁사는 자본시장법상 운용과 관련한 내용을 알 수 없다”면서 제이알 32호 펀드의 보통주 내역 등 관련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도 강조했다. 하나은행 역시 마스턴 49호의 수탁사일 뿐 운용 내용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제이알투자운용은 <일요시사>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소유 분쟁 그 끝은? 시행사 대표와 시공사, 수탁사의 주장은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이전의 소송은 시공사와 수탁사의 완승으로 끝났다. 단 한 건의 소송서도 법원은 시행사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시공사와 수탁사는 이를 근거로 기판력을 주장하고 있다. 시행사 대표는 “이전에 단 한 번도 청구하지 않은 소송이고 이에 대해 변론종결일까지도 피고는 어떤 주장도 반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심 선고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