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서울시 메르스대책본부 실태

정부나 서울시나 "도찐~개찐"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4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이 직접 서울시 메르스 방역대책본부장을 맡아 메르스에 대처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서울시가 직접 메르스 대처에 나선 이후 실질적인 성과를 냈는지는 의문이다. 벌써부터 현장에서는 서울시 때문에 혼선만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좌충우돌 서울시 메르스대책본부의 실태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4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가진 후 서울시에도 메르스 확진 권한을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확진 권한이 질병관리본부에만 있어 검사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이유였다. 질병관리본부는 당초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확진 판단을 할 경우 방역체계가 이원화되고 컨트롤타워가 나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했지만 결국 여론에 떠밀려 확진권을 서울시에도 부여했다.

발목 잡은 서울시

그런데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확진 권한이 서울시로 넘어온 이후 확진 통보가 더 늦어졌던 것이다. 확진 결과를 빨리 알려줘야 현장에서 확진 판정자 격리조치를 하고 접촉자 조사를 할 수 있는데 서울시의 보건환경연구원에는 메르스 검사 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확진 통보가 더 늦어졌다. 결과적으로 서울시는 어렵게 확진 권한을 부여받고도 정부의 발목만 잡게 된 셈이다.

또 박 시장은 해당 기자회견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대형병원 의사가 지난 5월30일 강남구 개포동 모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해 무려 1565명이나 되는 대규모 접촉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해 강남구를 공포에 몰아넣었으나 정작 강남구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은 미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구는 기자회견 다음날인 5일 주민들의 문의전화와 신고전화 등이 폭주해 행정이 마비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강남구가 건의한 역학조사원 파견, 확진환자 및 의심환자 이송을 위한 격리병상 확보 등의 조치를 제때 취하지 않았다. 때문에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박 시장이 구세주처럼 나서서 온갖 대책을 내놨지만 제대로 준비한 것이 없는 것 같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게다가 정부의 메르스 관련 정보통제에 항의했던 서울시는 아이러니하게도 25개 서울시 자치구에 대한 정보통제 논란에 휘말렸다. 서울시가 ‘브리핑 일원화’를 명분으로 자치구에 대한 정보를 통제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다. 발단은 서울시가 137번 확진환자의 이동경로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삼성서울병원 응급환자 이송요원인 137번 환자는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이후에도 9일간 정상 근무해 잠재적 슈퍼전파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137번 환자의 동선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결국 137번 환자의 거주지인 관악구가 나섰다.

관악구는 서울시의 만류에도 “이 환자가 지하철 2·3호선을 타고 출퇴근했다”는 동선을 폭로했다. 지난 9일에는 서울시가 공개하지 않았던 93번 확진환자(중국 동포)를 금천구가 발표해 지역주민에게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동작구도 99번 확진환자의 이동경로를 공개하려고 했지만 서울시의 만류로 무산됐다.

"정부 못 믿겠다" vs "서울시 못 믿겠다"
확진권 달라더니 확진 통보 더 늦어


서울시 측은 “불필요한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박 시장이 지난 4일 밤 긴급기자회견에서 천명한 정보공개 방침과 배치된다. 박 시장은 당시 “늑장 대응보다는 과잉대응이 낫다”고 했다.

지난 15일에는 서울시가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와 낯 뜨거운 성과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김창보 서울시 보건기획관은 “137번 환자가 서울 보라매병원에 지난 5일 들렀다는 점이 밝혀졌다”며 “복지부가 그동안 환자 동선을 밝혀내지 못했지만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밝혀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서울시와 함께 공동으로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어느 한 기관이 단독으로 역학조사 성과를 올렸다는 주장은 공동조사의 원칙을 모르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업무 효율을 위해 병원 안은 복지부가, 외부 동선은 서울시가 담당하기로 하고서는 외부 동선에 대해 알아낸 것을 마치 복지부가 무능해서 알아내지 못한 것처럼 발표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어 복지부는 서울시가 당초 약속한 역학조사반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며 서울시를 비판하고 나섰다. 복지부와 서울시의 불협화음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또 지난 15일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취재한 바에 따르면 서울 다산콜센터 일부 직원들이 서울시 메르스대책본부의 전화번호조차 모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서울시는 메르스대책본부를 만들고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다산콜센터를 통해 모든 메르스 관련 신고를 접수 받고 있다. 다산콜센터 직원들이 서울시 메르스대책본부의 전화번호를 모르고 있었다면 접수된 신고가 서울시 대책본부로 제대로 이관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일요시사>는 이 같은 제보를 받고 다산콜센터에 직접 전화를 걸어 서울시 메르스대책본부의 전화번호를 물어봤다. 메르스 관련 신고를 하려고 하니 서울 메르스대책본부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하자 담당 상담원은 질병관리본부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아닌 서울시 메르스대책본부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하자 이번에는 서울시 생활보건과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취재기자가 끝까지 서울시 메르스대책본부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재촉하자 상담원은 확인 후 다시 연락을 해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또 다른 상담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서울시 메르스대책본부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조차 모른다고 했다. 어떤 상담원은 서울시 메르스대책본부 전화번호를 일반인에게 알려줘도 되는지 확인해봐야 한다며 한참 동안이나 시간을 끌었다.

머쓱한 박원순


이에 대해 서울시 메르스대책본부의 한 관계자는 “본부 전화번호가 극비사항도 아닌데 왜 알려주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일부 직원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사실이라면 문제가 맞다. 확인 후 조치하겠다”고 대답했다.

지난 15일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메르스 방역에 서울시가 직접 나서겠다고 선언한 후 10일이 더 지난 시점이다. 그동안 메르스 관련 신고를 접수하는 최일선 직원들에 대한 교육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질병관리본부로 신고가 접수된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다.

다만 서울시가 직접 메르스 방역 대응을 하겠다며 메르스대책본부를 만들어 놓고, 다산 콜센터로 접수된 신고가 질병관리본부로 이관되어왔다면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었던 박 시장은 다소 머쓱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의 한 공무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메르스와 관련해 구청ㆍ보건소ㆍ보건당국 등과 협조하기 위해서는 약 400여개의 매뉴얼이 필요한 데 그게 없어서 초기엔 혼란이 컸다”며 서울시가 메르스 방역에 자체적으로 나서기에는 역량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정부의 메르스 대처도 실망스러웠지만 그런 정부를 대신해 나선 서울시도 별로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착잡한 심정이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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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