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잠룡들의 '메르스 정국' 성적표 해부

국가 위기는 나의 기회? "메르스로 존재감 알려라"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면서 모든 정치 현안을 블랙홀처럼 집어 삼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방미 일정까지 전격 취소했으며,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각종 법안 논의도 일단 뒤로 미뤄졌다. 이 같은 메르스 정국이 이어지면서 차기 대권 잠룡들의 희비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메르스 정국에서 누가 웃고, 누가 울었을까? <일요시사>가 대권 잠룡들의 메르스 정국 성적표를 공개한다.

모든 정치 현안을 블랙홀처럼 집어 삼키고 있는 메르스 정국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사람은 누가 뭐래도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박 시장은 메르스 사태에 적극 대처하는 모습으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박 시장은 한때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낙하산인사 논란과 호화공관 논란 등에 휘말리면서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졌었다. 박 시장은 지난 4일 한밤 중 깜짝 기자회견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박원순 승부수
진정성이 관건

이날 박 시장은 “늑장대응보다는 과잉대응이 낫다”며 메르스 방역에 서울시가 직접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박 시장은 직접 메르스대책본부장을 맡기로 하고 유럽 방문 일정도 취소했다. 특히 박 시장은 서울의 한 대형병원의 의사가 메르스 의심 증상에도 불구하고 대형 행사에 연달아 참석하는 등 1500여명을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다고 주장해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박 시장의 기자회견은 결과적으로 중앙과 지방정부의 메르스 협의체 구성을 이끌어내는 등 소기의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일각에선 박 시장이 메르스 사태를 너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잇달았다. 박 시장이 지목한 해당 의사는 즉각 박 시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인터뷰를 하는 등 급기야 양측의 진실공방으로 치닫기도 했다. 해당 의사는 박 시장이 차기 대권을 위한 정치쇼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 안 나서면 영원히 잊힌다"
발끈·차분 '7인7색' 메르스 대처법


일부 보수단체들도 메르스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박 시장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박 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근거 없는 주장으로 혼란만 초래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진 후 한동안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박 시장이 메르스 사태를 통해 다시 정치이슈 중심에 서게 된 것은 분명한 성과”라며 “박근혜정부의 미온적 대처에 실망한 국민들의 마음을 박 시장이 제대로 공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이 ‘적절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55%에 달했고 반면 ‘적절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32.8%에 그쳤다. 박 시장의 일간 지지율도 서울시와 정부의 갈등이 고조됐던 지난 5일 전날 대비 3.3%p나 급상승했다.

진가 발휘한 연정
남경필 뜰까?

메르스 정국의 두 번째 수혜자는 남경필 경기지사다. 남 지사는 메르스 정국에서 여야를 넘나드는 소통행보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자신의 대표 정치브랜드인 ‘연정’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평소 여야 간 연정을 강조하며 야당과 소통해온 남 지사는 메르스 사태가 불거지자 여야는 물론이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가교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5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만나 메르스 해결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강조했다. 지난 7일 여야의 4+4회동이 성사된 것에는 남 지사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남 지사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직접 전화해 여야 간 대화를 촉구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남 지사는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권선택 대전광역시장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폭넓은 소통행보를 해나가고 있다.

또 경기도는 메르스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확진자와 휴업병원 등 직간접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지방세 납기를 연장하는 등 현실적인 지원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의 26개 산하기관도 메르스 피해 최소화와 확산방지 대책에 동참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남 지사 역시 보여주기 행보에만 치중했을 뿐 정작 메르스 초기대응에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례로 남 지사는 경기도 평택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 15일 만에 대책방안을 마련하는가 하면, 다른 시도와 비교해 다소 늦은 지난 8일에서야 남 지사가 메르스대책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문 대표 역시 메르스 정국의 수혜자다. 4·29재보선 참패로 대표직 사퇴 위기에까지 내몰렸던 문 대표는 메르스 사태로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기 때문이다. 여전히 당내에서는 ‘친노 책임론’을 제기하는 인사들이 많지만 메르스 정국에서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메르스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문 대표는 박근혜정부의 책임론을 지적하면서 한껏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문 대표는 지난 7일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회동을 열고 메르스 사태 해결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약속했다. 그동안 별다른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던 문 대표로서는 메르스 정국을 거치며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는 평가다.

그동안 야당은 정부 발목잡기에만 몰두해왔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메르스 정국에서 문 대표는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사태 수습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을 강조하며 초당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문 대표는 앞으로도 이 같은 행보를 통해 수권능력을 가진 ‘대안야당’으로서 면모를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문 대표 역시 실질적인 해법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또 메르스 정국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크게 두각을 나타내면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4일 “정부의 주의, 경계, 심각 단계에 상관 없이 메르스에 대해선 도지사가 책임지고 직접 지휘하겠다”며 적극적인 메르스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한계가 아니겠냐”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중앙에서 주목받기 위해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홍준표 경남지사처럼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야 하는데 아직까지 안 지사는 별다른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안 지사는 차기 대선에서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홍준표 경남지사가 메르스 정국의 최대 수혜자라는 평가도 있다. 최근까지 성완종 게이트 의혹에 휘말리며 곤욕을 치렀던 홍 지사는 여론의 관심이 메르스 사태로 분산되면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성완종 사건 수사가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메르스 사태까지 이어지면서 아예 잊혀지는 분위기”라며 “홍 지사는 가만히 앉아 있다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고 평가 헀다.

김무성의 선긋기
문재인의 재발견

반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앞서 언급된 대선주자들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메르스 사태 수습보다 경제회복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다. 김 대표는 최근 메르스에 대한 과도한 공포나 심리적 위축을 없애야 한다면서 당원들은 예정된 행사를 취소하지 말고 예정대로 실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문가들은 건강한 사람은 메르스를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며 “한국-WHO 메르스 합동평가단도 학교가 메르스 전염과 별다른 관련이 없기 때문에 수업 재개를 고려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메르스 확진 환자가 다녀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매출이 크게 떨어진 부산의 한 돼지국밥집을 가족들과 함께 찾아가 식사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메르스 사태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요동
누가 울고, 누가 웃었나?


김 대표는 메르스 정국에서 박근혜정부와 선을 그으며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덕분에 메르스 사태로 치명상을 입는 것은 피했다는 평가다. 메르스 사태가 확산되면서 정부의 미흡한 대처가 이슈가 되자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연일 폭락하고 있다.

김 대표는 메르스 정국에서 무조건 청와대와 정부의 편을 들기보다는 야권 못지않은 쓴 소리를 쏟아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여당의 대표라는 점에서 책임론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오히려 차기 대권주자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에는 일정부분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여당의 대표로서 정부와 야당 사이에서 무게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메르스 정국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 못한 인사는 바로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이다. 안 의원은 의사 출신으로 어쩌면 이번 메르스 정국이 두각을 나타낼 절호의 기회였다. 새정치연합 혁신위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대 조국 교수도 자신의 SNS를 통해 “(안 의원이) 자신의 ‘상품성’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내가 안철수 의원이라면 방역복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정부 방역센터와 주요 병원을 돌겠다. 그리고 박근혜정부의 ‘의료적 무능’을 질타하겠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메르스가 정치적 이슈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지금은 사태 수습이 먼저다. 어떻게 하면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의원의 행보는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메르스 정국이 이어지는 동안 단 한 번도 이슈의 중심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는 흐림
정공법 통할까?

의사 출신으로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인 안 의원은 정치적 퍼포먼스를 하기보다는 당내 메르스 대책특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 발생 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정책적 해법을 모색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안 의원이 보여주기식 정치 행보를 무척 싫어한다”며 “최근 지지율이 너무 낮아져서 주변에서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조언이 많지만 안 의원은 정도를 걷겠다며 물밑에서 정책개발 등의 별로 티가 나지 않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메르스 정국은 국민들이 차기 대권주자들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면서 “박근혜정부의 리더십 부재에 실망한 국민들은 이번 메르스 정국에서 신뢰를 쌓은 정치인에게 기꺼이 한 표를 행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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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3000억 강남빌딩 진짜 주인 가려진다

[단독] 3000억 강남빌딩 진짜 주인 가려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건물의 진짜 주인을 찾아라. 매매가만 3000억원을 상회하는 건물은 10년 넘게 소유권 분쟁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최근 건물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진행되는 과정서 새로운 사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번에야말로 건물 주인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77길 55에 우뚝 솟은 지상 15층 건물, 에이프로스퀘어. 에이프로스퀘어는 2011년 완공 이후 현재까지 소송의 대상으로 논란의 중심에 놓여 있다. 시행사에서 시공사의 특수목적법인(SPC), 또 사모펀드로 건물의 주인이 바뀌는 동안 송사가 끊이지 않았다. 그 사이 건물값은 1600억원대서 3000억원대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수차례 바뀐 건물 주인 에이프로스퀘어 프로젝트에는 시선RDI가 시행사로, A사가 시공사로 참여했다. 당시 시선RDI는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1200억원의 자금을 금융권서 조달했다. 1200억원의 채무가 처리되는 과정서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권이 시선RDI서 A사의 SPC인 더케이로 이전됐다. 소유권 분쟁의 시발점이 된 사건이다. A사는 “2008년 에이프로스퀘어 프로젝트에 채무보증(1350억원)을 조건으로 시공사로 참여했다. 당시 부동산시장이 침체돼 2009년 9월 시행사 시선RDI는 분양에 실패했고, 2011년 1월 건물 준공 시점까지 우리는 320억원에 이르는 공사비를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1년 5월30일 시선RDI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환 불이행으로 기한이익을 상실했다. 결국 A사는 공사비도 받지 못한 상태서 시선RDI의 채무를 인수, 대위변제한 후 수탁사(한국자산신탁)에 공매처분을 요청했다. 하지만 공매가 여러 차례 유찰되면서 큰 손해를 봤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김대근 시선RDI 대표는 “A사는 시선RDI가 1200억원을 대출받은 다음 날 시행사도 모르게 채무를 갚았다. 그리고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채권을 바로 (A사 측에)넘겨버렸다. 우리는 그 내용을 뒤늦게 알았다. A사와 하나은행(당시 외환은행), 우리은행이 짜고 건물을 통째로 빼앗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1년 시선RDI가 제기한 민사소송을 시작으로 에이프로스퀘어를 둘러싼 소유권 분쟁은 10여년 넘게 이어졌다. 김 대표는 2014년 대법원이 원고(시선RDI) 패소로 확정판결을 내린 이후 재심에 재재심을 청구한 데 이어 헌법재판소까지 찾았다. 결과는 번번이 시선RDI 측의 완패였다. 흥미로운 대목은 소송이 진행되면서 소유권 이전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문서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주가 더케이(A사의 SPC)서 한국증권금융(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9호의 수탁자)으로, 또 하나은행(마스턴밸류애드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49호의 수탁자)으로, 우리은행(제이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32호의 수탁자)으로까지 바뀌는 과정서 체결된 부동산 매매계약서 등이 법원의 문서 제출 명령으로 공개됐다. 시선RDI는 2021년 A사·우리은행·하나은행·교보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월 ▲소유권보존등기 무효 ▲소유권 이전 등기 이행 등을 추가해 청구원인과 취지를 변경 신청했다. 소유권보존등기는 새로 지은 건물을 처음으로 공식 문서에 올리는 작업이다. 건물의 출생신고라고 보면 된다. 수천억 강남 빌딩 10년째 소송전 1680억→2040억→3080억 거래돼 시선RDI는 2011년 1월 에이프로스퀘어 완공 이후 한 달 뒤인 2월 A사가 진행한 소유권보존등기가 무효라는 입장이다. 또 소유권보존등기가 적법하게 처리되지 않았으니 그 이후 진행된 이전등기 또한 원인무효 등기라고 주장했다. 최초 소유권자이자 시행사인 시선RDI로 에이프로스퀘어의 소유권을 이전해 달라는 요청이다. 소유권보존등기 및 이전등기의 적법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에이프로스퀘어의 ‘진짜 주인’ 논란이 함께 불거졌다. 일반적으로 집합건물의 경우 수탁사가 ‘등기상 소유주’ 실제 매매대금을 조달하는 사모펀드가 ‘실소유주’가 된다. 김 대표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서 쟁점 중 일부가 된 부분은 펀드의 의사결정을 맡는 보통주를 누가 갖고 있는지였다. A사가 설립한 SPC 더케이는 2013년 12월, 1680억원을 받고 한국증권금융에 에이프로스퀘어를 매각했다. 이때 건물 매입을 위해 조성된 펀드가 엠플러스 9호다. 이 상황서 수탁사인 한국증권금융이 등기상 소유주, 엠플러스 9호가 실소유주가 된다. 이후 2019년 3월 하나은행을 수탁사로 하는 마스턴 49호가 2040억원에, 2022년 4월 우리은행을 수탁사로 하는 제이알 32호가 3080억원에 에이프로스퀘어를 샀다. 김 대표는 제이알 32호의 보통주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자금을 투입한 투자자이면서 의사 결정권도 가진 보통주의 주인을 확인할 수 있게 제이알 32호와 수탁사인 우리은행에 해당 내용이 담긴 문서 제출을 명령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은 김 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여 제이알 32호를 만든 제이알투자운용과 우리은행에 ‘제이알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32호 펀드의 보통주 보유자 및 그 명의 변경내역 및 보통주 주식보유량(수익증권의 좌수) 변경에 대한 내역 일체’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펀드의 ‘진짜 주인’을 찾아 달라는 김 대표의 요청에 법원이 응한 것이다. “보통주 공개하라” 우리은행은 “제이알 32호 투자자의 주식 보유내역과 펀드 운용사 및 업무집행조합원 내역 정보에 대한 문서를 소지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원고(시선RDI 측)가 신청한 문서는 개인 신용정보 주체인 제3자의 개인정보, 거래내용, 신용도, 신용거래능력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에 문서 제출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문서 제출 명령을 받은 제이알투자운용은 제이알 32호의 ‘수익자별 보유수량 안내 공문’을 특정 투자자로부터 교부받아 제출했다. 해당 문서에는 제이알 32호에 돈을 넣은 1종 투자자와 2종 투자자의 명단과 액수가 기재돼있다. 문서에 따르면 해당 투자자들은 총 1271억원을 투자했다. 투자자는 ▲삼성증권 ▲키움증권 ▲현대커머셜 ▲교보리얼코 ▲에스텍시스템 ▲제이알투자운용 등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결국 투자자 외 보통주 명단에 대해서는 문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우리은행과 제이알투자운용은 두 번에 걸친 법원의 명령에도 문서를 제출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문서를 내놨다. 결국 제이알 32호의 보통주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나는 오래전부터 A사가 어떤 식으로든 펀드의 보통주로 참여해 에이프로스퀘어 매매와 운영에 관여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그 근거로 ▲A사의 에이프로스퀘어 일부층 책임임차 ▲일부 삭제된 계약서에 명시된 특정업체와의 계약 ▲계약금 없이 진행된 에이프로스퀘어 매매 과정 등을 들었다. A사는 그동안 진행된 소송 결과 등을 근거로 김 대표가 주장하는 의혹을 일축해 왔다. 김 대표는 시선RDI 등의 부동산 진정명의 회복과 손해 입증을 위해 제이알 32호의 보통주 내역 등을 요청하면서 동시에 제이알투자운용과 우리은행에는 2022년 4월25일 하나은행(매도인)·마스턴투자운용(매도인 집합투자업자)과 우리은행(매수인)·제이알투자운용(매수인 집합투자업자) 간 이뤄진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제출하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계약금은 왜 없었나 또 해당 매매계약 과정서 우리은행(매수인)이 하나은행(매도인)으로부터 책임임차인과 임차인들 간의 전대차계약과 사용계약 등을 승계했는데 이 책임임차인이 A사인지 여부를 사실확인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이 과정을 통해 2022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사이에 체결된 부동산 매매계약서, A사의 승계동의서 등이 공개됐다.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기간이다. A사가 제출한 승계동의서는 하나은행·마스턴투자운용·우리은행·제이알투자운용에 보낸 것이다. 기존 임대인과 매도인 집합투자업자 사이에 체결한 계약이 이후에도 같은 조건으로 승계된다는 점을 명시한 문서다. 승계동의서에 따르면 A사는 에이프로스퀘어 7개층에 대한 일종의 ‘책임임차’를 하고 있다. 책임임차는 준공 이후에도 시공사가 임차인 유치를 약속하는 계약을 뜻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매력적인 조건이다. A사는 그 기간을 2013년 12월24일부터 지난해 12월23일까지 10년으로 잡았다. 자료를 제출한 시기인 지난달 21일에는 이미 책임임차 기간이 만료된 상태였다는 뜻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승계동의서에 ‘목적물(에이프로스퀘어)에 대한 부동산 매매계약에 따른 매매대금이 지급되고 소유권이전등기가 신청되면 그날(계약일)을 기준으로(중략) 동일한 내용으로 승계되고 그에 따라 본 계약은 매수인 및 매수인 집합투자업자와 임차인 사이에 계속 유효하게 존속함에 동의합니다’라는 문구를 들어 A사의 책임임차 기간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소한 제이알 32호의 만료일인 2027년까지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A사는 2023년 12월23일로 책임임차 기간이 끝났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10년간의 책임임차는 에이프로스퀘어 최초 매매계약 당사자인 한국증권금융(엠플러스 9호의 수탁자)의 매수 조건이었다고 덧붙였다. 거듭된 공매 유찰로 은행이자 부담이 커져가는 상황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A사의 일관된 주장이다. 그러면서 책임임차 기간 종료 이후 매수인이나 매도인 등과 추가로 맺은 계약은 없다고도 강조했다. 에이프로스퀘어와 관련한 A사의 ‘책임’은 이미 끝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A사는 “당사는 에이프로스퀘어 빌딩의 소유권자나 투자자가 아니다. 또 제이알 32호의 투자자도 아니다”라는 입장을 <일요시사>에 전해왔다. 눈에 띄는 부분은 또 있다. 2013년 더케이서 한국증권금융으로 소유권이 이전될 때 맺은 매매계약서를 보면 ‘계약금 168억원은 실납입액 없이 1순위 우선수익자의 채권과 선 상계(정산)하는 조건으로 계약금을 갈음함’이라는 문구가 있다. 당시 매매가는 1680억원이었고 1순위 우선수익자는 더케이였다. 실제 계약금 형식의 돈이 오간 적이 없는 것이다. 법원 문서 제출 명령으로 새 국면? 기판력 vs 새로운 증거 쟁점될 듯 2019년 한국증권금융서 하나은행으로 소유권이 넘어갈 때도 매매대금 2040억원에 대한 계약금은 존재하지 않았다. 또 2022년 하나은행서 우리은행으로 등기상 소유주가 바뀔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매매대금은 3080억원이었다. 통상 부동산 매매계약을 진행할 때 매매대금의 10%를 계약금으로 선지급하는 관행서 벗어난 거래였던 것이다. 김 대표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동일한 건물을 3회 거래하는 과정서 계약금을 걸지 않았다는 것은 둘 중 하나다.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대단한 신뢰가 있거나 진짜 주인은 따로 있고 명의만 움직인 경우다. 그게 아니고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2022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사이에 맺은 부동산 매매계약서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확인된다. 부동산 매매계약서 제7조(진술 및 보증) 3. 소송 및 분쟁 부분을 보면 ‘매도인 또는 매도인 집합투자업자를 상대로 하는 어떠한 분쟁, 소송, 행정절차, 중재 또는 강제집행, 보전처분 절차 등이 제기되거나 진행 중에 있지 않으며 매도인 및 매도인 집합투자업자가 아는 한 그런 분쟁, 소송, 행정절차, 중재 또는 강제집행 보전처분 절차 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매매계약서에 들어갈 수 있는 문구로 보인다. 하지만 ‘단, 어떠한 경우에도 매매목적물의 개발, 신탁, 소유권 이전 등과 관련한 ‘(주)시선알디아이’와 여하한 자 사이의 민원, 청구, 소송 또는 분쟁(그와 유사하거나, 연관되거나, 그로부터 파생된 것을 포함함)은 본호의 진술 및 보증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일종의 단서 문구가 달렸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 등은 없지만 시선RDI와의 그것은 보증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매매계약 시기(2022년 4월25일)에는 이미 시선RDI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2021년)를 제기한 상태였다. 소송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지난해지만 소 제기 자체는 매매계약 1년 전에 진행됐다. 매도인은 해당 문제를 알고 팔았는지 매수인은 알고 샀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히 에이프로스퀘어를 매입하는 과정서 투자금을 넣은 투자자에게 해당 정보가 사전에 고지됐는지 여부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김 대표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장물을 사고 팔았다”고 강도높게 지적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수탁자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사는)제이알 제32호의 수탁사로, 수탁사는 운용사의 운용지시에 의한 재산의 취득 처분을 담당한다. 펀드 운용에 관한 어떠한 의사결정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매매계약과 소유권 이전 관련해 법무법인을 통해 검토되고 진행됐다. 운영사는 법률적인 검토를 완료해 매매계약을 완료했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수탁사는 자본시장법상 운용과 관련한 내용을 알 수 없다”면서 제이알 32호 펀드의 보통주 내역 등 관련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도 강조했다. 하나은행 역시 마스턴 49호의 수탁사일 뿐 운용 내용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제이알투자운용은 <일요시사>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소유 분쟁 그 끝은? 시행사 대표와 시공사, 수탁사의 주장은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이전의 소송은 시공사와 수탁사의 완승으로 끝났다. 단 한 건의 소송서도 법원은 시행사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시공사와 수탁사는 이를 근거로 기판력을 주장하고 있다. 시행사 대표는 “이전에 단 한 번도 청구하지 않은 소송이고 이에 대해 변론종결일까지도 피고는 어떤 주장도 반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심 선고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