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접수한 외국인 조폭 실태

도끼 든 ‘연변흑사파’ 가리봉 넘어 강남 노린다


국내에 침투한 외국인 조직 폭력배들이 늘고 있다. 초창기 타국생활로 지치고 힘든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은 점차 조폭색을 띠게 됐으며, 폭력은 물론 마약, 납치, 청부살인 등 이들이 저지르는 범죄의 종류도 점점 다양해졌다. 지난해 <서울신문> 탐사보도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조폭은 14개국 65개 파에 이르고 경찰 추산 외국인 조폭은 46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대검찰청은 외국인조직범죄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간 외국인 범죄자 1354명을 적발, 이 중 157명을 구속하고 92명을 강제 출국시켰지만 효과는 미비했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태국 조폭 21명이 경찰에 붙잡힌 것. 이에 <일요시사>는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국내 외국인 조폭의 실태에 대해 취재했다.


국내 침투한 외국인 조폭 14개국 65개파 4600여명
집중 단속도 효과 없어… 오늘도 사고치는 외국인 조폭


대검찰청의 대대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적발된 1354명의 외국인 범죄자 가운데 외국인 조폭으로 판명난 사람은 7명에 불과했다. 집중단속을 시작하면서 검찰은 외국인 범죄 유형 가운데 조폭을 가장 우려했었다. 외국인 근로자의 지속적인 유입으로 이들로 구성된 폭력조직이 증가하고 점차 세력화, 토착화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110cm 정글도 상징
태국 조폭 ‘깽야이파’

특히 검찰은 외국인 조폭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으면 이들이 국내 폭력조직과 경쟁 혹은 연합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단속에서 적발된 외국인 조폭이 7명에 불과하자 검찰은 이 숫자를 믿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결국 검찰은 외국인 조폭 결성이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쉽게 포착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외국인 출입 카지노 주변 이권다툼, 도박장 개장, 성매매 업소 운영, 청부폭력 행사 등을 집중 단속 대상으로 선정, 장기 기획수사를 전개할 방침이다.

지난 5월26일 경기지방경찰청 외사범죄수사대에 붙잡힌 외국인 조폭은 자국인을 대상으로 폭력 및 영업 방해를 일삼고 마약까지 복용한 태국의 ‘깽야이파’였다. 이날 경찰은 깽야이파의 두목 K(34)씨와 행동대장 S(27)씨 등 4명을 구속하고, 17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깽야이파는 지난 2007년 만들어진 신생 조직이다.

태국의 최대 명절인 ‘쏭끄란’을 자축하는 자리에 모인 태국인 20여 명은 태국에서 농사를 짓다가 취업비자를 받아 한국에 왔고 이날 “우리도 뭉치자”고 결의했다. 즉석에서 조직이 구성되자 건장한 체격의 K씨가 두목이 됐고, 주먹이 말보다 빠르다는 S씨가 행동대장으로 추대됐다. 이들은 이날 “회원이 당하면 끝까지 보복한다”고 다짐했다. 이들의 다짐은 실제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태국인들이 출입하는 천안의 한 가라오케에서 조직원 L(26)씨가 해고되자 집단으로 몰려가 손님들에게 정글도, 각목, 야구방망이 등의 흉기를 휘두르고 같은 태국인인 가라오케 사장을 협박했다. 이들의 행패는 2시간 동안 이어졌고, 가라오케는 폭력배에게 찍힌 술집이라는 소문과 함께 손님이 끊겨 결국 문을 닫았다.

1m가 넘는 정글도는 깽야이파의 상징이다. 국내 외국인 조폭 ‘넘버원’인 중국계 연변흑사파의 상징이 ‘손도끼’인 것과 비슷하다. 1m가 넘는 정글도는 철강공장에서 일하는 조직원들이 직접 만든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이 S씨의 집을 압수수색할 당시 정글도 5점을 비롯한 각종 연장(?)들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깽야이파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야바’가 바로 그것이다.

야바는 태국, 미얀마, 라오스에서 생산되는 마약으로 코데인, 카페인, 메스암페타민 등을 합성해 만든다. 약효가 36시간 이상 지속되기 때문에 깽야이파 조직원들은 토요일 야바를 흡입하고 일요일까지 환각 상태에서 동네를 휘젓고 다니기를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수사에서 드러난 깽야이파의 집단폭력은 최소 5건으로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머리를 집중 공격당했다.

지난해 3월 한 태국인은 깽야이파의 두목에게 반말을 했다는 이유로 각목으로 머리를 맞아 40바늘을 꿰맸고, 같은 해 12월에는 조직원의 여자친구의 얼굴을 만진 또 다른 태국인 역시 정글도와 각목으로 폭행당해 전치 4주의 상처를 입었다. 국내 외국인 조폭 가운데 현재 넘버원은 중국계 ‘연변흑사파’다. 본토 조폭인 ‘흑사회’ 멤버들이 국내에 들어와 여러 파를 만들면서 분화한 ‘연변흑사파’는 2005년 흑사회 행동대장 출신 양모(41)씨가 밀입국한 뒤 조선족 31명을 규합하면서 만들어졌다.

이들이 서울 가리봉 차이나타운을 장악하는 과정은 일명 ‘가리봉 잔혹사’라고 불린다. 연변흑사파는 등에는 칼, 다리에는 도끼를 차고 다니면서 차이나타운 일대에서 돈을 뜯어냈고, 피를 볼때까지 싸우는 잔인함에 다른 조직조차 벌벌 떨었다. 특히 연변흑사파가 등장하기 전 가리봉동 ‘맹주’로 불린 ‘흑룡강파’마저 맥없이 무너졌다. 흑룡강파는 지난 2006년 12월 연변흑사파 두목의 배를 칼로 찌르는 등 복수에 나섰지만 8일 만에 반격에 나선 연변흑사파에 무참히 당했다. 흑룡강파 행동대장을 납치해 칼로 찌르고 발목을 부러뜨려 버린 것.

‘가리봉 잔혹사’
조폭 넘버원 ‘연변흑사파’

이를 계기로 서울 서남부와 경기 안산, 경남 창원, 인천 등 전국 차이나타운은 연변흑사파의 차지가 됐다. 지난 2007년 두목을 비롯한 30여 명의 조직원이 한꺼번에 검거돼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이내 조직을 재건, 현재까지 외국인 조폭 넘버원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연변흑사파는 가리봉동을 벗어나 강남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는 강남 일대 유흥업소나 카지노, 오락실 등에 진출해 웨이터나 문지기 등 말단부터 중간 간부급으로 일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강남 유흥가에서 두각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놀라운 점은 이들이 청부폭력까지 행사한다는 사실이다. 연변흑사파는 팔·다리 절단 250만~500만원, 살인은 1000만원을 받고 행동에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외국인 조폭의 절대지존으로 군림하고 있는 연변흑사파에 도전장을 내민 조직이 나타났다. 베트남 ‘하노이파’는 베트남 북부 하노이 출신이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최근 연변흑사파의 라이벌로 급부상 했다. 서울 구로동을 비롯해 포천, 안산, 안양, 김해, 마산 등 공단 밀집지역에서 활동하고 고리사채, 납치, 폭행, 인질강도, 성매매, 마약밀매 등 그들의 손을 거치지 않는 범죄가 없을 정도다.

하노이파는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베트남 여성들의 위장결혼에도 관여하고 있으며, 여성들을 속여 유흥가에 넘기거나 성매매 업소에 팔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노이파는 전국 공단지역 인근의 ‘도박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도박장은 하노이파의 고정 수입원이다. 각 지역마다 대형 조직 1개와 그 아래급의 작은 조직 3개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도박장을 운영한다.

태국 ‘깽야이파’ 1m 정글도 협박 경기 남부 ‘평정’
베트남 ‘하노이파’, 넘버원 ‘연변흑사파’ 라이벌 급부상


도박장에서 번 돈을 밑천삼아 이들은 고리사채업도 병행하고 있다. 연 500%가 넘는 살인적인 이자로 도박자금을 빌려준 뒤 갚지 않으면 납치 폭행하거나 본국의 가족을 협박해 돈을 받아내기도 한다. 이 밖에도 베트남 계열 조폭으로 ‘호치민파’와 ‘하이세우파’ 등이 있지만 하노이파의 그늘에 가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 조폭과 가장 닮은 외국인 조폭으로 방글라데시의 ‘군다’를 들 수 있다. 군다는 방글라데시어로 ‘폭력’, ‘깡패’를 뜻한다. 군다는 국내 폭력조직과의 연계에 이어 국내 조폭들의 행동, 생활방식, 체계 등을 그대로 받아들여 ‘한국형 조폭’이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이들은 합숙생활을 하고 90도 인사를 하는 등 국내 조폭을 그대로 닮았다.
 
방글라데시 군다들은 수원, 안산, 남양주, 포천, 일산 등 방글라데시인 밀집지역에 둥지를 틀고 있으며, ‘안산 군다’ ‘서울 군다’ 등 지명을 딴 조직과 두목의 이름을 딴 조직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 들어온 뒤 조직을 구성한 다른 외국인 조폭과는 달리 군다들은 방글라데시에서 폭력조직원으로 활동하다가 국내에 입국한 이들이 모여 만들었다. 이들 두목 중에는 살인을 한 뒤 방글라데시 감옥에 구속됐다가 탈옥에 성공, 국내에 들어온 사람도 있고, 국내 수사기관에 검거된 뒤 추방됐다가 여권 위조로 다시 들어온 조직원도 적지 않다.

국내 조폭 닮은꼴
방글라데시 조폭 ‘군다’

그런가 하면 군다는 국내 폭력조직과도 손을 잡았다. 말이 좋아 연계지 사실상 군다는 국내 폭력조직의 하부조직인 셈이다. 군다들은 불법체류자 갈취와 도박장 영업 등 그들의 불법 활동을 보호받기 위해 국내 조폭과 손잡았고, 국내 폭력조직은 군다들을 폭력행사에 동원하기 위해 뒤를 봐주고 있다. 다만 아직 군다가 국내 폭력조직보다 세력이 약해 나이 어린 국내 조폭에게도 ‘형님’이라고 호칭하며 90도 인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신이 클수록 고위 간부로 알려진 필리핀계 ‘가디언스파’는 조직원이 200명에 이를 정도로 몸집을 키우고 있고, 태국 조폭 ‘싸만코차호타이파’와 ‘딸라타이파’도 수사기관의 감시를 받고 있다. 반면 일본 야쿠자와 러시아 마피아들은 국내에서 활동하면서도 이들과는 달리 호텔사업이나 벤처기업 인수,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쏟는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인 조폭들은 아직까지는 내국인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있지만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익숙해지면 우리 국민 역시 표적이 될 수도 있다. 재한외국인 100만명 시대를 맞아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외국인 조폭의 뿌리를 자를 수 있는 철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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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