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김한길-정대철 삼각연대 해부

친노에 맞설 최정예 '비노 어벤저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김한길 의원과 정대철 상임고문의 삼각연대설이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비노계의 핵심 3인방인 세 사람이 지난 1일 전격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각각 영남(안철수)과 수도권(김한길), 그리고 원로그룹(정대철) 지분을 갖고 있는 세 사람이 뭉친다면 독주하고 있는 친노에 맞설 최정예 ‘비노 어벤저스’의 탄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비노(비노무현)계의 핵심 3인방인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안철수, 김한길 의원과 정대철 상임고문이 지난 1일 전격 회동한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세 사람은 4·29재보선 참패 이후 집요하게 문재인 대표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를 비판하는 발언을 해온 인물들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독주하고 있는 친노계에 맞서기 위해 세 사람이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비노 어벤저스
친노를 물리쳐라

각각 영남(안철수)과 수도권(김한길), 그리고 원로그룹(정대철) 지분을 갖고 있는 세 사람이 뭉친다면 최정예 비노 어벤저스의 탄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해당 보도 이후 김한길 의원은 이번 회동에 참석하지 않았었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냈지만 지난 1일이 아니더라도 정대철 고문과 김한길 의원의 회동 목격담은 여의도에서 공공연하게 들려오고 있다. 세 사람의 수상한 행보다.

세 사람은 새정치연합의 4·29재보선 참패 이후 줄곧 문 대표와 대척점에 서고 있는 인물들이다. 지난 2일에는 문 대표가 ‘위기에 놓인 당의 분위기를 재정비하자’며 모든 새정치연합 의원을 대상으로 가나안농군학교에서 워크숍을 진행했지만 안 의원과 김 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대권의지 확실히 드러낸 안철수
김한길-정대철, 좌우 날개 달까?


비노계의 핵심인 두 사람이 불참하면서 문 대표가 야심차게 준비한 워크숍은 시작부터 김이 샜다. 특히 안 의원은 문 대표가 가나안농군학교에서 농사일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때 한 라디오 공개방송에 출연해 난데없이 대선출마 선언을 하고 나서서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날 안 의원은 “2017년 대선에 출마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뚜벅뚜벅 걸어가며 하나씩 결과를 보여드리겠다. 판단은 제가 아닌 국민들의 몫”이라고 얼버무리려 했지만 사회자가 확실한 답변을 해달라고 재촉하자 끝내 “그럼요”라고 짧게 답하면서 대선출마 의사를 확실하게 밝혔다.

안 의원의 발언에 현장의 반응은 그야말로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할 만큼 뜨거웠다는 후문이다. 안 의원 측은 파장이 커지자 사회자가 워낙 대선 출마 여부를 확실히 말해달라고 재촉해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그 시기가 미묘했다.

달라진 안철수
킹메이커 등장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의원이 의도했든 안 했든 결과적으로 문 대표에게 고춧가루를 뿌려도 제대로 뿌린 것”이라며 “이번 워크숍은 문 대표가 당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말 야심차게 준비한 것인데 안 의원의 깜짝 선언으로 이슈가 분산됐다. 아무리 사회자가 재촉을 했다고 해도 피해나갈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을 텐데 공개적인 자리에서 대권도전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은 최근 안 의원이 차기 대권도전에 대한 결심을 굳혔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날 안 의원은 우유부단하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자신은 결단할 때는 결단하고 내려놓을 때는 내려놓는 선택을 해왔다”며 “다만 진실은 시간이 가면 알아준다고 생각하고 구구절절 변명을 하지 않았는데(그런 모습이 우유부단하게 비친 것 같다)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말해 이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실제로 안 의원은 최근 차기 대권에 대해 무척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과 회동했었던 정대철 고문도 안 의원이 대권에 대해 너무 강한 의지를 드러내 다소 놀랐다는 언급을 했다. 정 고문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회동 당시) 안 의원이 새정치연합의 대통령후보가 되기 위해 노력을 하겠다고 아주 직설적으로 얘기해 다소 놀랐다. 나도 이젠 양보하지 말라고 농담을 건넸더니 안 의원이 웃더라”고 말했다.

안 의원이 차기 대권출마 결심을 굳혔다면 최근 사사건건 문 대표와 날을 세우고 있는 이유도 설명이 가능해진다. 정치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안 의원이 미리 잡힌 공개방송 일정 때문에 워크숍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했는데 이번 워크숍은 1박2일간 진행됐기 때문에 방송이 끝난 후에도 충분히 참석할 수 있었다”며 “이번 워크숍엔 미리 잡힌 개인 일정을 마치고 뒤늦게 참석한 의원들도 있었다. 결국 앞으로 문 대표와는 계속 각을 세우며 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 아니겠냐”고 전망했다.

안 의원이 차기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당내 최대계파인 친노의 수장이자 당대표 자리까지 꿰차고 있는 문 대표를 반드시 넘어서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김 의원과 정 고문의 도움이 절실하다. 안 의원은 유력한 잠룡 후보지만 당내 세력이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김 의원과 정 고문은 정치권에서 이미 유명한 킹메이커이기도 하다.

우선 김 의원은 수도권에서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일각에선 김 의원을 수도권 비노진영의 중심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김 의원은 출생지는 일본 동경이지만 본적은 서울이다. 서울 구로구와 광진구에서 국회의원을 지냈고 마포 노웅래, 동대문 민병두, 성동구 최재천, 인천 문병호, 경기 오산 안민석, 경기 안양 이종걸 등 김한길계 의원들이 수도권에 다수 포진되어 있다. 

정 고문 역시 중요한 퍼즐이다. 정 고문은 현역의원은 아니지만 새정치연합 원로그룹의 좌장격으로 호남에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는 동교동계 원로들과도 두터운 친분을 쌓고 있다. 호남은 야권의 심장이다. 안 의원이 차기 대선 경선에서 문 대표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호남을 잡아야만 한다.

호남이나 대구경북 모두 인구수는 비슷하지만 새정치연합 권리당원 비율은 호남이 56%나 되고 대구경북은 0.4%에 불과하다. 호남의 표심에 따라 경선 승패가 갈릴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지난 2·8전당대회에서 호남에 기반을 둔 박지원 의원이 대중적 인기도가 높은 문 대표와 박빙의 승부를 펼칠 수 있었던 이유기도 하다.

정 고문은 특히 박지원 의원과도 깊은 친분이 있다. 현재 호남의 민심이 문 대표와 친노에게서 돌아서고 있다는 점은 안 의원으로서는 분명한 대권 청신호다. 당내 경선에서 수도권과 호남은 가장 중요한 요충지다.

물론 김 의원과 정 고문에게도 안 의원은 꼭 필요한 존재다. 현재 친노계와 각을 세우려는 비노계로서는 마땅한 구심점이 없어 고민해왔다. 재보선 참패 이후 비노계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친노계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아무리 외곽에서 친노를 향해 직격탄을 날린다고 해도 정치적인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소위 비노라고 불리는 이들은 친노가 아니라는 것이 유일한 공통점일 뿐 하나의 조직이나 이해관계로 뭉쳐있는 계파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백가쟁명식 의견을 내놓을 뿐 정치적 영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계파는 없다?
공허한 외침

차기 총선을 앞둔 현재 비노계의 불안감은 극에 달해있다. 비노계의 불안감은 가나안농군학교에서 진행된 새정치연합 워크숍 과정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농사체험 도중 비노계의 한 의원이 “배 솎아 내기 작업을 시키는 것이 ‘공천 물갈이’를 암시하는 것 아니냐? 여기는 호남이고, 여기는 수도권인가?”라며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의원들은 “미리 솎아내야 나머지 열매가 튼실하게 자란다. 뻣뻣하게 고개 치켜든 열매를 놔두면 안 된다” “머리 쳐든다고 다 잘라야 하나. 그러면 누가 할 말을 하겠나” 등의 대화로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다. 문 대표가 당의 혁신을 인적쇄신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은연중에 내비치면서 비노계의 불안감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차기 총선은 차기 대선 직전에 치러지는 선거이니 만큼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문 대표로서는 측근 챙기기를 안할 수가 없을 것”이라며 “문 대표의 ‘계파는 없다’는 말을 비노인사들이 아무도 믿지 않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세 사람 뭉치면 비노계 결집
총선 앞두고 친노-비노 총력전


이 관계자는 또 “안 의원이 대선을 2년이나 앞둔 시점에 무리하게 대권 기지개를 펴고 있는 것도 결국 이런 사정 때문”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밀리면 대권도 물 건너간다. 총선 공천과정에서 자신들을 지켜달라는 비노계의 요구와 지켜줄 테니 나를 대권 후보로 만들어 달라는 안 의원의 요구가 맞아 떨어진 결과가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구심점 역할을 할 마땅한 인물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던 비노진영으로서는 안 의원만큼 매력적인 인물도 없다. 안 의원은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청렴한 이미지에 대중적인 인지도도 높다. 정치경험이 일천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정치9단인 김 의원과 정 고문이 주변에서 안 의원을 돕는다면 미숙한 정치경험도 충분히 보완될 수 있다.

세 사람의 삼각연대는 지난 대선에서 이해찬-박지원-문재인 3인이 구성했던 이-박-문 삼각연대를 떠오르게 한다. 지난 대선 당시 이-박-문 연대는 초선의원이던 문재인 대표를 민주당 대선후보 자리에까지 올려놨다. 이-박-문 삼각연대를 통해 이해찬 의원은 당대표를 맡았고 박지원 의원은 원내대표 자리를 꿰찼다.

마지막 결전
드디어 승부 낸다

세 사람은 각각 지역적 안배도 이뤘다. 이 의원은 충청권에 지분을 가지고 있고 박 의원은 호남에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문 대표는 영남권 출신이니 지역별 구도가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두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았더라면 문 대표는 결코 대선후보 자리에 오를 수 없었을 것이다.

당시 문 대표는 국회의원 배지를 단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완전한 정치초보였다. 따라서 안철수, 김한길, 정대철 세 사람의 삼각연대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당내에서 세 사람의 뒤를 따르려는 비노계 의원들이 우후죽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과연 안 의원은 안-김-정 삼각연대를 발판으로 자신의 최대 난적인 문재인 대표를 넘어설 수 있을까?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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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