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에 삥뜯긴 의원님 사연

비열한 형님들…돈냄새 맡고 뒤통수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전직 국회의원이 조직폭력배(이하 조폭)의 협박을 받아 무려 8억원을 갈취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힘없는 일반 국민이라면 몰라도 국회의원까지 지낸 인사가 어쩌다 조폭에게 협박당하는 신세가 됐을까? 야권 거물 인사인 손학규 전 대표까지 얽혀있는 전직 국회의원의 한심하고 황당한 사연을 공개한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민주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던 정국교 전 국회의원이 조직폭력배(이하 조폭)의 협박을 받아 무려 8억 원을 갈취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07년에 발생했지만 도주 중이던 협박범 진모씨가 공소시효를 몇 달 앞둔 지난달 13일에야 대전에서 검거되면서 재조명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심재철)는 진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공갈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진씨는 대전지역 폭력조직 ‘한일파’의 조직원이다.

황당한 공천

정 전 의원은 하드디스크 부품을 만드는 에이치앤티(H&T)의 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H&T는 한때 코스닥 상장사 중 시가총액 2위까지 올랐던 유망회사였다. 그런데 정 전 의원은 지난 2007년 4월 H&T가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양전지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공시를 낸 후 주가가 오르자 지분을 처분해 엄청난 시세차익을 챙긴다.

당시 공시 이후 4000원이던 H&T의 주가는 20배 넘게 폭등했다. 정 전 의원은 같은 해 10월 지분 40만주를 팔아 400억원대 시세차익을 챙겼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과의 계약은 곧 파기됐고 H&T 주가는 폭락해 6000원대까지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입었다.

이에 대해 정 전 의원 측은 우즈베키스탄과 태양열에너지 사업 관련 양해각서를 실제로 체결했지만 이후 양측의 입장차이로 계약이 파기된 것 일뿐 주가를 조작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결국 법원으로부터 주가조작 혐의로 징역 2년6월을 선고 받았다.

이때부터 정 전 의원은 H&T에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의 협박에 시달려야만 했다. 이들은 정 전 의원에게 보상을 요구하면서 사무실로 찾아와 소란을 피우거나 시도 때도 없이 협박전화를 걸어왔다. “돈을 내놓지 않으면 마누라하고 애들을 죽여버리겠다”는 섬뜩한 협박 메시지를 집 앞에 남겨놓고 가는가 하면 피해자들이 동원한 조폭들이 정 전 의원을 찾아오기도 했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정 전 의원은 경찰에 경호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결국 정 전 의원은 평소 알고 지내던 대전지역 폭력조직 ‘한일파’ 간부에게 경호를 부탁하게 된다. 그런데 신변 안전을 위해 고용한 조폭들은 오히려 정 전 의원을 협박해 돈을 뜯어낼 궁리를 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번에 체포된 진씨는 대전의 다른 폭력조직인 ‘왕가파’ 조직원 송모씨와 짜고 일을 꾸몄다. 송모씨는 현재까지 검거되지 않았고 해외도피 중이다. 지난 2007년 11월 말 송모씨는 다른 일행들과 피해 투자자로 위장해 정 전 의원의 자택을 찾아갔다. 송모씨 일행과 정 전 의원은 자택 앞에서 마주쳤고 경호를 맡은 조폭들과 순식간에 큰 싸움이 벌어졌다.

전 국회의원 협박 8억 갈취
조폭에 경호 맡겼다가 낭패
대전 폭력조직 한일파-왕가파 합작품?


하지만 검찰은 이 싸움 자체가 거짓 연기였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조폭들의 경호를 받으며 그대로 달아났고 진씨는 나중에 정 전 의원을 만나 "경호를 맡은 한 조직원이 송모씨를 칼로 찔렀다"며 "송모씨가 죽으면 우리는 형님(정 전 의원)이 살인교사를 했다고 증언할 수밖에 없다"고 겁을 줬다.
이 과정에서 진씨는 송모씨가 합의금으로 20억원을 요구했지만 자신이 나서 8억원으로 절충했다며 생색을 내고 돈을 요구했다. 총선을 앞두고 있던 정 전 의원은 해당 사건이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결국 그해 12월 8억원을 조폭들에게 전달했다. 이 돈은 개인 돈이 아니라 H&T의 공금이었다.

정 전 의원은 조폭들에게 돈을 뜯긴 후 4달 뒤인 2008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은 당선 이틀 만에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고, 공식 임기가 시작되기도 전인 같은 달 22일 구속됐다. 게다가 정 전 의원은 구속수사를 받던 중 재산신고 누락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면서 1년여 만에 의원직을 상실했다.

어렵게 국회의원이 됐지만 국회 문턱을 밟아보지도 못한 것이다. 해당 사건을 꾸민 조폭들에게도 사연은 있었다. 이번 일에 연루된 조폭 중 일부는 정 전 의원의 회사에 투자를 했다가 큰 손해를 입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정 전 의원에게 반감을 가지고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과거부터 조폭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사업 운영에 조폭들을 이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정 전 의원은 해당 사건 이후에도 조폭과의 인연을 끊지 못했다. 지난 2012년에는 주가조작 사건으로 부과 받은 벌금 13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조폭과 손을 잡고 범죄를 저질러 구속되기도 했다. 한때 건실한 기업운영으로 국무총리 표창까지 수상한 잘나가던 기업가의 씁쓸한 말로다. 


그런데 이번 사건이 다시 재조명되면서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전 대표가 난데없이 곤욕을 치르게 됐다. 당시 정 전 의원의 비례대표 공천을 밀어붙인 것이 손 전 대표이기 때문이다. 최근 손 전 대표의 몸값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다시 재조명되면서 일각에선 손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제기된다.

손 전 대표가 정 전 의원을 비례대표로 공천할 당시 정 전 의원은 이미 주가조작 혐의를 받고 있었지만 손 전 대표는 공천을 밀어붙였다. 당시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손 전 대표의 추천으로 공천심사 막판에 정 전 의원이 비례대표 명단에 올랐다는 주장이 있었다.

손 전 대표는 정 전 의원에 대해 “내가 정치하는 데 (정 전 의원이)도와줬다”며 사적 친분을 시인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손 전 대표는 “정 전 의원은 주가조작 혐의로 3개월간 금감원에서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리됐다”며 공천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으며 검찰의 수사는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손학규 음모론?

정 전 의원이 총선 직전 당에 1억원을 특별당비로 내고 별도로 10억원을 당에 빌려줬다가 5일 뒤 돌려받은 것도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서도 손 전 대표는 “특별당비는 비례 대표들이 자발적이고, 공개적으로 의견을 수렴한 결과로 이뤄진 것”이라며 “10억을 차용한 것은 비례대표 등록 후인 3월26일이고, 당이 당시 직원들 봉급도 줄 수 없는 형편에서 법원으로부터 변제일 3월31일, 금리 5.5%를 확정 받아서 차용한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한때 유망기업이었던 H&T사는 부침을 겪다 지난 2011년 12월 결국 상장폐지 되는 운명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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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