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26)최동열 기륭전자 회장 & 한형구 코츠디앤디 대표

온갖 불법에도 검찰은 모르쇠?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 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40조원에 이른다. <일요시사>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의 체납자를 추적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26화는 66억1300만원을 체납한 최동열 기륭전자 회장과 한형구 코츠디앤디 대표다.

1895일을 싸웠다. 삭발은 물론이고 목숨을 건 세 차례의 단식과 다섯 차례의 고공농성이 이어졌다. 태어나서 처음 공장을 점거했고 포클레인에 맨몸으로 부딪혔다. 처음엔 꿈쩍 않던 여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끝내 그들은 투쟁에서 승리했다. 회사는 불법파견 근로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에 서명했다. 비정규직 문제를 공론화시킨 기륭전자 노조의 이야기다.

도망간 회장님

2010년 11월 기륭전자 노조는 조합원 10명을 정규직화하기로 사측과 합의했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한 가지 단서를 달았다.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복직을 유예해달라고 한 것이다. '회사를 살리겠다'는 사측의 약속을 조합원들은 믿고 기다렸다. 그러나 2년6개월 만에 복직한 회사는 1년도 못 가 문을 닫았다. 2013년 12월 회사는 어떤 예고도 없이 사무실을 무단 이전했다. 밀린 임금은 단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일터에 정착하려던 조합원들은 또다시 거리로 내몰렸다. 2000년대 중반 연매출 2000억원을 바라봤던 기륭전자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기륭전자의 소유주인 최동열씨(이하 최동열)도 잠적했다.

최동열은 고액체납자다. 2010년 9월부터 지방소득세를 내지 않았다. 서울시가 징수할 체납액은 3억9100만원이다. 최동열은 국세청이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에도 등재돼 있다. 2009년부터 양도소득세를 체납했다. 국세청이 거둬갈 세금은 34억5500만원이다.


국세청 명단에서 최동열은 거성엔지니어링 대표로 소개됐다. 거성엔지니어링은 최동열을 대표하는 이력이 아니다. 2008년 3월 최동열은 코스닥 상장사인 기륭전자 이사에 선임됐다. 그가 체납한 세금은 모두 기륭전자를 운영하던 무렵 부과됐다.

기륭전자가 폐업한 배경에는 최동열이 있다. 최동열은 회삿돈 수백억원을 동원해 자신 명의의 주식을 고가에 사들였다. 또 회사 자산을 차례로 매각해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자금 세탁 과정에 코츠디앤디란 회사가 등장한다. 코츠디앤디도 서울시 고액체납자 명단에 올라 있다. 코츠디앤디는 2010년 10월부터 등록세 등 6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서울시가 과세한 지방세는 27억6700만원이다.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코츠디앤디는 2008년 7월31일 설립됐다. 자본금은 5억원이며 주거용 건물 개발 및 공급업을 주업종으로 등록했다. 코츠디앤디의 대표이사는 '동업자' 이병택씨다. 이씨와 그의 동생은 최동열 일가의 자금을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27억6700만원 
국세청 38억4600만원
기륭전자 매각해 차익 남겼는데…

코츠디앤디는 기륭전자가 소유하고 있던 핵심자산인 서울 금천구 가산동 219-6번지 땅(1만1405㎡)을 매입했다. 2008년 10월31일 이 땅은 코츠디앤디 소유로 등기됐다. 그런데 매매 일시는 2008년 6월25일로 돼 있다. 코츠디앤디의 설립일보다 매매 시점이 앞선 것이다.

당시 기륭전자는 자본금 5000만원짜리 회사인 (주)희정과 405억원상당의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희정이 잔금을 납부하지 못해 계약이 파기됐고, 코츠디앤디라는 업체가 대신 계약을 맺었다는 해명을 내놨다.

문제는 두 회사가 사실상 하나의 회사가 아니었냐는 의혹이다. 이들 회사는 모두 기륭전자가 땅을 매각하기로 한 직후 설립됐다. 자본이 부족해 PF은행을 끼고 땅을 매입하려한 점도 같았다. 특히 코츠디앤디는 매입 전후 최동열과 '이면계약'을 한 것으로 의심됐다.


코츠디앤디는 부동산 등기에 앞서 아시아신탁주식회사로 가산동 땅을 신탁했다. 관련 부지는 2년 뒤 개발 호재를 맞았다. 2010년 8월 한라건설은 코츠디앤디와 628억원 규모의 아파트형 공장을 설립하기로 계약했다. 이때 최동열은 건물 2개층(6600㎡)의 분양권을 선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최동열이 기륭전자 대표로 올라선 2010년 3월 한라그룹 출신인 백삼열씨가 같은 회사 사외이사로 선임됐다는 것이다. 최동열과 백씨는 처남·매형 사이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가산동 개발 사업은 최종 공정율 7.84%로 중단됐다. 코츠디앤디는 '사업시행권 등 포기 및 양도각서'를 예금보험공사에 제출했다. 2013년 10월 가산동 땅은 공매에 넘어갔다. 매각은 토지 수탁자인 아시아신탁주식회사가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코츠디앤디는 어떤 역할도 하지 못했다.

코츠디앤디의 등기상 대표는 한형구씨다. 한씨는 2012년 6월 전임대표 이씨로부터 권한을 넘겨받아 직무대행자가 됐다. 그러나 한씨의 주소지는 강원 고성군 토성면으로 코츠디앤디가 자리한 서울과는 물리적인 거리가 있었다. 전후 사정상 코츠디앤디의 실소유주는 한씨가 아닌 것으로 추정됐다. 코츠디앤디의 옛 회사 내선으로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기륭전자는 2012년 3월 기륭이앤이로 이름을 바꾼 뒤 2013년 9월 렉스엘이앤지로 상호를 변경했다. 기륭이앤이는 2012년 12월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있는 사옥과 토지를 62억원에 처분했다. 유동성을 완화하겠다고 했지만 시장의 신뢰는 끝도 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같은 달 최동열은 퇴직근로자 14명의 임금과 퇴직금 등 1억5700여만원을 체불한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됐다.

최동열은 기륭전자 이사로 재직할 당시 DSIT위너스, DSIT인포테크, DSIT원터치, 오즈리소스, 유니트존 등 5개 회사를 동시에 운영했다. 이는 자금추적 등 법망을 피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됐다.

앞서 최동열은 중국에 본사를 둔 광서대상신식과기유한공사(이하 광서유한공사)를 앞세워 기륭전자의 경영권을 장악했다. 광서유한공사를 소유한 DSIT위너스는 2007년 12월 395억원에 기륭전자로 매각됐다. DSIT위너스 주식을 보유한 최동열 일가는 거액의 매매차익을 챙길 수 있었다.

이와 관련 기륭전자 노조는 "광서유한공사의 가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는 당시 중국에서 10명만 일하고 있었으며, 회사 자본금도 1억2000만원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광서유한공사는 적자를 거듭한 끝에 2012년 '부실 매각'됐다.

그러나 최동열은 책임을 지지 않았다. DSIT 주식 매각대금의 일부로 기륭전자를 사들인 그는 회사 자산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했다. 회사 상장폐지 후에는 감자결정을 통해 12억8000만원의 자본금을 6400만원으로 줄였다. 마지막 단물까지 빨아먹은 셈이다.

매매차익 챙겨

서울 동작구 상도로 320번지에는 중앙하이츠빌 아파트가 있다. 이곳은 세무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최동열의 주소지다. 최동열의 집 앞에선 주 2회 1인 시위가 벌어진다. 지난해 조합원들은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최동열을 합의 불이행 등에 의한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사건은 재정신청이 진행 중이다. '고액체납자'인 최동열은 변호사를 선임해 자신을 둘러싼 여러 고소·고발 사건을 방어하고 있다고 한다. 비교적 최근까지 최동열의 동생인 최성열씨는 새누리당 중앙위원회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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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