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노계 '문재인 제거작전' 막전막후

"차기 총선까지 당대표 하라는 보장 있나?"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비노계가 '문재인 흔들기'에서 '문재인 제거'로 전략을 수정한 것 같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향한 비노계의 공세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당장 친노계에서는 비노계가 문 대표를 진짜 낙마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노계와 비노계의 살벌한 집안싸움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요즘 친노(친노무현) 진영에서는 위기감이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전남의 도의원들이 지도부 규탄 성명을 내는가 하면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평당원협의회 회원들은 벌써 10일 넘게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당사 앞에서 집회 중이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삭발식까지 했다.

노골적 사퇴요구
달라진 분위기

4·29재보선 참패 이후 ‘지도부에 책임을 묻되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던 비노계(비노무현) 의원들도 최근에는 노골적으로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문재인 체제로는 내년 총선에서도 참패가 불 보듯 훤하다며 당장 임시전당대회를 열어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친노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처음에는 비노계가 단순히 차기 총선 공천 지분 확보를 위해 문 대표 흔들기에 나선 건 줄 알았다. 잘 달래서 함께 가면 될 줄 알았는데 비노계의 행동과 발언이 점점 과격해지고 있다”며 “비노계가 ‘문재인 흔들기’에서 ‘문재인 제거’로 전략을 완전히 바꾼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정말 사생결단을 내자고 달려들면 당 지도부가 어떤 개혁안을 내놓던 백약이 무효한 것 아닌가? 정말 당을 쪼개는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정치권의 관계자들은 이른바 ‘미공개 발표문’ 파동이 비노계가 문재인 흔들기에서 문재인 제거로 전략을 수정한 결정적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문 대표는 지난달 14일 당 내홍과 관련해 ‘당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고위원회의 논의과정에서 비노계 인사들의 거센 반발로 발표를 보류했다.

문재인이 ‘YES’하면 우리는 ‘NO’
외국어로 대화했나? 의도적 망신주기?

해당 입장문에서 문 대표는 사실상 당내 비노세력을 겨냥해 “기득권-공천권 챙기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발표문을 통해 “공천지분을 챙기기 위해 지도부를 흔들거나 당을 흔드는 사람들과 타협할 생각이 없다. 그런 행태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비노계의 요구를 ‘부조리나 불합리와 타협하는 행태’라고 결론지었다.


이는 최근 당 안팎에서 불거지고 있는 신당론 및 분당설에 대해 문 대표가 ‘나갈 테면 나가라’는 식의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같은 미공개 발표문의 내용이 알려지자 당장 당내 비노성향 의원 모임인 ‘민집모(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는 성명서를 내고 “문 대표의 문건내용과 아침 회의 발언에 대해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마치 민집모 의원들이 공천권을 요구한 것처럼 민집모를 기득권집단, 과거집단으로 규정했다”고 문 대표를 비판했다.

민집모는 이어 “소통의 자리에서 제안한 의견을 ‘지도부 흔들기’라 하고 제안한 사람들을 기득권정치라고 기다렸다는 듯이 규정하는 것은 패권주의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 것”이라며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근거 없이 기득권집단, 과거집단으로 규정하고 매도하는 것이 과연 민주주의자와 지도자의 올바른 태도인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문재인식 공포정치?
김한길식 패권주의?

민집모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의원은 성명서 발표 이후에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미공개 발표문의 내용은) 문재인식 공포정치가 아니냐”며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은 무조건 기득권집단, 구태집단으로 매도하는데 소통과 화합이 가능하겠나? 박근혜 대통령과 사고방식이 똑같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비노계 의원은 “공천권을 달라고 요구한 적도 없는데 갑자기 공천권 이야기는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이대로는 당이 깨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당 미공개 발표문이 외부로 유출된 것을 놓고는 친노계와 비노계가 서로 상대 진영을 범인으로 지목하며 진실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친노계는 비노계가 문 대표를 공격하기 위해 발표문을 유출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비노계는 발표문 공개가 좌절되자 친노계가 은근슬쩍 언론에 유출시킨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미공개 발표문 파동이 있은 후 비노계가 집단적 행동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문 대표를 향한 비노계의 비판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은 친노를 지칭해 노무현 대통령을 모욕하는 ‘모노’라고 했고, 김한길 전 공동대표는 지난달 20일 “(문 대표가)계파주의의 전형적인 독선과 자만심, 적개심과 공격성, 편가르기와 갈라치기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심지어 이용희 상임고문은 미공개 발표문 내용에 대해 “참 웃기는 사람이다. 무슨 공천나누기냐? (차기 총선까지) 10개월 남았는데 그때까지 그 사람이 대표 하라는 보장 있나”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난 2·8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에 선출된 문 대표의 임기는 오는 2017년 2월7일까지다. 임기를 채운다면 당연히 2016년 4월 치러질 차기 총선의 공천권도 행사하게 된다. 이 고문의 발언은 마치 차기 총선 전에 문 대표를 끌어내리겠다는 뉘앙스다.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는 새정치연합 광주-전남지역 의원들이 광주를 방문한 문 대표와 만나지 않고 별도 모임을 갖기도 했다. 당대표가 지역구를 방문했는데 지역구 의원들이 따로 모여 회동을 한 것은 무척 이례적이다. 친노진영 내부에서는 ‘하극상’이 아니냐는 불만까지 터져 나왔다.

이날 회동에 참여한 의원들은 대표직 사퇴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문 대표에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회동에 참여했던 박주선 의원은 광주·전남지역 응답자 33.9%가 ‘문 대표 사퇴’를 요구한 지역일간지 여론조사를 거론하며 직접적으로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이후 여러 언론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문 대표의 사퇴’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박 의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문 대표가 대표로 있는 한 친노 청산은 불가능 하다”며 “친노에 의해 선출되고 친노의 도움을 받아 대권주자가 되어야 할 문 대표가 어떻게 친노를 해체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문 대표가 사퇴하고 나면 대안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꼭 (인기 있는) 대선주자만 당대표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문 대표보다 지지율이 낮은) 다른 당 대표가 당을 이끌었을 때는 오히려 당 안정을 기하고 선거에서도 다 이겼다”며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문 대표를) 엄호하는 것은 대안을 싹부터 짓밟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재인 대안 있나?
대안 찾기 분주

지난 4·29재보선에서 다른 비노인사들과는 달리 열성적으로 선거운동을 지원해 문 대표와의 연대설까지 제기됐던 안철수 의원도 최근 들어서는 문 대표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문 대표와 안 의원은 지난달 19일 혁신기구 논의를 위해 만났는데, 이후 회동 내용을 두고 두 사람은 난데없이 진실공방을 벌였다.

안 의원은 회동 직후 당 위기에 공감하며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는데 문 대표 측은 안 의원이 합의문 내용 일부를 임의로 누락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문 대표가 당 내홍의 수습책으로 제시한 ‘초계파 혁신기구’의 위원장직 수락 여부를 놓고도 안 의원은 “명확히 거절했다”고 주장했지만, 문 대표는 “여지를 남겼다”고 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했다. 안 의원이 자신의 대안으로 조국 서울대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추천했는지를 둘러싸고는 문 대표는 “적극 추천했다”고 주장한 반면, 안 의원은 “조 교수를 언급했을 뿐 추천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책임론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죽기 아니면 살기” 살벌한 집안싸움

결국 돌고 돌아 혁신위원장직은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맡게 됐지만 이런 진통들을 겪으면서 혁신위원회는 시작도 하기 전에 김이 빠져버렸다. 이를 두고 친노진영에선 안 의원의 의도적인 문 대표 망신주기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두 사람이 외국어로 대화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해석이 다를 수가 있냐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둘 중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앞으로 배석자 없이 회동할 때는 꼭 녹취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고 전했다. 비노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이른바 친노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너무 강경하고 다른 계파와 화합하려 하지 않는다”며 “지난 19대 총선에서 ‘친노 패권주의’에 크게 당해 본 비노계로서는 문 대표가 차기 총선까지 당권을 쥐고 가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현재 비노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노계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친노계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아직까진 이 같은 불만을 하나로 모아 정치적으로 표출시킬 구심점이 없다. 소위 비노라고 불리는 이들은 친노가 아니라는 것이 유일한 공통점일 뿐 하나의 조직이나 이해관계로 뭉쳐있는 계파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외곽에서 친노를 향해 직격탄을 날린다고 하더라도 정치적인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고 있는 인물이 김한길 전 대표다. 최근 들어 문 대표와 완전히 각을 세우고 있는 김 전 대표는 당내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는 인사다.

전현직 대표 대결
사생결단 싸움

이종걸 신임 원내대표를 비롯해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의 원장을 맡고 있는 민병두 의원과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 주승용 최고위원 등이 김한길계로 분류된다. 김 전 대표를 중심으로 ‘반 문재인’ 정서가 강한 호남권 의원들이 뭉친다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문 대표를 크게 흔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주승용 최고위원에 대한 ‘공갈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정청래 최고위원이 당초 예상보다 강한 ‘당직 자격정지 1년’ 징계 처분을 받았는데, 김 전 대표가 대표 시절 임명해놓은 외부 인사들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김 전 대표의 작품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정 최고위원은 문 대표의 호위무사와도 같던 인물이다. 게다가 김 전 대표는 최근 문 대표가 당 혁신방안으로 ‘경제정당 만들기’를 강조하며 책임론에 쏠린 여론의 관심을 분산시키려 하자 “선거 참패 이후에 반성이나 성찰·책임이 갑자기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실종돼 버렸다”며 진정한 혁신은 문 대표와 지도부가 책임지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표에게 끝까지 책임을 지게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비노계가 전략을 수정했다면 문 대표가 정말 사퇴를 하든지 거의 허수아비 대표가 될 때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새로 취임한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계파 갈등 타파를 위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대책을 내놔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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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