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휴대전화 시장 3위를 지켰던 팬택이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창립 2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지난 26일 팬택은 이준우 대표이사 명의로 자료를 내고 기업회생절차 폐지 신청을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10개월간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팬택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주는 적합한 인수대상자를 찾지 못했다”며 “팬택은 더는 기업으로서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돼 기업회생절차 폐지 신청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주주, 채권단 및 협력업체를 포함한 이해관계자 여러분께 머리를 조아려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그동안 팬택 제품을 사랑해 주시고 성원을 보내주신 고객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용서를 구한다”고 사과했다.
회생절차 폐지 신청서를 받은 서울중앙지법은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의견을 구할 예정이다. 회생절차 폐지에 대한 이견이 없을 경우 2주 뒤 팬택 청산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팬택의 생사 결정은 법원이 판단한다. 법원이 공식적으로 팬택에 대한 회생절차의 폐지를 결정하면 팬택은 이후 청산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2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새주인 못찾고 청순 수순
팬택은 지난해 8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 새 주인 찾기에 노력해 왔으나 마땅한 인수 기업이 나타나지 않았다. 중국이나 인도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팬택의 기술력을 보고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 이들은 팬택에 큰 매력을 못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벤처신화’로 불리는 팬택은 1991년 박병엽 창업주가 설립해 무선호출기(삐삐) 사업을 거쳐 휴대전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1년 현대큐리텔, 2005년 SK텔레텍을 인수하면서 국내 휴대전화 시장의 한 축을 맡았다.
팬택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강세 속에서도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소비자들에게 제 3의 선택권을 제공하며 선택의 폭을 넓혀줬다. 하지만 과열된 보조금 전쟁과 사상 초유의 영업정지 등 악재 속에 제품 공급 중단에 따른 판매부진과 재고누적, 유동성 부족으로 지난해 8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
이후 지난해 말부터 올해 4월까지 이어진 총 세 차례의 매각 시도가 모두 불발에 그치면서 26일 결국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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