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 새는 혈세' 국회 애먼 돈 완전 해부

영수증도 필요 없어 "먼저 쓰면 임자"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정치권이 불투명예산 논란으로 시끄럽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국회의원 시절 국회 대책비를 생활비로 썼다고 밝힌데 이어,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 의원도 재판 과정에서 상임위원장 직책비를 아들 유학자금으로 썼다고 고백했기 때문이다. 영수증 처리도 필요 없는 불투명 예산이 국회 곳곳에서 집행되면서 국회의원들이 혈세를 개인 쌈짓돈처럼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에서 한 해에 사용하는 불투명 예산이 많게는 9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국회 사무처에서는 해당 예산의 사용내역이 공개될 경우 국가 이익에 반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해당 예산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회가 무슨 국정원이냐?”는 비아냥도 들린다. 그런데 최근 국회의원들이 대단한 일에 쓰는 줄 알았던 불투명예산의 사용처가 속속 공개되고 있다. 성완종 게이트 사건에 휘말린 홍준표 경남지사는 국회의원 시절 받은 국회 대책비를 생활비로 썼다고 밝혔고, 입법로비 비리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새정치연합 신계륜 의원은 상임위원장 직책비를 아들 유학자금으로 썼다고 고백했다. 국회의원들을 믿고 불투명예산의 사용처를 묻지 않았던 국민들로서는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의원님 쌈짓돈
혈세 낭비 심각

이번에 문제가 된 특수활동비는 국회의장과 부의장, 여야 원내대표, 18개 상임위원회와 각종 특별위원회 등에 지급되는 돈이다. 특수활동비 중에는 정책 개발부터 의원 외교, 의원 연구 활동 지원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 이 돈을 모두 합치면 연간 80억∼90억원 정도가 된다고 한다.

특히 국회 운영위원장을 겸임하는 여당 원내대표에게는 연간 4억원 이상이 주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지사가 국회 대책비라는 명목으로 여당 원내대표 시절 월 4000∼5000만원을 받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직 여당 원내대표는 “그 돈을 원내대표가 혼자 다 쓰는 것이 아니라 당이나 상임위 등과 분배해서 쓰게 되어 있어서 정작 원내대표가 쓸 수 있는 돈은 얼마 안 된다”고 반박했다.

어찌됐든 국회는 특수활동비 지출내역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히 얼마가 지급되고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미스터리다. 이 돈은 영수증 처리가 필요 없어 개인 생활비로 유용하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고, 사적으로 유용하다 적발된다하더라도 이번 사례처럼 처벌할 근거가 모호하다.

여의도는 감시 사각지대 "올해만 84억 증발"
대책비를 생활비로…직책비를 유학자금으로


국회의원들이 개인 비리 혐의로 자금 흐름에 대한 해명이 필요할 때 특수활동비를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떳떳하게 밝히는 이유다. 특수활동비가 주먹구구식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국회의원들도 인정하고 있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의 경우 불법 사찰 국조 특위 위원장을 맡은 후 받은 9000만원의 활동비를 전액 반납하기도 했다. 
 


여야의 대립 속에 불법 사찰 국조 특위가 공전만 거듭했기 때문이다. 19대 국회 들어 여야는 무려 31개의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이렇다한 성과를 낸 특위는 없다. 한 달 평균 회의 개최 횟수가 1회 미만인 특위도 9곳이나 됐다. 그런데 활동비를 반납한 위원장은 심재철 의원이 유일하다.

 


국익 위해?
의원 위해?

국회의원들이 쌈짓돈처럼 쓰는 예산은 특수활동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선 대표적으로 정당 국고보조금이 있다. 정당 국고보조금은 지난 2012년 이정희 당시 통합진보당 대선후보가 중간에 후보를 사퇴했음에도 보조금 27억원을 수령하면서 논란이 됐던 부분이다.

한 해에 각 정당에 지급되는 정당 국고보조금은 무려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엄청난 액수지만 정당 국고보조금은 선관위에서 서면 위주의 회계조사만 할 뿐 감사원 감사도 받지 않는다. 정치자금법에는 보조금의 30% 이상을 정책개발에 사용해야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를 지키는 정당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보조금의 대부분은 각 당의 지도부 선출 전당대회 또는 여론조사 비용 등으로 사용된다. 국민들의 삶과는 동떨어져 있는 비용인 셈이다. 반면 다른 국가에서도 정당보조금을 지급하긴 하지만 철저한 회계감사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고 대부분 선거운동을 위한 보조금 등 제한적으로 지급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묻지마식 지원은 찾아볼 수가 없다는 지적이다.

미사용 정치자금 역시 국회의원들의 쌈짓돈처럼 사용되고 있다. 정치자금은 엄밀히 따지자면 국회의원들이 자발적 기부를 통해 모은 것이니 세금은 아니다. 하지만 국민의 피 같은 돈을 사용한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정치자금법에는 정치자금을 ‘사적 경비’로 쓰는 것이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다.

하지만 문제는 사적 경비와 공적 경비의 구분이 모호하다는데 있다. 예를 들어 식사비용을 정치자금으로 계산하고 정치활동을 위한 만남이었다고 신고하면 공적으로 비용을 사용한 게 되는 식이다. 또 쓰다 남은 정치자금은 임기 직전 다 써버리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남은 돈은 모두 소속 정당에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부 의원들은 정치자금을 자신의 보좌진 퇴직금 명목으로 수천만원씩 지급하기도 했다. 

매년 반복되는 외유성 해외연수 비용 또한 국회의원들이 사용하는 애먼 돈이다. 시민단체인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소장 전진한)는 국회의원들의 해외연수 실태를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결과는 경악스러웠다. 대부분 의원들의 해외순방 일정이 해외 진출 기업들이나 동포들과의 만찬 중심 일정들로만 가득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의원친선협회 차원의 의원외교 역시 대부분 외유성 출장을 의심케 하는 일정들로 채워져 있었다. 지난 2013년에는 의원 외교라는 명분으로 동남아를 찾았던 의원들이 현지 국가 국회가 회기 중이 아니어서 방문지 국가의 의원들을 만나지 못하고 국장급 국회공무원을 대신 만나고 돌아오는 어이없는 일도 있었다. 의원들은 해외순방을 마친 후 어떤 활동을 했는지 보고할 의무도 없다.

게다가 국회는 19대 국회 들어 국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던 국회 의장단의 해외순방 일정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사용된 예산내역까지 철저히 감추고 있다. 이 역시 공개될 경우 국가 이익을 해할 수 있다는 명분이다. 당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는 “외유성 논란이 일자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일정을 아예 비공개로 전환해버린 것 아니냐”는 반발이 있었다.

과거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어온 의장단 해외순방 일정을 살펴보면 대부분 현지 한인간담회, 현지 의장단 예방 등의 일정으로 채워져 있다. 이런 일정들이 공개된다고 해서 어떻게 국익에 해가 된다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시대 역행
묻지마 예산

물론 국회는 의장단의 해외일정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더라도 자체 감사와 감사원 감사를 통해 철저히 감사받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없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소장 전진한)’의 강언주 간사는 이에 대해 “그동안은 의장단의 해외일정에 대해 모두 투명하게 공개했고 문제가 있으면 직접 찾아가 영수증을 하나하나 확인해보기도 했다. 그래도 살펴보면 너무 과다하게 예산을 사용한 부분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해외순방 경비의 경우 개인적으로 유용할 가능성은 적다고 하더라도 감시를 벗어나면 불필요한 예산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특히 예산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전 세계적인 추세인데 국회만 오히려 기존에 공개되던 예산 사용내역조차 비공개로 전환한 것은 시대를 거꾸로 역행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국회서 의장단과 관련한 애먼 돈은 또 있다. 국회는 국회의장과 부의장에게 각각 150만원과 130만원을 주유비로 매달 꼬박꼬박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의장단이 아무리 일정이 많다고 해도 주유비로 지급되는 금액치고는 다소 많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의장단은 주유비로 사용하고 남은 돈을 반납할 의무가 없다.

일하라고 줬더니 개인 주머니에?
정보공개 거부, 투명 행정 역행


심지어 의장단이 사용하는 관용차량은 ‘국회사무처 공용차량 내규’에 따라 운행일지도 작성하지 않는다. 지급받은 주유비 중 실제 주유비로 얼마나 사용했는지 남은 돈은 어떻게 사용되는지 파악할 자료가 없는 것이다. 일반 업무용 관용차량이 차량운행일지를 반드시 작성하도록 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해외 출장과 관련해서는 국회의원들의 항공 마일리지 사용실태도 도마 위에 오른다. 매년 국정감사 기간이 되면 국회의원들은 피감기관의 항공 마일리지 사용실태에 대해 지적한다. 업무상 출장을 통해 항공 마일리지를 쌓아놓고도 쓰지 않은 것은 명백한 지침위반이자 혈세 낭비라는 것이다.

현재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르면, 공무 출장자는 항공권 예약 시 적립된 항공 마일리지를 우선 활용하고 해당기관 회계담당자는 마일리지 활용 여부를 확인 후에 운임을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정작 국회의원들은 항공 마일리지를 잔뜩 쌓아놓고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에 공개된 자료를 기준으로 19대 국회의원 중 일부는 약 2년의 임기 동안 10만이 넘는 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하고도 이를 사용하지 않았다. 해당 국회의원의 임기가 끝나면 국가는 항공 마일리지를 회수할 방법이 없다.

노동의 대가?
꼼수의 대가?


국회의원들의 꼼수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회의원들은 예정에 없던 임시국회를 소집할 때마다 특별활동비 명목으로 1인당 100만원에 달하는 돈을 지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들은 4월 임시국회 내내 파행을 거듭하다 5월 임시국회를 열었는데 겨우 법안 3개를 처리하고 1인당 100만원에 달하는 특별활동비를 챙겼다. 이를 정당한 노동의 대가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국회는 예산 심사권을 가진 기관이다. 따라서 국회는 국민들의 혈세를 아끼고 아껴 적재적소에 사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최근 서민들은 부족한 세수로 인해 그야말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담뱃세, 주민세 인상에 연말정산 파동과 공무원연금 개혁까지 모두 세수 부족 때문에 벌어진 사태다. 그런데 정작 국회의원들은 혈세를 개인 쌈짓돈처럼 사용한다면 국민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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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