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 있는 갤러리도스에서 서양화가 김소정의 개인전이 열렸다. 김 작가는 미국 뉴욕에서 수학했으며,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 제목은 '無의 美'다. 사진을 기반으로 한 그의 작업은 예술이 아닌 것(無)에서 예술(美)을 찾아내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즐거움을 경험한다. 즐거움은 대체로 각자의 일상에 있다. 그러나 일상 속 즐거움은 언젠가부터 '사소하다'라는 이유로 자극이 되지 않고 있다. 일상보다는 일탈에 반응하는 요즘이다.
주로 사진 이용
가슴 설레게 했던 여행지의 풍경도 마찬가지다. 풍경에 익숙해지면 나중엔 별 감흥을 느낄 수 없게 된다. 우리 주변에 있는 풍경은 아무 생각 없이 스쳐 지나기 일쑤다. 하지만 예술가는 항상 봐오던 것 또는 무심히 지나쳤던 것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는다. 그것들엔 특별한 가치가 부여된다. 서양화가 김소정도 우리가 미처 관심 갖지 못한 곳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예술가다.
김 작가의 작업은 주로 익숙함에 가려있던 순간을 감사한 마음으로 되돌아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김 작가는 예술이 언제나 우리 주변에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기 위해 김 작가는 사진을 차용했다. 그의 작업에서 사진은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대개의 사진은 사진가가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나 장면을 남기고자 할 때 쓰인다. 이때 사진가는 결과물의 예술적 가치보다는 카메라가 포착한 상황에 더 집중한다. 당시의 기억을 간직하기 위해 혹은 증거로 남기기 위해 렌즈는 움직인다.
이런 사진에 담긴 일상에 김 작가는 주목했다. 사진을 보면 누구나 지난 감정을 떠올릴 수 있다. 나아가 새로운 생각과 감성을 얻을 수 있다. 사진이 환기하는 예술적 영감은 당시 현장에선 느낄 수 없던 것들이다. 사진은 김 작가에게 과거와 현재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갤러리도스서 첫 개인전 '무의 미' 열어
일상 혹은 여행서 찍은 사진 회화로 변형
사진이 내포하고 있는 감정적 교류가 김 작가 작업의 출발점이다. 김 작가는 작품을 구상하기에 앞서 사진첩을 보고 옛 사건과 이미지를 차례로 떠올린다. 이 가운데 선택된 사진을 컴퓨터 작업을 통해 변형한다. 변형된 사진은 드로잉과 페인팅을 거쳐 완성된 작품 형태로 이름을 붙인다. 사진이 찍혔을 시점엔 보이지 않던 소소한 요소들, 그리고 작가의 주관이 작품에 반영된다. 갤러리도스는 "무에서 미를 창조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이탈리아의 포지타노(Positano)라는 지역을 여행하며 찍은 사진을 소재로 'Where I am'이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공간의 전반적인 정서는 외로움이다. 김 작가는 풍경 속 사물의 진기함을 묘사하기 보단 분위기를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절제된 구도와 몽환적인 색감을 통해 여행지의 신비로움을 부각했다.
김 작가의 작품들은 구체적인 형상을 숨기고 있다. 얼핏 모호해 보이는 연출은 작가가 의도한 것이라고 한다. 김 작가는 삶에서 받은 위로와 희망 등의 복합적인 메시지를 한 화면에 풀어냈다. 회화와 사진, 그 경계에 있는 형식적인 특성처럼 내용과 구성에서도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작업이다.
무에서 미 창조
시간이 멈춘 듯한 화면 속 공간에는 작가의 응축된 감정이 녹아 있다. 김 작가는 최대한 서정적이면서도 따뜻한 이미지의 조합을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김 작가가 재구성한 화면에는 일상의 소소함이 만들어낸 '연민'이 자리하고 있다. 이 연민은 자기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하지만 관객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가 일상에서 놓친 풍부한 시각적 경험은 김 작가의 노력으로 복원됐다. 김 작가가 욕심냈던 일상의 특별함 또는 교감은 다음 전시에서 더욱 세련된 결과물로 관객을 만날 것이다. 무수히 많은 평범함 속에서 아름다움이란 보물을 솎아내는 김 작가의 다음 작업에 관심이 쏠린다.
[김소정은?]
▲School of Visual Arts, Bachelors of Fine Arts, Fine Arts(2014, 뉴욕)
▲개인전 갤러리도스 '無의 美'(2015, 서울)
▲단체전 The Beginning (2012, 뉴욕) We are almost there (2013,로테르담) 보통의 불안(2014, 서울)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