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4억원 상당의 농지를 40년 넘게 대리경작자에게 무상으로 임대해온 정황을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포착했다. 이에 대해 농지법 위반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정치인인 김 대표가 특정인에게 사실상의 기부행위를 한 것이니만큼 선거법 위반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4억원 상당의 농지를 40년 넘게 대리경작자에게 무상으로 임대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김 대표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일대에 1만2236㎡(약 3700평)에 달하는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 해당 농지는 1951년생인 김 대표가 고작 만 20세 때인 지난 1971년 상속받은 것이다.
부친 상속?
직접 매입?
현행 농지법에 따르면 농지를 소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당 농지를 직접 또는 대리경작자를 통해 경작해야만 한다. 소유 농지를 경작하지 않고 방치하다 적발될 경우 벌금을 내야하고, 이후에도 또 적발될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농지를 처분해야만 한다.
그런데 해당 농지에서 만난 대리경작자는 “지금도 겨우 입에 풀칠만 하고 사는 정도”라며 “임대료를 따로 내라고 한다면 농사를 그만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리경작자를 구하지 못하면 김 대표는 해당 농지를 처분해야만 한다. 결국 이를 막기 위해 임대료를 받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일각에선 정치인인 김 대표가 특정인에게 사실상의 기부행위를 한 것이니만큼 선거법 위반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인의 기부행위는 365일 상시 제한되고 매우 까다롭다. 금품을 직접 전달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조사에서 축의금을 내거나 결혼식 주례를 서는 것조차도 기부행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 친족 범위의 경조사에 축의금을 내거나 구호기관, 단체에 의연금품, 구호품을 주는 것은 기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물론 해당 대리경작자는 김 대표의 선거구민이 아니라는 점에서 선거법 위반 여부가 다소 모호하다. 하지만 김 대표가 새누리당의 당대표를 맡고 있는 만큼 전국구 정치인으로 분류돼 선거법 위반 시비에 휘말릴 여지는 충분하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김 대표 측은 해당 농지를 대리경작자에게 임대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1년에 재산세만 140만원 납부
농지법 피하려 꼼수 썼나?
김 대표 측은 “해당 농지를 매입한 후 따로 관리를 하지 않고 방치해놓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해당 경작자들이 무단으로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강제로 내쫓을 수 없어 내버려 둔 것이고 김 대표는 어떻게 보면 그들에게 ‘은인’이다”라며 “지금까지 임대료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 대표 측의 해명대로라면 농지를 구입한 후 40년 넘게 방치했기 때문에 원래는 농지법 위반이 되는 것인데, 우연히도 어떤 사람들이 해당 농지에서 무단으로 농사를 짓는 바람에 농지법 위반을 피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참으로 기막힌 우연이다. (※ 우리나라는 조선시대나 일제시대처럼 한 사람이 농지를 과다하게 소유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해방 후인 1949년 농지개혁법을 만들어 농가의 농지소유한도를 3ha로 제한하고 농지는 농사를 짓는 농업인만 소유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해당 농지에서 만난 대리경작자는 “옛날에는 임대료를 냈는데 한 20년 쯤 전에 수해가 나고 작황이 어려워져서 그때부터 임대료를 따로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해명과는 다소 엇갈리는 부분이다.
공식임대?
무단경작?
해당 농지를 구입한 목적도 다소 의아하다. 최근에는 농지구입 요건이 매우 완화됐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농지 취득을 위해서는 농지 소재지 또는 통작이 가능한 거리에 거주하고, 스스로 농사를 지을 계획서를 제출하는 등 엄격한 요건을 갖춰야만 했다.
김 대표 측은 해당 농지를 구입한 목적에 대해 자신이 구입한 것이 아니고 부친께서 물려주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 측의 설명에 따르면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1960년대에 김 대표의 부친인 고 김용주 전 의원은 해당 토지를 매입해 가족들과 함께 ‘해촌농장’을 운영하려고 했다. 해촌은 고 김용주 의원의 아호다.
김 전 의원은 해당 농지를 매입한 후 소와 관상수 등을 키웠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 1971년 김 전 의원이 해당 농지의 소유권을 자녀들에게 이전해줬다는 것이다. 그런데 해당 농지를 매입했다던 1960년대에 김 대표의 부친인 김 전 의원은 민주당 국회의원이자 원내총무로 활동했고, 전남방직 회장 겸 신한해운 회장직까지 맡고 있었다. 1970년에는 이른바 경총으로 잘 알려져 있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초대회장직까지 맡았다.
은퇴 후라면 모르겠지만 당시 한창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던 김 대표의 부친이 갑자기 가족들과 농장을 해보겠다며 고양시 일대에 수천여 평의 땅을 사들인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지금 김 대표가 가지고 있는 땅은 3700평 정도지만 당시 형들과 동생에게도 따로 지분이 있었다고 하니 전체 면적은 지금보다 훨씬 더 넓었을 것으로 보인다. 농사 경험도 없는 가족끼리 꾸리기로 했다는 농장치고는 면적이 지나치게 넓은 것이다.
김 대표 측의 보좌관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의 부친께서 왜 갑자기 농장을 하겠다고 한 것이냐는 질문에 “점심에 짜장면을 먹던 회를 먹던 그 분의 마음 아니겠냐”며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서 가족들과 농장을 꾸릴 수도 있고 사람을 고용해서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매각 불가?
매각 기피?
또 김 대표 측 보좌관은 부동산 투기 목적은 아니었냐는 질문에 “억지로 엮지 말라”며 “1960년대에 무슨 부동산 투기를 하나? 또 투기를 하려고 했으면 서울에 땅을 샀지 고양시에 땅을 샀겠나? 이렇게 억지로 끼워 맞춰 기사를 쓰면 우리도 법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김 대표 측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반대로 아무런 목적도 없이 불과 만 20세의 나이에 농지 3700평을 상속받은 후 40년 넘게 방치했다는 것은 여전히 수상한 정황이다. 해당 농지의 공시지가는 24억원으로 1년에 내는 재산세만도 140만원이 넘는다.
김 대표 측은 이에 대해 해당 농지가 그린벨트지역이라 매입하려는 사람이 없어 그동안 팔지 못했다고 해명했으나 이 또한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당초 김 대표와 함께 주변 농지를 소유하고 있던 김 대표의 형들은 사업이 어려워지자 해당 농지를 이미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김 대표 측에 따르면 김 대표와 함께 해당 지역에 농지를 소유하고 있던 김 대표의 동생은 몇 달 전 미국에서 돌아와 무단으로 농사를 짓던 농부들에게 나가달라고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일부에서 해당 농지를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왔지만 공시지가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해 현재 협상이 결렬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 대표도 해당 농지를 팔려고만 했다면 얼마든지 팔 수 있었을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는 정황이다.
해당 농지는 아직까지 그린벨트로 묶여 있지만 바로 300m앞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가격이 크게 뛰었고, 불과 1.5km 떨어진 곳에는 삼송택지개발지구까지 있어 투자가치가 높은 곳으로 분류된다.
이상한 소유권 이전, 상속세 탈루?
기부행위로 선거법 위반 소지도
해당 지역에 그린벨트가 해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린벨트가 해제되고 나면 해당 농지의 가격이 지금보다 2~3배 뛰는 것은 우습다. 김 대표는 앉아서 수십억원의 돈을 벌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해당 농지를 사려는 사람이 지난 40여년간 한 명도 없었다는 해명을 믿기 힘든 이유다. 김 대표 측 보좌관도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그린벨트가 풀린다는 소문이 도니까 해당 농지를 매입하려는 사람이 김 대표가 해당 농지를 소유하지 못하게 하려고 제보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도 했다.
수상한 정황은 또 있었다. 김 대표는 해당 농지를 부친으로부터 상속받았다고 했는데 부동산등기에는 상속이 아니라 김 대표가 해당 농지를 직접 매입한 것으로 나와 있었다. 그러자 김 대표 측은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면서 부동산등기에 매매로 나와 있다면 매매가 맞을 것이라며 말을 바꿨다.
당시 만 20세에 불과했던 김 대표가 왜 3700평에 달하는 농지를 매입한 것인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김 대표는 당시 대학생이었고 대학 졸업 후에는 만 24세의 나이에 부친의 회사인 동해제강에서 전무를 맡았다. 김 대표 본인도 해당 농지를 매입한 후 사실상 방치했다고 인정했다. 따라서 김 대표의 부친이 상속세 등의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꼼수를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또 농지법은 상속된 농지의 경우 1만㎡까지 소유를 허용하고 있는데, 김 대표가 소유하고 있는 농지의 면적은 1만2236㎡다.
믿기 힘든 해명
거액 챙길까?
농지법을 피하려고 김 대표가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해당 농지를 획득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가능하다. 김 대표의 부친이 농장을 하다 사정이 생겨 그만두기로 한 것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매각하거나 본인이 계속 소유하고 있으면 될 일이지 굳이 김 대표를 비롯한 자녀들에게 소유권을 이전해줄 이유가 없다. 이처럼 김 대표는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 해당 농지를 40년 넘게 소유해온 것이다. 김 대표의 수상한 농지 사랑이다.
<기사 속 기사> 김무성 대표의 부친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기묘한 인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부친인 김용주 전 의원은 1905년 경남 함양군 함양면 신관리에서 태어났다. 전남방직 창업자인 그는 부산상고를 졸업했고 대한통운과 대한해운공사를 설립해 초대 사장을 지냈으며, 주일대표부 특명전권공사를 역임했다.
김 전 의원은 일제시대에는 사재를 털어 조선인 한글교육 야학을 개설하고 일본자본에 맞서 조선상인회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는 청년 시절 처음 사업에 손댄 것이 해운과 어업이었기 때문에 스스로 ‘해촌(海村)’이라는 아호를 지었다. 김 전 의원은 사업 성공을 바탕으로 정계에 진출해 1960년 장면 정권에서 집권당인 민주당 원내총무(현 원내대표)를 지내다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주도한 5·16쿠데타로 의원직을 잃었다.
이때부터 박 대통령과 김 대표 집안의 기묘한 인연이 시작됐다. 김 전 의원은 이후 대한방직협회 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초대 회장, 동해제강 회장 등을 지냈다. 그러나 1985년 향년 80세의 나이로 미국 출장 중 하와이에서 숨졌다.
김 대표의 아내 최양옥씨의 부친은 김 전 의원과 제5대 총선에서 나란히 국회의원을 했던 인연이 있다. 최양옥씨의 부친은 최치환 전 의원이다. 최 전 의원은 이승만 전 대통령 비서관 출신으로 이후 3선 의원까지 지냈다.
김 전 의원의 딸이자 김 대표의 누나는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이다. 김 이사장의 남편은 현대상선 현영원 전 회장이다. 김 전 의원의 외손녀이자 김 이사장의 딸은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다.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