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무성의 '수상한 농지사랑' 추적

"20세에 농지 구입해 40년간 무상임대?"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4억원 상당의 농지를 40년 넘게 대리경작자에게 무상으로 임대해온 정황을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포착했다. 이에 대해 농지법 위반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정치인인 김 대표가 특정인에게 사실상의 기부행위를 한 것이니만큼 선거법 위반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4억원 상당의 농지를 40년 넘게 대리경작자에게 무상으로 임대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김 대표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일대에 1만2236㎡(약 3700평)에 달하는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 해당 농지는 1951년생인 김 대표가 고작 만 20세 때인 지난 1971년 상속받은 것이다.

부친 상속?
직접 매입?

현행 농지법에 따르면 농지를 소유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당 농지를 직접 또는 대리경작자를 통해 경작해야만 한다. 소유 농지를 경작하지 않고 방치하다 적발될 경우 벌금을 내야하고, 이후에도 또 적발될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농지를 처분해야만 한다.

그런데 해당 농지에서 만난 대리경작자는 “지금도 겨우 입에 풀칠만 하고 사는 정도”라며 “임대료를 따로 내라고 한다면 농사를 그만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리경작자를 구하지 못하면 김 대표는 해당 농지를 처분해야만 한다. 결국 이를 막기 위해 임대료를 받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일각에선 정치인인 김 대표가 특정인에게 사실상의 기부행위를 한 것이니만큼 선거법 위반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인의 기부행위는 365일 상시 제한되고 매우 까다롭다. 금품을 직접 전달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조사에서 축의금을 내거나 결혼식 주례를 서는 것조차도 기부행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 친족 범위의 경조사에 축의금을 내거나 구호기관, 단체에 의연금품, 구호품을 주는 것은 기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물론 해당 대리경작자는 김 대표의 선거구민이 아니라는 점에서 선거법 위반 여부가 다소 모호하다. 하지만 김 대표가 새누리당의 당대표를 맡고 있는 만큼 전국구 정치인으로 분류돼 선거법 위반 시비에 휘말릴 여지는 충분하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김 대표 측은 해당 농지를 대리경작자에게 임대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1년에 재산세만 140만원 납부
농지법 피하려 꼼수 썼나?


김 대표 측은 “해당 농지를 매입한 후 따로 관리를 하지 않고 방치해놓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해당 경작자들이 무단으로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강제로 내쫓을 수 없어 내버려 둔 것이고 김 대표는 어떻게 보면 그들에게 ‘은인’이다”라며 “지금까지 임대료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 대표 측의 해명대로라면 농지를 구입한 후 40년 넘게 방치했기 때문에 원래는 농지법 위반이 되는 것인데, 우연히도 어떤 사람들이 해당 농지에서 무단으로 농사를 짓는 바람에 농지법 위반을 피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참으로 기막힌 우연이다. (※ 우리나라는 조선시대나 일제시대처럼 한 사람이 농지를 과다하게 소유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해방 후인 1949년 농지개혁법을 만들어 농가의 농지소유한도를 3ha로 제한하고 농지는 농사를 짓는 농업인만 소유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해당 농지에서 만난 대리경작자는 “옛날에는 임대료를 냈는데 한 20년 쯤 전에 수해가 나고 작황이 어려워져서 그때부터 임대료를 따로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해명과는 다소 엇갈리는 부분이다.

 

공식임대?
무단경작?

해당 농지를 구입한 목적도 다소 의아하다. 최근에는 농지구입 요건이 매우 완화됐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농지 취득을 위해서는 농지 소재지 또는 통작이 가능한 거리에 거주하고, 스스로 농사를 지을 계획서를 제출하는 등 엄격한 요건을 갖춰야만 했다.

김 대표 측은 해당 농지를 구입한 목적에 대해 자신이 구입한 것이 아니고 부친께서 물려주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 측의 설명에 따르면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1960년대에 김 대표의 부친인 고 김용주 전 의원은 해당 토지를 매입해 가족들과 함께 ‘해촌농장’을 운영하려고 했다. 해촌은 고 김용주 의원의 아호다.

김 전 의원은 해당 농지를 매입한 후 소와 관상수 등을 키웠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 1971년 김 전 의원이 해당 농지의 소유권을 자녀들에게 이전해줬다는 것이다. 그런데 해당 농지를 매입했다던 1960년대에 김 대표의 부친인 김 전 의원은 민주당 국회의원이자 원내총무로 활동했고, 전남방직 회장 겸 신한해운 회장직까지 맡고 있었다. 1970년에는 이른바 경총으로 잘 알려져 있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초대회장직까지 맡았다.

은퇴 후라면 모르겠지만 당시 한창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던 김 대표의 부친이 갑자기 가족들과 농장을 해보겠다며 고양시 일대에 수천여 평의 땅을 사들인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지금 김 대표가 가지고 있는 땅은 3700평 정도지만 당시 형들과 동생에게도 따로 지분이 있었다고 하니 전체 면적은 지금보다 훨씬 더 넓었을 것으로 보인다. 농사 경험도 없는 가족끼리 꾸리기로 했다는 농장치고는 면적이 지나치게 넓은 것이다.

김 대표 측의 보좌관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의 부친께서 왜 갑자기 농장을 하겠다고 한 것이냐는 질문에 “점심에 짜장면을 먹던 회를 먹던 그 분의 마음 아니겠냐”며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서 가족들과 농장을 꾸릴 수도 있고 사람을 고용해서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매각 불가?
매각 기피?

또 김 대표 측 보좌관은 부동산 투기 목적은 아니었냐는 질문에 “억지로 엮지 말라”며 “1960년대에 무슨 부동산 투기를 하나? 또 투기를 하려고 했으면 서울에 땅을 샀지 고양시에 땅을 샀겠나? 이렇게 억지로 끼워 맞춰 기사를 쓰면 우리도 법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김 대표 측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반대로 아무런 목적도 없이 불과 만 20세의 나이에 농지 3700평을 상속받은 후 40년 넘게 방치했다는 것은 여전히 수상한 정황이다. 해당 농지의 공시지가는 24억원으로 1년에 내는 재산세만도 140만원이 넘는다.

김 대표 측은 이에 대해 해당 농지가 그린벨트지역이라 매입하려는 사람이 없어 그동안 팔지 못했다고 해명했으나 이 또한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당초 김 대표와 함께 주변 농지를 소유하고 있던 김 대표의 형들은 사업이 어려워지자 해당 농지를 이미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김 대표 측에 따르면 김 대표와 함께 해당 지역에 농지를 소유하고 있던 김 대표의 동생은 몇 달 전 미국에서 돌아와 무단으로 농사를 짓던 농부들에게 나가달라고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일부에서 해당 농지를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왔지만 공시지가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해 현재 협상이 결렬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 대표도 해당 농지를 팔려고만 했다면 얼마든지 팔 수 있었을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는 정황이다.

해당 농지는 아직까지 그린벨트로 묶여 있지만 바로 300m앞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가격이 크게 뛰었고, 불과 1.5km 떨어진 곳에는 삼송택지개발지구까지 있어 투자가치가 높은 곳으로 분류된다.

이상한 소유권 이전, 상속세 탈루?
기부행위로 선거법 위반 소지도

해당 지역에 그린벨트가 해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린벨트가 해제되고 나면 해당 농지의 가격이 지금보다 2~3배 뛰는 것은 우습다. 김 대표는 앉아서 수십억원의 돈을 벌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해당 농지를 사려는 사람이 지난 40여년간 한 명도 없었다는 해명을 믿기 힘든 이유다. 김 대표 측 보좌관도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그린벨트가 풀린다는 소문이 도니까 해당 농지를 매입하려는 사람이 김 대표가 해당 농지를 소유하지 못하게 하려고 제보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도 했다.

수상한 정황은 또 있었다. 김 대표는 해당 농지를 부친으로부터 상속받았다고 했는데 부동산등기에는 상속이 아니라 김 대표가 해당 농지를 직접 매입한 것으로 나와 있었다. 그러자 김 대표 측은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면서 부동산등기에 매매로 나와 있다면 매매가 맞을 것이라며 말을 바꿨다.

당시 만 20세에 불과했던 김 대표가 왜 3700평에 달하는 농지를 매입한 것인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김 대표는 당시 대학생이었고 대학 졸업 후에는 만 24세의 나이에 부친의 회사인 동해제강에서 전무를 맡았다. 김 대표 본인도 해당 농지를 매입한 후 사실상 방치했다고 인정했다. 따라서 김 대표의 부친이 상속세 등의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꼼수를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또 농지법은 상속된 농지의 경우 1만㎡까지 소유를 허용하고 있는데, 김 대표가 소유하고 있는 농지의 면적은 1만2236㎡다.

믿기 힘든 해명
거액 챙길까?

농지법을 피하려고 김 대표가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해당 농지를 획득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가능하다. 김 대표의 부친이 농장을 하다 사정이 생겨 그만두기로 한 것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매각하거나 본인이 계속 소유하고 있으면 될 일이지 굳이 김 대표를 비롯한 자녀들에게 소유권을 이전해줄 이유가 없다. 이처럼 김 대표는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 해당 농지를 40년 넘게 소유해온 것이다. 김 대표의 수상한 농지 사랑이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무성 대표의 부친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기묘한 인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부친인 김용주 전 의원은 1905년 경남 함양군 함양면 신관리에서 태어났다. 전남방직 창업자인 그는 부산상고를 졸업했고 대한통운과 대한해운공사를 설립해 초대 사장을 지냈으며, 주일대표부 특명전권공사를 역임했다.

김 전 의원은 일제시대에는 사재를 털어 조선인 한글교육 야학을 개설하고 일본자본에 맞서 조선상인회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는 청년 시절 처음 사업에 손댄 것이 해운과 어업이었기 때문에 스스로 ‘해촌(海村)’이라는 아호를 지었다. 김 전 의원은 사업 성공을 바탕으로 정계에 진출해 1960년 장면 정권에서 집권당인 민주당 원내총무(현 원내대표)를 지내다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주도한 5·16쿠데타로 의원직을 잃었다.

이때부터 박 대통령과 김 대표 집안의 기묘한 인연이 시작됐다. 김 전 의원은 이후 대한방직협회 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초대 회장, 동해제강 회장 등을 지냈다. 그러나 1985년 향년 80세의 나이로 미국 출장 중 하와이에서 숨졌다.

김 대표의 아내 최양옥씨의 부친은 김 전 의원과 제5대 총선에서 나란히 국회의원을 했던 인연이 있다. 최양옥씨의 부친은 최치환 전 의원이다. 최 전 의원은 이승만 전 대통령 비서관 출신으로 이후 3선 의원까지 지냈다.

김 전 의원의 딸이자 김 대표의 누나는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이다. 김 이사장의 남편은 현대상선 현영원 전 회장이다. 김 전 의원의 외손녀이자 김 이사장의 딸은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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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